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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_해당되는 글 2건
2009.04.24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천리향 부부 
2009.04.06   귀농아낙의 산골편지--나도 알고 싶어요.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천리향 부부
+   [산골편지]   |  2009. 4. 24. 00:28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9년 4월 11일

얼마  전에 그렇게 갖고 싶어 하던 ‘천리향’을 선물로 받았다.
무슨 의식을 치르듯 장갑끼고 뿌리의 키만큼 구덩이를 판 다음 조심스럽게 새집에 앉혔다.

‘천리향’... 말 그대로 꽃의 향기가 천리를 간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부활절을 코앞에 두고 생각해 본다.

향기가 천리를 간다고 이 꽃나무에 환장을 할 것이 아니라 사람향기도 천리를 간다면??
꽃향기는 거리제한이 있지만 사람향기는 시공을 넘나들지 않은가.

과연 내게서는 어떤 향기가 나며 그 향기의 제한거리는 얼마쯤일까?
엎어지면 정강이라고 그 정도에서 약발이 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천리향’을 들여다 보며 나 역시 침묵수행중이다.
**********************

내가 아는 젊은 부부가 있다.
산골까지 그 부부의 향기가 흘러넘친다.

산골에 무슨 일이 있으면 함께 아파하고, 함께 기뻐하고, 함께 농사일을 나서서 도와주지 못해 안달이 나는 부부다.
늘 우리 홈에 들어와 산골에 무슨 일이 있는지 마음조이며 지켜보는 것은 기본이다.

요즘 그 부부를 보면서 세족례를 흉내내며 내 영혼을 씻어내고 있다.
어쩜 다른 사람의 일에 저토록 온전히 마음을 쓰고 애틋해할까.

하다못해 통화할 일이 있어도 덥석 전화도 못하는 사람들이다.
농사일로 바쁜데 방해된다고, 저녁에 힘든 몸 쉬어야 하는데 방해된다고...
무인도나 다른 없는 이 낯선 울진에서 그들은 그렇게 등대처럼 버팀목이 되어 주고 있다.

얼마 전에는 직장다니면서 어린(7살) 딸과 초등학교 다니는 아들까지 있는 엄마가 밤마다 시간을 쪼개어 성서쓰기를 미루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농사일로 바쁘다는 좋은 핑계를 끼고 살며 쥐똥만큼 성서쓰기를 해놓은 나로서는 얼마나 부끄럽고 머리에 번개가 치는지 지금은 밀린 성서쓰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들에게서 이웃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배려하는 법을 배운다.
내가 나이먹었다고 더 나은 것 하나도 없다.

요즘 가장 많이 옹알거리는 말이 ‘근묵자흑’이다.
시기와 질투를 일삼고, 남의 말이나 전하는 사람과 가까이 하면 내 영혼이 어찌될지는 불보듯 뻔하다.

그러나 남을  배려하는 이 젊은 부부와 같은 사람을 가까이 하면 내 영혼에도 천리향이 날 것이라고 확신한다.
나는 이들 부부처럼 다른 이의 가슴에 버팀목으로 자리하고 있는지, 두릅가시 보다 더 날카로운 엄나무 가시로 상대방의 가슴에 남아 있는지 자신에게 묻고 또 묻고 있다.
이 봄에 나도 그 젊은 부부처럼 천리향으로 부활하고 싶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귀농아낙의 산골편지--나도 알고 싶어요.
+   [산골편지]   |  2009. 4. 6. 09:41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9년 3월 26일

40대 이후 세대라면 이 선희라는 가수를 잘 알 것이다.
대학가요제에서 ‘J에게’로 상을 타면서  화려한 무대에 서기 시작했다.
그 후로 나오는 노래마다 거의 히트를 치면서 막힘없이 나갔던 가수다.

그 가수 노래 중에 ‘알고 싶어요’라는 곡이 있다.
황진이 시에 곡을 붙인 것으로 알고 있다.
가사는 이렇다.

달밝은 밤에 그대는 누구를 생각하세요.
잠이 들면 그대는 무슨 꿈꾸시나요.
깊은 밤에 홀로 깨어 눈물 흘린 적 없나요.
때로는 일기장에 내 얘기도 쓰시나요.
나를 만나 행복했나요.
나의 사랑을 믿나요.
그대 생각하다 보면 모든 게 궁금해요.

