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다스리기에 제일 좋은 방법은 단연 산책이다.
말이 산책이지 어슬렁거리기에 가깝다.
술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기도 하고, 주위의 찔레 열매 등에 말을 걸기도 하고, 바쁜 아낙의 손을 기다리다 떨어진 모과를 주워 주머니에 넣기도 하고, 된서리 맞고 달려있는 꽃사과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기도 하고...
그 어슬렁거림은 어쩌면 한 편의 여행조각이다.
만나는 도반들이 이토록 다양하고, 마음으로 전해지는 향기가 명품 향수 이상으로 코를 기분좋게 만들어 주니 여행조각이라는 거다.
그렇게 어슬렁거리다 보면 어느새 야속함이나 배신감에 파리해지던 마음도 모닥불 사그러들듯 잦아든다.
걷고 걷고 또 걷고...
그러다 저 호수밭 끝에 보이는 산소가 나타나면 그답 되돌아 내려온다.
난 산소를 무서워한다.
오늘은 그렇게 조각여행을 하다 미안하다는 말을 먼저 내밀고는 자연을 꺾어왔다.
들에 흔한 거지만 그것도 자연에서 건지는 것이라 귀농하고부터는 내가 건진만큼 자연의 균형이 깨지지 않을까를 걱정하게 된다.
산에서 내려와 시어머님의 어머님이 쓰셨다는 작은 단지에 그들을 담으니 무궁화 다섯 개 붙인 호텔 로비의 꽃꽂이보다 아름답다.
가만 들여다 보면 어느 것 하나 표정 없는 것이 없다.
아기 천사 아래 두었더니 천사도 추해 눈빛이 흐릿하다.
천사가 그 정도인데 인간이야....
요즘 자연에서 들인 것들을 보며 마음이 호강을 하고 있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 -- www.skyhear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