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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편지,도망가지마. 너도 먹으라고 부어준거야.
+   [산골편지]   |  2011. 3. 21. 22:22  

2010년 6월

얼마 전까지 고구마를 다 심고는 초보농사꾼이 밭 중에서 제일 먼저 야콘 심은 호수밭으로 올라갔다.
한참 후에 “아유, 풀이 얼마나 올라왔나 몰라”하는 소리를 토해내며 씩 웃는다.

예전같았으면 큰일났다느니, 언제 저 풀을 잡을 수 있을까 하며 걱정을 하곤 했는데 이제는 풀이 야콘 모종보다 키가 웃돌아도 웃음을 바람에 섞어버리면 그만이다.

농사꾼이 풀이 걱정되지 않겠는가.


그 놈도 살려고 그러니 인상을 쓰고 당장 죽이려 달려드는 것도 참 그렇다는 생각이 들어서일 것이다.
뽑을 때 뽑더라도 그것을 징글징글한 것으로 여기는 않는다는 거다.


그렇게 마음 먹으니 풀이 무성함으로 인하여 야콘 등의 농작물 소출이 적더라도 그렇게 둘러 생각하게 되었다.

그나저나 내일부터는 다시 챙 큰 모자 쓰고 젓가락만큼 커버린 풀들을 호미들고 마주해야 한다.


***********************

내가 이제는 음식물 쓰레기를 굳이 땅속 깊숙이 묻지 않는다.

귀농하고 음식물 쓰레기가 나오는 족족 잘 떠받들고 가서 라일락 나무 밑에 묻어주었다.


흙을 토닥토닥 다독여 주는 마무리도 잊지 않았고, 이거 먹고 잘 자라서 산골에 라일락 향기를 방사해 달라는 부탁도 빼먹지 않았다.

그 의식은 어린시절 방학이 되면 천안 할머니댁에 내려가 빤쓰 하나만 입고 멱감다가 모래사장에 나와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하면서 손등 위 수북히 쌓아올린 모래를 토닥토닥 다독여 주는 것과 같은 신중함이 배어 있었다.

지금 이 글을 쓰자니 어린시절 그 모습이 눈에 삼삼하여 가슴팍이 또 뻐근해온다.

그런데 다음 날, 내 관심을 듬뿍받고 있는 라일락에게 음식물을 또 시주하기 위해 가보면 보석처럼 묻어둔 것이 파헤져져 있었고, 그 중 반 이상이 사라지고 없다.


그리고 지지부리한 양파껍질, 고추꼭따리 같은 것만 쫙 깔아놓은 상태.

다시 가져간 새 보물(?)을 구덩이에 넣고 단도리를 잘 한 다음 이번에는 건실한 몸무게까지 동원해 발로 꾹꾹 눌러주었다.
오직 이때만큼은 나의 그 온몸의 무게감이 싫지 않았다.

그러나 그 다음에도 그 다음에도...


난 두더지나 들고양이, 토끼, 다람쥐 등 나와 같이 흙을 딛고 사는 도반들만 의심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까씨 일가였다.
밭으로 출근하려고 나서는데 사람소리같기도 한 소리가 들리는듯했다.

보니 까마귀들이 그 라일락 아래로 대여섯 마리가 모여 앉아 전리품을 나누어갖듯 내 보물을 그렇게 분배하고 있었다.

손에 든 호미를 휘두르고 입으로는 거친 비명소리를 뿜어내며 달려갔더니 까~~~악 하며 굼뜬 동작으로 도망치는 거였다.

그 후부터는 삽으로 라일락의 뿌리가 보일 정도로 깊이 파서 묻어주며
“뺏기지 말고 너만 먹으렴.”하고 지성껏 주문까지 외워주었다.

그 후에도 여러 차례 선사시대 유적 발굴하듯 그렇게 얌전히 그것들이 파헤쳐져 있었고, 그 후로는 묻는 것을 그만두었다.

