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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크레인 _해당되는 글 5건
2009.12.04   귀농일기--초보딱지를 뗄 수가 없다 
2009.04.27   귀농일기--이번에만 부탁한다. 
2009.03.20   귀농일기--드디어 고쳤다 2
2009.01.14   귀농일기-- 비싼 내 장난감 
2008.12.06   귀농일기 -- 한밤중 물통 속 부자 

 

귀농일기--초보딱지를 뗄 수가 없다
+   [귀농일기]   |  2009. 12. 4. 22:35  


2009년 11월 오늘이 언제인지...

 

초보농사꾼이라는 닉네임을 바꾸라고들 많이 얘기하지만 사실 그럴 처지가 못됨을 또 알았다.
이제 귀농10년차가 지나고 있으니 그 초보라는 딱지를 떼도 되지 않겠느냐 하겠지만 당분간, 아니 몇 년은 더 기다려야 할 것만 같다.

 

그 이유는 농사를 지으며 농기계를 사용하는 시간보다 그것을 고치러 여기 저기 쫓아다니는 시간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그게 이유 중 하나이다.

 

포크레인을 썩은 것을 샀는데 그것 역시 몇 번이나 사람을 부르고, 내가 쫓아가고 했는지 모른다.
이번에도 잘 되다가 유압호스가 안되서 혼자 하다 하다 달길님과 함께 하면 어찌 될까 해서 연락을 했다.

달길님은 부득이한 사정이 아니면 산골의 애로사항이 있다는 말씀을 드리면 그닥 쫓아오신다.

 

 


 

지난 14일 그러니까 아버지 제사라서 아내는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혼자서 제사 음식을 차리느라 정신없는데 나는 포크레인 유압호스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달길님이 오셔서 둘이 해봐도 역부족이었다.
결국 해결을 못하고 달길님 온 김에 선우 컨테이너에 전기를 연결해 달라고 부탁했더니 바로 작업에 들어가는 달길님.

새 집에 선우 방이 당연히 있는데 손님이 워낙 많이 오시니까 선우가 집중이 안되는 모양이다.


왜냐하면 집의 천장을 워낙 높게 했더니 방음이 잘 안되어 거실의 소리가 아이들 방까지 들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민 고민을 하다 생각해 낸 것이 집 옆에 있는 컨테이너를 변신시켜 손님이 오면 선우를 거기로 보내자고 아내와 합의를 했다.

그런데 전기를 아직 못끌어들인 것.


달길님이 꼼꼼하게 전기를 끌어다 주어 환하게 해주시고 가셨다.
먼길을 오셔서 애로사항을 봐주시니 고마운 마음이다. 항상.

하여간 그 유압호스가 마음에 걸려 일이 손에 안잡힌다.


결국은 호스 암볼트와 숫볼트를 들고 읍내의 농기계 수리센타에 가서 수리를 해달라고 하니 맡겨두고 가란다.

나는 속이 타지만 상대방이야 바쁠 일이 없으니 시키는대로 할 수밖에 없다.
몇 번을 들렸는데 여전히 해놓질 않았다.


마지막으로 갔더니 유압호스에 끼운 볼트 사이즈를 잘못 알고 너무 작은 것을 끼웠다는 것이다.
그러니 유압호스를 다시 제작해야 한단다.


난 그 집에서면 해결이 될줄 알았는데 기운이 쪽 빠진다.

며칠 후 짬을 내어 유압호스를 제작했던 공장에 가서 사정을 말하기로 하고 갔다.
말이 공장이라고 해서 가까운줄 아시겠지만 영주다.


울진에서 영주까지 달리고 달려 가야 하는 곳이다.

그런데 그날이 장날이라고 사장님이 출장중이란다.


기운빠져 하는데 사장 부인이 대타로 나와서 이것 저것을 맞춰 보더니 자기네는 맞는 것이 없단다.
자기가 유압호스 전문업체를 소개해 줄테니 그곳에 가서 정확한 볼트를 찾아보라고 토스한다.

다시 물어물어 유압호스 전문 제작업체를 찾아갔다.
유압호스를 보더니 단박에 하는 말.


이것은 호스 사이즈를 잘못 끼운 것이 아니라 숫놈 볼트가 터져서 그런 것이니 숫놈 볼트를 바꿔야 한다는 간단한 처방을 내린다.

