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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_해당되는 글 6건
2009.07.12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애들 교육은 어때요?? 
2009.07.10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지어먹은 마음대로... 
2009.06.20   귀농풍경--소금기를 채워야 한다. 
2009.05.22   귀농아낙의 산골편지--마음설레는 직업 
2009.01.09   귀농아낙의 산골편지--"빨리 옷을 벗어라!" 
2008.08.14   산골편지6--지어먹은 마음대로..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애들 교육은 어때요??
+   [산골편지]   |  2009. 7. 12. 19:59  

비가 온다.
그 비가 집 앞 도랑으로 빨려 나가고 작은 개울을 거침없이 스치고 지나간다.
우리 집 비포장 도로 끝나는 작은 다리 밑에 가보았더니 나보다 먼저 도착한 것들이 벌써 내를 이뤄 한목소리한다.
그것이 강으로 가고 바다로 가리.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제구실을 한다.


바다에 가면 시끄러운 이유가 여기 있나보다.
각자 자신이 떠나온 산골짜기의 사연들을 모두 듣고 와서는 바다에 토해내니 그리 시끄럽고 드셀 수밖에.

세상의 온갖 못볼 일, 듣지 못할 일들을 다 듣고 오니 바다는 또 그리 가슴에 멍이 드는가보다.

************************

산골로 옮겨 앉고 신이 난 쪽은 아이들이다.
도시에서처럼 학원다니지 않아도 되고 공부 많이 안해도 되니 좋단다.

우리 집에 오는 이들이나 전화거는 사람들이 걱정어린 듯 묻는 말이 있다.


"애들 교육은 어때요?"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전교생이 30명이다. 3학년인 선우네 반은 12명이고, 1학년인 주현이네 반은 5명이다.

영화에서나 봄직한 교실에서 4~5명씩 마주보고 앉아 두 학년이 같이 공부한다.


마을 입구에 분교가 있는데 학생 수가 적어 폐교되었고 대신 거기까지 스쿨갤로퍼가 온다.

학교까지는 15분 정도 걸리고 선생님과 학생이 그저 식구처럼 지낸다.
학원은 물론 없고 굳이 가야 한다면 울진읍까지 불영계곡을 따라 50분 정도 가야 하지만 학원에 보낼 일이 없다.

논과 밭, 개울, 개집, 닭장이 선우, 주현이에게는 학원이다.


남편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이것 저것 묻고 논이나 밭에 데리고 가 일거리도 배분해 준다.

도시에 있을 때에도 책은 잘 읽는 편이었는데 여기서는 더 잘 본다. 요즘은 만화삼국지와 위인전에 푹 빠져 있는데 만화를 허용한 지는 1년되었다.


산골로 온 후 반년을 신나게 놀다 올해부터 학습지 국어, 수학을 하는데 그게 공부의 전부다.

시골학교라 숙제도 일기밖에 없다.


이사온 후 지금까지 TV안테나를 부러 설치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TV 앞에 앉아 헛시간 보낼 일도 없다. 처음엔 답답했는데 지금은 아주 좋다.
그대신 아이들은 비디오를 보고 컴퓨터 게임을 하고 온 가족이 책을 많이 읽는다.

사실 긴 겨울을 산골에서 아이들과 어찌 지내나 고민을 했었다.


자연 앞에선 너그러운 남편이 밭언덕에 자연눈썰매장을 만들어 주었다.
아이들은 퇴비봉투를 하나씩들고 나서면 점심 때 불러야 들어온다.

작년에 눈이 바쳐 주었으니 아이들 얼굴은 여름보다 더 시커먼스.
엄마도 타보라고 하도 권하기에 애들 사기차원에서 앉았다가 "누가 나좀 말려줘유~~~~"하고 소리소리질렀으나 이 산골에서 누가 말려주랴.


결국 가시오갈피 나무 몇 그루를 아작냈다.

그런 급경사를 애들은 잘도 탄다.


