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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소실 _해당되는 글 1건
2008.09.09   산골편지11-- 어디에 눈이 가는가?? 1

 

산골편지11-- 어디에 눈이 가는가??
+   [산골편지]   |  2008. 9. 9. 00:43  

2008년 9월 6일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가을이 성수기를 맞았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코스모스, 해바라기가 피고 지고를 반복하고 있다.
벌개미취 역시 한 쪽에서는 작은 몽우리를 터뜨리고 한 쪽에서는 검으죽죽하게 졌다.
거기다가 마타리까지 한 쪽에서 지고 있다.

이쯤 되면 마음 단속을 잘 해 두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넋놓고 있다간 '내 마음 나도 몰라'다.

가을엔 이래저래 단속할 것이 많다.


************************************

산골 집으로 올라오는 미니 언덕에 꽃을 심었다.
예전같았으면 거기까지가 관심의 종착지였다.
밭이 오라고 시도 때도 없이 불러재끼니 별 수 없이 갈 수 밖에...

그렇게 ‘밭의 종‘처럼 불려 다니다 어느 날 보면 꽃모종이 풀에 녹아 흔적도 없이 눈에서 사라지곤 했다.
꽃이 밥먹여 주는 것도 아니다 보니 밭에 아부하며 귀농생활이 익어갔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산중생활도 익숙해지고, 낯선 곳에서 부초처럼 떠다니던 마음도 잔뿌리를 내리게 되자 올해는 관심을 좀 나누어 보자고 이른 봄부터 다짐했었다.

집으로 올라오는 작은 비탈길 왼쪽에는 코스모스를 얻어다 심었다.
오른쪽에는 봉선화와 벌개미취를 심었다.
어린 싹이 나오면 내 작은 눈을 뒤집어 까고 풀을 뽑아주어 꽃모종이 그들에게 놀이갯감이 디지 않도록 했다.

음식물 쓰레기를 나무 밑에 묻으러 다녀오다가도 째진 눈으로 감시를 게을리 하지 않았고, 효소실에 들락거릴 때마다 주저 앉아 맨 손으로 풀을 뽑아 주었다.

그랬더니 어느 새 튼튼하고 의젓하고 멋진 꽃을 피웠다.
길 양쪽에 꽃이 피니 그 느낌이 아주 새롭고 흥분되기까지 했다.
뭐랄까...
의장대를 사열하는 것처럼 괜시리 가슴이 일렁거리곤 했다.

꽃들의 그 순수한 모습을 볼 때면 사악하고 인정머리 없는  인간을 위해 도열해 있는 꽃들에게 미안스러운 마음도 없지 않았지만 마냥 좋고 푸근하고 기분이 째졌다.

얼마 전에 비가 내렸다.
나의 헌신에 힘입어 화사하게 피었던 봉선화 꽃잎이 발 아래 내려와 앉아 있다.
그런데 도열해 있는 싱싱한 꽃에 눈이 가기보다 제 발 아래 꽃잎을 수북이 떨군 꽃에 눈이 자주 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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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아예 꽃나무 아래만 본다.
그리 눈영접을 하고 나면 생각이 많아진다.

‘그대도 한 때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젊음과 화려함을 지녔으니...’
예전에는 화려하게 피어 있는 꽃에만 눈이 갔지 그 발 아래는 관심도 없었다.

그렇게 쌓인 꽃잎 위로 다시 비가 내렸다.
굵은 비는 이미 사기를 잃은 자 위를 확인사살하듯 집중적으로 공격을 퍼붓는다.

자연의 변화를 가만 들여다 보면 그 안에 우리네 삶의 모습과 견주어 보며 교훈으로 삼을 것이 쌔고 쌨다.

작년까지만 해도 화려하게 피는 꽃에만 온 신경을 꽂았었다.
그러나 세월밥을 먹을수록 떨어진 꽃에 눈이 더 가고 생각도 그 꽃 위에 함께 쌓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제 해가 날 것이다.
그러면  제 몸을 말렸다, 이슬에 적셨다 몇 번 하고 나면 흔적도 없이 내 눈에서 떨어진 꽃들도 사라질 것이다.

사람의 한 생애도 이에 견줄 수 있겠다 생각하니 그 앞에 쭈그리고 있는 내 마음 또한 하염없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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