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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_해당되는 글 2건
2009.06.05   귀농아낙의 책이야기--흐르는 강물처럼 
2008.11.23   산골편지 -- 이젠 손대지 않으마... 

 

귀농아낙의 책이야기--흐르는 강물처럼
+   [산골아낙의 책 이야기]   |  2009. 6. 5. 12:21  

흐르는 강물처럼 상세보기
파울로 코엘료 지음 | 문학동네 펴냄
빛나는 삶으로 이끄는 101가지 지혜의 샘 의 작가 파울로 코엘료가 일상에서 건져올린 경이로운 삶의 기적들 전세계 1억 독자들의 영혼을 뒤흔든 의 작가 파울로 코엘료 첫 산문집. 당신은...

선우가 방학때 서울에 갔다가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책을 여러 권 사왔다.
그 중에 한 권이다.
선우가 먼저 읽고 아주 감동적으로 읽었다며 나에게 권했다.

아마 엄마도 감동적으로 읽을 거라며...
그 말을 듣고 나니 지금 읽던 책을 일단 후퇴시키고 읽고 싶은 마음 간절했다.

그렇게 해서 얌체(?)처럼 먼저 내 손에 들어와 앉은 책.
파울로 코엘료는 주현 낭자가 좋아하는 작가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이 작가의 책을 감동 그 자체로 읽은 적이 없다.

그렇게 뜨거웠던 '연금술사'도 그렇고...

그래서 이번에는 마음을 정갈히 먹고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연금술사'와 같은 느낌이다.

그나마 이 글을 짧은 에세이로 엮은 것이라 어느 꼭지가 감동일 수 있고, 그저 그럴 수도 있고 하여 그렇게 넘어갔다.

어느 책이든 전혀 도움이 안되는 책이란 거의 없다고 본다.
하다못해 문장 하나가 한 권을 대표할 수 있는 책도 있다.
그렇기때문에 단정적으로 이 책은 좋다, 나쁘다로만 말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본다.

또 이건 순전히 내 기인적인 생각이지 아들이 그렇게 감동적으로 읽었고, 내가 감흥이 그에 못미치는데 그럼 이럴 때는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모든 책에는 사람처럼 내게 어울리고, 끌리고 , 내게 맞는 책이 있는 것같다.
제 아무리 어떤 사람이 내게 잘해주고, 만나고 싶어 하고 한다고 해도 코드가 맞지 않으면 불편하고, 거리감을 두고 싶어지게 된다.

'흐르는 강물처럼'에서도 함께 나누고 싶은 글들이 몇 꼭지 있었는데 그 중에 하나를 소개하고 싶다.

<b><선방 고양이의 가르침>

어느 선원의 방장이자 선불교의 대가인 고승에게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다.
그른 고양이를 얼마나 애지중지했던지 참석 시간에도 항상 함께할 정도였다.

어느 날 아침, 늙은 고숭은 세상을 떠나고 선방의 최고참인 상좌가 그의 자리를 이어받았다.

"고양이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수좌들이 묻자 새 방장은 스승을 기리는 뜻에서 참선 시간에 고양이를 들여보내도 좋다고 허락했다.
만행길에 오는 수좌 몇몇이 이 유서 깊은 사찰에서 선방에 고양이를 들이는 모습을 목도했고, 그에 관한 이야기가 퍼지기 시작했다.

수년이 흘렀다.
선사의 고양이는 죽었지만 고양이에 길든 수좌들은 다른 고양이를 들였다.
그사이 다른 절들도 고양이와 함께 참선 수행을 하게 되었다.
그들은 고승의 명성과 가르침의 비결이 고양이에 있다고 믿으며, 정작 입적한 고승이 얼마나 훌륭한 스승이었는가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한 세대가 지나고, 선불교에서 고양이가 참선에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에 대한 지침서가 출간되기에 이르렀다.

'고양이는 집중력을 높여주고 삿된 기운을 물리친다'는, 학계에 퍼져있던 가설을 발전시킨 어느 대학교수의 연구 결과였다.