그 덕에 두 놈이 내 부츠 두 켤레를 고스란히 분리수거장으로 보냈다.
겨울공부 종목은 또 많다.

가끔씩 초보농사꾼은 "우리 영토에 누가(노루, 맷돼지 등)침범했나 가보자"며 작대기를 하나씩 들고 산꼭대기까지 데리고 갔다온다. 눈이 어른의 허벅지까지 쌓인 산비탈 밭으로 ...


애비는 노루 등이 눈 때문에 먹이찾으러 내려왔나 먹이걱정에 간 거였지만 아이들은 정말 진지하게 침입자를 찾는다.

여름이 되었다.


나를 아는 친절한 이들이 "애들 공부걱정 안하세요?"라며 염려해 주시지만 이제는 자연과 어떤 공부를 할지 눈에 선하다.

언제 다시 이런 공부를 할 수 있을까.


나는 아이들이 자연을 더 많이 느끼고 자신의 맑디 맑은 눈에 그것을 넣어 성인이 되었을 때 조금씩 꺼내 쓰기를 바란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사랑을 줄 수는 있지만 우리의 생각까지 줄 수는 없듯이 아이들이 자연에서 많은 생각을 얻고 맑히기를 바란다.

선우는 손님오는 게 싫단다.
오는 사람마다 같은 내용을 물어 그렇단다.

아이들은 자연에서 배운다.
하늘, 구름, 시냇물, 논과 밭, 해님, 개구리 친구들이 아이들 오기를 더 기다린다.
아이들이 올 시간이면 그 친구들이 내 대신 번갈아 마중나간다.

***************************

오늘은 아이들과 앵두를 땄다.
바구니를 하나씩 팔에 걸어 주었더니 잘도 딴다.

한참 후에 보니 바구니 바닥에 겨우 한겹 엎드려 있는 게 다였다.
"앵두 다 어디갔니?"
"엄마, 우리가................."하며 웃는데 입가에 빠알갛게 앵두물이 들었다.
그 아름다운 색처럼 아이들 가슴도 곱게 물들었으면 좋겠다.

효소를 담아 맑디 맑은 유리잔에 넣어주면 고추잠자리와 한 모금씩 나누어 먹겠지........


모기와 파리가 극성인 산골에서 배동분 소피아 (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2001년 유월 22일


<img src="http://www.skyheart.co.kr/ttboard/data/002/kojang%20102-0261_IMG.jpg">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지어먹은 마음대로...
+   [산골편지]   |  2009. 7. 10. 11:14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바다에 갔었다.
4식구 올망 졸망 방파제를 지나 해송처럼 뾰족 뾰족 튀어나온 바위 위에 앉아 놀았다.

선우가 성당교육이 있는 날이라 미사시간까지 근 3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자장면 사먹고 서점에서 서로 다투어 책도 사고 이내 바다로 달렸다. 나도 닥아가고 바닷새도 마중나오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각자 바다에 취한다.
바다를 보니 문득 몇 달 전에 바다를 언제나 품고 사시다 엄마별에게 가신 작가 정채봉 님이 생각났다.

주현이는 애기 홍함을 3개 뜯어서는 주머니에 넣고 미역줄거리도 반찬해먹는다고 자기 끝 손가락만한 것을 딱 1개 뜯어 주머니에 넣는다.
오랫만에 바닷가에 섰다.

저만치서 일제히 흰 띠를 두르고 달려와서는 내 발 앞에 엎어진다.
그리고는 침을 하얗게 뱉어 놓고 되돌아갔다 다시와 침을 뱉는다.
바다는 자연을 닮은 것만 받아들이고 인간이 내다버리는 것들은 그대로 밀어낸다.

증오, 이기심, 시기, 쓰레기 등은 거칠게 밖으로 밖으로 밀어낸다. 그래도 세상에 불만이 많은지 침까지 뱉는다.

