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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22   산골편지9--까마귀야, 까마귀야~~ 2

 

산골편지9--까마귀야, 까마귀야~~
+   [산골편지]   |  2008. 8. 22.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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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온다.
여느 곳이나 비가 오면 습하고 끈적 끈적하여 군불을 지피고 싶어진다.

우리 '전설의 고향 세트장'에는 군불때는 방이 하나 있다.
4식구 오밀 조밀 누우면 다른 것은 끼어들 공간이 없는 작은 흙방
군불땔 수 있다는 사실이 기가 막히도록 고마워 이사와서 어찌나 애용을 했는지 그만 탈이 나고 말았다.

구들이 다 내려 앉은 것. 아직껏 수리를 못하니 이렇게 비가 오는 날에는 여간 아쉬운 것이 아니다.

*****************************************

작년에는 못본 것 같은데 올해는 까마귀가 무척 많아졌다. 성대로 존재를 알리려 하더니 이제는 시선까지 끌려고 기를 쓴다. 관심끌고 싶어 하는 마음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똑같은 모양이다.

옛부터 까마귀는 기분좋은 새가 아니었다기에 나의 고정관념도 같은 맥락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텃밭에 있는 새로 산 파쇄기(퇴비용 나무 파쇄하는 기계) 위에 앉아 고함을 질러대기에 오늘은 돌을 던졌다.

날아가는 까마귀 입에서 무언가가 떨어졌다.
가까이 가보았더니 퇴비장의 음식물쓰레기를 입에 물고가다 떨어뜨린 거였다. 이내 돌 휘두른 걸 후회했다.

지도 먹고 살려고 물고가는 것을 쓸데없는 선입견이 생명의 먹이를 빼앗았구나 생각하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집에 있는 어린 자식에게 줄 것은 아니었는지, 늙은 어머니께 드리려고 했는데 부랴 부랴 먹이던지고 빈 손으로 간 것은 아닌지......

다음에 까마귀를 만났을 때 큰 소리로 말했다.
"까마귀야, 어서 와 먹이가져가. 오늘은 물고 가기 쉽게 잘 펴두었어"
"오늘은 왜 그리 슬피우니? 애기가 아프기라도 하니? 부모님이 돌아가신 건 아니고?"
그런 후로는 까마귀가 싫지 않다. 마음 하나 돌려먹기는 어려운 게 아닌 듯하다.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마음을 다시 돌려 먹을 일이 생겼다.
닭사료와 개사료 올려 놓는 곳에 자꾸 사료가 쏟아져 있기에 주어담기를 며칠 했다. 그러더니 강도가 심해져 아예 새사료 봉투 3개를 다 갈기 갈기...............
그 때까지도 주범이 '까씨'라는 것은 상상도 못하고 '서씨'만 의심했다.
급기야 오늘 현장을 목격했다. 사료통, 봉투가 땅에 엎드려 있고 까씨는 갈길로 가고........

종자 봉투도 다 뜯어 모래알만한 각종 종자 등이 땅에 드러누워 서로 섞여 놀고 있었다.
사료담고, 흙고물 묻은 종자 주워 담는데 반나절을 반납해야 했다.

화를 삭히려 장독대에 가려니 작물에 병나면 쓰려고 계란껍질을 겨우내 모았는데 온통 땅에 조각을 내 못쓰게 만들었다.
일이 이쯤되고 보면 자연사랑이고 생명사랑이고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동네 어르신께 사정얘기를 했더니 덫을 놓으란다.

덫?!
그럼 잡은 놈은?
그래도 생명이 있는 것을 어찌!

결국 다 포기하고 '기습품(?)'을 단속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퇴비장도 흙으로 대충 덮었다.
그래도 몇 날을 와서 울고 일을 저지르더니 요즘은 통 보이질 않는다.
비가 많이 오는 날이면 어디서 비를 피하는지 마음이 쓰인다.

*************************************

잠자리, 나비, 매미, 새 등 제 자리에서 산골을 지키는 것들이 비가 쏟아지면 어디로 가는지 나보다 먼저 비를 피해 산골은 쥐죽은 듯 고요하다.

비오는 소리만이 땅 위에 엎어질 뿐
그러다 반짝 비가 개이고 해님이 대지를 덮으면 그것들이 나보다 먼저 나타나 비설거지를 한다.
산골에서는 내가 제일 게으름뱅이다.

2001년 7월 8일 일요일 불영계곡따라 마음을 흔들며 성당다녀와서

배동분 소피아 (2000년 귀농, 하늘마음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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