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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 _해당되는 글 2건
2010.04.09   귀농안했으면 반성못했을 이야기[2탄] 1
2009.10.16   귀농일기--인터넷으로 병아리 키우기[1탄] 1

 

귀농안했으면 반성못했을 이야기[2탄]
+   [귀농일기]   |  2010. 4. 9. 09:16  

 

제목이 ‘귀농을 안했으면 지금도 반성을 못했을 것이다‘라고 한 것은 병아리를 키우면서 아내가 하도 놀려 생각해본 제목이었다.

그러니까 작년 10월에 1탄을 쓰고 2탄을 이제야 쓰니 2년 걸린 셈이다.


자세한 지난 이야기는 <귀농일기>435번 ‘귀농을 안했으면 지금도 반성을 못했을 것이다’를 참고하시기 바란다.

병아리 두 마리를 집에서 키우게 되면서 주현이가 제일 바빠졌다.


워낙 동물을 좋아하는 아이다 보니 그 관심은 놀랄만하다.
병아리들을 바라보는 모습도 진지하고 따뜻하여 나도 닥아가 들여다 보게 만든다.





바깥 세상 적응훈련을 시킨다며 마당으로 데리고 나온 주현이는 갑자기 코스모스 향기를 맡아보라며 병아리의 코를 코스모스 가까이에 들이댄다.
아이들의 생각은 정말 놀랍니다.
기발하고, 세심하면서도, 따듯한 마음을 간직하고 있다.





저런 아이들을 기계식으로 학원으로 전전하게 하고, 콘트리트 벽에만 가두어 공부만 시키니 안타까운 일이다.
지금이라도 참교육이 이루어지면 좋겠지만 나날이 그 건조함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렇게 병아리들을 꽃밭에서 놀게 하더니 이번에는 그 꼬맹이들의 집 평수를 두 배로 늘려주어야 한다며 박스를 찾는다.
딸아이의 그런 호기심과 애정을 지켜보던 아내가 바로 박스를 구해다 준다.




어쩌나 하고 보니 박스 하나의 벽을 트더니 다른 박스 하나를 테이프로 붙여주고 있다.
완성된 것을 보니 근사한 넓은 평수의 병아리 집이 되었다.
그제서야 병아리들이 운동도 하고 충분히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며 좋아한다.


2009년 10월 14일


오늘은 주현이가 밤에 손전등을 찾는다.
이 밤에 어디를 가느냐고 하니 병아리들을 이제는 이유식을 시켜야한단다.
이유식이라...
어디서 들은 것은 있어가지고 이유식을 어떻게 시킨다는 건지 지켜볼 수밖에...





밭으로 가서 한참만에 나타난 주현이 손에 정말 병아리의 웰빙식사재료가 들려져 있다.
자세히 들여다 보니 쑥도 보이고, 씀바귀인지의 잎도 보인다.
유기농하는 에서 뜯어왔으니 병아리 이유식도 유기농 식단이다.


그러니 이보다 더 좋은 이유식은 없을 것이란다.
이번 병아리 때문에 놀란 것은 주현이의 동물사랑의 정도이다.





아이는 따뜻하게 동물을 대하고 있고 사랑하는 흔적이 행동으로 나타난다며 아내도 주현이의 행동이 대견한 모양이다.
밭에서 뜯어온 것들을 가위로 잘게 썰어 넣어주는 아이





하늘에서 무엇이 떨어지나 병아리 두 마리를 가만히 쳐다보고 있다.
나중에 또 들여다 보니 작은 부리로 쪼아먹기 시작한다.
목구멍으로 넘어가는지 아니면 쪼기만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열심히 쪼기는 한다.





만약 목구멍으로 못넘긴다면 언젠가는 넘길 것이고, 동물들은 바로 먹이넘기는 것을 잘 하니까 이제는 주현이 말대로 제대로 이유식이 될 것이다.


2009년 10월 20일


점점 병아리 소리도 커지고 손님들이 와서 병아리를 만지자 주현이가 날로날로 신경을 쓰게 되었다.
지엄마를 보면 제발 손님들이 병아리를 못만지게 해달라고 당부를 하고 안타까워 하기 시작했다.




