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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붕어 _해당되는 글 2건
2009.03.17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이 죽일 놈의 건망증 
2008.10.27   산골풍경-- 또 다른 입주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이 죽일 놈의 건망증
+   [산골편지]   |  2009. 3. 17.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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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23일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난 내 새끼들 추울까봐 보일러의 아가리가 터져라 장작을 집어 넣었다.
보일러 숨구멍도 연통크기만한 것을 죄다 열어 재껴 놓았다.
그래도 내 새깨들의 새벽 찬 공기를 걱정하여 두꺼운 이불을 콧구멍만 남겨 두고 덮어 주었다.

새벽에 오줌누러 일어나서도 눈은 반쯤 감고도 가족들 요 밑에 손을 넣어 보고 이불이 가족들 콧구멍 밑에서 알짱거리고 있는지 확인했다.

이불 밑에 따땃함이 손 끝에 달라붙는 순간, 스님의 참선 모습처럼 눈을 감고 꿈인듯 생시인듯 고개를 끄덕이며 잠자리에 다시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현관문을 열고 나가보니 이게 왠 날벼락인가, 작은 옹기 속이 꽁꽁 얼었다.
그 속에 4마리의 금붕어 가족도 ‘동작 그만’ 명령이라도 받은듯 너무나도 자유로운 동작으로 멈춰 얼음에 끼어 있다.

‘이 죽일 놈의 건망증이 어린 생명까지 목숨 줄 놓게 했구나...‘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나도 금붕어를 흉내내어 그 자리에 오랫동안 ‘얼음’(애들 놀이 할 때 얼음하고 외치면 바로 그 동작상태에서 멈추는 그런 거다)자세로 서있었다.

내 새끼들 추울새라 동동거리며 방정을 떨 때, 금붕어 새끼들 목숨줄 놓는 것은 안중에도 없었다.
날이 추워 내 가족 챙길 때 주위를 한번 둘러보는 여유만 있었더라면 이런 참변은 없었을 것이다.

요 며칠 하도 따뜻하고 햇살이 좋기에 겨우내 실내에서 지낸 금붕어 가족을 위한답시고 마당에 내다 놓아준 것까지는 좋았는데 갑자기 날이 쌀쌀해진 것을 알면서도 이 몹쓸 놈의 건망증은 그들을 들이는 짓을 허락지 않았다.

산골소년 선우가 주말마다 그들의 안식처인 돌확을 솔로 청소해 주고, 돌확 안의 하얀 돌도 일일이 씻어 넣어 주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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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뚝뚝한 초보농사꾼이 매일 아침 밥을 챙겨주곤 했는데...
내가 한 순간에 일을 저질렀으니 산골애들에게 얼굴이 서질 않는다.

내 정신 꼬라지가 이 모양이라 그동안 산골에서 정붙여 산 그들과 석별의 정도 나누지 못했다.

지들 집이 서서히 살얼음으로 변하고 꽁꽁 얼어 올 때 얼마나 당황했을까.
‘타이타닉’이라는 영화는 왜 봐가지고 상상은 거기까지 미치게 하는지...

금붕어 4마리.
자면서도 눈을 뜨고 잔다더니 죽어서도 눈을 뜨고 그동안 먹이준 산골아낙에게 잘있으라 인사하는 것같다.
그 눈빛은 인간의 원망과 미움에 찬 눈빛과는 사뭇 다르게 온화하다.
그게 더 사무친다.

이제 햇살이 그들을 녹여 주면 난 조촐한 장례라도 치를 생각이다.
언 땅이지만 삽으로 득득 긁어서라도 죽어서의 영혼은 따뜻하라고 흙이불을 두툼하게 덮어줄 참이다.

이제 그들이 억울하게 목숨을 놓고 떠나갔으니  내 영혼이 그들의 무게만큼 한쪽으로 사정없이 기울리라.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산골풍경-- 또 다른 입주
+   [산골풍경]   |  2008. 10. 27.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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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갑자기 추워졌다.
아침 저녁으로 쌀쌀하게 굴더니 서리가 온 곳이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화단 앞 돌확과 큰 시루식으로 된 항아리 속에 금붕어 가족을 키우고 있었는데 이 놈들이 걱정이 되었다.
이 놈들이 자는 밤에 물까지 떠서 새로운 집에 넣어주면 스트레스를 받을 것같아 아침으로 미루었다.

그러나 아침에 눈을 뜨면 널린 것이 일이다 보니 이내 잊어버린다.
그리고 아침 햇살이 얼마나 따사로운지 그 놈들을 잊어버리기도 생겼다.(머리 나쁘다 소리는 죽어도 안한다)

그러다 밤이 되면 또 금붕어 걱정...
다음 날 또 잊고...그런 날이 반복되다가 엊그제는 풍경이 나를 일깨워 주었다.
이렇게 바람이 드세니 빨랑 들여 놓으라고...
아차.....


밤이다.
아주 어둔 밤이다.
손전등을 들고 선우를 앞세워 건지러 갔다.
지금의 집이 너무 무겁고, 크니까 그것을 집 안으로 들이는 것은 무리다.
일단 새집을 이 밤에 마련하기는 어려우니 아주 작은 단지를 골라 그 안에 넣기로 하고 그것을 가져다 씻었다.

되도록이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지금의 숙제였다.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말해 두었다.

"얘들아, 지금 밖은 니들이 알다시피 무지 추워. 이제 얼음이라는 것도 얼거야. 그러면 추워도 니네들이 무지 힘들어.
그래서 우리 겨울은 집 안에서 같이 겨울을 나자꾸나. 그러니 놀라지 마라... 알았지??"

그렇게 작은 컵으로 다섯 마리를 떠서 집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지들이 있던 돌확도 아니고 밖으로 보이는 풍경도 아니고 낯설었는지 많이 움직이지 않고 지들끼리 뱅뱅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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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이 안스럽고 축하도 해줄겸해서 노랑, 보라색 꽃을 띄워 주었다.
잠시 후에 들여다 보니 잘 논다.

이제 날이 밝았다.
어제 못들여 온 부래옥잠을 씻어 띄워 주었다.
그늘 아래서 놀라고...

햇살이 죄다 들어오는 통창 바로 앞에 두니 햇살과 노느라 나에게는 눈길 한번 주지 않는다.

'그래, 우리 재미나게 겨울을 나자꾸나. 긍정적으로 희망적으로 함께 살면 서로 좋은 기를 나눌 수 있을거야....'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 -- www.skyhe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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