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장미에도 족보가 있다는 것을
타샤 할머니의 책을 통해서 알았다.
족보가 있으니 당연히 모종값도 장난이 아니고...
그런데 난 그냥 미니 장미, 줄장미가 좋다.
크고, 화려하고, 찬란하여 눈에 확 들어오는 꽃보다,
허리를 굽히거나 쭈그리고 앉아서
바라보면 이쁜 작은 꽃이 난 좋다.
마음에 심난하여 마당을 걷다가 잠시 쭈그리고 앉았을 때
들어오는 미니 팬지나 제비꽃, 해란초 같은 꽃들이
반갑고, 좋다.
내게 위안을 주는 꽃은 크고, 화려하고,
족보 있는 호들갑스러운 꽃이 아니라
있는듯 없는듯 소박하게 피어있는 나를 기다려주는꽃들이다.
산골에는 투톤칼라를 자랑하는 찰스톤과
화려한 오렌지 메이 안디나
그리고 프린세스 드 모나코와 같은 발음도 어렵고
외우기도 어려운 장미가 있었다.
지금 난 데크 위에 촘촘히 별처럼 박힌 미니 장미에 훅 갈뿐
다른 발음도 어려운 꽃에는 그다지 눈이 가질 않는다.
이제는 줄장미도 모두 서리가 몇 번 오자
정신줄을 놓았다.
덩그마니 두 세 송이가 피어 내가 장미라고 알려주려는듯
이름표처럼 붙어 있을 뿐이다.
슈마허가 말한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말은
어디에 갖다 붙여도 진리인 것 같다.
꽃에도....
화려함보다는 소박함을 좋아하는 것은
꽃뿐만 아니라 사람도 그렇다.
거죽이 번쩍번쩍한 사람보다
마음의 무늬가 환한 사람이 좋다.
이제 카렌듈라천연비누 만들어야겠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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