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법정을 읽고,
안 그래도 수행평가네, 기말고사네 하며 충분히 바쁜 아들에게 엄마는 기어이 책 한권을 권하고 말았다. 나 바쁜데;;;;
척봐도 ‘저게 책이야? 법전이지.’하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무자비한(?) 책의 굵기에 질려버린 나는 도무지 그 책에 정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미래의 꿈을 법조인으로 설정해 놓은 자로서, 한번쯤은 읽어봐야겠다는 사명감에 울며 겨자 먹기로 그 묵직한 책을 집어 들었다. 결과는?? 역시 대만족이었다.(당연히 만족했으니까 이런 글을 썼겠죠?ㅎㅎ)
그곳에는 총 8편을 법정 사건이 들어있는데 하나같이 책 제목 그대로 ‘세상을 바꾼’일대 사건이었다. 안락사 문제, 언론의 자유, 무차별적 사회주의 탄압, 표현의 자유, 이기적인 보험사와의 사투, 식민사회에서의 언론의 자유 등 모두 지금의 법이 있게 해준 사건들이다.
이 책에서는 법정에서의 진술, 변론 외에도 대법관들의 날카롭기 그지없는 질문, 처참한 피해자의 생활면면 까지 담고 있어 법의 여러 얼굴을 보게 해주는 데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다원화 사회라고 일컬어지는 요즘 시대 독자들이 하나같이 고릿적 시절 이루어진 판결 모두에 승복 하리라는 기대는 글쓴이도 나도 하지 않는다.
나 역시 한 가지 승복할 수 없는 사건이 있었는데, 글의 제목은 ‘포르노 황제와 전도사’였다. 사건을 간추려 말하자면, 래리 플린트라는 포르노 잡지의 황제가 자신을 악의 축이라 비난하는 유명한 목사 폴웰에 대해 너무나 저급한 패러디 (폴웰이 그의 어머니와 공중 화장실에서 즐겼다는 등…….)를 게재했다.
우연히 이 사실을 알게 된 폴웰은 곧장 플린트를 고소했지만 법정은 플린트의 손을 들어 주었다. 이 사건이 비록 법정사에서 봤을 때는 표현의 자유를 증대시켜준 주요한 사건일지는 몰라도 폴웰이라는 개인의 입장에서 생각해 봤을 때, 그건 틀림없는 모욕이고 누명이었음에도 말이다.
하지만 내가 이 책을 선호하게 된 이유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사건의 진행상황 등을 서술함으로서 읽는 독자 스스로도 자기 나름의 판결을 내릴 수도 있고 변론을 할 수도 있는 점 때문이다.
비록 이것 때문에 귀중한 야자 시간을 많이 빼앗기긴 했지만 그래도 결코 후회 따윈 남지 않는 책이었다.
산골 소년 박선우(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세상을 바꾼 법정 상세보기
마이클 리프 지음 | 궁리 펴냄
역사의 흐름을 바꾼 여덟 편의 재판이야기를 전해주는 세상을 바꾼 법정 . 미국은 물론 서구 사회의 근현대사에 있어서 중요한 변화의 계기를 가져온 재판을 살펴보는 책이다. 각 사건이 벌어진 시대 배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