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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효과 _해당되는 글 1건
2009.06.16   귀농아낙의 산골편지--대머리 민들레가 나를 가르친다. 

 

귀농아낙의 산골편지--대머리 민들레가 나를 가르친다.
+   [산골편지]   |  2009. 6. 16.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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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21일


철늦은 민들레꽃의 샛노란빛이 화사하기 보다는 측은하다.
남들은 벌써 다녀갔건만 무엇을 하다 이제서야 홀로 피어 섞이지 못하는지.

그 집안에 복잡한 문제가 있었던 것인지, 몸살을 앓다가 이제야 몸을 추스려 그래도 제 할 일을 하려고 서둘러 늦은 꽃을 피운 것인지...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나처럼 성격이 느긋하여(좋게 얘기하면 느긋하고 좀더 적나라하게 얘기하면 느려터져) 부랴부랴 꽃몽우리를 터뜨린 것인지 말을 안하니 알 수가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제 막 꽃피울 차례를 기다리며 마음을 정갈히 하고 있는 작약과는 어울리지 못하고 있다.
그 홀로 바닥에 앉아 있다.
그게 마음이 쓰인다.


****************************************

산골에는 씨뿌리지 않았어도 민들레가 지천이다.


사람이 욕심껏 걷우려 씨를 방사하지 않아도 정도껏만 민들레를 채취하면 제가 알아서 자식을 번창시킨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무엇이 좋다면 멸종될 때까지 잡아들이고, 뽑아재끼고, 낚아 재낀다.


우리도 인디언들처럼 자신에게 최소한의 필요한 양만 취하고 나머지는 자연의 것으로 남겨둘 날은 언제일까...

요즘 민들레가 항암효과에 좋다, 어디에 좋다하니 보이는 족족 캐고, 뽑고 난리라고 한다.
병을 고치려는 급박한 마음이야 모르는 바는 아니다.


 우리가 모든 것에 이처럼 '욕심'이 작용했기에 물도, 공기도, 먹거리도 모두가 안전하지 못해  병을 부른 것이라고 생각하니 욕심이란 먹이사슬처럼 끝없는 상처를 남기고 기하급수적으로 번식하는 암세포와도 같은 무서운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민들레철이 아니나 민들레를 보면 샛노랗고 하얀꽃보다는 그 이후에 보이는 현상에 더 눈과 마음이 간다.
나도 귀농 8년차에 눈과 마음이 뜨인 것이라고 보면 맞다.


지금껏은 이마에 지렁이같은 핏발을 세우고 살아서 그런지 화려한 꽃만 눈에 들어왔다.
민들레 철이구나, 캐서 효소담아야겠구나 하는 정도가 그를 대하는 내 태도의 다였다.


그러나 지금은 화려한 꽃보다 그 다음에 오는 현상에 눈이 오래 머문다.
민들레는 다른 꽃과는 달리 화려한 꽃이 지고 나면 후편이 이어진다.
제삿밥처럼 고봉으로 씨를 매달고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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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까지만 해도 그렇게 서커스하듯 바람과 맞서고 서있는 둥그런 씨봉우리를 보면 뒷간을 가다가도 발로 찼다.
차주는 것이 그들의 번식을 도와준다는 알량한 마음도 작용을 해서고 차주기를 기다렸다는듯이 사방으로 힘없이 흩어지는 그이 모습이 재밌기도 해서다.

그러나 올해는 뒷간 가면서 그것을 발로 걷어 차지 못했다.
짚이는 데가 있었다.
절대로 씨 한 톨 빼앗기지 않을듯 동그르랗게 끼고 있던 자식들을 때가 되면 사방으로 그들을 떠나보낸다는 사실을 알았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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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둘 자식을 떠나보낼 때의 마음이야 오죽할까마는 그는 그렇게 자식을 떠나보내는 것이었다.


그렇게 자식을 하나도 안남기고 모두 떠나보내면 달랑 자신의 빈 몸뚱이만이 바람을 맞고 서있다 어느날 그도 스러지고 자취 조차 남기지 않는다.

민들레의 이 영화 한 편을 보면 우리네 삶과 다를바가 없다는 것도 올해에야 깨달은 바다.
한 남자를 만나 사랑을 하고, 자식을 낳는다.


자식 또한 평생 끼고 살 것처럼 늘 어려보여 보호하려들지만 어느 순간에는 매정하게 홀로서기를 시켜야 할 때가 온다.


등을 떠미는 에미 마음이 서럽지만 '홀로 있을수록 함께 있다'는 토머스 머튼의 말을 되뇌고 되뇌며 손을 놓아야 한다.
그렇게 다 떠나보내고 나면 우린 어느새 아무 것도 쥐지 않고 올 때처럼 그렇게 갈 것이다.

갓태어난 아기의 까까 머리와 같은 헤어스타일을 하고 서있는 민들레.
난 그 모습을 오랫 동안 쭈그리고 앉아 보았다.


그것은 나의 시계바늘도 폼생폼사의 시기를 지나 민들레의 변화모습처럼 후반으로 후반으로 달려가고 있음을 인식했기때문이다.

대머리 민들레를 뒤로 하고 돌아오는 길...


간디와 함께 인도의 정신적 지주인 비노바 바베의 말이 생각났다.

"실제로 우리의 고향은 저 세상이다.
이 세상에서 우리는 나그네들이다.


내 차례가 다가오고 있다.
이제 며칠 남았을 뿐.


나는 분명 웃으면서 노래를 부르며 가게 될 것이다."

이 세상에서 우리는 나그네들....이라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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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한 해 농사는 안되도 좋다.
인생농사가 풍요로우니 말이다.


이번에는 대머리 민들레가 내게 가르침을 주었다면 다음은 이 산중에서 누가 내 스승이 될지 벌써부터 입에 침이 고인다.
바라건대 내 모든 숨쉬는 의식이 앞으로도 쭈욱 오늘과 같은 방향으로 자맥질해 가기를 간절히 바라는 날이다.


산골 오두막에서 배동분 소피아(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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