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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_해당되는 글 2건
2009.07.01   귀농일기--우리 동네 당제사 
2008.12.11   귀농 아낙의 글 -- 우리 집에서 가장 가까운 집 

 

귀농일기--우리 동네 당제사
+   [귀농일기]   |  2009. 7. 1. 02:47  

어찌보면 서울놈이 시골와서 출세한 편이다.
왜냐하면 재작년 여름에 이사 오자마자 이 마을의 4반 반장이 되었으니까..
서울에서야 반장 아니  통장얼굴도 모르고 지내지만 이곳은 사정이 다르다.
각종 현황파악,동네 경조사,각종 농자재 신청 등이 이장이나 반장을 통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매년 연말이면 반원들이 반장에게 수고를  준다.
그 수고비를 모곡이라고 하는데 예전에는 쌀로 주었단다.
그런데 요즘은 시대가 시대니만큼그냥 현찰로 준다.
아뭏든 그 이전에 반장을 하시던 분(내가 살고 있는 집의 전주인이시다)이 병으로 입원을 하시자 하는 수없이 내가 인계를 받았다.
단 한 가지 가장 젊다는 이유이다.

하기야 반원들 9가구 중 나만 빼놓고 모두 환갑 내지는 칠순이 넘으신 노인이시고 그 와중에 혼자 사시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세 가구이니 오죽하겠냐만..
 
동네에는 각 자연부락 단위별로 아니면 각 가구별로 사당(성황당)이 있는데 우리 반에는 딱 한 군데가 있다.
동네 어른들의 말을 빌리자면 새마을 운동 때 모두 철거시키고 거의 사라졌단다.
그런데 그곳에서는 우리 반원들의 일년 농사과 자식들의 강복을 비는 제사가 일 년에 한 번씩 정월 대보름을 전후하여 지낸다.

작년에 처음으로 지낼 때는에는 보름 전날에 지냈었는데 올해는 보름 새벽에 한단다.
왜 그러냐고 여쭸더니 날과 시를 잡아서 하는 거지 아무 때나 하는 게 아니란다.

작년에는 제사지낼 때 참여만 시켰었다.
그런데 올해는 아예 제소(제사상 차리는 일)와 제관을 겸해라는 동네 어른의 통보(?)가 있었다.
사전 상의 없이 D-3일전에 무슨 종이 쪽지에 콩나물500원, 사과 1500원 등등을 써서 주시면서 그냥 쉬우니까 너무 신경쓰지 말고 준비하라신다

난감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어쩌랴.
하는 수 없이 주일에 성당끝나자 마자 가운데 한 글자 더 들어간 성(황)당 제사음식준비하러 시장에 갔다.
 마을 어르신이 적어준대로  산 재료를 오늘 새벽 3시에 일어나 아내가 준비를 하고 5시쯤 되어 성황당에 가서 제사를 지냈다.

대충 보니까 일반 제사와 비슷했다.
 다른 점은 강복의 주체가 조상이 아닌 귀신이라는 것 뿐이다.

오늘은 꽤나 바쁠 것 같다.
조금 후 오전 9시쯤 되면 동네분들 우리집에 제사지낸 음식 음복하러 오실 것이고 음복이 끝나면 마을회관에서 윷놀이가 있다니 그것에 참석해야 하고...

박 반장 파이팅!!!

초보농사꾼겸 새밭 반장 박찬득(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귀농 아낙의 글 -- 우리 집에서 가장 가까운 집
+   [산골편지]   |  2008. 12. 11. 18:24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8년 11월 30일

울진 장날은 5일장으로 2일과 7일이다.
장날은 구경꺼리가 많아 좋다.
바쁜 걸음 멈추고 작은 눈을 이리저리 굴리는라 바쁘다.

옛날의 장날 풍경과는 거리가 있지만 그런 풍경을 도시 사람들에게도 보여 주고 싶은 마음 굴뚝같다.
그러나 그 순수하고 건강한 모습에 카메라를 들이댈 용기가 없다.
엊그제도 우연히 일보러 갔는 정말 ‘가는 날이 장날’이었다.


헌옷을 수선하는 집에 들려 옷을 맡기고 나오며 용기내어 카메라를 꺼냈는데 등골에 땀이 흐른다.
결국 작은 카메라를 가방에 넣고 말았다.