또 언제까지 집안에 둘수는 없기 때문에 여러 가지 이유로 병아리집을 보일러실로 옮기기로 가족간에 합의를 보았다.
보일러실에 두니 나무를 때기 위해 가서는 운동도 시키고 더 좋은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동을 시키기 위해 밖에 내다 놓고 노는 것을 들여다 보니 아무래도 한 녀석의 다리가 문제가 있다.
걷는 것도 뒤뚱거리고 하여 집어 들여다 보았다.
한쪽 다리가 부어올랐다.
그래서 그렇게 발이 자유롭지 못했던 모양이다.





하기야 항생제도 안맞고 그저 태어나자마자 자연에서 먹이만 먹고 자랐으니 이런 일이 있는가보다.
주현이도 자꾸 병아리가 다리를 전다며 걱정이 많다.




어쩌랴.
지켜보는 수 밖에. 운동을 많이 시키면서...


2009년 10월 29일


가을이 점점 더 깊어가고 있다.


야콘밭을 오가며 들녘을 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난 섬세하지 못하지만 가을은 그 깊이가 있다.
신부님 집도 가을 풍경속에 잠기어 들고...(가을이라 그런지 이런 말도 구사되고 용됐다.)





그러는 동안에 신부님집 바로 옆에 집을 마련한 닭장에 새로운 식구들이 또 합류를 했다.
한쪽 집만 사용하던 것을 중간에 구멍을 내고 두 집을 다 사용하기로 했다.
두 칸을 오가며 잘 먹고 잘 싸고 있는 닭들.


다시 병아리들의 발육상태를 체크해 보기로 했다.
한 놈은 비록 보일러실에서 컸지만 잘 커주고 있는데 시원찮았던 녀석은 기형의 다리가 더 확실하게 드러난다.


마음이 편치가 않다.
말 못하는 짐승이지만 얼마나 고통중에 있을지...
이제는 보일러실에 먹이랑 물을 주러 가는 것이 즐겁지가 않다.


주현이도 자꾸 시원잖은 놈에게 관심이 더 가는 모양이다.


별다른 방법이 없는 날을 보내다 결국은 한 놈이 삶을 등지고 말았다.
작은 구덩이를 파고 흙을 덮어주었다.


그동안 산골가족에게 기쁨을 주고 사랑을 주고 간 녀석이다.
이래서 동물키우는 일은 좋은 것만이 아니다.

한 녀석이 산골을 떠나고 나니 나머지 한 녀석이 안스러워 보인다.


둘이 박스속에서 빠약거리며 잘 지냈는데 이제 혼자 살아가고 있는 한 놈 아리가 더 안스러워 보인다.
주현이가 이름을 아리라고 지어주었는데 지엄마가 왜 이름이 아리라고 하니 병아리의 아리란다.


이제 아리도 웬만큼 컸다며 주현이랑 아내가 아리를 이제 다른 닭들이 있는 닭장으로 넣어주는 좋겠다고 결정하고는 주현이를 시켜 닭장으로 보냈던 모양이다.





그런데 닭장에 넣어주자마자, 다른 닭들, 특히 제일 큰 숫컷이 이 어린 아리를 잡아먹을 듯 하도 쪼아붙이고 하는통에 앗 뜨거워라 하면서 다시 데리고 내려왔단다.





그 말을 듣고 내 경험도 얘기해 주었다.
주현이보다 먼저  닭을 데리고 갔었다. 닭장에 넣어주러.
그런데 그 놈의 숫놈이 어찌나 아리를 쪼아죽이려고 달려드는지 금방이라도 죽일 것만 같아서 나 역시 주현이처럼 부리나케 데리고 내려왔었다.


어쨌거나 이번에도 집단으로 쪼임을 당해서 아리가 정신줄을 놓은 것같단다.

다시 아리는 보이러실 박스집에서 지내게 되었다.


2010년 2월 5일


새해가 되었다.
벌써 두 살이 되는셈인가 보다.
보일러실에서 무럭무럭 큰 아리.




이제는 제법 어른티가 난다.
보일러실에 있다가 밖으로 나가 운동도 하고 물 한 모금 먹고 하늘을 보고 할짓은 다하지만 동료들과 함께 지내지 못하는 녀석이라 안타까운 마음이 늘 있었다.