**********************************

사람은 똑같은 사람인데 얼마 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이렇게 다른 의미로 닥아와 있는지 모르겠다.
모든 것이 마음에 달린듯 싶다. 그 평범하고 단순한 진리를 지금 깨닫고 실천하고 있다.

도시에서야 부족함이 있었던가. 그래도 늘 마음이 깔끔하지 못하고 안개 속을 걷듯 답답하기만 했었다.

열 수만 있다면 마음 속을 열고 비설거지하듯 씻어낸 후 햇볕에 말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을 정도로.

그 길이 진리인줄 알고 살았었고 지금도들 살고 있다.

돌이켜 보면 행복, 여유로움도 내 마음이 짓기 나름인 것을.
그저 큰 바람없이 지금 갖고 있는 작은 것으로도 만족하고 혹여 바람이 있다면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작은 시냇물이 흐르듯 소박하고 가슴절인 바람이라면 이루어지리라 믿는다.

올 겨울은 유독 눈이 많이 왔었다.
그 눈오는 어느 날 정채봉 님이 돌아가셨다는 내용을 카톨릭신문에서 접했다.
순간 눈내리는 소리를 들으려고 한 동안 기를 쓰고 있었다.

불과 몇 달 전에 살았던 도시같았으면 '안됐네'라는 짧은 생각이 다 였으리라.

그러나 이곳 산골에서 접한 한 작가의 죽음을 두고 두고 마음에서 접었다 폈다하게 하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 일까?

그것은 그 분의 책을 통해서 마음의 평화와 위안을 얻었기 때문만은 아니리라.
정채봉 님에게는 열일곱에 시집와서 열여덟에 아들낳고 꽃다운 스무 살에 세상을 떠난 어머니가 있었다.

그래서 어머니의 얼굴은 기억 못해도 어머니의 내음은 때때로 떠오른다고 하였다. 그것은 바닷바람에 묻어 오는 해송타는 내음.

어떤 책에선가 어머니의 산소를 이장하러 가는데 스무 살 어머니가 머리가 히끗히끗한 늙은 아들을 보면 마음아파하신다며 머리에 처음으로 염색을 하고 갔다는 글을 읽었다.

그 분의 글 곳곳에는 어머니에 대한 절제된 그리움이 얼룩져 있다.
그래서 할머니 손에서 자랐는데 간혹 할머니를 힘들게 하면 할머니는 팔을 베어 버리고 천 리나 만 리나 도망가 버리겠다고 하였단다.

그런 밤이면 팔베개를 내준 할머니가 팔을 베어 버리고 도망가실까봐 할머니 속적삼 옷고름을 손가락에 묶어 두고 잠들곤하였다고 마음아픈 어린 시절을 고백하기도 하셨다.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많이 남의 일로, 남의 가슴앓이로 내 가슴을 내어 놓은 적이 있는가.
그저 내 가슴 속의 것들만 아프다고 후벼파내 보이며 반응을 구걸하지 않았던가.


그저 굳어져만 가는 가슴과 차가운 마음을 보물처럼 끌어안고 앞만 보고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사람은 평소에 지어먹은 마음대로 되는가보다.

정채봉 님은
"엄마, 하느님께서 허락해 주신다면 제가 엄마를 만나러 그쪽 별로 가는 때도 눈내리는 달이었으면 하고 바라고 있어요."
라는 실개천같은 바램을 안고 살았었는데 정말 1월 눈이 내리는 날 엄마별에게 가셨다.

눈이 그토록 많이 내리는 날, 눈 위에 속세의 발자국을 남기며....

**********************************
산골에서는 나 모르게 피었다가 지는 꽃도 많다.
나 알게 피어도 워낙 꽃이름에 까막눈인 내가 이름 한 번 불러 줄 순 없지만 눈길 한 번, 손길 한 번 줄 수는 있는데 말이다.

지금은 하얀 찔레꽃이 구석진 곳에 흐드러지게 피었다.
작년 두릅밭 언덕에 찔레나무가 너무 많아 하도 팔과 다리를 찌르기에 '쓸모 없는 건 지천이고 정작 요긴한 것은 드물고....'라며 서툰 낫솜씨로 구박했던 일이 미안스럽다.

