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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편지12 -- 산골아빠의 비애
+   [산골편지]   |  2008. 9. 19.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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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보았던 달맞이 꽃이 자꾸만 눈에 어른거린다.
달빛을 많이 받아서 인지 얼굴도 노래가지고 하루가 다르게 키가 훌쩍 커져 있는 달맞이꽃.

하필이면 허구많은 공간중에 두릅밭에 피어 마음쓰이게 하는지 모르겠다.
그러다보니 먼 발치에서나 바라다볼 뿐 달리 손 한 번 잡아주지 못했다.
무엇에 대해 바라는바가 크고 진실하면 어찌되는지 달맞이꽃을 보면 알 수 있다.

달을 향해, 달을 향해 손과 발, 온몸을 다 동원하는.........................
비바람이 치는 날에는 걱정이 되어 뒷문을 수시로 열어본다.
혹여 바람때문에 억센 두릅나무가시가 달맞이꽃의 여린 얼굴을 할퀴지나 않나하고............

************************************

휴가철이 되자 산골에도 많은 이들이 찾아들었다.
그 중 두 언니네 가족이 휴가를 보내고 갔다.

아이들은 형과 오빠가 온다며 며칠을 기다린 끝이라 만남 자체가 기쁨이었다.
손님을 인근 유명한 계곡으로 안내한다는 핑계로 우리 가족도 그 김에 휴가를 보냈다.

그러나 휴가는 곧 끝이 나고 언니네 가족들이 모두 떠난 후에는 네 식구 모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말이 없다.
일도 손에 안잡히고 밭에 올라가기도 싫었다.

일은 커녕 울적한 마음 가라앉히기에도 하루 해가 짧았다.
여운을 오래 끌고 사는 아내의 슬픈 속내를 읽었는지 그이는 내게 한숨자란다.
자꾸 목이 메어와 자리펴고 누웠다.

왜 작은 자극에도 내 호수의 파장은 그리 큰 걸까?

여러 번 몸을 굴리며 애써 소용돌이를 잡으려 애쓰는데 옆방에서는 나를 제외한 산골식구들의 ‘레슬링’이 시작되었다.

어른만큼이나 서운해 하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그이는 편을 갈라놓고 열심히 경기에 임했다. 일단 패가 갈리면 애비도 아이들도 인정사정이 없다.
서울에서도 자주 보던 일이었다.

한참을 그리 산골이 떠나가라 함성을 지르더니 가장 큰 선수 하나가 기권을 하고 마루에 나동그라졌다.
하도 선우에게 얻어맞은 옆구리가 아프다며 꾀병을 부리기에 못들은 척하고 있었다.

며칠이 지나자 그이는 도저히 아파 못견디겠다며 병원을 가잔다.
하루 일을 포기하고 병원에가 X-ray를 찍어보니 10번 갈비뼈에 금이 간 것.
5주 진단이 나왔다.

무거운 것 들지 말고 힘든 일 하지 말고 푹 쉬란다.
언니들의 빈 자리를 씻기도 전에 산골 일을 도맡아 하게 되었으니 팔자도 참.
남편은 심지어 멜라뮤트 밥주러 가는 일도 힘들어 했다.

형들과 재미있게 놀다 남아있는 아이들 생각하니 마음이 쓰이더란다.
그래 한 게임하며 아이들 기분전환시켜 주려던 것이 그만 그리되었단다.
2주가 지났는데도 차도가 없다.

산골아이들은 지레 겁을 먹고 지애비 심부름을 쏜살같이 한다.
돌아눕기도 힘들어 하고 기침할 때는 옆구리를 움켜쥐고 뒹군다.
병원약 먹고, 홍화씨달여 먹으며 원상회복을 위해 총매진중이다.

***************************

가슴이 하도 설겅거리기에 밤바람 맞으러 툇마루에 앉았더니 달님도 설겅거린다.
모든 것이 마음따라 가는가보다.

내 마음이 을씨년스러우면 나의 주위 친구들도 그리 보이는 걸 보니 말이다.
한참을 앉아있자니 가슴이 시려온다.

