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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리 토종 순대 _해당되는 글 1건
2009.09.27   귀농편지--초보농사꾼을 대신하여 벗들에게 쓴 편지 

 

귀농편지--초보농사꾼을 대신하여 벗들에게 쓴 편지
+   [산골편지]   |  2009. 9. 27. 16:01  


2009년 9월 어느 가을날


친구인 초보농사꾼을 대신하여 이 편지를 씁니다.
EBS FM 생방송 인터뷰 선약이 있어서 초보농사꾼과 함께 서울에 갔던 것입니다.

저를 양재동 방송국에 강아지가 똥을 떨구듯(^^) 그렇게 떨구고
"잘해!"라는 말도 부록처럼 붙여 떨구고는 볼일 보러 가더군요.
뭘 잘하라는 말인지...^^


초보농사꾼이 안산에서의  볼일을 다 보고  벗들을 만나 점심 한 끼 하러 간다고 전화했을 때는 방송 일도 다 끝난 시점이었지요.
그리고 난 친정으로 갔습니다.
엄마 얼굴 잠깐 보려고...

풍으로, 엎친데 덮친 격으로 교통사고까지 당하셔서 시원찮은 발을 끌고는 운동하러 가시고 안계셨습니다.
운동에서 돌아오신 엄마와 짧은 만남을 가졌습니다.


미리 연락을 안했습니다.

혹여 못가게 되면 엄마는 눈이 빠져라 막내 딸을 기다리실 분이기 때문입니다.
엄마는 제 손을 잡고 아무 말 없으십니다.


산골로 간 딸이 너무 안타까운 마음이실 것입니다.

짧은 만남으로 인해 서운한 마음을 있는대로 구겨 가방에 넣고 전철을 탔습니다.
서둘러 본가로 가려구요.


벗들과 점심을 먹고  온 초보농사꾼을 본가에서 만나 산골로 내려오는 시나리오였기 때문입니다.

전철 안에 있는데 담배갑만한 물건이 주머니에서 딥다 흔들어대더니  그의 목소리를 전달해 줍니다.
내용인즉, 점심때 얼굴 못본 벗들과 술 한 잔 하기 위해 저녁에 다시 만났으면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옳커니, 올 것이 왔구나'했지요.


왠지 아세요?

제가 산골을 뜰 때, 여행 가방 하나를 챙겼습니다.


그 가방엔 초보농사꾼 추리닝, 양말 한 켤레, 칫솔, 그리고 내 분칠 도구(화장품 세트^^), 나도 집에서 입는 옷 그렇게 챙겼습니다.

산골을 떠나며 당일 내려오기로 둘이 약속했지만 오랜 벗들과 술 한 잔 하는 호사를 그이에게 누리게 하고 싶은 마음도 크게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귀농하니 철이 들어 이런 머리는 절로 잘 돌아갑니다.

생전 안해 본 농사를 하느라 손에 못이 박힌 초보농사꾼.
아이들에게 자연을 벗삼아 주고, 아이들의 친구되어 준 초보농사꾼.


성격에 안어울리게 귀농하고는 아내의 눈빛이 촉촉한지, 생기돋는지까지 파악하며 살고 있는 초보농사꾼에게 그쯤은 당연한 일이지요.

굳이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카피를 들먹이지 않아도...


그래서 전철 안에서 쿨하게 "OK" 하고는 용수철 튕겨나듯 전철에서 튕겨져 내렸습니다.
이왕 산골로 못내려 가게 되었다면 산골아이들의 영혼을 기름지게 해 줄 책을 고르기 위해 광화문 교보문고로 가는 전철을 바꿔 탔지요.

초보농사꾼은 열 명이 넘는 벗들과 즐거운 시간(술에 촉촉히 젖는 시간이었겠지요^^)을 보내고 새벽에 본가로 왔더군요.

그의 얼굴엔 나도 잘 알고 있는 벗들의 얼굴이 겹쳐 보였습니다.


참 건강한 모습이지요.(술에 떡이된 모습을 건강한 모습이라고 하는 이유는 알지요?)

