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아주 작은 호미다. 한 해 동안 내 손과 하나가 되어 주었던 도반이라 수고했다는 마음에 금장 액자에 넣어주었다.)
2008년 11월 22일
오늘은 산골아이들이 아빠를 도와 준다고 하는 날이다.(전혀 협박이 없었음.전혀...^^)
그래도 오늘은 가벼운 일이라며 작업복을 갈아입고 , 장화를 끼고 알아서 밭으로 출근을 한다.
오늘 미션은 비닐 수거 작업이란다.
산골아가들이 나서는 뒤통수에다 대고 엄마도 곧 가마 하는 말을 날렸다.
물론 그 말을 휘날릴 때만 해도 그 말은 사실이었다.
그렇게 아이들이 초보농사꾼과 밭으로 향하고 나서 뒤쫓아 오르려니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눈뒤집어질 지경이다.
이 추운 날, 냉이와 달래가 싱싱한 표정으로 호객행위를 하고 있다.
그런데 그냥 지나치면 섭하지....
같이 대지에 몸붙이고 사는 처지에 말이다.
그래서 밭으로 가려던 계획을 묵살하고 호미를 찾으러 내려왔다.
호미를 들고 냉이를 캐는데 제법 향기가 난다.
언땅을 뚫고 나온 봄의 그것만은 못하지만 이 추운 날, 흙으로 스러지기 전에 인간에게 한번 더!!를 외치며 호객행위를 하는 냉이와 달래를 그냥 흰눈 아래 방치한다면 도리가 아니지...
달래 역시 딸려 나오는 자식들이 싱싱하다.
그렇게 달래와 냉이에 눈이 팔려 온 밭을 누비고 다니다 호수밭을 올려다 보니 두 아가들이 초보농사꾼의 세레스에 비닐을 올리고 있다.
간간이
“엄마는 왜 안와??”하는 소리를 지르며...
“이 눔들아, 지금 그 보다 더 중한 일을 하고 있으니 니들끼리 잘 하렴...”
치사하다, 약속이 틀리다, 아빠가 중재에 나서야 한다, 이건 법정감이다,,,어디서 주워 읽은 것은 많아서...
그러거나 말거나...
귀농하고 는 것은 배짱뿐...
그렇게 내가 좋아하는 기존 호미 반만한 앙증맞은 호미를 들고 냉이와 달래랑 한참을 놀았다.
나중에 보니 수확물이 제법 되었다.
오늘 저녁 반찬은 진수성찬이다.
냉이를 데쳐 무치고, 달래로 양념간장을 만들어 슥슥 비벼 먹을 거다.
그 외 다른 반찬이 뭐가 필요한지...
자연에서 얻는다는 것...
그 무궁무진한 세계를 내가 어느 정도 이해하고 알고 있는지, 새삼 고개가 숙여진다.
얼마 전에 ‘부처의 지혜’라는 책에서 읽은 대목이 생각난다.
“하늘을 보고 땅을 보라.
그리고 곁을 스쳐 지나는 모든 것을 보라.
눈에 보이는 산과 강,
그리고 스쳐 지나가는 모든 형태의 생명과 자연의 창조물을 보라.
그러면 진리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이 남고, 무엇이 스쳐 지나가는지를.................“
그것들을 잘 들여다 보면 진리를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이 남고, 우리 눈에서 무엇이 스쳐 지나가는지를 알 것이다.
그나저나 입에 십 리 밖으로 나와서 밭에서 내려온 산골아가들을 생각해서 지금부터 참기름 냄새 풍기며 자연에서 얻은 것들을 멋지게 저녁상에 올려 놓아야겠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www.skyhear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