처음부터 잘못해 준 것이다.
어이가 없었다.


하여간 유압호스를 가져와서 인근 카센터 사람을 부르고 하여 지금은 시동이 펑펑 걸린다.

내가 유압호스때문에 여기 저기 돌아다니고 맡기고 할 때 아내가 말이 없다.
그건 "내가 저럴줄 알았어."하는 체념 같다.ㅎㅎ


그 놈의 유압호스 하나로 며칠을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보낸 시간이 얼마며 제때 해주지 않아 속을 끓인 것이 얼만지.
이래도 초보 딱지를 뗄 수 있는지...

자세한 내용은 하늘마음농장 www.skyheart.co.kr 에서 보실 수 있어요.

(사진은 전기를 해결해 주고 있는 달길님)

귀농 주동자 초보농사꾼 박찬득 프란치스코


 
 
        

 

귀농일기--이번에만 부탁한다.
+   [귀농일기]   |  2009. 4. 27.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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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4월 11일

달밭은 사연이 참으로 많은 밭이다.
처음 귀농하자마자 이 너른 땅중에서 그 달밭에 처음으로 농사를 지었었다.
그때는 고추농사를 시작했는데 어찌나 잘되었는지 다들 처음 농사짓는 사람 맞냐고 할정도로 잘되었고 나는 어깨에 힘이 바짝 들어갔었다.

그러던 밭이 어쩐 일인지 몰라도 점점 물이 나기 시작했다.
물이 나는 이유를 굳이 든다면 그 밭에 있던 큰 돌들을 들어내는 포크레인 작업을 해서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렇게 밭을 뒤집어 놓다보니 생땅이 나와 고물처럼 푹신 푹신하던 검으티티한 땅이 점점 나빠지기 시작한데다 물까지 나서 밭의 중간 중간은 장화가 빠질정도로 물이 났다.

물이 나는 곳은 당연히 작물이 안된다.
물나는 곳은 점점 넓어지고 그에 비례해서 작물도 숨어놓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가을을 맞이하곤 하였다.
그래서 다시 밭을 포크레인으로 가르고 거기에 구멍뚫린 휴무관을 묻는 작업을 몇번이나 했다.
결론은 공사한 티도 안났다.

그렇게 몇번의 휴무관 공사를 했고, 나중에는 물내림 공사까지 하다보니 밭은 이미 예전 모습을 되찾기 어렵게 되었다.
그래도 집에 가까운 밭이고 아주 땅이 좋았기때문에 해마다 작물을 심었고 해마다 실패를 했다.
아내가 해마다 그 밭에 다른 심자고 했지만 농부가 다른 것을 심긴 뭘 심느냐는 말로 일축하고는 해마다 수확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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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올해는 포기했다.
그래서 그곳에 소나무를 심기로 하고 트렉터로 갈고 골을 타놓았다,
오늘은 비닐을 펴야 하는데 아내와 하려니 힘에 부친다.
아이들이 중3, 고2라서 올해부터는 왠만하면 일을 안시키려고 했는데 결국 운동삼아 하자니 두말 안하고 따라나서는 아이들.

그래도 아빠 말이라면 그게 어떤 말이든 토를 달지않는 아이들이 대견스럽다.

선우랑 내가 비닐펴는 기계를 끌고 다니며 비닐을 펴놓고 가면 주현이가 뛰따라오면서 단단히 흙을 묻고 마지막으로 비닐이 어떤 바람에도 날아가지 말라고 삽으로 흙을 퍼서 덮어주는 일을 담당했다.
애들이랑 일을 하면 재미있게 금방 일을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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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한대로 몇골만 하려고 했는데 나온 김에 꽤 많은 골의 비닐을 폈다.

아내는 애들 뒤통수에다 대고 엄마도 금방 올라간다고 했는데 안온다며 애들이 속았다고 난리다.
산골에서 아이들과 일하다보면 힘도 안들고 시간가는줄 모른다.
거기에 아내까지 합세를 하면 완전히 코메디 가족이다.

작년에는 아이들과 우리 가족끼리 그 너른 밭의 비닐을 다 깔았으니 애들도 많은 고생을 했다.
그런 해는 없을 것같다. 그때 다르고 올해 다른 몸 상태로 말미암아 전밭을 가족끼리 비닐펴는 일은 작년이 무식하게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으로 안다.

