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쌀쌀맞아졌는데도 아침마다 새들이 모닝콜을 해주었었다.
그런데 요즘은 부쩍 그들의 소리가 예전만 못하다.
사기가 죽은 것인지, 자연환경이 그들의 수를 점점 제한해 가고 있는지.. 아니면 지들도 연말이라고 침묵수행중인지...
나 혼자 일어나 앉아 까칠해진 숲을 둘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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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은 '아름다운 마무리'라는 책에서
"중노릇이란 어떤 것인가? 하루 스물네 시간 그가 하는 일이 곧 중노릇이다. 일에서 이치를 익히고, 그 이치로써 자신의 삶을 이끌어간다. 순간순간 그가 하는 일이 곧 그의 삶이고 수행이고 정진이다"라고 했다.
내가 귀농하기 전에는 모르고 지나갔는데 귀농하고 나서 책을 읽다보면 농사꾼, 농사에 대한 표현이 최하위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음을 보았다.
(법정 스님 책 이야기 마치자 이 이야기를 하니 혹시 스님 책에서 그런 내용이 있다고 생각할까봐 미리 사족을 붙이면 스님 책 어디에도 그런 내용은 없음을 밝혀둔다)
이 이 귀농을 길을 택하기 전에는 별 느낌 없이 읽었던 대목이었는데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농사가 존경받는 직업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존경은 커녕 천대시되었던 것으로 묘사된 내용을 많이 읽었다.
그러나 이제 귀농 9년차에 이르는 동안은 뭣도 모르고 대든 농사였지만 호미질 9년이 되다 보니 나름대로 농사꾼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법정 스님은 하루 스물 네 시간 중이 하는 일이 중노릇이라고 하였듯이 농사꾼의 일 또한 그에 견줄 수 있다.
농사란 땅을 갈고, 거름을 주고, 씨뿌리고, 곡식을 키워 걷우는 일만이 아니다.
하늘과 자연의 섭리를 잘 알아야 한다.
그 섭리를 파악하는 지혜를 갖지 못하고 자신의 욕심과 힘과 어슬픈 기술만 갖고 대들었다가는 낭채보기 십상이다.
그뿐인가.
거기에서 희망을 싹틔우고, 꿈을 잉태하기는 애시당초 글렸다고 본다.
또한 신이 하늘에 걸어놓은 해 있는 동안만 일하는 것이 아니다.
출퇴근의 개념이 불분명한 일이 농사다.
해뜨기 전과 해지고 난 후의 자연이 들려주는 잔잔한 이야기에 귀기울여 지혜를 닦아야 하고, 삶의 가치관을 수시로 점검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농사 이상 종합예술이 없다고 난 생각한다.
불경기인데다 직장마다 명퇴로 몸살을 앓고 있는 요즘 귀농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고 있다고 한다.
귀농...
다만 농사에만 촛점을 맞추기 보다는 보다 넒은 개념의 농사와 그 뒷그림자의 지혜와 자연 혜택 등을 잘 감지할줄 아는 사람만이 흙과 도반이 되고 땅에서 기쁨을 얻을 것이다.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라고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진정한 농사꾼이 되어 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른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www.skyhear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