‘그래, 너도 먹어야지, 내가 땅에 발붙이고 산다고 또 팔이 안으로 굽었는가보다. 암, 너도 먹어야지.’

이제는 그냥 나무 아랫도리에 부어준다.
까마귀도 먹고, 나머지는 나무도 먹고, 지나가던 들고양이도 먹고...

그렇게 음식물을 부어놓아서인지 우리집에는 까마귀가 자주 나타나 원을 그리며 목표물을 탐색한다.

나도 귀농 전에는 그런 선입견이 있었고 귀농 초에는 쫓곤 했었다.


그러나 점점 자연 곁다리에서 살다보니 이내 마음이 돌아섰다.

 어느 분은 재수없는 동물이라며 우리집 밭 일을 하시다가도 소리소리지르며 쫓으신다.


돌도 던지고, 그것도 모자라 꼭 끝에는 침을 퇴, 퇴, 퇴 소리내어 뱉으신다. 후렴처럼....
무슨 당신 몸에 붙은 귀신을 쫓고 소금뿌리듯...

도무지 써먹을 데가 없는 것들이란 마음이신 것같다.
까마귀뿐만 아니라 이 세상 것 어느 하나 일생에 소용없는 것이 있을까.


우리가 몰라 그렇지 그 나름의 역할, 존재이유가 다 있지싶다.

인간의 짧은 머리로 눈에 보이는 현상만 갖고 판단하니 그리 무 자르듯 그들을 냉대하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사람들은 사람을 평가할 때도 대부분이 겉의 번지르함이나 그의 완장, 직업만 보고 평가하는 것이다.

그런 사람 앞에서는 죽으라 하면 죽는 시늉까지 하고, 약한 사람 앞에서는 강할 수 있는 인간은 과연 써먹을 데 있는 동물인지.

내 안에 하얀 물감을 들이는지, 시커머둥둥한 물감을 들이는지, 이제 막 피어 상큼하게 매일 웃고 있는 노란 붓꽃처럼 노오란 물감을 들이는지는 순전히 내 소관이다.

우리는 까마귀를 재주 옴붙은 것들이라고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길조로 여기지 않은가.
생각 차이일 뿐이다.

오늘은 아침을 먹고 출근하기 전에 산골가족들 먹고 남은 것을 이번에는 은행나무 아래 부어주고 들어왔다. 한 나무만 편애하면 안되겠기에...

밭으로 출근하려고 얼굴에 분칠하고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나오니 그들이 정신없이 먹다가 날아간다.

“까마귀야, 도망가지마. 너도 먹으라고 부어준거야.”

입에도 조각 하나 물고는 도망가다 말고 전봇대 위에 앉아 나를 향해 뭐라뭐라 하다가 그만 양식을 떨어뜨린다.
암말 말고 가져가 먹지..
가던 길 멈추고 그는 나를 향해 뭐라 했을까.

그 시대에 부와 명성을 따르지 않고 월든 호숫가에 오두막을 짓고 자연과 함께 살았던 헨리 데이빗 소로우는 <월든>에서


“내가 마을의 채소밭에서 김을 매고 있을 때 참새 한 마리가 내 어깨에 잠시 내려 앉은 일이 있었는데 그것이 나에게는 그 어떤 훈장보다도 영광스럽게 느껴졌었다”고 했다.

나 또한 까마귀가 물고가던 그 귀한 양식을 떨어뜨려가며 내가 한 말에 뭐라뭐라 대꾸해준 것이 한없이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기분 좋은 날이다.

비록 그의 말을 해독하진 못했지만 긍정적인 표현이었을 거라는 정도는 서당 개가 아니고 귀농 생활 11년에 그 정도는 알아먹으니 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모른다.

더 자세한 내용은 하늘마음농장 -- www.skyheart.co.kr 에서 보세요.

산골 다락방에서 귀농아낙  배동분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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