올해는 천천히 해보려고 하는데 성격상 될런지 모르겠다.

일을 끝내고 내려오는 애들 표정이 밝다.
요즘은 아이들의 그런 모습이 대견해 보이니 나도 늙은 모양이다.

귀농 주동자 초보농사꾼 박찬득(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귀농일기--드디어 고쳤다
+   [귀농일기]   |  2009. 3. 20.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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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27일

포크레인 썩은 것을 하나 사가지고 뭐 좀 해볼라니 돈이 덜 들어가서 그런지 바가지가 덜덜거려 안그래도 초보가 어려움이 많았다.
누가 그러는데 하루에 조금씩 연습하는 것 보다도 몰아서 집중적으로 연습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고 한 말이 생각나 요즘 시간나는대로
집중해서 연습겸 두릅나무 산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트렉(바퀴)가 빠져 나가 꼼짝 못하고 있었다.
홈에 오시는 분이 내 사정을 아시고 고맙게도 여러가지 고치는 법을 알려주셨다.
그러나 내가 고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결국 달길님의 손과 기술을 빌리는 날이다.
날씨도 추운데 산골로 올라오셨다.

이제 드디어 고칠수 있구나 하고 생각하니 기운이 절로 났다.
이런 저런 공구도 찾아다 대령을 하고 달길님을 돕는데 쉽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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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www.skyheart.co.kr/po/IMG_8312.jpg">

몇번이나 트렉을 끼우려고 시도해 보지만 워낙 무거운 것이라 잘 안되었다.
둘의 힘으로도 역부족이다 보니 아내가 옆에서 응원하다가 같이 끼우려고 한다.
그러다 손가락이라도 끼면 그건 재생이 불가능할 정도로 다칠 우려가 있어 물러나 있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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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www.skyheart.co.kr/po/IMG_8315.jpg">

서울에서 엄마도 명절쇠신다고 내려오셨기 때문에 엄마는 벌써 추운 밖에서 우리가 고생을 하니 애가 타시는 모양이다.
날은 점점 추워지고 해는 너울너울 사라져 가고 진도는 제자리 걸음이었다.
찬찬한 성격의 달길님이 다시 시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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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www.skyheart.co.kr/po/IMG_8322.jpg">

다시 트렉이 벗겨지고..다시 시도해 보고,,날은 왜그리 안바쳐 주던지...
몇번을 시도한 끝에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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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www.skyheart.co.kr/po/IMG_8325.jpg">

드디어 달길님의 재주로 잘 마무리 되었다.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이 트렉을 사고치고 나서 포크레인을 볼 때마다
"저것을 어떻게 끼운담"하고 스트레스를 받았었는데 지금 완성되어 가니 왜 안기쁘겠는지.

이제 포크레인을 애기 다루듯 해야 한다.
달길님 고생하셨어요.
날이 어두워져서 일을 끝나치고 내려오니 날아갈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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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당분간은 포크레인 근처에도 가지 말아야지...


달길님 고생했습니다. 날씨도 추운데 어두워지면서까지 ...

초보농사꾼 박찬득(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귀농일기-- 비싼 내 장난감
+   [귀농일기]   |  2009. 1. 14.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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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10일

갑자기 산골의 날씨가 추워졌다.
벌써 내려야 할 눈이 지난번 한번 내리고 난 이후로는 감감 무소식이다.

아랫마을 덕거리는 며칠 전부터 물이 끊겨서 소방차가 긴급으로 물통을 이동해와 비상
급수중이다.
작년 말 덕거리 마을 급수시설을 새로 했는데 그게 잘못되었는지 아니면 정말로 가뭄이
심해서 그랬는지…….

덕거리보다 한참 위에 사는 우리 집은 그나마 물이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다.
아랫마을 덕거리 할매, 할배들이 물을 길어 나르면서 가끔 마주치면 부터골은 물이 잘 나오냐고 묻느라 정신이 없으시다.

아마도 당신들은 그나마 국도에  인접한 마을이라 물이 끊겨도 이렇게 비상급수라도 하지만 산골 독가촌은 그것도 힘들까봐 염려하시는 말씀인 것 같다.

이렇게 올해 물 때문에 난리인 와중에도 그나마 우리가 물 걱정이 아직까지 없는 공은 전적으로 달길님의 덕으로 돌려야 할 것 같다.

