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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07   귀농아낙의 산골편지--마음을 어디에 두고 사는가. 
2009.02.08   귀농아낙의 산골편지--한양에 다녀온 아이들과 저러고 있다. 

 

귀농아낙의 산골편지--마음을 어디에 두고 사는가.
+   [산골편지]   |  2009. 7. 7. 18:54  

울진 장날이다.
성당에 선우교육이 있어서 6월까지는 매주 토요일에 아이를 데리고 다녀야 한다.

차로 50분 되는 거리를 꼬불 꼬불 불영계곡을 따라 몸도 같이 휘두르고 간다.
성당에 도착하면 어찌나 어지러운지 주현이는 그만 토할 때가 종종 있다.

아이를 성당 교리실에 보내고 나머지 식구들은 장보러 나섰다.
토마토,방울토마토,가지,오이,수박,참외,고구마 모종을 샀다.

과일에도 워낙 종약,제초제를 많이 치는터라 아이들 간식거리를 넉넉히 준비한 셈이다. 몇 낱 열릴지 몰라도....

아이들위해 이것 저것 고르는 무늬만 농부인 그이의 모습이 제법 진지하다.
내일은 아이들과 먹을거리 심는다고 부산을 떨 박씨 일가를 생각하니 웃음이 난다.

******************************

귀농을 허락하자 그이는 사표수리도 되지 않은채 차 먼저 처분했다.
지금 차는 농촌에서 너무 사치스럽다고.

그래 구입한 것이 포터 더블캡이다.
앞에 여섯 명이 탈 수 있는 트럭.

그 트럭을 아파트 주차장에 세워둔 것을 보고 그만 혼자 울었다.
처음 그 트럭을 타고 나가는데 얼굴이 화끈거리고 몸둘바를 몰라 하는데 아이들은 좋단다.
뒤에 짐을 많이 실을 수 있다나.

처음 그 트럭을 타고 광화문에 있는 한국생산성본부에 원고갖다 주러 가는데 내내 우울했었다.

옆에 탄 남편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창 밖을 보니 다 나만 쳐다보는 것같고 괜히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이 표정은 나보다 더 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듯했다.

그리고 귀농!!!

귀농 후에는 처음보다 조금 덤덤해지긴 했지만 솔직히 아무렇지 않은듯하지는 않았다.

손도 그을릴대로 그을리고 나물캐고 고추심느라 갈라지고 터져 시장이나 성당에서 무엇을 집으려다가 내 손에 내가 놀라 움츠릴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이내 산골로 돌아가고 싶어진다.
산골차림에는 그 터진 손이 너무 자연스러우니까.

우리는 흔히 나 위해서 산다고 한다.
그리 강조하는 걸보면 남위해 사는 부분 또한 크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다른 이들이 보기에 어떨까'하는 마음에 집착하다보면 우선 주체성을 잃게 되고 겉치레에 치중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내 안에 내가 얼마만큼 주인으로서 자리잡고 있느 하는 것이다.

내가 중고트럭을 타고도 행복하면 그만이고 다 갈라진 손으로 다녀도 스스로 마음을 다스릴 수 있으면 그만이다.

처음에는 머리와 가슴이 따로 놀았는데 이제는 일치되어가고 있다.

도시에서 좋은 차타고 좋은 옷입고 다니면서 제일 행복해했는가.
불평도 없고 자식,남편에게 만족하며 살았는가 반문해 보고 싶다.
몸뚱아리의 주인인 마음이 평화로운가가 문제라고 본다.

우리 산골에 심심잖게 손님이 찾아온다.
가족이나 부부가 올 때가 많은데 대부분 남자는 이 생활을 동경하는 눈치인데 부인은 거침없이 "이런데서 살으라면 난 못살아요"한다.

이곳이 사람살 데가 아닌가? 듣고 나면 이내 마음이 언잖다.
그럴 때 묻고 싶다.

"그대는 도시에서 제일 행복한 여자인가?"