바로 앞 대추나무에게 가까이와 앉자고 하니 위로한답시고 자식을 주렁 주렁 달고 냉큼와 앉는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이렇게 고마울 수가

2001년 8월 20일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부는 산골에서 배동분 소피아 (하늘마음농장)


 
 
        

 

산골편지11-- 어디에 눈이 가는가??
+   [산골편지]   |  2008. 9. 9. 00:43  

2008년 9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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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성수기를 맞았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코스모스, 해바라기가 피고 지고를 반복하고 있다.
벌개미취 역시 한 쪽에서는 작은 몽우리를 터뜨리고 한 쪽에서는 검으죽죽하게 졌다.
거기다가 마타리까지 한 쪽에서 지고 있다.

이쯤 되면 마음 단속을 잘 해 두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넋놓고 있다간 '내 마음 나도 몰라'다.

가을엔 이래저래 단속할 것이 많다.


************************************

산골 집으로 올라오는 미니 언덕에 꽃을 심었다.
예전같았으면 거기까지가 관심의 종착지였다.
밭이 오라고 시도 때도 없이 불러재끼니 별 수 없이 갈 수 밖에...

그렇게 ‘밭의 종‘처럼 불려 다니다 어느 날 보면 꽃모종이 풀에 녹아 흔적도 없이 눈에서 사라지곤 했다.
꽃이 밥먹여 주는 것도 아니다 보니 밭에 아부하며 귀농생활이 익어갔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산중생활도 익숙해지고, 낯선 곳에서 부초처럼 떠다니던 마음도 잔뿌리를 내리게 되자 올해는 관심을 좀 나누어 보자고 이른 봄부터 다짐했었다.

집으로 올라오는 작은 비탈길 왼쪽에는 코스모스를 얻어다 심었다.
오른쪽에는 봉선화와 벌개미취를 심었다.
어린 싹이 나오면 내 작은 눈을 뒤집어 까고 풀을 뽑아주어 꽃모종이 그들에게 놀이갯감이 디지 않도록 했다.

음식물 쓰레기를 나무 밑에 묻으러 다녀오다가도 째진 눈으로 감시를 게을리 하지 않았고, 효소실에 들락거릴 때마다 주저 앉아 맨 손으로 풀을 뽑아 주었다.

그랬더니 어느 새 튼튼하고 의젓하고 멋진 꽃을 피웠다.
길 양쪽에 꽃이 피니 그 느낌이 아주 새롭고 흥분되기까지 했다.
뭐랄까...
의장대를 사열하는 것처럼 괜시리 가슴이 일렁거리곤 했다.

꽃들의 그 순수한 모습을 볼 때면 사악하고 인정머리 없는  인간을 위해 도열해 있는 꽃들에게 미안스러운 마음도 없지 않았지만 마냥 좋고 푸근하고 기분이 째졌다.

얼마 전에 비가 내렸다.
나의 헌신에 힘입어 화사하게 피었던 봉선화 꽃잎이 발 아래 내려와 앉아 있다.
그런데 도열해 있는 싱싱한 꽃에 눈이 가기보다 제 발 아래 꽃잎을 수북이 떨군 꽃에 눈이 자주 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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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아예 꽃나무 아래만 본다.
그리 눈영접을 하고 나면 생각이 많아진다.

‘그대도 한 때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젊음과 화려함을 지녔으니...’
예전에는 화려하게 피어 있는 꽃에만 눈이 갔지 그 발 아래는 관심도 없었다.

그렇게 쌓인 꽃잎 위로 다시 비가 내렸다.
굵은 비는 이미 사기를 잃은 자 위를 확인사살하듯 집중적으로 공격을 퍼붓는다.

자연의 변화를 가만 들여다 보면 그 안에 우리네 삶의 모습과 견주어 보며 교훈으로 삼을 것이 쌔고 쌨다.

작년까지만 해도 화려하게 피는 꽃에만 온 신경을 꽂았었다.
그러나 세월밥을 먹을수록 떨어진 꽃에 눈이 더 가고 생각도 그 꽃 위에 함께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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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해가 날 것이다.
그러면  제 몸을 말렸다, 이슬에 적셨다 몇 번 하고 나면 흔적도 없이 내 눈에서 떨어진 꽃들도 사라질 것이다.

사람의 한 생애도 이에 견줄 수 있겠다 생각하니 그 앞에 쭈그리고 있는 내 마음 또한 하염없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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