워낙 꼼꼼한 달길님이 우리 집 수도공사를 완벽하게 해 주어서 그나마 이렇게 살고 있는 것 같다.
 덕거리에 내려가서 물을 실어 나르는 할매들을 볼 때마다 달길님께 고마운 생각이 든다.
집수정이 워낙 추운 장소라는 내 경고를 무시해서 가끔 모터가 어는 것만 빼고 ㅎㅎ


올 겨울 눈이 아직까지 쌓이지 않은 관계로 나에게 있어서는 큰 목표를 세웠다.

작년 초에 우발적(?)으로(이렇게 불면 안되는데 산골아낙에게는 몇날 며칠 고민고민하고 따져보고 구입했다고 했는데...) 구입한 포크레인의 작동방법을 이번 농한기에 확실히 익히는 목표 말이다.

 맨날 산골아낙에게 “당신에게 저 포크레인은 산골에 있어서 꼭 필요한 농기구나 장비가 아닌 비싼 장난감이야!!! 저 포크레인 가격만 하더라도 우리 선우, 주현이 어렸을 때 사다준 장난감 가격의 몇 십배는 되겠다!! “라는 타박을 보란 듯이 벗어 버리겠다고...

나름대로 마음을 먹다가 주위에 일하러 온 전문 포크레인 운전기사에게 어떻게 하면
포크레인을 작동 잘 하겠냐고 물어봤더니 장비라는 것은 천차만별이라 장비와 운전자가
호흡을 맞추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하루 1시간씩 10일을 하는 것 보다는 하루에 10시간을
하는 것이 중고 농기계의 성질도 알고 자기도 그 기계에 맞출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마음먹고 하려니 급한 성질에 운전대에 30분 앉아 있기도 힘들었다.
장비는 가만있는데 내 얼굴만 시뻘게 져서 내려온 것이 수차례....

이번 겨울에는 그나마 땅이 얼지 않고 야콘즙 만드는 것도 며칠 미루고 운전연습에
들어갔다. 최소한 4시간이상 운전석에 앉아 있기로 마음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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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타겟은 두릅밭이다.
두릅이 많이 죽어서 다 밀어내고 나무를 심으려고 한다.
두릅을 밀어내는 공사는 달길님이 도와주셨었다.
그렇게 공사한 것의 잔나무들을 모두 끌어내고 정리를 하는 작업이다.

맨 위 두릅밭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신바람나게 작업에 임했다.
시간이 지날 수록 노을처럼 붉어지는 얼굴을 담배 한 대로 식혀가며 조금 조금 하다 보니 정말 쬐끔(?) 감이 오기 시작했다.

신이 나서 점심 먹는 것도 잊어버리고 열심히 기계의 감각을 익히던 중 ..........?????????
포크레인이 앞으로도 뒤로도 나아가질 않았다.

처음에는 내가 작동을 잘 못했나라는 생각에 마음을 추스르고 초심으로 돌아가서 천천히
하나하나 되짚어서 하는데도 제자리걸음이다.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에 포클레인에서 내려와서 쳐다보니…….
포크레인의 트렉(바퀴)이 조금 빠진 것이 아니라 완전히 이탈되어서 바퀴하고 몸체하고
따로 떨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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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실 트렉이 한쪽만 빠져도 전문 기사들은 감으로 느끼는데 나는 워낙 감각이 무디고
처음으로  본격적인 운전을 해보는 것이라 엔진소리, 그리고 조금씩 감각을 익혀 간다는 희열에 바퀴가 통째로 빠져나간 줄도 몰랐다.
이런걸 보고 황당이라고 하나 당황이라고 하나....

일단 철수 후 다음날 올라가서 어찌 해 보려니 트렉과 몸체가 점점 더 멀어져만 가고
처음보다 더 어렵게 되었다.

“멀어져간 사랑아,,,가 아니고 멀어져간 바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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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꼬인다 꼬여.
내일 달길님께 전화해서 부탁 한번 해야겠다.


산골에서 초보농사꾼(하늘마음농장--www.skyheart.co.kr)


 
 
        

 

귀농일기 -- 한밤중 물통 속 부자
+   [귀농일기]   |  2008. 12. 6. 15:39  

2008년 11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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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에서 먹는 물은 저 위 호수밭에서 내려오는 물을 먹는다.
이전에 사시던 할아버지도 그렇게 하셨다.
호수밭 위로는 아니, 우리 집 위로는 집이 없다.
우리집이 독가촌이라서 그게 좋아 이 터전에 둥지를 틀게된 이유도 있다.