다음 날, 어머님이 챙겨주시는 항아리를 한 차 싣고는 초보농사꾼이 저에게 벗들 얼굴 잠깐 보고 점심도 먹고 가자고 합니다.
벗이 운영하는 방구리 토종 순대국집으로 갔지요.


거기서 세 명(한봉씨, 송철씨, 병화씨)의 벗을 만나니 얼마나 반가운지요.


이 시점에서 한 가지 고백하자면 난 초보농사꾼의 벗들이 제 친구인양 착각할 때가 많습니다.
모두 동갑이라 그런 것도 있지만 결혼 전 데이트할 때부터 함께 만나 와서  그런 것같습니다.

그래서 더러는 내 친구처럼 굴 때가 많은데 그 점은 불쾌하게 생각지 말아 주었으면 합니다.


그 날 따뜻한 점심도 잘 먹었고, 아이들 맛있게 먹이라며 싸준 순대국도 잘 먹였습니다.


산골로 내려 올 일이 급해 오랫만에 산골에서 벗이 왔다며 모여준 나머지 벗들에게 인사도 못하고 온  미안한 마음을 초보농사꾼 얼굴에서 읽었습니다.


초보농사꾼을 대신하여  인사 전합니다.

내려오는 차 안에서 여러 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중국 명대의 대학자이며 정치가인 뤼신우라는 분의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 분은
"인격을 향상시키고 일을 배우는 때는 청소년기이고,
도리를 분간하고 인격을 완성시키는 때는 중년기이며,
실제로 인(仁)과 의(儀)를 체득하는 때는 만년에 이르러서부터라고 했더군요.


이제 중년이 된 우리들.
주제넘은 소리 같지만 도리를 분간할 수 있도록,
인격을 완성시킬 수 있도록  서로의 거울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더러는 유리 파편보다 날카로운 말로 서로를 곧추 세워 주고,
더러는 흙집 아랫목보다 따사로운 말로 처진 벗의 어깨를 감싸주는 서로의 도반이 되어 주었으면 합니다.


늦은 밤에 산골에 도착했습니다.
오래 몸담고 살았던 서울에서 묻혀온 추억들도 소중히 짐과 함께 내려 놓았습니다.


벗이여!

이렇게 살려고 합니다.


주절이 주절이 세 치 혀로 나불대기 보다는 아래 글로 대신하고자 합니다.

얼마 전에 읽은 법정 스님의 일기일회’라는 책의 한 대목입니다.


참으로 좋은 글이라 작은 공책에 적어 놓고 자주 들여다 보며 마음을 맑히는 구절입니다.
한번 들어보세요.


“선방에 가면 신발벗는 곳에 ‘조고각하(照顧脚下)라는 표찰이 있습니다.
신발 벗는 섬돌에서 자기 발 뿌리를 살피라는 뜻입니다.
신발을 가지런히 벗어 놓으라는 말이 아니라, 과연 내가 오른 이 자리에서 출가수행자로서 어떤 몸가짐과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는가, 어떻게 살고 있는가를 스스로 돌아보라는 교훈입니다.
다시 말하면,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말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니까 저로서는 출가수행자로서가 아니라 자연에서 들어와 사는 사람으로, 자연을 벗 하고자 들어온 사람으로서 어떻게 살고 있는가를 늘 살피며 살려고 합니다.
벗의 모습을 지켜봐 주십시오.


친구를 대신하여 아내가 남편의 벗들에게 쓴 편지글은 어느 책에서도 본 적이 없어 부끄러움도 있지만 오랫 동안 함께 만나와서 이런 용기도 내어 보니 이해해 주십시오.

조금 있으면 송이 철입니다.


가뭄이 심해 씨도 안보이지만, 그 놈이 보이면 연락하겠습니다.
그때는 벗들도 바쁜 하루의 짐을 내려놓고 산골에서 소나무 향기 말아넣은 막걸리 한 잔 합시다.

산골의 또 다른 나의 도반인 코스모스가 지기 전에...



 

그대들!
언제나 초보농사꾼의 든든한 벗이 되어 주어 고마운 마음 전하며 늘 건강하시길...

더 자세한 내용은 하늘마음농장--www.skyheart.co.kr로!!

산골 다락방에서 초보농사꾼의 아내 배동분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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