이제 본래의 집으로 돌아가는 것은 포기해야 한다.
워낙 수탉이 죽인다고 달려들어 어쩔수가 없다.


아내도 이제는 포기했는지 급한 일도 재껴놓고 보일러실을 치우기 시작한다.
벌써 치운다고 하더니 이래저래 급한 일이 생기니 마음만 썼었단다. 이제는 도저히 안되겠는지 보일러실의 아리집 근처를 정리하기 시작한다.
잘 때는 횟대가 없으니 통나무 횟대 역할을 하라고 커다란 통나무 한토막을 굴려서 횃대처럼 해주었다며 보여준다.





아리는 이제 제집처럼 보일러실 통나무 위에 앉아서 잠을 청하고 자라고 있다.
밖에 나가 운동도 하고 먹이도 쪼아 먹으며 제 잘 곳이 어딘지 이제는 잘 알고 있는 모양이다.






오늘 아내 말이 위의 닭장에서 닭울음소리가 나니까 그 소리를 듣고는 저도 작음 소리로 화답을 하더란다.


2010년 2월 26일


오늘 저녁을 먹으며 아내가 말한다.
이제 위의 동료들이 있는 닭장으로 가기는 틀렸고, 보일러실에 닭장에 있는 암탉을 한 마리 데려다 아리의 벗이 되게 해주어야겠단다.
횃대도 만들어주고...


그런데 그 암탉이 도망가지 않고 보일러실을 제집으로 잘 알는지...
그게 숙제다.

아내 말대로 육아일기를 이렇게 한번이라도 썼었으면 아마 아내가 상장과 금일봉을 내렸을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하늘마음농장 www.skyheart.co.kr 에서 보세요. ^^

 

귀농 주동자 초보농사꾼 박찬득


 
 
        

 

귀농일기--인터넷으로 병아리 키우기[1탄]
+   [귀농일기]   |  2009. 10. 16. 10:11  




2009년 10월


지금부터 우리집 새식구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데 좀 찔리는 것이 있다.
다름 아니 닭이야기이다.


닭이야기를 하려니 선우 , 주현이를 이렇게 관심갖고 키웠으면 아마 아내가 옛날 이야기하며 궁시렁거리지 않았을 것이다.
남자들이란 다 같은 이유를 둘러대지 않는가.


인생살이가 바빠서 그랬다고, 나도 자식 이쁜줄 안다고 변명을 들이대지만 사실 설득력없는 이유라는 것을 남자들도 안다.

이렇게 오늘은 거창하게 서론이 나가는 것으로 보면 본론도 무지 길거라는 상상을 하실 거다. 맞다.
이야기가 길다보니 이제나 저제나 미루어 왔던 이야기인데 이제는 막다른 골목에 왔다.


지금 이야기할 꺼리가 많으니까 1탄, 2탄으로라도 해야 나중에 진행상황을 까먹지않는다는 판단이 서서 요즘 개복숭아 씨 심느라고 무지 힘들지만 기억을 더듬어 쓰려고 한다.


예전에 논산의 이원무신부님께서 관상용 닭을 사올테니 키워보라고 하셔서 아내와 나는 자신이 없다고 말씀을 드렸다.
신부님은 산골에서 닭을 키우고 병아리를 키우는 재미도 보고, 또 유정란을 낳으면 가족끼리 먹는 재미도 있고 하여 마음을 써주신 것이다.
신부님은 늘 그렇게 마음을 써주셨다.


예전에, 귀농초에도 토종닭을 연구하시는 분이 진주에서 여기까지 직접 그 많은 닭을 실어다 주고 가셨다.
공짜로...


정말 보니까 덩치도 작고 색깔도 일반 닭과는 달랐다.새박사라고 했는데 정말 그냥 말하는 박사가 아니고 조류쪽을 전공하신 분이셨다.
얼마나 고맙던지..용기를 내어 키우는데 까마귀가 그랬는지 들짐승이 그랬는지 자꾸 닭을 물어 죽이는 거였다.