세상 어디에도 쓸모 없는 것은 없는 것을.......
어찌나 하얀 다섯 손가락이 여리고 예쁘던지. 향기 또한 진하지도 않은 것이 제 몸의 가시를 감추고도 남음이 있다.
난 내 몸에 고슴도치처럼 돋은 가시를 무엇으로 가릴 것인가.

2001년 오월 26일에
가뭄이 계속되고 있는 산골에서 배동분 소피아가(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img src="http://www.skyheart.co.kr/ttboard/data/002/tree%20101-0130_IMG.jpg">


 


 
 
        

 

귀농풍경--소금기를 채워야 한다.
+   [산골풍경]   |  2009. 6. 20.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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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답운재 밭의 야콘을 다 심었다.
이제 호수밭과 달밭 그리고 새점밭만 심으면 올해 심는 일은 일단락지어진다.

초보농사꾼이 팔이 많이 아파 심적 부담이 컸던 모양이다.
금요일 심는 일이 끝나면 병원으로 달려가야겠단다.

초보농사꾼이 병원으로 달려가는 날, 난 그동안 바다와 이야기를 나누다 와야겠다.
그는 내 눈이 부시도록 반가워 할 것이다.
멀리로 고기잡이 가는 배도 뱃머리를 흔들 것이고 말이다.

바다는 내 얘기를 잘도 들어준다.
되는 얘기든, 안되는 얘기든, 마음아픈 얘기든, 기쁜 얘기든...
그러니 그는 속도 좋은 것임엔 틀림이 없다.

그래서 그립다.
소금기를 영혼에 담아다가 산중생활하면서 하나하나 간을 하면 사는 일이 곰팡이 피지 않고 한결 신선할 것이다.

우리 심는 일이 끝나면 이웃집의 일을 도와주러 기쁜 걸음으로 달려가려 한다.
저 푸른 바다 헤치며 달려가는 저 배처럼....
힘차게...
힘차게....!!

산골 오두막에서 배동분 소피아(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귀농아낙의 산골편지--마음설레는 직업
+   [산골편지]   |  2009. 5. 22. 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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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4월 21일

바닷가에 사는 이는 아침에 눈뜨면 바닷물이 어디까지 와서 찰랑일까를 내다 볼 것이다.
산중에 사는 이는 아침에 눈 비비면 툇마루에 앉아 해가 어느 산등성까지 밀려들고 있는지 내다 본다.

바다는 어느 날은 성난 모습으로, 어느 날은 내가 키웠던 순하디 순한 맬라뮤트 심성처럼 순하게 밀려 올 것이다.
그러나 해는 감정의 굴곡이 없다. 그 날이 그 날이다. 언제나 그 모습으로 온다.

다만 바다는 결석 없이 찾아오지만,
해님은 결석이 심심잖다. 장마철에는 얼굴 잊을까 겁난다.

바다와 해님은 그런 성격차가 있지만 바닷가에 사는 사람이나 산중에 사는 사람이나 자연에 목매달고 애틋해 하는 사람들은 바다에 안부를 묻고 해에게 안부를 묻는다.

 

***************************************

산골은 지금 퇴비와의 전쟁중이다.


늦게 도착한 퇴비를 한시라도 빨리 땅에 콩고물 뿌리듯 뿌려야 한다.

그런 다음 트렉터로 부실부실하게 땅을 간 다음 골을 타고 비닐을 골골마다 덮어주어야 한다.
그 준비가 끝나면 그 밭의 주인공인 야콘 모종과 고추 모종이 들어와 둥지를 튼다.

봄에 이 모든 과정이 끝나야 농부는 한시름을 놓는다.


그렇다고 하여 시름줄을 아예 놓은 것은 아니다.