난 말이다.
우리 하늘마음농장에 오는 다른 이들이 평화롭기를 바란다.
이곳에 돈을 벌기 위해 오지 않았다.

돈은 도시에서 버는 편이 훨씬 고상하고 빠르다.

그러나 나만이 평화롭기 보다는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평화를 맛보기를 바란다.
도시에서 찌든 때를 벗어버리고 싶을 때 조용히 마음을 감싸줄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

그저 바람처럼 왔다가 세속의 모든 가슴앓이를 내려놓고 갈 수 있도록 빈 자리를 마련해 놓고 싶다.

지금 이 순간 그렇게 하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달라이라마는 말했다.

"진정한 자비심은 물질을 나눠 주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행복해지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다"라고............

*******************************
비가 안온다고들 야단이다.
아닌게 아니라 마늘들도 삐죽 삐죽 고슴도치 가시처럼 쑥쑥 돋아나더니 얼굴이 노래가지고 땅만 쳐다보고 있다.

길가에 뿌려둔 조그만 꽃씨들도 꼭꼭 숨어 어디에 있는지 찾지도 못하고 있다.
하늘을 본다.

별들이 소풍나온듯 여기 저기서 보물찾기를 하고 있다. 내일도 나의 이웃에게 물주기는 틀린듯하다.

내일은 하다못해 물을 길어다가라도 먹여야겠다. 마늘,채송화,목화,홍화,매실나무에게....................


2001년 오월 13일에
개구리소리 요란한 산골에서 배동분 소피아 (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귀농아낙의 산골편지--한양에 다녀온 아이들과 저러고 있다.
+   [산골편지]   |  2009. 2. 8. 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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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5일

방학이라 서울에 갔던 아이들이 8일만에 산골에 도착했다.

서울 동서울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영주로 해서 봉화, 현동, 분천, 그리고 우리 마을앞을 바로 지나 면에 내려준광다.
우리 마음 앞을 지나면서도 차를 안세워준다.
사정을 해도 소용없다.
나름대로 사정이 있는 원칙이 있어서일거라고 생각하고 애들에게는 사정해 보라는 말도 안한다.

아이들이 분천을 지나고 있다는 전화를 받고 가공실에서 일하는 초보농사꾼을 조금 돕다가 면에 가니 아이들이 벌써 내려서 어둔 시골 정거장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엄마 차를 발견하고 바리바리 싸온 짐보따리를 실기도 전에 엄마 손을 한번씩 잡는 아이들...
잘 다녀왔고 고맙다고 차에 짐을 실으며 그리고 자기 몸을 실으며 먼저 인사를 한다.

"그래, 아빠가 기다리시니 어서 가자"

산골에 도착한 아이들이 절을 해야 한다고 우리 부부의 손을 잡아 끌며 앉으시란다.
우리 둘은 집을 비웠던 아이들의 절을 받았다.

아이들을 일년에 한번 외국을 데리고 나가다 이번에 선우가 2학년이 되면서 졸업할 때까지 참자고 완장찬 가장이 선포해서 못갔고, 서울은 매 방학때마다 경험하라고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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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웃 할아버지가 선물로 주신 군밤은 선우가 좋아하고, 밥에 넣어먹으라고 말려 주신 그 딱딱한 밤을
과자처럼 먹더니 아예 들고 다니며 먹고 있는 주현낭자))


이번에도 8일 동안의 서울 경험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아들 선우(아론)

늘 방학때마다 광화문 교보문고를 갔지만 이번만큼 감동적이고 느낀 바가 많긴 처음이란다.
예전의 아빠처럼 넥타이맨 아저씨들이 퇴근해서 열심히 책을 읽고 고르고, 어떤 백발의 할아버지는 아예 걸터앉으셔서 열심히 법전을 보시더란다.
그 모습에 애가 놀란 모양이다.

