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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동분 소피아 _해당되는 글 4건
2010.03.24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산골소녀의 제 손님맞이 
2009.02.04   귀농풍경--산골의 신입사원채용 ^^ 
2008.12.13   귀농풍경 -- 법정 스님 주례사 
2008.11.04   산골풍경 -- 딸아이의 이쁜 마음 1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산골소녀의 제 손님맞이
+   [산골편지]   |  2010. 3. 24. 12:38  

충남 천안 병천에서 온 가족이 한양으로 입성하여 그 꾀재재한 짐을 푼 곳이 서대문구 홍제동이었다.
그때부터 난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에 대해 눈뜨기 시작했다.

어리디 어린 난 그 전까지는 무엇이 부끄러움인지 잘 몰랐다.


인간이 제일 먼저 느끼는 부끄러움이란 잘은 모르지만 아담과 이브로부터 시작된 ‘벗은 것’에 대한 부끄러움이 아닐까.

그러나 난 어려서 서울로 오고도 방학때마다 시골로 내려가 벌거벗고 멱감으러 다녔으므로 그런 부끄러움은 오히려 다른 사람보다 늦게 깨쳤다고 할 수 있다.


내가 처음으로 느낀 부끄러움은 ‘없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이었다.
시골에 살 때는 모든 것이 풍족했던 어느 종갓집 막내 손녀딸이었다.


그 꼴난 공부한답시고 부모님따라 서울로 들어서고부터는 어린 것이 그런 부끄러움 먼저 배워야 했다.


(▲ 친구들을 삼킨  버스가 나타나길 기다리고 있다.)


그때는 선생님이 학생집을 죄다 찾아다니는 일명 ‘가정방문’이라는 것이 있었다.
그럴 때면 엄마는 신경을 곤두세우셨다.


그래봤댔자 뽀족한 수는 없었지만 내성적인 엄마는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지곤 했었다.
나의 친구들이 집에 온다고 하던 날도 여린 엄마는 더 말씀이 없이 멍해 하셨다.

 

혹여 딸아이에게 정신적 충격은 기본이고 그것으로 인해 사기를 잃을까 걱정하셨던 것같다.

아끼바리처럼 기름기가 좔좔 흘렀던 내 고향 병천에서의 살림과 전세살이인 서울살림이 몸뚱아리 하나 옮겨 놓는 것으로 손바닥 뒤집어지게 된 것이다.


그런 것으로 치자면 그 당시 엄마, 아버지야말로 정신줄 제대로 잡기 어려우셨을 것이다.

 

(▲ 버스 문으로 친구가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자식들 줄줄이 허리춤에 꿰차고 서울에서 공부 빡시게 시켜 시집, 장가 빵빵하게 보내리라는 그 꿈 하나로 올라오셨기에 많은 자식들 눈동자만 합해도 야구경기장의 라이트 이상으로 당신들을 정신들게 했을 것이다.


서울 첫 살이를 그렇게 옹색한 전세살이를 하던 때, 우리 엄마 세대가 끔찍이도 높이 봤던(?)‘선상님’이 가정방문을 온다고 했다.

그때 이웃집에 살던 아줌마가 당신 딸 아이의 옷을 빌려 주었다.


엄마는 그런 것을 빌려달랄 주변머리도 못되는 사람이었다.

이웃집 아주머니는 우리가 서울 올 때의 입성으로 보나 세간살이로 보나 없는 집구석 모양새는 아니라고 판단하였단다.


망한 것도 아니고 시골 재산 그대도 두고 서울로 올라오느라 하루 아침에 거지꼴이 되었으니 같은 거지(?)라도 질이 다르다고 느껴 우리에게만은 살갑게 대해 준 이웃이었다.


이 이웃이 주인집이냐 하면 천만의 말씀이다.
같은 전세살이 아니 오히려 우리집 전세보다 못한 지하실 전세살이였다.

요즘 말하는 반지하 차원이 아니다.


