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우중충했던 꽃밭에 뭔가 보여주겠다는듯이 진한 핑크빛 잔디꽃이 군데군데 퍼질러 앉아 눈부신 화려함을 선물했습니다.
산골가족들 눈 부신 곳으로 뭔가에 홀린듯 저절로 발길을 향했었지요.
섬세하지 않은 초보농사꾼도 자주 쭈그리고 앉아 그들의 화려함에 마음을 적시곤 했습니다.
그렇듯 평생갈 것처럼 관심을 받고 화려함을 자랑하던 잔디꽃이 서서히 빛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네 삶처럼 말입니다.
무엇이든 지나가는 것을...
잔디꽃에 이어 지금은 금낭화가 한창입니다.
팔뚝에 이쁜 주머니를 죽 걸고 나와서는 바람에게 아양을 떱니다.
헤어스타일은 얼굴 양쪽으로 묶은 것도 모자라 위로 틀어 올렸네요.
그러더니 이내 바람과 놀아나고 있습니다.
하나하나 자세히 뜯어보니 삐삐 머리를 한 소녀들 같습니다.
멀리서도 소녀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리는듯하여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네요.
살면서 뒤를 돌아본다는 것은 힘찬 걸음을 내딪기 위한 구령과도 같은 것이지요.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