조금 후면 삐죽삐죽 올라오는 풀들과의 한판 승부를 몇 달에 걸쳐 치러야 한다.


시간은 흘러 가을이 되면 이제는 서리오기 전에 걷우어 들이느라 또 한 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그렇게 얼추 가을걷이가 끝나고 숨을 돌리면 첫눈이 온다.
농부는 그렇게 또 한 해를 갈무리한다.


이제 귀농 10년차다.
라면 장사 10년이면 눈감고도 끓이고, 10년 사업을 하면 눈감고도 고객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 10년 횟집을 하면 눈감고도 날카로운 회칼을 공중제비하며 회를 뜨련만 산골의 초보농사꾼은 농사 10년차에 눈감고도 척척 농기계를 다룰줄 알아야 하건만 아직도 고치러가는 시간이 만만치 않다.

그러나 귀농10년차가 되니 농사란 나 잘난 멋에 짓는 게 아니라 대지와 하늘의 눈치를 봐가며 짓는다는 것을 터득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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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대지에 의존하고 감사해야 하는지를, 내 실력으로만 짓는 농사가 아니라 어느 정도 하늘에 목매달아야 하는지를 알게 되었으니 눈 감고도 라면을 끓이고, 마음을 꿰뚫어 보고, 회를 뜨는 것보다 더 큰 수확이 아닐 수 없다.

한 해를 시작하는 것처럼 겨울이 지나고 봄농사가 시작되는 시기가 되면 마음이 설렌다.
이렇듯 내 직업은 마음이 설레는 직업이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귀농아낙의 산골편지--"빨리 옷을 벗어라!"
+   [산골편지]   |  2009. 1. 9.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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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갗을 베는 듯한 날카로운 바람이 부는 추운 겨울날이었다.
뱃사공은 고기 잡는 그물을 치기 위해 어린 아들을 데리고 강으로 갔다.
아들은 한쪽 뱃전에 몸을 기대고 앉아 있었고, 뱃사공은 강 한가운데로 노를 저었다.

부지런히 노를 젓는 뱃사공의 얼굴에는 어느새 땀이 맺혔고 급기야는 땀이 줄 줄 흐를 정도가 되어 겉옷을 훌훌 벗었다.
그는 뱃전에 기대어 있는 아들이 무척 심심해하는 것 같아 말을 걸었다.

“무척 덥구나. 너도 어서 옷을 벗어라!”

아들은 옷을 벗기 싫었지만 그렇다고 거부할 수도 없었다.
아버지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엄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윗옷만 벗었다.
아버지는 다시 입을 열었다.

“냉큼 벗으라는데도!”

어쩔 수 없이 아들은 속옷만 남긴 채 겉옷을 전부 벗었다.
뱃사공은 다시 노를 저어 가기 시작했다.
온몸으로 움직여 노를 젔던 뱃사공의 몸은 또 다시 온통 땀으로 흠뻑 젖었다.
그는 몸에 착 달라붙은 속옷마저 훌렁 벗어 던졌다.

“한겨울인데도 꽤나 덥구나, 더워!”

오들오들 떨고 있는 아들은 살피지 않고 노만 저으면서 뱃사공은 아들에게 남은 옷마저 모두 벗으라고 했다.
하지만 아들은 쫌짝도 하지 않았다.

“빨리 옷을 벗어라, 이렇게 더운데 옷을 잔뜩 입고 있으면 되겠냐?”

“..........................”

아들의 대답이 없자 뱃사공능 그때서야 아들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아들은 뱃전에 기대 웅크리고 있었다.
뱃사공은 다시 큰 소리로 아들을 불렀다.
하지만 아들은 여전히 움직임이 없었다.

뱃사공은 노를 놓고 아들의 어깨를 흔들었다.
그랬더니 아들이 그만 옆으로 쓰러지는 게 아닌가!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아들이 그만 얼어 죽어 버린 것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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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도서관에 갔었다.
책을 읽는데 오한이 들기 시작했다.
감기가 걸리려는 신호였던 것이다.

