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22일
산골가족은 집 옆의 작은 내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끌어다 마시지요.
물론 저희가 효소를 만들기 때문에 매번 철철한 물 검사를 받습니다.
몇 십 항목이 되는 검사를 검사기관에서 물을 바로 떠서 연구소로 보내 검사를 받는데 합격입니다.
마실 때마다 감탄이 벌어진 이빨 사이로 새어나옵니다.
오늘도 그런 감탄을 흘리다 서둘러 꽃밭으로 갔습니다.
나 혼자 갈증을 푸는 것같아서지요.
함석 물조리개에 물을 길어다 꽃밭에 뿌려 주었습니다.
내가 먹는 그 물을 우린 함께 나누어 먹습니다.
금방 꽃의 표정에 생기가 돋는듯했습니다.
뒤늦게 피어난 초롱꽃과 두 송이 장미의 얼굴도 금방 환해집니다.
난 신바람이 나서 시원찮은 허리를 생각지 않고 한 말 정도 들어가는 함석 물조리개를 공기돌 놀리듯 들어 날랐습니다.
모두들 좋아죽겠다는 표정들입니다.
갈증나지 않은 모습으로 열반이 들길 바라는 마음에서 한참 들여다 보았습니다.
그들이 내게 보여준 사랑과 위로와 격려로 치자면 이건 새발의 피지요.
난 내친김에 할 일도 잊고 그들에게 이야기를 건냅니다.
이야기라고 해봤댔자 농부의 아낙이 농사얘기지요.뭐.
난 퍼질러 앉아 우선 야콘이야기를 했습니다.
야콘이 전체적으로 썩 잘된 농사는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하나가 짧으면 하나가 길거라'는 것을 믿는다는 말도 껌처럼 덧붙였습니다.
꽃밭에 앉은 꽃들은 내 이야기를 시시껄렁한 말이라고 믿지 않습니다.
어찌 아냐구요?
아무 말 없다는 것은 긍정한다는 또 다른 언어 아닌가요? ^^
난 해가 기울도록 농사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오늘 역시 한갓진 날이 아니지만 그동안의 은혜에 보답한답시고 한 말이 고작 농사이야기였습니다.
이내 날이 기울었으므로 저녁을 부랴부랴 지어먹고 통창으로 꽃밭을 내려다 보았습니다.
그들이 별처럼 초롱초롱 빛나보입니다.
매번 꽃들의 이야기와 향기에 취해 살던 이웃이 뭔 생각이 들어 핏대를 세우며 이야기를 들려 주었는지 몰라도 그 이야기가 싱겁지 않은 모양입니다.
내일은 산야초 이야기를 해줄까?....
산골 아이들의 이야기를 해줄까?...
이제 재미붙였습니다.^^
지나치면 모자라니만 못하다는 말도 알지만 그것은 여기에는 해당되는 말이 아니라고 스스로 단정지었으므로 난 내일 산야초 이야기를 할 겁니다.
‘사랑이란 서로 상관없는 말에도 귀 기울여 생기돋게 하는 것'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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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