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툇마루 _해당되는 글 2건
2008.09.19   산골편지12 -- 산골아빠의 비애 2
2008.08.28   산골편지10 --뜨거운 거름 2

 

산골편지12 -- 산골아빠의 비애
+   [산골편지]   |  2008. 9. 19. 23:51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낮에 보았던 달맞이 꽃이 자꾸만 눈에 어른거린다.
달빛을 많이 받아서 인지 얼굴도 노래가지고 하루가 다르게 키가 훌쩍 커져 있는 달맞이꽃.

하필이면 허구많은 공간중에 두릅밭에 피어 마음쓰이게 하는지 모르겠다.
그러다보니 먼 발치에서나 바라다볼 뿐 달리 손 한 번 잡아주지 못했다.
무엇에 대해 바라는바가 크고 진실하면 어찌되는지 달맞이꽃을 보면 알 수 있다.

달을 향해, 달을 향해 손과 발, 온몸을 다 동원하는.........................
비바람이 치는 날에는 걱정이 되어 뒷문을 수시로 열어본다.
혹여 바람때문에 억센 두릅나무가시가 달맞이꽃의 여린 얼굴을 할퀴지나 않나하고............

************************************

휴가철이 되자 산골에도 많은 이들이 찾아들었다.
그 중 두 언니네 가족이 휴가를 보내고 갔다.

아이들은 형과 오빠가 온다며 며칠을 기다린 끝이라 만남 자체가 기쁨이었다.
손님을 인근 유명한 계곡으로 안내한다는 핑계로 우리 가족도 그 김에 휴가를 보냈다.

그러나 휴가는 곧 끝이 나고 언니네 가족들이 모두 떠난 후에는 네 식구 모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말이 없다.
일도 손에 안잡히고 밭에 올라가기도 싫었다.

일은 커녕 울적한 마음 가라앉히기에도 하루 해가 짧았다.
여운을 오래 끌고 사는 아내의 슬픈 속내를 읽었는지 그이는 내게 한숨자란다.
자꾸 목이 메어와 자리펴고 누웠다.

왜 작은 자극에도 내 호수의 파장은 그리 큰 걸까?

여러 번 몸을 굴리며 애써 소용돌이를 잡으려 애쓰는데 옆방에서는 나를 제외한 산골식구들의 ‘레슬링’이 시작되었다.

어른만큼이나 서운해 하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그이는 편을 갈라놓고 열심히 경기에 임했다. 일단 패가 갈리면 애비도 아이들도 인정사정이 없다.
서울에서도 자주 보던 일이었다.

한참을 그리 산골이 떠나가라 함성을 지르더니 가장 큰 선수 하나가 기권을 하고 마루에 나동그라졌다.
하도 선우에게 얻어맞은 옆구리가 아프다며 꾀병을 부리기에 못들은 척하고 있었다.

며칠이 지나자 그이는 도저히 아파 못견디겠다며 병원을 가잔다.
하루 일을 포기하고 병원에가 X-ray를 찍어보니 10번 갈비뼈에 금이 간 것.
5주 진단이 나왔다.

무거운 것 들지 말고 힘든 일 하지 말고 푹 쉬란다.
언니들의 빈 자리를 씻기도 전에 산골 일을 도맡아 하게 되었으니 팔자도 참.
남편은 심지어 멜라뮤트 밥주러 가는 일도 힘들어 했다.

형들과 재미있게 놀다 남아있는 아이들 생각하니 마음이 쓰이더란다.
그래 한 게임하며 아이들 기분전환시켜 주려던 것이 그만 그리되었단다.
2주가 지났는데도 차도가 없다.

산골아이들은 지레 겁을 먹고 지애비 심부름을 쏜살같이 한다.
돌아눕기도 힘들어 하고 기침할 때는 옆구리를 움켜쥐고 뒹군다.
병원약 먹고, 홍화씨달여 먹으며 원상회복을 위해 총매진중이다.

***************************

가슴이 하도 설겅거리기에 밤바람 맞으러 툇마루에 앉았더니 달님도 설겅거린다.
모든 것이 마음따라 가는가보다.

내 마음이 을씨년스러우면 나의 주위 친구들도 그리 보이는 걸 보니 말이다.
한참을 앉아있자니 가슴이 시려온다.