그렇게 한 세기에 걸쳐 고양이는 이 지역 선불교 연구에서 핵심적인 일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리고 선원에 다른 지역에서 온 이름 높은 선사가 들어왔다.
선사는 동물 털에 알레르기가 있어 일과 수행에 고양이를 참여시키지 못하게 했다.

수좌들은 거세게 반발했지만, 선사는 고집을 굽히지 않았다.
선사의 가르침이 뛰어났던지라 고양이 없이도 수좌들의 수행은 날로 진전을 보였다.

그러자 서서히 다른 선방에서도 고양이들을 내보내게 되었다.
언제나 새로운 사상을 추구해온데다 고양이들을 거두어 먹이는 걱정까지 덜어버리게 되니 참으로 잘 된 일이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이십 년 후, 혁신적인 새 가설들이 등장했다.
그 가설들은 다음과 같은 그럴듯한 제목을 달고 있었다.

'고양이 없는 참선의 중요성' '동물의 도움 없이 정신력으로 선의 세계에서 평정을 찾는 법'

다시 한 세기가 흐르고, 고양이는 그 지역 참선 수행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그렇게 제자리로 돌아오는 데는 이백여 년이 걸렸다.
고양이가 왜 참선 수행에 함께 해야 하는지 아무도 묻지 않았기 때문이었다.</b>

********************

이런 이야기이다.

여기사 코엘료는 규칙, 불필요한 제도 ...등을 언급하면서 이야기를 풀어갔다.

이 이야기를 읽고 한동안 생각했다.
진리라는 것은 어느 시대, 어느 환경, 어느 조건에서도 진리이지 그 상황이라 환경, 조건이 바뀌었다고 해서 달라진다면 그건 이미 진리가 아니다.

진리라는 말이 조금 안어울릴 수는 있지만 다른 마땅한 용어가 생각이 안난다.

먹거리도 보면 그렇다.
유행할 때는 그것 안먹으면 막말로 곧 죽을 것처럼 떠들고, 신봉하고, 난리가 아니다.
그러다 유행이 지나 다른 것이 뜨면 이번에는 그거 안먹으면 금방이라도 아토피때문에 죽을 것같은 분위기다.

고양이와 선방...
그것을 어느 대학 교수가 연구결과까지 버젓이 내놓고 .....

선방에 고양이가 없으면 ...

지금 생각하면 웃지만 그때는 그것이 당연시되는 분위기였다.
논문까지...

웃지못할 일이지만 지금도 우리들의 규칙이나 일명 뜨고 있다는 가설, 내용들이 선방의 고양이같은 것이 얼마나 많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시대가 복잡해지고, 급하게 돌아갈수록 그런 웃기는 가설들은 더더욱 우리의 영혼을 정신없이 만들고 건조하게 할 것이다.
그런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우리는 더더욱 가치관 등을 확고히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아들 선우가 이 책을 의미있게 읽었듯이 전체적으로 많은 내용이지만 중간중간 오래 생각해야 할 내용이 들어있다.

책 한 권을 다 읽으면 아주 마음이 뿌듯하다. 누구나 그렇듯이...
그렇게 뿌듯함이 모이면 영혼도 호수처럼 잔잔하게 유지되리라 믿는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산골편지 -- 이젠 손대지 않으마...
+   [산골편지]   |  2008. 11. 23. 22:12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8년 11월 11일


이것은 두어 달 전에 써둔 글이다.

------------

법정 스님이 ‘기도는 하루를 여는 아침의 열쇠이고, 하루를 마감하는 저녁의 빗장’이라고 했듯이 아침에 눈을 뜨면 성호 먼저 긋습니다.
절로 절로 그리됩니다.

이런 아름다운 아침을 그것도 사지 멀쩡하게 맞이 할 수 있게 해 주신 신께 감사기도가 절로 납니다.
그리고 검정 고무신을 꾀차고 들로 나섰습니다.
야콘을 심은 호수밭으로 오르는 길은 가파르기 때문에 단숨에는 힘듭니다.