그리 신호가 오면 제일 먼저 머리가 반응을 한다.
지끈지끈...

그러다 보니 책내용도 머리에 잘 안들어 오고, 눈은 점점 감기고... 그러면서도 여기까지 온 것이 아까워 빌린 책을 계속 보았다.
반은 머리에 들어 왔다 나가고 반은 아예 들어오지 않고...

그러다 정신이 화들짝...들게 하는 대목이 있었다.
바로 이 글이었다.

자식이란 내 소유물이 아니라 잠시 동안 신이 맡기신 보물을 잘 간수해야 하는 것...
그 간수라는 것이 의무와 책임, 모든 것을 내포하고 있음을 말할 필요도 없다.

머리로는 아는데 난 곧잘 그 본문에 충실하지 못했음을 고백한다.
귀농 전에는 욕심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관계로 소홀했을 것이며, 귀농 후에는 그저 낯선 이곳에 뿌리 내려야 한다는 생각에 그 의무를 소홀히 했을 것이다.
처녀가 애를 배도 할말이 있다고 할 이유는 있다.
그러나 저러나 결론은 피해가지 못한다.

나에게 인연이 되어 온 아이들에게 사랑과 행복, 기쁨의 씨를 심어주어 싹을 틔우게 했어야 했지만 밥먹듯 그 의무를 소홀히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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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글에서처럼 내 입장에서만 생각하느라 아이들 입장을 잊고 산 것은 아닌지...

날이 차다.
마당에 나섰는데 겨울바람까지 등을 돌려 울적한 마음을 더 얼리고 있다.

바다는 하루에 70만번이나 파도를 쳐서 새로워진다고 하는데 난 몇 번이나 죽비로 내 등을 쳐야 새로워지려는지....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www.skyheart.co.kr)


 
 
        

 

산골편지6--지어먹은 마음대로..
+   [산골편지]   |  2008. 8. 14.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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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갔었다.
4식구 올망 졸망 방파제를 지나 해송처럼 뾰족 뾰족 튀어나온 바위 위에 앉아 놀았다.

선우가 성당교육이 있는 날이라 미사시간까지 근 3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자장면 사먹고 서점에서 서로 다투어 책도 사고 이내 바다로 달렸다. 나도 닥아가고 바닷새도 마중나오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각자 바다에 취한다.
바다를 보니 문득 몇 달 전에 바다를 언제나 품고 사시다 엄마별에게 가신 작가 정채봉 님이 생각났다.

주현이는 애기 홍함을 3개 뜯어서는 주머니에 넣고 미역줄거리도 반찬해먹는다고 자기 끝 손가락만한 것을 딱 1개 뜯어 주머니에 넣는다.
오랫만에 바닷가에 섰다.

저만치서 일제히 흰 띠를 두르고 달려와서는 내 발 앞에 엎어진다.
그리고는 침을 하얗게 뱉어 놓고 되돌아갔다 다시와 침을 뱉는다.
바다는 자연을 닮은 것만 받아들이고 인간이 내다버리는 것들은 그대로 밀어낸다.

증오, 이기심, 시기, 쓰레기 등은 거칠게 밖으로 밖으로 밀어낸다. 그래도 세상에 불만이 많은지 침까지 뱉는다.

**********************************

사람은 똑같은 사람인데 얼마 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이렇게 다른 의미로 닥아와 있는지 모르겠다.
모든 것이 마음에 달린듯 싶다. 그 평범하고 단순한 진리를 지금 깨닫고 실천하고 있다.

도시에서야 부족함이 있었던가. 그래도 늘 마음이 깔끔하지 못하고 안개 속을 걷듯 답답하기만 했었다.

열 수만 있다면 마음 속을 열고 비설거지하듯 씻어낸 후 햇볕에 말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을 정도로.

그 길이 진리인줄 알고 살았었고 지금도들 살고 있다.