나중에는 폐그물을 얻어다가 쳐주곤 했는데 겨우 목숨을 부지하던 놈들을 개가 풀려서 결국은 다 잡아 죽이고 말았다.
개는 죽여만 놓았지 먹지도 않는다.


얼마나 마음이 안좋은지 다시는 닭을 안키운다고 아내와 다짐을 했다.

그러다 아이들 운동회때 경기 우승으로 받은 닭도 개가 물어 죽이고 하여간 우린 동물이랑은 인연이 없었다.


그렇게 아픈 상처만 남기고 닭은 물건너 갔고, 꿈에도 닭을 키우지않겠다고 했는데 신부님이 관상용 닭이라며 말씀을 하셨다.
그래서 그런 이유로 자신이 없다는 말씀을 드렸다.


신부님 생각은 유정란을 꺼내 먹을 수 있고 , 말 그대로 관상용이니까 아이들에게도 보여주고 병아리 낳으면 길러도 보면 참 좋을 거라는 배려에서였지만 자신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7월에 따가운 날에 신부님은 트럭에 닭장이랑 닭이랑 싣고 신부님도 차로 오셨다.
닭장은 조립할 수 있도록 하여 오셨기때문에 여기와서 조립을 했는데 그럴듯한 단독주택이 되었다.
물론 이것도 사오신 것이다.


 




그렇게 하여 새생명이 우리집에 다시 들어오게 되었다.
사냥개 벤자민 이후 또 다른 생명을 들인 것이다.


그런데 신부님이 가시고 나서 다음 날 한마리가 죽었다.
얼마나 마음이 안좋은지...


또 그렇게 마음을 써주셔서 가져오신 것을 금방 한마리 죽였으니 할말이 없었다.

나 역시 잘 자라주기를, 이번에 닭은 어디 한번 잘 키워보려고 마음을 먹었건만 바로 다음날 원인모를 이유로 죽었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세마리랑 함께 살았다.


우리집에서 새로 지은 신부님 집까지 언덕을 헉헉거리며 걸어올라가야 하는데 매일 밥주고 물주고 그리고 다른 동물이 해꼬지 하지않는지 걱정되어 오르내렸다.


그런데 어느날 모이를 주러 올라가는데 그애들 집이 길 중간까지 내려와 뒤집어져 있었다.
허리케인이 휩쓸고 간 모습과 같이 둥지는 둥지대로 나가떨어져 있고 집도 다시 쓸수 없겠다는 판단이 설 정도였다.

일단 닭집을 다시 제자리로 옮겨놓고 보니 닭들이 어디로 도망갔는지 찾을수가 없었다.


이거야 원, 역시 우린 동물 키우는 것은 어려운가 보다 등등 별의 별 생각을 다하며 맥빠져 했다.
그런데 일단 닭들이 어디로 갔는지 궁금했다.


그러던 어느날 신부님 집에서 공부하고 잔 아들 선우가 집 근처에서 닭울음소리가 날다는 것이었다.
나중에 보니 집 뒤 나무 아래서 세마리가 사이좋게 밤을 지새우고 있었다.


그래서 그때부터는 닭장 밖에 모이를 주었더니 우리가 없으면 내려와 모이랑 물을 먹고 가곤했다.

며칠 뒤에 신부님이 오셔서 함께 닭장을 수리해주었다.


그러나 문제는 닭을 어떻게 잡아서 닭장에 넣어주느냐였다.
닭은 밤에 눈이 제구실을 못하기때문에 밤에 잡아 닭장에 넣어주기로 했고 세 마리인니 신부님과 나 그리고 선우가 한마리씩 담당해서 잡기로 했다.

 

세 마리가 신부님네 집 뒤 보일러 위에서 잠을 자는 것을 한마리씩 덮치기로 하고 하나, 둘, 셋 하고 덮쳤는데 선우가 잡았다가 놓쳤다.

나중에 다시 잡아  무사히 세마리를 키우고 있었다.

그런데 한참을 지나도 알은 커녕 그림자도 없었다.





알때문에 키우는 것은 아니지만 알을 낳으면 흥미로울 것 같아서 매일 둥지를 확인해도 깨끗했다.
우리에게 무슨 유정란이 굴러들어올까라며 서서히 흥미를 잃어갈 즈음 알을 낳은 것이다.
한번에 두 개씩...