그 집은 한참을 똥개천쪽 계단으로 내려가 있는 푸세식 공동화살실이랑 마주 보고 있는 문 속에 살았다.
그러나 먹성, 입성은 왠만한 부잣집 이상이었다.
내일 죽을 것처럼 먹고, 펑하고 사라져버릴 돈인양 옷을 사입고 가전제품을 들여 놓고 살았다.


그 당시 그 집엔 좋은 TV가 있었으니까.
그런 씀씀이로 인해 그 장마에도 똥물이 흘러들어오는 개천 옆 신세를 면치 못했다.






(▲ 이제 우리집 앞으로 가!!! )


우리 엄마는 굶어죽으면 죽었지 남의 외상지는 것과 빚지는 것을 질색으로 아셨다.

어린 기억으로, 그 집에 엄마 몰래 TV 보러 가서(엄마는 구걸하듯 TV보러가는 것을 질색하셨다. 자존심 하나는 풀먹인 교복 칼라처럼 빳빳하셨다.) 창문을 열면 금방이라도 개천의 똥물이 아는체 하고 들어올 것같아 그 쪽에 눈도 주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하여간, 그 집 아주머니는 시키지도 않은 옷을 싸들고 와서 서울 선생들은 애들 옷을 보고, 세간살이를 보고 애들 기를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며 엄마의 대답도 들어보지 않고 자기 딸 옷을 내게 입히곤 하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깐깐한 종갓집 맏며느리로 살아온 엄마에게 얻어 입히는 것도 아니고 빌려 입히는 것이 자존심 구기는 일이었건만 딸아이 기죽인다는 말에 찍소리 안하고 그 아줌마의 행동을 말리지 못했으리라.


그것 생각하면 지금도 엄마의 그 고뇌가 느껴져 머리통을 언 땅에 대고 진정시키고 싶다.

그랬다.
우리 엄마는, 내 엄마는 소설가 박완서님의 엄마처럼 그랬다.






(▲ '어린시절로 돌아가고파...')


박완서님의 엄마랑 우리 엄마가 너무 닮았고, 처지도 비슷했다.
자식들 공부시킨다며 종가집 뛰쳐나와 고생고생 서울살이 이겨낸 것이 똑같다.


박완서님네의 첫 서울살이가 서대문구 현저동이었으면 우리의 첫 서울살이는 서대문구 홍제동이었다는 것도 비슷했다.

시골에서는 윤택했으나 서울살이는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듯 악착같이 자식들 공부시킨 점도 엇비슷했다.


그 엄마의 그 딸도 비슷하여 박완서님이나 나나 그런 서울이 너무나도 싫어 방학하는 날, 하이에나가 먹이감을 발견한 것처럼 반은 눈이 뒤집어져서 시골로 내달렸고, 내일 개학을 코 앞에 두고 서울로 상경했던 점 등이 또한 비슷했다.

이제와서 뭐가 어쨌다고 지금 어린시절 시린 생각이 날까.


오늘,
오늘 산골에 산골소녀 주현낭자의 친구들이 온다는 날이다.
주현이가 근처의 초등학교 다닐 때는 곧잘 친구들이 오두막을 찾았지만 오히려 새 집 짓고는 이래저래 바쁘다는 이유로 몇 번의 기회가 있었으나 불발로 끝나고 말았다.




(▲ "우리 입으로 들어갈 음식이 제대로 될까???")


이제 중학교 졸업을 코 앞에 둔 딸아이에게 그게 미안해 날을 잡았다.
그 놈의 날을 잡으면 왜그리 일이 생기는지.


걱정하는 내게 의외로 초보농사꾼이 아무리 일이 생겨도 애들 오는 날은 건들지 말라고 하였다.
정히나 우리 손님이랑 겹치거나 하는 일이 생기면 저 위의 신부님 집으로 애들을 보내자고 했다.


해먹는 것도 재료만 준비해 주고 지들끼리 구워먹든, 죽쒀먹든 해 먹으라고 하면 오히려 더 신바람 날 거라는 엄명이 있었다.

