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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편지, 조금만 더 배려한다면...
+   [산골편지]   |  2011. 3. 12. 23:31  

풍경소리가 하도 은은하여 저녁상을 물리고는 에라 모르겠다 설거지도 안하고 마당에 섰다.
엊그제만 해도 눈이 내리고, 북풍한설 모진 바람이 4월 끝에도 산골을 차지하고 있었다.

 

올해는 유독 추위가 물러나지 않고 끈덕지게 서성이는 것이 꼭 인간사처럼 느껴진다.
물러날 때를 잘 모르는...

 

이런 봄추위로 인해 농사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그런데 오늘은 이틀 전의 그 매서운 추위는 소리소문도 없이 가고 훈훈한 바람이 살갗을 파고 들어와 앉는다.

 

은은한 풍경소리만으로도 감지덕지한데 허스키톤의 개구리 한 마리만 잠을 자지 않고 은은히 우는 풍경소리에 후렴을 붙여주고 있다.

이런 때만큼은 방금까지 머리를 쥐락펴락하던 오만가지 생각들이 소나기처럼 후두둑 소리를 내며 떨어질 것만 같다.


**************************

얼마 전에 고3 아들과 학벌 이야기를 했는데 뜬금없이 “그때 생각하면 지금도 내 얼굴이 뜨거워져”한다.
이유를 물으니 학기 초만 되면 부모님 학벌을 조사한단다.

 

어느 교사는 눈감으라 하고 해당 사항에 손을 들라 하지만 대부분은 바로 손을 들라고 한단다.
어느 해인가 “부모님이 초등학교 나온 사람?” 하는 말이 떨어지자 한 아이가 고개를 숙이고 슬그머니 손을 들더란다.
다음은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대학원으로 이어지고...

 

그 당시에도 선우는 엄청 실망했다는 말을 했었고 그런 아이에게 ‘그래 그건 선생님 생각이 짧았구나’하고 아이의 마음을 어떻게라도 식혀주고 싶어 서둘러 진정 분위기를 잡았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아이는 같은 톤과 불에 데인듯한 얼굴색으로 반응을 한 것이다.
선우 말은 그 친구가 얼마나 상처를 받았겠냐는 거다.

 

이번에도 난 아들의 마음을 다독여 주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친구의 마음까지 헤아려주는 아들 녀석이 기특하기도 했다.


요즘 어른 중에는 ‘우정’을 개도 안 물어가는 것쯤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많던데...
자연과 책이 스승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지난 4월 23일자 중앙일보 기사에 같은 내용이 나와 나를 놀라게 했다.

그 중 어느 부모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하면
“아이들이 학기 초마다 창피해했다. 부모 학력을 알아야 아이들을 잘 가르칠 수 있는지 모르겠다....”는 거다.

 

신문 내용에는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학생 생활지도에 필요하다’며 부모 학력을 조사서에 포함시키고 있다는도 되어 있었다.

부모학력이랑 아이의 학습수준이랑 무슨 상관이 있는지...


부모가 학력이 높아도 아이는 엉망인 경우도 있을 것이고, 부모의 학력이 낮아도 수려한 가정교육을 받은 아이도 쌨을 것이다.

또 조금만 아이 입장에서 배려한다면 그런 홀라당 발가벗겨진 방식으로 묻진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그 이야기를 아는 엄마 둘과 만았을 때 대충 꺼냈었다.


그랬더니 그 엄마 너무나 태연하게
“선우엄마는 학벌도 괜찮으면서 뭘 신경써요.”한다.

 

그 말 때문에 두 번 뒤로 발라당하는줄 알았다.
나만 아니면 되는 사회, 내 자식만 아니면 되는 사회 풍토가 아주 짙게 깔린 모양이다.


과연 그 부모는 아이에게 ‘배려’라는 말을 입에 담을까 생각해 보았다.

아이들이 배워야 하는 중요한 항목 중 하나가 난 ‘배려’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은 선택사항이 아니다.
배려 해도 그만, 아니면 말구 하는 항목이 아니라는 말이다.

 

배려라는 것이 얼마나 ‘사람의 인성’을 좌우하는지 안다면 그렇게 대놓고 조사를 할까.
나의 부모세대는 먹고 살기도 어려운 세대였다.

 

그랬기 때문에 당신 목에 거미줄이 쳐져도 자식 머리에 먹물을 많이 넣어주어 내 자식이 꿀리지 않게 해주는데 목숨을 걸었었다.

나의 부모도 그런 사회적 분위기에 발맞추어 내 머리에 먹물을 넣으시느라 등골이 빠졌었다.


그러다 보니 그 먹물로 모든 것을 평가받았던 세대가 우리 세대였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도 그것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사람을 당사자의 능력, 인간성, 도덕성, 올바른 가치관 등으로 평가되는 시대는 아직도 먼 이야기인가보다.

그리고 사람들은 겉으로 번지르하게 보여지는 것에 눈이 뒤집어진다.


그러다 보니 돈과 관련이 되면 안에서 빛을 발하는 것들은 씹던 껌 뱉듯 미련 없이 뱉어버린다.

안으로 안으로 배려하는 마음이, 벗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침묵 속에 빛나는 진실과 도덕성 등이 값진 보석으로 남아야 하는데 말이다.

 

자식을 둘이나 키우면서 앞에다 데고 침튀길 일인지 돌아보는 시간이다.

저녁 훈기가 온화하다.


초보농사꾼이 커다란 나무를 나무보일러 아가리가 터지도록 집어넣더니 열어놓은 창문사이로 나무타는 구수한 냄새가 들어와 나의 뜨거워진 볼을 스치고 지나간다.

 

더 자세한 내용은 하늘마음농장 -- www.skyheart.co.kr 에서 보세요.!!

 

산골 다락방에서 귀농


 아낙 배동분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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