마음이 거북할 때처럼 숨도 가쁩니다.
그런데 길바닥에 금방 나무에서 떨어진듯 윤이 반지르르 흐르는 알밤이 하나 떨어져 있습니다.

‘어?? 가차운 곳엔 밤나무도 없는데...’

그것을 주워 낼름 한 입 깨물었더니 우윳빛 속살이 어찌나 미어터지게 들어 있던지요.
오물오물 넘기며 생각해 보니 다람쥐가 가을걷이 해가다 히에 부쳐 떨어뜨린 것은 아닌가 싶었습니다.

생각이 그에 미치자 아무 생각없이 홀랑 먹어치운 것이 미안스러워졌습니다.
분명 그에게도 식솔이 있을텐데...
겨우내 그 식솔들 목에 거미줄치게 하지 않으려고 그리 바삐 가을걷이하려던 것을...

자기 자식들에게 주려고 가장 좋은 것을 구하느라 발품도 많이 팔았을텐데...
이것을 다시 찾으러 올지도 모를 일인데...

야콘밭으로 올라가던 걸음을 돌려 두릅산 아래 밤나무로 갔습니다.
그 나무 아래를 아무리 눈씻고 봐도 아까처럼 반지르하고 튼실한 놈은 없습니다.
가시를 찔려가며 뒤집어 봐도...

겨우 하나 찾아냈지만 아깟 것 어림반푼어치도 없습니다.
그래도 그것을 주워다 아까 남의 것을 훔쳐(?) 먹은 자리에 갖다 놓았습니다.
한참만에 야콘밭에서 내려오며 그 자리를 살폈습니다.
그 자리에 그대로 있습니다.
'다음부터는 손대지 않으마' 다짐다짐합니다.

가장으로서 제일 좋은 것을 주려는 마음이 인간보다 깊은데 이 부실한 것을 가져갈 리가 없겠지요.
밤 한 톨이 마음 무겁게 하는 날입니다.
---------------------------

그리고 한동안 날짜가 흐르고 산골의 늙은 대추나무 아래서 대추를 주웠습니다.
그리고 태양 아래 얼굴이 쪼글거릴 때까지 말렸습니다.
나 역시 겨우내 식솔들에게 줄 겨울 양식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보니 누군가 먹다 두고 간 것도 있고 흐트러지기도 한 것입니다.
누굴까...
서씨인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통창으로 보니 다람쥐가 내 양식에 손을 대는 것이었습니다.
완전자동으로 나가려던 작동을 멈추었습니다.
나도 네 양식을 덥석해놓고 내 것은 이렇게 앙칼지게 지키려는 내 모습이 우스웠습니다.

따지고 보면 자연에서 났으니 너나 나나 서로 나누어 먹고 겨울을 잘 나면 될 일입니다.
내 것, 니 것이 없다는 거지요.
너도 먹고, 나도 먹고...
서로서로 나누어 먹으면 될 일이지요.

요즘 다람쥐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얼마 전에 된서리 오고는 집 안에서 겨울을 날 모양입니다.
이제 흉내내어 열심히 가을걷이할 도반도 안보이니 그를 생각하며 열심히 가을걷이를 끝내야겠습니다.

이제 가을이 집니다.
마지막 은행잎 떨어지는 소리가 쿵하고 가슴을 칩니다.
이제 한 해를 마감해야 하는 시기라는 경고음같습니다.

아직도 그 울림이 남아 가슴에 잔물결을 일으킵니다.

올해는 한 해를 마감하기 전에 한 해 동안 수고한 나에게 편지를 쓰려고 합니다.
나를 격려하고, 위로하고, 용기를 주고 싶습니다.
이 때만큼은 ...

평소에는 닦달하고, 지청구를 하고, 바보라고 손가락질했던 나에게 이때만큼은 따사로운 말 한 마디를 해주고 싶습니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www.skyhe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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