우리집 ‘가장’의 명대로 ‘주현이 친구오는 날’은 북박이로 고정시켜 두었더니 겹치는 문제들이 풀려갔다.
그래서 자식은 엄마의 똑똑함으로만 키우는 것이 아니다.


아빠의 지혜와 우직함이 합해져야 제대로된 교육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게 5명의 공주들이 온단다.
주현이는 아침부터 신부님집으로 올라가 보일러를 켜고, 혹여 벗들이 추울까봐 벽난로의 불도 다 지펴 두었다.




 


(▲ 벗들을 위해 벽난로도 미리 피워 놓은 산골소녀)


친구들이 읍에서 10시 버스를 타고 온다며 주현이가 걸어서 마을입구로 마중을 나갔다.
엄마가 태워온다니 걸어오는 재미가 있으니 엄마는 신경 하나도 쓰지 말란다.

그래, 뭐 신경쓸 일이 있을까.


그 옛날의 내 엄마처럼 자식 친구들이 온다고 하여 걱정할 일은 내게 없지 않은가.

애들이 걸어서 나타날 때가 되었는데도 오지 않는다.


딸 아이 말마따나 지금 걸어오면서 추억을 만들고 있을 것이다.
오랜 세월이 흘러도 바래지 않는 찐한 추억을...





(▲ 고기도 굽고... "햐, 빨랑 익어라")


한참만에 왁자지껄하는 소리에 내다 보니 다섯 명이 깔깔거리며 오고 있다.
걸어오면서 놀다 와서 늦었다고 겉옷을 다 벗어 던진다. 덥다고...


그 ‘더움’은 소녀시절의 그 풋풋한 생기와 꿈과, 호기심 등이 발동하여 열고 변했으리라.

일단 우리집으로 와서 지들의 하루 먹을 꺼리를 건내주었다.
장을 봐다 달라는 품목만 딱 사주었다.


그 전에 몇 번이나 그 이상의 것은 하나도 못주니(^^) 미리 친구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식단을 짠 후 재료 품목을 넘기라고 했기 때문에 장봐온 것만 넘겨주었다.

그래도 김치, 김, 계란, 귤은 산골아줌마가 서비스로 추가 제공해 주었다.^^


재료 보따리를 나누어 들고 신바람이 나서 올라가는 아이들을 보니 설레임을 안고 소풍가는 아이들 같다.
점심으로 삼겹살을 구워 먹고, 김치찌개, 핫케익도 만들어 먹고 달고나 등도 만들어 먹는다고 했다.

집의 마당에 나서니 달밭 위 신부님 집에서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난 고기구워 먹으려니 전선줄이 필요하다고 하여 갖다준 것 말고는 일체 그 근처를 얼씬도 안했다.
부담없이 지들끼리 놀라고...




 


(▲ 세월이 흘러 구두의 땟깔과 사이즈는 변해도 너희들의 우정은 변치 않길 빈다 )


일단 4시가 넘어서 부모님들이 걱정하시기 전에 길을 뜨자고 하니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아래 집으로 소리를 친다.

왜 안그렇겠는지.
누구의 간섭도 없이 지들끼리만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실수도 하고, 자빠지게 웃기도 하면서 보낸 시간이 어디 있었겠는가.

그런 생각으로 기다려주었다.


주현이와 친구들을 태우고 읍으로 달렸다.
차 안에서도 이야기가 끊이질 않는다.


뭐가 그리 재밌었냐니 계란말이는 자신있다고 아줌마께 큰소리쳤는데 말아지질 않아 후라이팬에서 다 먹어 치웠고, 핫케익 담당은 주현이였는데 다 태워서 검은 표고버섯 두 개가 있는 것같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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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벗들을 위해... 달고나의 달인, 산골소녀의 맛자랑 )


삼겹살이랑 김치찌개만 정상이었는데 너무 맛있어서 두 번이나 구워 먹었단다.
하기야 먹성 좋은 아이들이라 삼겹살을 넉넉히 사고도 부족한 듯 싶어 다시 정육점에 들어가서 산 것까지 다 주었는데 다 뱃속에 들어 앉았단다.