신기하고 하여 꺼내다 주현이랑 들여다 보고 깨서 그냥 먹어도 보고 하니 옛날 생각이 났다.


엄마가 뜨거운 밥 가운데를 숟가락으로 파서 거기에 계란을 깨넣어주시면 간장넣고 참기름넣고 비벼먹었었다.

그렇게 하루에 두 개씩 거의 우리 가족의 입을 즐겁게 해줄 때, 신부님께서 이제는 꺼내는 것을 먹지 말고 보관했다가 나중에 암탉이 품으면 다시 넣어주라고 귀뜸을 해주셨다.


그러다보니 정말 어미닭이 품기 시작했고 보관하고 있던 알을 못넣어주었다. 품고 있는데다가 냉장고에 보관했던 것이라서...

품으면서 낳은 것까지해서 모두 8개를 품기 시작했다.



 



암탉은 죽으나 사나 품고 앉아있었다. 그 위 호수밭에서 일하다가 가보면 또 앉아 있고 앉아있고 배고플텐데 수탉이 먹여주나 하는 생각도 했다.
그래서 더 자주 가보았는데 아주 가끔 내려와 모이를 먹고 다시 올라가는 것이었다.

야콘밭에는 지렁이가 많다.


유기농이니 당연한 거지만 풀을 뽑다보면 아내가 자주 놀란다.
뱀인줄 알고, 사실 나도 가끔 놀랄때가 있다 무심결에 풀을 뽑으면 그 아래서 기어나와서 말이다.


오늘은 그 놈을 몇 마리 잡아다 닭장에 넣어주니 수탉이 알을 품느라 고생하는 암탉에게 양보를 한다.
암탉이 아주 잘먹는다.





그리니까 임신부에게 영양식이 되는 순간이다.

그런데 품는 날이 오래되었는데 깨어나질 않는다. 새끼가.


매일 들여다 보아도 매일 품고만 있다.
인터넷을 뒤져서 알아보니 15일 정도면 깨어 나온다는데 우리집 알은 깨어날줄을 몰랐다.
이제 거의 관심을 놓고 속으로 기대치도 많이 바닥으로 떨어져있던 어느날보니 어미닭있는데서 삐약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어미닭은 계속 마저 품고 먼저 깨어나온 병아리는 밖이 궁금한지 자꾸 기어나오려고 하면 어미닭은 도로 날개로 끌어안고 그런다.
내가 동물을 이렇게 자세히 끈덕지게 관찰한적이 없는 것 같다.

하여간 네 마리가 깨어났다.


어느날보니 어떻게 내려왔는지 바닥으로 내려와 있다.
어떻게 내려왔을까 무지 궁금하다.


그렇게 신기해하고 기뻐하고 있었다.
그것도 잠시, 한 마리가 죽었다.
머리를 뜯겨서 죽어 있다.


근처의 땅을 파고 묻어주었다.


왜 죽었을까.

안그래도 다른 동물들이 침입해서 물어 죽일 것 같아서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는데 산골에서 병아리 키우는 것은 이렇구나 싶어서 실망스러웠다.


그렇게 확인하고 문단속을 하고 내려왔다가 야콘밭에 가면서 또 가보니 또 죽었다.
그역시 비슷한 상황에서 죽어 있었다.


밭에 갈 기운도 안났다. 나머지도 죽이게 생겼으니 대책이 서질 않았다.

다시 밭에서 내려와 아내에게 말했더니 하루에 다 죽었으니 어차피 거기에 두면 또 죽게 된다며 나머지 두 마리를 데리고 내려오란다.
어쩌려고???

박스에서 키워보잔다.


그게 더 안전하다고...
물론 어미옆에서 자라는 것이 최상이지만 지금처럼 사망률이 높은 상황에서는 모험을 걸어야한단다.

이럴 때는 단호한다.





내가 생각해도 당분간 몸집을 키워 보내주면 어떨까 생각하며 두놈을 데리고 내려왔다.

주현이가 바쁘다.

인터넷 먼저 뒤진다.