또 한 가지는 엄마랑 방학때 교보에 가면 엄마는 끔쩍도 안하고 1시간이고 얼마고 책을 보고 또 보고 하셨을 때, 사실 지루한 적도 초등학생때는 대부분이었다고...
그런데 이번에 엄마를 너무 이해하게 되었다고 흥분한다.
책많은 곳에서 그 책을 찾아 온 사람들에게 감동먹고, 그곳에 자기가 좋아하는 심리학 등에 대한 책도 맘대로 볼 수 있어서 또 감동먹은 모양이다.

자기도 사고 싶은 책이 많았고, 느낀 점도 많아 이번 방학때 3일을 광화문 교보로 출근해서 점심도 거기서 사먹고 했단다.
또 미술관 또한 감동인 것은 올해도 마찬가지고...
사실 선우는 미술을 아주 싫어한다.
그러면서도 미술관을 자주 가서 보는 것이 신기하다.

여러 감동을 쉼없이 풀어내는 선우...

다음은 주현 낭자 차례...
가장 감동받은 곳은 어디냐고 하니 서대문 형무소란다.
서대문 형무소??... 주소는 현저도 101번지인데... (쓸데 없는 것만 외우고 있다. 난 )

그곳을 지금 두번째 가보는데도 다음에 어디 갈까 한다면 또 갈 거란다.

그리고 교보문고는 두번 갔지만 오빠처럼 깜빡 죽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시집이랑 다른 책들이 많아 읽고 싶은 책을 고르는데 참으로 좋고 분위기가 좋았단다.

그리고 미술관을 갔었는데 조금 이해하기 힘든 그림이 많았지만 그래도 많이 배우고 그 분위기가 좋았단다.
서울의 사촌형들과 지냈던 이야기, 네째 언니의 아들인 세무가 그 대학생 형이 어린 자기들을 데리고 영화도 보고, 노래방에도 가고, 저녁에는 대화도 해주고 너무 좋았단다.

선우는 세무형을 가장 닮고 싶어한다.
이모에게도 너무 잘하고 그것이  온전히 몸에 배어 있고 이모를 도와 밥차리고 설거지하는 것이 생활이라며 선우가 침이 마른다.

아이들은 서로의 차례가 돌아오길 기다리며 감동을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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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빨랑 나오시라고 하도 그러기에 나갔더니 춥다. 두른 앞치마를 풀어 들고 는 추운 날씨탓에 손에 잔뜩 힘을 쥐었더니 표정도 자세도 영 경직되어 있다.))


일단 거기까지 듣고 오랫만에 네 식구가 식탁에 꽉 들어앉아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도 이야기는 끊어지지 않았다.

선우가 말한다.
우리는 복이 많은 아이라고...
울진의 아이들 중에는 서울에 한번도 못가본 애들도 적지 않다고 하며 서울에 가서 잘 수 있는 곳이 없어서 무지 부러워한다고...

그런데 자기들은 이모들이 서로 오라고 하고, 할머니가 무조건 오라고 하시니 저희는 복이라고...

많이 컸다.
아직 그릇이 여물어지지는 않았지만 감동이 늘다보면 그 그릇도 점점 굳어지고 여물어질 것이다.

자식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그들의 길에 불을 밝혀 줄까...부모로서...
그런 생각들이 가슴 한 켠을 늘 차지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커가고 있다.

그렇게 저녁을 먹고 나서 선우가 교보에서 음악 CD 한 장 사왔는데 함께 듣자고 하니 초보농사꾼이 너희들을 위해 신부님이 선물해 주신 야외용 스피커를 달았다며 한 곡 튼다.

모두 밖으로 나가는 박씨 일가들...
나가보니 난리가 났다.
음악에 맟춰 몸을 흔들고 난리다.

'아이고 박씨들아,
별과 달이 놀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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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먹이를 가지러 내려왔던 노루 등도 자다 놀라겠다.
살금살금 놀거라....'

아이들의 얼굴이 한결 탄탄해 보인다.
한층 가슴이 자라서 내려온 것같아 고맙고 그동안 아이들을 위해 협찬을 아끼지 않은 분들(? 핏줄...) 감사한 밤이다.

한양에 다녀온 아이들과 초보농사꾼이 저러고 있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www.skyhe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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