그러면서 너무 아쉽단다.


불영계곡의 어둠이 찾아들었는데도 그 아이들의 웃음과 재잘거림은 계곡물처럼 끝이 없이 이어졌다.

난 이 말을 꼭 해주고 싶어 말문을 열었다.


옛말에 ‘엄마 팔아 친구산다’는 말이 있는데 아줌마도 너희만할 때 엄마에게 수없이 들은 말이었다고 했다.

그때는 몰랐는데 이렇게 살아보니 ‘친구’는 엄마를 팔 정도로 소중하고 살가운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아줌마도 그 얘기를 해주고 싶다고 했다.


‘엄마 팔아 친구 산다’고 했듯이 지금 너희들의 이 우정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머리 희어질 때까지 이어지길 바란다는 말을 흘렸다.
알아들었는지....


아이들을 읍에 내려주고는 집에 도착하면 바로 주현이 핸드폰으로 문자날려 달라고 했다.
주현이 핸드폰이 문자를 받아먹느라 바쁘다.



 


(▲ " 너무 좋다~~~")


다시 불영계곡을 돌아돌아 주현이와 산골로 돌아오는 길.
주현이에게 오늘 친구들과 부족함이 없었느냐고 하니 태어나서 삼겹살 이렇게 많이 먹어보긴 첨이란다.(주현이는 선우만큼 고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애들이 또 오고싶어 한다는 말도 귀에 넣어준다.


그래, 기회되면 다음에 친구의 엄마들과 직접 통화를 하고 졸업하기 전에 한 번 더 기회를 만들어 보자고 했다.

주현이가 하품을 하면서 “엄마, 내 손님을 치러서 피곤한가봐“ 한다.


“그래도 나 자면 안돼. 신부님 집 대청소는 했는데 고기 구워먹은 판은 기름이 많아 못 닦았어.그것 다 닦고 자야지.” 한다.

뜨거운 물로 어찌어찌 하라고 일러주었다.


자기 친구가 와서 해먹은 거니 자기가 마무리해야 한다고 하는 말에 아이가 많이 여물었음을 느꼈다.

아이는 제 손님을 철나고 처음 치러본 셈이다.


이렇게 자주 제 손님을 치르다 보면 저도 남의 집 손님으로 갔을 때, 어떠해야 하는지도 배우고, 손님 맞는 사람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자세여야 하는지 스스로 깨쳐갈 것이다.

그것은 주현이가 세상을 깨쳐 가는데 중요한 하나의 퍼즐 조각이 될 것이다.


더 자세한 내용은 하늘마음농장 www.skyheart.co.kr 에서!!


산골 다락방에서 귀농 아낙 배동분 소피아


 
 
        

 

귀농풍경--산골의 신입사원채용 ^^
+   [산골풍경]   |  2009. 2. 4.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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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전에 산골에 신입사원채용 면접이 있었습니다. ㅎㅎ

제목 보고 햐 진짜 가공이 힘들어서 혹시.... 진짜????
갸우뚱하셨지요?

제가 방금 전에 들어왔는데 그 전에 찍은 사진입니다.
이 달에 귀한 분들이 오시는데 경비를 튼튼히 해야 할 것같아
저 위치에 보초를 세웠습니다.

혼자 멀리서부터 고르고 골라,,,
얼굴도 잘생기고 두들겨서 튼튼한 녀석들로...
모두 서울에서 공수한 것입니다.

일단 23명으로 마무리 지었습니다.
물론 필요성에 의해 더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면접관되기 힘들던데요...
남걸 오라버님...보다는 ...덜 힘들었지요. 뭐........

오늘 밥값했나요??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www.skyheart.co.kr)


 
 
        

 

귀농풍경 -- 법정 스님 주례사
+   [산골풍경]   |  2008. 12. 13.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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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일찍이 안 하던 짓을 하게 됐다.
20년 전에 지나가는 말로 대꾸한 말빚 때문이다.
사람은 자기가 한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 사람만이 책임을 질 줄 안다.

