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 19일
같은 일을 며칠 하게 되면 짧은 시간을 일해도 피곤함이 빨리 찾아온다.
그것은 신체의 같은 부위를 계속 사용한다는 점에서 치명적인 것같다.
거기다가 심리적인 지루함까지 겹치다 보니 쉽게 피곤해지고, 힘들어지는 것은 당연하지 싶다.
요즘 하는 일이 그렇다.
지금 며칠째 같은 일을 하다보니 아침에 일을 시작하여 조금 지나면 벌써 힘들어진다.
그 일이란 이런 거다.
답운재의 야콘밭과 호수밭의 야콘밭은 예년처럼 골에만 비닐을 깔았다.
그러다 보니 헛골에 난 풀을 예초기로 깎아야 한다.
한 해에 몇 번씩 예초기로 전 밭을 깎아주다 보니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런데 해를 거듭할수록 그것이 힘에 부치고 여름 내내 거기에 시간과 노력을 다 들이다 보니 다른 일을 하기 힘들다.
올해부터 소광리에 사시는 분이 자신의 땅에 같이 농사를 지어보자고 하셔서 소광리에도 야콘을 심었다.
물론 친환경 인증이 있는 땅이다.
그곳에 가보니 헛골에도 비닐을 까는 거였다.
그렇게 하면 봄에 비닐을 깔 때 고생만 하면 여름내 다른 작물을 돌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곳은 그렇게 계속 농사를 지으신 모양이다.
우리는 김을 매지 않으면 거의 예초기로 풀을 깎아주느라 고생을 했는데...
더군다나 난 왼손잡이라 예초기가 내 몸에 딱 달라붙듯이 편안한 게 아니라 뭔가 불편한 상태로 작업을 하니 다른 사람보다 쉽게 피곤해진다.
결국 우리 밭의 헛골에 난 풀을 단속해야 하는데 예초기로 계속 고생하기 보다는 헛골에 비닐을 깔아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쉽게 얘기해서 농사의 3분의 1 정도는 풀하고 함께 씨름하며 보내는 시간이고, 노고라고 생각하면 되지 싶다.
유기농이라 풀이 깔린 것은 당연하다.
처음 농사를 지을 때는 이웃 어르신들께서 약을 치던지 하라고 하셨지만 지금은 우리가 하는 농사를 이해하시기 때문에 그런 말씀을 안하신다.
물론 다른 농가에서는 많이들 그렇게 하고 있다.
춘양에 가서 나무 젓가락을 사오고 비닐을 준비한 다음 시작했다.
나 혼자서 하는 일이라 여러 가지 준비를 해갔다.
제일 먼저 비닐을 혼자 헛골에 끌고 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비닐마끼가 나를 따라오지 않도록 헛골 양쪽에 말목을 박아 거기에 마끼가 걸치도록 하였다.
그리고 내가 비닐 끝을 잡고 죽 헛골을 걸어가면 비닐이 깔린다.
그 비닐이 바람에 날리지 않아야 하므로 그때에 나무젓가락이 필요하다.
나무 젓가락으로 비닐 양쪽을 집어주면 된다.
일종의 바느질이나 다른 없다.
‘허리에 큰칼차고’가 아니라 ‘허리에 나무젓가락을 차고’ 뽑아서 비닐에 꽂으면서 나온다.
그래도 바람에 펄럭이기 때문에 그 다음 헛골에 있는 흙을 삽으로 퍼서 깔아놓은 비닐 위로 던진다.
그렇게 하는 것이 순서이다.
몇 골을 하고 나면 무릎이 끊어지듯 아프고, 허리도 아프다.
그렇게 며칠을 하고 있으니 같은 곳을 쓰는 부위가 금방 무리가 와서 힘들어진다.
삽으로 흙을 떠붓기 위해 걸아갈 때는 삽을 허리에 끼고 간다.
허리가 펴지는 것이 시원하다.
이 작업을 답운재밭 만큼은 모두 하려고 했는데 힘이 들어 윗밭만 하기로 했다.
아내가 도와준다고 하지만 이 일을 혼자서 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들어 아내는 내 옆에서 야콘모종 바로 옆에 난 풀을 뽑아주고 있다.
한 골을 하고 나서 힘이 들어 쉬면 아내는 아무 말 없이 풀을 뽑는다.
쉬었다가 하라고 해도 자기는 힘든 일이 아니라며 한 골 더 하고 와서 같이 쉬잔다.
내가 해놓은 골을 보니 풀로 인해 야콘이 부대끼는 일은 훨씬 줄어들 것같다.
다른 농가보다 풀이 많고 무성하지만 그것을 모조리 뽑아내려고 기를 쓰지도 않는다.
최선을 다해 풀이 작물보다 웃자라지 않도록 힘을 들이면 나머지는 공생하며 살면 된다.
농사를 지을수록 몸은 힘들어도 인생의 대해 배우는 것은 깊고도 진하다.
오늘은 아내랑 참으로 내가 좋아하는 국수를 먹었다.
그늘 아래 앉아 국수를 먹고 커피 한잔을 나누어 마시니 뭐 하나 부러울 게 없는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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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주동자 초보농사꾼 박찬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