그러니 그곳에서 내려오는 물은 더없이 맑고 깨끗했다.
우리는 효소를 가공하기 때문에 가공업에 있어서 수질검사는 필수다.
수질검사 항목도 많아서 그 모든 항목이 적합판정을 받아야만 했다.

많은 돈을 들여 수질검사를 해보면 합격판정을 받곤했을 정도로 이 물은 좋았다.
물론 가재도 심심잖게 놀러오고...

문제는 이전 주인이신 할아버지, 할머니는 자식이 없으셔서 그 물로도 충분히 감당이 되었지만 우리가 귀농하고는 애들 둘에다 우리 부부 작업복에다 빨래만 해도 자주 세탁기를 돌려야 했기 때문에 물이 부족했다.

그래서 여러번에 걸쳐 포크레인을 부르는  대대적인 공사를 했지만 아주 만족스럽지는 못했고, 자주 모터에 물도 차고 모터가 얼고 하는 일도 심심찮게 일어났다.
또 수해가 일어나면 저 위에서 물을 끌어내리는 땅에 묻은 호스가 다 노출되곤 했다.
시행착오로 돈만 많이 버리고 그렇게 물공사는 내 머리 속에 숙제로 남아 있었다.

그러던중 오두막을 헐고 새집을 짓게 되면서 물공사를 먼저 해놓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김승하(달길)님이 자원봉사로 물공사를 완벽하게 해주셨다.
달길님 성격에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를 해가며 포크레인 공사를 하면서 물공사를 마쳤다.

그렇게 오랜 숙원사업이던 물공사는 좋은 분의 도움으로 내 머리를 한가하게 해주었다.
새 집을 짓고 입주를 했고, 물은 잘 나오고 물이 그렇게 나올 때마다 아내는 달길님 이름을 입에 달고 살았다.
주부들이야 물과 밀첩한 관계에 있지만 나도 머리에 늘 물공사가 숙제여서 여간 등이 시원하지 않았다.

그런데 몇 달 전부터 물이 나왔다 안나왔다를 반복했다.
멀쩡히 나오다가 끊어지고 그러다 효소실 옆 세척실의 수도를 틀고 올라오면 다시 나왔다.
물이 안나올 때마다 뛰어 내려가 그곳의 수도를 누군가 틀어주고 오곤 했다.
그래도 아내는 이정도 불편은 일도 아니라며 신경쓰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 그 빈도가 점점 높아지더니 이제는 조금만 써도 금방 안나오곤했다.
왤까...
달길님도 고민에 빠졌다.
둘이서 고민을 하고 또 고민을 해도 이유를 몰랐다.
혹시 모터의 용량이 작아서일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알아보니 그것도 아니란다.
그럼???
달길님이 고민을 하며 자주 전화를 하니 그것도 미안했다.

내 일처럼 쓰는 사람 불편함이 없도록 이중, 삼중으로 완벽하게 공사를 해준 사람으로서 고민이었을 것이다.
그러다 건축자재를 종합적으로 파는 곳에 가서 상의를 했다.
마침 그곳에 모터의 달인이라는 사람이 와 있었다.
나는 잘 몰랐는데...

그 사람 말로 세곳에 부속을 달아보라는 거였다.
몇만원드는 부속값을 들여 해보느냐, 아니면 그돈 버리느냐 하는 거였지만 일단은 해보기로 하고 부속을 사왔다.
그리고 세척실에 하나를 달았다.
그것을 달고 아내더러 물을 켜라, 꺼라, 다시 켜놓아라 진종일 오르락 내리락하며 해보았지만 결론은 꽝이었다.

돈만 버렸다는 생각에 기대했던 마음이 우르르 무너지고 상심이 컸다.
자, 나머지 부속을 다는 일에 기운이 빠져 그날은 그렇게 관뒀다.

그리고 가을걷이는 어느 정도 해 갈무렵 저녁에 두 부속을 마저 달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성격으로는 다음 날 바로 해보아야 직성이 풀리는 호기심맨이지만 오늘에서야 행동에 옮기기로 했다.