바로 앞 대추나무에게 가까이와 앉자고 하니 위로한답시고 자식을 주렁 주렁 달고 냉큼와 앉는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이렇게 고마울 수가

2001년 8월 20일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부는 산골에서 배동분 소피아 (하늘마음농장)


 
 
        

 

산골편지10 --뜨거운 거름
+   [산골편지]   |  2008. 8. 28. 23:25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요즘은 시골길 곳곳이 다 콘크리트 포장길이다.
그래서인지 소달구지 덜컹대는 시골길이라는 표현이나 모습은 옛날 사진에서나 봄직하다.

다행히 우리 오두막으로 올라오는 길은 100미터 정도가 비포장 도로이다.
한쪽 산을 깎아 만든 길인데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툇마루에서 그 길로 걸어 들어오는 하교길 아이들의 모습은 눈을 하늘에 행구고
다시 볼 정도이다.

그이와 약속했다.
저 길은 끝까지 비포장길로 놓아 두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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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방학 때 시골 할머니 댁에 가면 앞마당에 여러 가지 꽃들이 제일 먼저 와서 안기곤 했다.
우리 부모님이 아이들만큼은  서울에서 공부시킨다며 서울로 다 데리고 가면서도 늙으신 부모님이 걱정되어 둘째언니를 부러 두고 왔었단다.

그래서 둘째 언니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할머니를 서울로 모실 때까지 시골에서 학교를 다녔다.
그 생각을 하면 둘째 언니에게 미안타.

그 언니가 동생들 온다고 할머니와 꽃밭을 매년 그렇게 아름답게 꾸며준 탓에 그나마 내가 조금 서정적이지 않았나 싶다.

그런 생각에서 우리 산골 아이들에게도 동요 가사처럼 꽃밭가득 예쁘게 과꽃을 보여주려고 앞마당에 큰 꽃밭을 만들었다.

작년에 받아둔 씨앗이 별반 없는 탓에 과꽃, 봉선화, 나리꽃, 채송화, 홍화 등을 고루 뿌렸다.
요즘 한창 한두 송이씩 시샘하는 듯 타는 가슴을 터뜨리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꽃밭 전면에는 머리내미는 것이 없었다.

'이상하다. 앞면에 더 예쁜 꽃을 고루 뿌린듯 한데...'
그 이유를 오늘 발견했다.

주범은 박씨 일가!
애비나 아이들이나 기회만 있으면 꽃밭에 대고 노상방뇨를 하는 바람에 그만 씨가
뜨거워 죽은  것이었다.

그곳에 꽃씨가 들어 앉았으니 고맙게 거름은 안줘도 된다는 경고를 여러 차례 했었다.
도시 같았으면 노상방뇨는 5만원 벌금은 족히 내야 했을 터이지만 난 산골아줌마로 마음이 넉넉하니 경고로 끝냈다.

그러나 버릇은 못고친다.
결국 꽃밭이 뒤에만 예쁘게 꽃이 피고 앞면엔 기계충 앓은 듯 하다.
그 상황을 직접 확인하였으면서도 요즘에도 착실하게 뜨거운 거름을 주고들 있다.

그렇게 된 데에는 내 탓도 있다.
귀농하고 한동안을 박씨 일가는 그냥 마당이나 길에다 대고 볼 일을 보는 거였다.

"당신 농부 맞아? 그 아까운 거름을 길바닥에 쏟아 버리다니...."
그 날 이후 꽃밭에 거름을 주려고 그리 했다니 나 또한 별반 할말을 잃을 수 밖에.

꽃밭을 볼 때마다 아쉬워 오늘은 대머리에 머리카락 이식하듯 꽃 이식을 했다.
앞에만 호미로 골을 파고 아이들 줄세우듯 홍화와 봉선화를 옮겨 심었다.

꽃도 자리텃을 하는지 며칠 몸살을 앓더니 그만 황달이 들었다.
한 밭 가득 이식하려던 욕심을 버리고 그대로 두었다.
식구들 눈요기 하자고 녀석들 자리텃하는 걸 볼 수 없어서....

***********************************************

비가 온다고 하더니 별들이 슬리퍼신고 마실나온 걸로 보아 비오는 것도 글렀지싶다.
초보농사꾼이 내일은 야콘밭에 풀 뽑자고 한다.

오늘까지 고추밭 풀 뽑았는데 종목을 좀 달라하지 며칠을 한 종목만 하니 싫증이 난다.

그래도 너무 진지하고 열심인 초보농사꾼을 봐서라도 나의 주특기인 김매는 일을 충실히
해야겠다..

2001. 7. 12

넓은 잎을 벌리고 나를 반길 야콘들을 생각하며 산골에서
배동분 소피아 (하늘마음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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