하루 중에서 내 생각 얼만큼 많이 하나요.
내가 정말 그대의 마음에 드시나요.
참새처럼 떠들어도 여전히 귀여운가요.
바쁠 때 전화해도 내 목소리 반갑나요.
내가 많이 어여쁜가요.
진정 나를 사랑하나요.
난 정말 알고 싶어요. 얘기를 해주세요.


 

이런 가사를 갖고 있다.
왜 갑자기 오래된 노래를 들먹이나 하면 이 가사 밑에 그 답을 적어 본다면 각자는 어떤 내용을 적을까...생각해 보았다.

만약 어느 부부의 메모가 이리 돌아간다면...

달 밝은 밤에 그대는 누구를 생각하세요.
--> 니 생각 안하니까 신경 끄셔.

잠이 들면 그대는 무슨 꿈꾸시나요.
--> 행여라도 니가 나타날까 무섭다. 납량특집이 따로 있냐?

깊은 밤에 홀로 깨어 눈물 흘린 적 없나요.
--> 바삐 돌아가는 피곤한 세상에 지랄했다고 깨서 훌쩍이냐?

때로는 일기장에 내 얘기도 쓰시나요.
-->니 이름 석자만 들어도 ‘범 본 개 뭐 떨듯’ 부들부들 떨리는고만 어디다 적어 적길...

나를 만나 행복했나요. 나의 사랑을 믿나요.
-->그걸 질문이라고 하냐? 어쩌다 허구 많은 사람 중에 너를 만났는지 팔자도 우라지게 없는 남자라니깐...

하루 중에서 내 생각 얼만큼 많이 하나요.
--> 뒷 머리카락이라도 생각날까 무섭다. 귀신은 뭐하는지...

내가 정말 그대의 마음에 드시나요.
-->그 놈의 콩깍지가 훌러덩 벗겨지고 나니 모든 게 흉물스럽다. 인간아!!

참새처럼 떠들어도 여전히 귀여운가요.
--> 그냥 있어라. 그냥 입다물고 있어도 머리채가 절로 흔들리고만 귀염질은 아무나 하니??

바쁠 때 전화해도 내 목소리 반갑나요.
-->심심할 때 받아도 협심증 걸릴 지경인데, 콱, 그냥 인간아, 대답도 하고 싶지 않어. 대답도...


부부의 메모가 이리 돌아간다면 얼마나 삭막할까를 생각해 보았다.
얼마 전에 황혼 이혼이 대세라는 신문 기사를 읽었다.

그 황혼에 서로 등 기대어 훈기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더는 못살아’하면서 눈에 독기를 품고 이혼 도장 찍는다면 위의 답변도 과장된 것은 아닌지...

만약 데이트할 때, 노래 가사처럼 같은 질문을 한다면 과연 답이 이렇게 삭막하게 나올까.
아닐거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마음이 변했다는 거다.
찰떡같이 일가친척, 친구, 지인들이 모인 가운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서로 사랑하며 어쩌구 저쩌구 약속하고 한 것이 다 헛거라는 거다.
그때 마음은 그때고...이렇게 되는 거다.

사람은 같은 사람인데 마음만 변한 거다.
소주 제목(?)같이 '처음처럼'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가사를 읽어본다.
유행가 가사라고 보면 그저 유치한 표현으로 비칠 수 있는 내용이지만 황진이가 누군가에게 애틋한 마음의 극치를 보였듯이 내용을 보면 새록새록 남편을 처음 만났을 때의 감정이 되살아나 굳어진 마음에 새싹이 돋는다.

다시 한번 가사를 읽어 본다.
그리고 초보농사꾼에게 한 가지 묻고 싶다.
‘나를 만나 행복했냐고’...

나를 택함으로써 다른 여자를 택하지 못한 기회비용을 커버하고도 남음이 있는지 말이다.
요즘 들어 그런 생각을 해본다.

남편이 나를 만난 것을 행운으로, 작은 축복으로 알았으면 좋겠다고..
이 험한 세상에, 그리고 단 한번의 인연으로 만나 이 가정을 꾸림에 있어 그 협력자로 나를 만난 것이 그나마 다행으로 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말이다.

이 봄에 눈이 온다.
제법 한겨울처럼 눈보라가 내리친다.

날씨가 이럴수록 마음에는 부부 사이에 장작불을 지펴야 하는데 오늘은 황진이처럼 ‘나를 만나 행복했냐’고 물으면 초보농사꾼은 어떤 대답을 할까...
무슨 봉창 두드리는 소리 하냐고 하지 않을런지...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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