오늘 짝을 이루는 두 사람도 자신들이 한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
'믿음과 사랑으로 하나 되어 세상에 서겠다'고 했으니(청첩장에 박힌 그들의 말이다) 그 믿음과 사랑으로 하나 되어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

무릇 인간관계는 신의와 예절로써 맺어진다.
인간관계가 단절되는 것은 그 신의와 예절을 소홀히 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같은 공간대, 같은 시간대에서 부부로서 만난 인연을 늘 고맙게 생각하라.
60억 인구이니 30억 대 1의 만남이다.
서로 대등한 인격체로 대해야지 집 안의 가구처럼 당연한 존재로 생각하지 말라.

각자 자기 식대로 살아오던 사람들끼리 한집 안에서 살아가려면 끝없는 인내가 받쳐 주어야 할 것이다.
자신의 입장만 내세우지 말고 맞은편의 처지에서 생각한다면 이해와 사랑의 길이 막히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화가 났을 때라도 말을 함부로 쏟아버지리 말라.
말은 업이 되고 씨가 되어 그와 같은 결과를 가져온다.
결코 막말을 하지 말라.
둘 사이에 금이 간다.
누가 물싸움을 칼로 물베기라고 했는가.
싸우고 나면 마음에 금이 간다.
명심하라.
참는 것이 곧 덕이라는 옛말을 잊지 말라.

탐구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그 누구를 물을 것 없이 신속 정확하게 속물이 되고 만다.
공통적인 지적 관심사가 없으면 대화가 단절된다.

대화가 끊어지면 맹목적인 열기도 어느덧 식고 차디찬 의무만 남는다.
삶의 동반자로서 원활한 대화의 지속을 위해, 부모님과 친지들이 지켜보는 이 자리에서 숙제를 내주겠다.

숙제 하나,

한 달에 산문집 2권과 시집 1권을 밖에서 빌리지 않고 사서 읽는다.
산문집은 신랑 신부가 따로 한 권씩 골라서 바꿔 가며 읽고 시집은 두 사람이 함께 선택해서 하루 한 차례씩 적당한 시간에 번갈아 가며 낭송한다.

가슴에 녹이 슬면 삶의 리듬을 잃는다.
시를 낭송함으로써 항상 풋풋한 가슴을 지닐 수 있다.
사는 일이 곧 시가 되어야 한다.

1년이면 36권의 산문집과 시집이 집 안에 들어온다.
이와 같이 해서 쌓인 책들은 이 다음 자식들에게 어머니와 아버지의 삶의 자취로, 정신의 유산으로 물려주라.
그 어떤 유산보다도 값질 것이다.

숙제 둘,

될 수 있는 한 집 안에서 쓰레기를 덜 만들로고 하라.
분에 넘치는 소비는 더 말할 것도 없이 악덕이다.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될 꼭 필요한 것 외에는 그 어떤 것도 아예 집 안에 들여놓지 말라.

광고에 속지 말고 충동구매를 극복하라.
가진 것이 많을수록 빼앗기는 것 또한 많다는 사실을 상기하라.
적게 가지고도 멋지게 살 수 있어야 한다.

********************************

이것이 어찌 이제 결혼하는 새부부들에게만 해당되는 말이겠는가.
새부부에서 지금은 낡을대로 낡은 부부지만 마음은 늘 새로운 날을 짓는가, 그렇지 못하는가로 나이든 부부들은 반성할 일이다.

스님께 내주신 숙제도 의미가 있다.
요즘 한 달에 한 권의 책도 안사서 읽는 사람이 많다는 뉴스나 통계를 보면 아쉬움은 남는다.

책은 사서 읽는 것과 빌려 읽는 것의 차이는 엄청나다.
물론 꼭히 또 읽을 필요가 없을 때에는 빌려서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두고두고 읽고 나중에 아이들까지 읽기에도 손색이 없는 고전이나 좋은 책들은 사서 읽는 것이 좋다.