돌이켜 보면 행복, 여유로움도 내 마음이 짓기 나름인 것을.
그저 큰 바람없이 지금 갖고 있는 작은 것으로도 만족하고 혹여 바람이 있다면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작은 시냇물이 흐르듯 소박하고 가슴절인 바람이라면 이루어지리라 믿는다.

올 겨울은 유독 눈이 많이 왔었다.
그 눈오는 어느 날 정채봉 님이 돌아가셨다는 내용을 카톨릭신문에서 접했다.
순간 눈내리는 소리를 들으려고 한 동안 기를 쓰고 있었다.

불과 몇 달 전에 살았던 도시같았으면 '안됐네'라는 짧은 생각이 다 였으리라.

그러나 이곳 산골에서 접한 한 작가의 죽음을 두고 두고 마음에서 접었다 폈다하게 하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 일까?

그것은 그 분의 책을 통해서 마음의 평화와 위안을 얻었기 때문만은 아니리라.
정채봉 님에게는 열일곱에 시집와서 열여덟에 아들낳고 꽃다운 스무 살에 세상을 떠난 어머니가 있었다.

그래서 어머니의 얼굴은 기억 못해도 어머니의 내음은 때때로 떠오른다고 하였다. 그것은 바닷바람에 묻어 오는 해송타는 내음.

어떤 책에선가 어머니의 산소를 이장하러 가는데 스무 살 어머니가 머리가 히끗히끗한 늙은 아들을 보면 마음아파하신다며 머리에 처음으로 염색을 하고 갔다는 글을 읽었다.

그 분의 글 곳곳에는 어머니에 대한 절제된 그리움이 얼룩져 있다.
그래서 할머니 손에서 자랐는데 간혹 할머니를 힘들게 하면 할머니는 팔을 베어 버리고 천 리나 만 리나 도망가 버리겠다고 하였단다.

그런 밤이면 팔베개를 내준 할머니가 팔을 베어 버리고 도망가실까봐 할머니 속적삼 옷고름을 손가락에 묶어 두고 잠들곤하였다고 마음아픈 어린 시절을 고백하기도 하셨다.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많이 남의 일로, 남의 가슴앓이로 내 가슴을 내어 놓은 적이 있는가.
그저 내 가슴 속의 것들만 아프다고 후벼파내 보이며 반응을 구걸하지 않았던가.


그저 굳어져만 가는 가슴과 차가운 마음을 보물처럼 끌어안고 앞만 보고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사람은 평소에 지어먹은 마음대로 되는가보다.

정채봉 님은
"엄마, 하느님께서 허락해 주신다면 제가 엄마를 만나러 그쪽 별로 가는 때도 눈내리는 달이었으면 하고 바라고 있어요."
라는 실개천같은 바램을 안고 살았었는데 정말 1월 눈이 내리는 날 엄마별에게 가셨다.

눈이 그토록 많이 내리는 날, 눈 위에 속세의 발자국을 남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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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에서는 나 모르게 피었다가 지는 꽃도 많다.
나 알게 피어도 워낙 꽃이름에 까막눈인 내가 이름 한 번 불러 줄 순 없지만 눈길 한 번, 손길 한 번 줄 수는 있는데 말이다.

지금은 하얀 찔레꽃이 구석진 곳에 흐드러지게 피었다.
작년 두릅밭 언덕에 찔레나무가 너무 많아 하도 팔과 다리를 찌르기에 '쓸모 없는 건 지천이고 정작 요긴한 것은 드물고....'라며 서툰 낫솜씨로 구박했던 일이 미안스럽다.

세상 어디에도 쓸모 없는 것은 없는 것을.......
어찌나 하얀 다섯 손가락이 여리고 예쁘던지. 향기 또한 진하지도 않은 것이 제 몸의 가시를 감추고도 남음이 있다.
난 내 몸에 고슴도치처럼 돋은 가시를 무엇으로 가릴 것인가.

2001년 오월 26일에
가뭄이 계속되고 있는 산골에서 배동분 소피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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