혼자 물통의 뚜껑을 열고 모터 위에 앉아 부속을 달려는 순간 부속하나가 그만 물 아래 바닥으로 떨어진 것이다.
작대기를 가져다 해도 깊이가 장난이 아니었다.
날이 어둡고 도저히 혼자는 할 수가 없어 아들 선우를 불렀다.

날이 추우니 잘 껴입고 손전등 들고 나오라고 주문을 했더니 이놈이 털모자에 지엄마 스웨터까지 입고 출전기념으로 사진을 박아야 한다며 포즈를 취한다.
산골아이들의 경우 아빠가 무엇을 도와달라고 하면 입이 나오질 않는다.
어떤 귀찮은 경우에도...

물론 내 카리스마가 만만치 않다고 선우가 장난삼아 말하지만 귀농하고 달라진 것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도시에 있었더라면 이렇게 즐거운 마음으로 나올까...이 추운 밤에...
그게 갑자기 고마워졌다.

뒤에서 장난을 치며 나를 따라오는 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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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보다 긴 작대기를 가지고 가서 선우를 이번에는 통에 넣어 물 아래를 보라고 하니 깊이가 장난이 아니라며 어림도 없단다.
그러면서 또 아빠는 어림도 그렇게 못잡냐고 또 나를 곯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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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작대기를 고르러 집으로 올라갔다.
더 긴 작대기로...
그러나 그것도 안되고 다시 긴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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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해보아도 물이 깊어 작대기가 물 밑바닥에 있는 부속에는 미치지못했다.
다시 올라가서 제일 긴 작대기에 못을 박아 왔다.
그 못에 부속을 걸던지 아니면 통 벽을 타고 끌어 올리던지 해보라고 선우에게 주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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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놈이 아주 진지하다.
해더보니 이제야 손전등 안에 부속이 보인단다.
밖은 밤 10시가 넘었으니 칠흑이고 검은 통 안은 더 어두웠다.
이제 보인다는 부속...

벽을 타고 선우가 부속을 끌어올린다.
“선우야, 심호흡도 하면 안돼.”

“아빠, 저를 뭘로 보시는 거예요. 하며 끌어올리던 일을 멈추고 장난을 한다.”

“너 이거 떨어뜨리면 너 밤새 혼자 꺼내. ㅎㅎ"

“그럼 아빠가 해보시던지, 저에게 하청을 주었으면 그냥 맡기셔야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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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놈이 이렇게 나오는데 잠자코 있었다.
결국 선우가 꺼냈다.
얼마만의 원점인지...

이제 다시 시작해야 한다.
부속을 달아보지도 못하고 빠뜨린 부속 꺼내는데 온 열과 성과 에너지를 다 소비했다.
이제 내가 통으로 들어가 부속작업을 해야 한다.
벌써 시작은 많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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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데 선우는 들어가지도 않고 옆에서 나를 웃긴다.
아내가 나와보고 둘이 웃고 떠들고 하기에 포기한줄 알았단다.

일단 부속을 다 달고 물통 문을 닫은 후 물에 팔을 넣어 팔이 다 젖은 선우와 손바닥을 서로 마주쳤다.
선우가 씩 웃는다.

그렇게 들어오니 긴장이 더 된다.
물에 빠진 부속 건질 때보다 더 긴장된다.
과연 물이 나올까.
이렇게 부자가 고생했는데 물이 또 안나오면 어쩌지...

아내더러 빨래도 돌리고 물을 끄지말고 계속 틀어두라고 했다.
밤12시가 지나고 새벽 1시가 지나도록 물은 끊어지지않았다.
얼마나 다행인지...
문제는 내일도 잘 나올까이다.

처음 한곳의 부속을 달고 불발이었을 때 무지 실망했다.
그런데 오늘밤 부속을 다 달고 나서는 혹여 물이 안나와도 그 돈이 아깝지 않다.
선우랑 둘이 그 야밤에 개울가에서 통속에 들어갔다 나올 때마다 서로 놀리며 웃고 떠든 것으로 치자면 부속값이 안아깝다.
그건 추억값이니까.

선우가 집에 와서 아내와 지동생 주현이에게 그동안의 일(주로 나를 곯리는 일)을 전부 쏟아내고 있고 아내와 딸은 웃겨 죽는다고 넘어간다.

“선우야, 수고했다”

초보농사꾼 박찬득(하늘마음농장 --www.skyhe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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