이제부터 인터넷으로 병아리 키우기가 시작되었다.
박스를 가져오고, 박스안에 병아리들이 춥다고 신문지를 갈기갈기 찍어넣기 시작했다.
그리고 인터넷을 검색하더니 추위에 약하므로 패트병에 물을 뜨겁게해서 넣어주던지 전구를 넣어주던지 하여 체온유지에 조심하라고 되어 있다며 패트병에 물을 넣어 주었다.




그랬더니 꼭 패트병만 새로 넣어주면 그 옆에서 두 놈이 붙어 잔다.

생후 5일째 되는날 병아리 집을 청소해야 한단다. 똥을 쌌으니 신문지도 갈아주고 물도 갈아주고. 그러는동안 잠시 외출..
5일된 병아리이다.



주현이는 학교갔다오면 병아리를 돌보느라 바쁘다.
손님들이 오면 못만지게 해야 한다고 당부당부를 한다.
엄마도 만지지 말라고..


애들이 겁도 먹지만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인터넷으로 병아리를 키우고 있다.

인터넷이 시키는대로 주현이는 연구를 하고, 실험을 해보고 자기 의견을 덧붙여 두 병아리를 보살폈다.

그리고는 또 흙을 넣어주란다.
흙을 먹어야 소화를 시킨다고...

중3인 아이에게 새로운 경험이고 더없이 신비로움 체험일 것이다.


생각해 보니 태어나자마자 엄마 떨어져 5일밖에 안된 생명이니 얼마나 사람이 무서울까.
나도 들여다만 봤지 만지지않았다.


그런 주현이는 인터넷에서 계란을 삶아 노른자만 주라고 했다며 계란을 삷는다.

정말 보니까 잘먹는다.
그런데 그것두 너무 오래 먹이면 안된다며 하루에 반개만 주라고 지엄마에게 부탁한다.





주현이는 가끔 넓은데에서 운동도 시켜야 한다며 꺼내준다.
똥도 닦아주는 주현이다.
 

내가 물을 갈아주려고 하면 겁을 먹고 막 두망가는 녀석들이 주현이가 손을 내밀면 닥아와서 같이 논다. 신기하다.




주일에 성당에 다녀온 주현이가 병아리들이 이제 어미품으로 돌아가는 연습으로 바깥세상 적응훈련을 해야한다며 데리고 나간다.
꽃밭에서 적응훈련 첫째날이다.





오늘은 여기까지 이것을 쓰는동안 나 반성많이 했다.
귀농전 아이들이 어려서 내가 이렇게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키웠다면 아내에게 상받았을 것이다.
안그래도 아내가 애들 어려서 기저귀 갈아준 것이 다섯 손가락도 남는다고 심심하면 그 레파토리를 꺼내는데 사실이니 난 할말이 없다.


그래도 변명아닌 변명을 늘어놓자면, 그때 소장이 되기 전이니 물불 안가리고 일할 때다.


그러다 소장이라는 완장을 어린 나이에 채워주니 더 목숨걸고 일하고...
그렇게 일한 것에는 조금도 후회없다.


남자로 태어나 내가 한 직장생활의 모습이 나로서는 아주 최선이었고 만족한다.
그래서 이사님께 사표를 낼 때도 조금의 후회도 없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쏟을 시간이 없었다.


목에 넥타이줄 매고 다니는 직장인 아빠들이 많은 부분 그랬다고 위로도 해본다.

다른 아빠들처럼 달콤한 아빠가 되어주지 못했는데도 아내는 바가지 긁지않고 참아주어 그게 요즘 고맙다.
귀농을 안했으면 아직도 이런 반성을 못했을 것이다.


암만 그래도 그 놈의 다섯 손가락 기저귀 얘기는 좀 안했으면 좋겠다. ㅎㅎ

1탄은  여기까지다.


더 하면 날짜도 엉키고 이제 잘 적어두었다 2탄에서 성장기를 보고하겠다.

내가 귀농일기도 이렇게 자세히, 여러 날의 상황을 적어가며 이렇게 순서를 정해 쓰지못했는데 뼝아리들때문에 이런 경험도 해보았다.

자세한 내용은 하늘마음농장 -- www.skyheart.co.kr !!

귀농하자고 막무가내로 주동한 초보농사꾼 박찬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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