오늘 이 주례사를 다시 한번 읽으면서 내게 있어 남편은 , 남편에게 있어 나는 어떤 존재로 남아야 하는지를 생각하며 다짐을 하는 시간이 되었다.

이 글 또한 책에서 얻었으니 책은 더없이 좋은 스승이고 채찍이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 -- www.skyheart.co.kr)


 
 
        

 

산골풍경 -- 딸아이의 이쁜 마음
+   [산골풍경]   |  2008. 11. 4. 05:02  

주현이가 새벽부터 서둘러 집을 나선다.
부지런한 농부같다.(우리집 농부랑은 다른...)

어느날,
아침을 친구네서 먹는단다.
그러니까 마을입구에 친구가 한 명있다.
할머니와 둘이서 아침을 먹는...

게다가 친구가 아침을 안먹고 학교에 가기때문에 같이 먹고 가려고 한단다.
그러면 할머니가 너무 귀찮으니 그러지 말라고 말렸다.

딸 말이 할머니가 자기를 좋아해서 괜찮다고 하실 거란다.(그거야 니 말이고...)

딸의 말이 너무 진지하고 마음이 이뻐서 일단 알았다고 했는데 할머니께 죄송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그럼 없는 찬이지만 니가 반찬을 싸가지고 가면 밥만 축내면 될 일이기에 그렇게 하고 있다.

나중에 할머니를 만나 귀찮게 해드려 죄송하다고 하니 주현이가 와서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고 하신다.
우리야 쌀농사를 지으니 괜찮지만 주현이 엄마가 반찬해 보내기 어려워 그게 미안하다며 가지런한 틀니를 내보이시며 환하게 웃으신다.

없는 찬인데 그렇게 말씀하시니 고마울뿐이다.

그런데 어떤 날은 엄마가 너무 농사 일로 힘들게 잠드셔서 그랬다며 안깨우고 그냥 터덜터덜 가는 거다.
그러지 말고 엄마 꼭 깨우라고 해도 쉽지 않은가 보다.

요즘 야콘을 캐고 있다.
어제도 힘들게 자고 있는 엄마를 못깨우고 주현이는 또 그냥 갔다.
그때의 기분이란..........

자식이 학교가는 것도 못보고, 찬도 못보내고..
할머니는 일찍 일가시고 저랑 친구랑 잘 먹었다고 하지만 에미 맘이 어디 그런지...
어제도 야콘을 캤으니 당연히 못일어나지만 자면서도 주현이가 걸렸다.

이제 막 없는 찬이지만 도시락 가방에 넣어서 현관문 밖 데크에 내다 놓았다.
거실에 두면 반찬도 상할지 모르고 혹여 이 놈이 바빠 그냥 튈지도 모르기 때문에 밖에 내다 놓는다 날이 아주 춥다.
이런 날에도 주현이는 학교 차를 타기 위해 덕거리까지 약 20분의 거리를 걸어서 간다.

도시락 가방이 둘이다.


간혹 친구집에 잘 두고 오기때문이다.
그렇게 반찬을 먹으면 할머니가 씻어서 도시락 가방에 넣어 주시면 주현이는 학교에서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친구집에 들려서 가방을 가져와야 하는데 자주 잊어버리고 그냥 온다.

그래서 가방이 둘이다.

오늘도 야콘을 캐야 한다.
다시 한숨이라도 자야하는데 빨래 돌리고 일어난김에 보일러에 나무 집어넣고, 주현이 가방 밖에 두고 그러느라 잠이 다 달아나 잠이 오려는지....

주현아,,,,

엄마가 잘 챙겨주지 못해 여러 모로 미안하구나.
그러나 말이야.
우리 주현이가 말수가 적지만 간혹 던지는 한 마디가 얼마나 어른스러운지...
그리고 어제 어깨 주물러주어 고마웠어.

오늘 하루도 행복하고 즐겁게 보내기 바란다.

산골 다락방에서 엄마가(하늘마음농장 --www.skyhe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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