내가 진정 모델로 삼고 싶은 사람은 명품 옷을 걸치고 명품 핸드백과 온갖 액세서리를 주렁주렁하고 화장을 겹겹이한 모델이 아니다.
작은 헝겊 자루에 깜장콩, 조, 보리를 담아 놓고, 도라지 한 종지, 부추 한 단 등을 당신 앞에 놓고 그냥 무작정 앉아 계시는 할머니 모습이었끼에 카메라를 들이대지 못했다.

그 모습이 하도 신선해서...

그러길 잘했다고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삭막한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그런 모습을 보며 나를 비추어 보고, 부모를 생각하고 고향을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미치니 아쉬움은 남는다.
다음 장날까지 카메라를 꺼낼 용기가 생길 것같진 않다.
*****************************************************

우리 집은 독가촌이다.
그러니까 한 골에 한 집이 있는 것을 이곳에서는 독가촌이라고 한다.
그러다보니 옆집이라는 개념이 별로 없고, 우리집에서 가장 가까운 할아버지댁은 300~400미터 정도 거리에 있다.

그것도 멀리에 보이는 것이 아니고 우리집이 산자락 움푹 패인 곳에 둥지를 틀었기 때문에 보이지도 않는다.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혼자 사신다.
성격이 강직하시고 남에게 폐끼치는 것을 싫어하시는 그런 분이다.

하루는 할아버지댁의 잔디꽃이 참 이쁘다고 말씀드렸더니 어느 비오는 날 아침에 잔디꽃을 비닐 포대에 담아오셔서는 본보기로 몇 개 심어놓으시고 두고 가셨다.
새벽잠이 없으시다보니 새벽에 오셔서 우리가 깰까봐 그렇게 조심조심 해놓으시고 가셨을 때의 그 마음이란.................

그렇게 심은 잔디꽃이 해가 바뀌자 핑크빛으로 산골을 밝혀줄 무렵 할아버지는 올 여름에도  우리 집으로 올라오는 저 아래 다리결 있는 데서부터 양쪽 길가로 쭉 올라오며 심어주시고 가셨다.
그것은 더 몰랐다.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나중에 보니 촘촘히 그 더운 날 오셔서 슬며시 심어주시고 가셨다.

산골은 걸어서 다니기보다는 주로 이웃도 멀리 있기 때문에 차를 타고 다니다보니 그 잔디꽃이 그렇게 심겨져 있는줄도 나중에서야 알았다.
얼마나 마음이 따사롭던지...

그리고 내가 무슨 꽃이 이쁘다고 했었는지 그것을 기억하셨다가 가을에 꽃둥지까지 베어다가 주셨다.
더 말렸다가 내년 봄에 줄줄이 꽃밭을 끌고 다니면 꽃씨가 떨어질 거라는 방법까지 세세히 알려주셨단다. 초보농사꾼 박반장에게...

초보농사꾼이 반장으로 있는 새밭 어르신들은 죄다 그렇게 따뜻한 분들이다.
우리 홈에 자주 등장하시는 꾀골재 할머니도, 감이랑 김치랑, 손수 만드신 두부를 박반장이 좋아한다고 늘 가져다 주시는 다른 할아버님도 연고도 없는 이곳 울진에서는 친할아버지, 할머니처럼 다정한 분들이시다.

말이 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렇게 꽃둥지를 나 또한 다른 농작물 이상으로 애정을 갖고 말렸다.
지금 잘 말라 저나 나나 봄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 할아버지 댁에 안좋은 일이 있으시다며 초보농사꾼이 입을 뗀다.
이제 막 40 넘은 사위가 직장에서 갑자기 머리가 아프다고 하더니  그만 별나라로 갔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할아버지는 오늘 그냥 집에서 계신다고...

가까운 이웃으로서 아무 말씀도 못드리고 있다.
그냥 뭐라고 세 치 혀로 위로 말씀드릴 수 없어서다.

나중에 조금 시간이 흐르면 반 어른들 모시고 저녁이나 준비해야겠다.
근데 겨울에도 야콘 가공을 쪼금 하다보니 이거 가을걷이 때만큼이나 일이 많고 바쁘다.

달과 별이 유독 반짝이는 밤이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 -- www.skyhe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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