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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_해당되는 글 3건
2010.06.30   귀농일기, 대지에 영양을 주는 날 
2009.04.11   귀농일기--그래도 아궁이의 봄은 멀었다. 
2008.12.25   귀농일기 -- 내 엄마의 숙제 

 

귀농일기, 대지에 영양을 주는 날
+   [귀농일기]   |  2010. 6. 30. 18:45  

 2010년 4월

 

올해는 유독 춥다.


겨울이 추웠다는 뜻도 되고 봄이 되었는데, 4월이 되었는데도 한겨울 날씨처럼 춥다.

날씨가 추우면 없는 사람들이 고생한다더니 우리 역시 나무를 때는지라 나무해나르느라 고생이다.
눈도 자주 왔기 때문에 쓰러진 나무 등을 해오는 일이 쉽지 않은 해였다.

 

그런데 봄인데도 이렇게 춥고 얼음이 얼고 하다보니 봄농사준비 역시 차질이 생겼다.
이제는 춥던지, 눈이 오던지 농사 준비를 해야 한다.
다른 해에 비해 늦은감이 있지만 날씨는 여전히 매섭게 땅으로 나선 농부의 등을 떠민다.

 

 

 

주일이라 성당에 다녀오면 늘 그렇지만 긴장이 풀려서인지 몰라도 축 늘어진다.
옷을 갈아입으려면 시간도 걸린다.
그때 주저앉으면 끝장이다. 하루 일은.

 

그래서 커피를 마시고 화장실에 다녀오면서 마음의 준비작업을 한 다음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바로 나서야 한다.
물론 농사꾼도 주일이 있겠지만 비오는 날, 눈오는 날이 휴일이니 굳이 주일이라고 해서 긴장을 풀 수는 없는 일이다.

 

또 갑자기 일이 생기면 또 하루를 일을 못하니 그렇게 치면 평소에 그냥 열심히 하면 될일이라고 생각한다.

오늘은 답운재 양 모두 퇴비를 뿌리려고 하는데 무리이긴 무리다.


그런데 아내가 따로 할 일이 있을텐데 따라나선다.
자기 삽도 가져가라고 큰소리로 말하는 것으로 보아 아마 한 몫 하려는 모양이다.

 

 

아내는 체구는 작지만 일할 때는 나와 성격이 비슷해서 너 죽고 나 살기로 한다.
그리고 쉴 때 쉬더라도 할 때는 그런 식이다.


아내가 찢어진 장화를 억지로 껴신는다.
다른 곳은 멍쩡한데 이상하게 뒤꿈치 거기만 찍어진다며 끙끙거리고 낀다.

답운재밭에 일단 퇴비를 군데군데 던져 놓은 일은 지난번에 다 해두었으니 오늘은 그것을 뿌리는 일이다.

 

아내의 일이 따로 있다.
아내는 칼로 퇴비비닐을 X자로 가른 다음 퇴비를 그 곳에 쏟아놓으면 내가 삽으로 그것을 떠서 골고루 뿌리는 일이다.

 

 

 

겉으로 보기에 아내의 일이 아주 쉬워 보여도 그렇지가 않다.
허리를 구부려 칼로 자르고 다시 퇴비를 다 털어서 빈 봉투를 손에 잡고 다니며 작업을 하다가 손에 비닐이 많아지면 한 곳에 봉투를 모아 두었다가 묶어서 마을에서 모아두는 곳에 내놓아야 한다.

 

 

 

어쨌거나 이 일을 내가 혼자 하면 정말 진도가 안나간다.
그러면 일이 배로 힘들어진다.


일의 진척 정도가 눈에 들어와야 사람이 기운찬데 하는지 마는지 하고 있는 듯 보이면 벌써 성격이 급해진다.

아내의 일이 그래서 아주 소중하고 큰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작은 덩치가 돌아다니며 퇴비 봉투를 갈라 엎어주고 다닌다.

 

 

 

아내는 성격이 잘 안쉰다.
나야 힘들면 담배 한 대 피우며 쉬는데 아내는 쉬지도 않는다.
얼른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은 나와 같아서 자주 밥 때도 넘기곤 한다.

 

“이것만 다 해놓고 먹자”이런 식으로 손발이 맞는다.
퇴비를 한참 뿌리다 보니 옆구리가 아프다.


아내와 잠시 쉬자면 가져온 참도 먹고, 담배도 한 대 피워문다.
땅바닥에 허리를 이렇게 펴고 있으면 정말 좋다.

 

 

담배 맛도 좋고, 하늘을 보고 심호흡하면 그것이 뼈속깊이 스며드는 기분이라 좋고, 허리가 쭉 펴지니 시원해서 좋다.
쉬는 시간엔 아내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한다.

 

작년에 이 대지는 농부에게 조금의 수확만 하도록 허락했다.
난 대지의 그 뜻을 잘 받아들여 더 이상의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올해 수확 역시 대지의 몫이다.
나는 아내와 최선을 다해 농부로서의 일을 하면 나머지는 대지가 알아서 할 일이다.

아내가 퇴비봉투 작업을 다 마치고 삽을 찾는다.


퇴비를 뿌리는 아내.

지금 속으로 귀농을 후회하고 있을지도 몰라...ㅎㅎ
꼼꼼하게 골고루 뿌린다.

 

계속 산골이야기, 아이들이야기를 하며 즐겁게 일해주니 난 고마울뿐.

 

아내가 뿌리는 일을 거드니 속도가 팍팍 나간다.


혼자 뿌리는 일을 했으면 결국 답운재밭 양쪽을 다는 못했을 것이다.

날이 어두워지고 있다.


서서히 기운도 빠질 시간이지만 함께 진도를 해나가니 일이 수워해진다.
일을 다 마치고 나니 6시가 넘었다.
시골에서 6시면 모두 일을 마칠 시간이다.

 

하기야 우린 일이 남았으면 어두워 안보일 때까지 하는 성격이지만 마침 이때 답운재밭은 끝이 났다.

이제 제일 경사가 심한 집 뒤의 호수밭과 새점밭의 퇴비만 뿌리면 될 일이다.

아내와 돌아오는 길,


너무 마음이 좋다.
도시에서 퇴근시간이 이렇게 뿌듯하고, 개운하고, 상큼할까??

 

 ((더 자세한 내용은 하늘마음농장 -- www.skyheart.co.kr 에서 보세요.!!!))

그러나 산골로 와서 대지로 출근해서 대지에서 퇴근을 하는 삶이 시작되고는 하루를 마치는 시간이 참으로 개운하고 상큼하다.

거기에 내 땀냄새를 내가 맡을 때의 그 기분은 더 보람차다.

가면서 마을 입구 유이장님댁 ‘방앗간’에서 막걸리를 마시면 그 상큼한 기분이 절정에 달할 것이다.
“자, 방앗간 앞으로...“

귀농 주동자 초보농사꾼 박찬득


 
 
        

 

귀농일기--그래도 아궁이의 봄은 멀었다.
+   [귀농일기]   |  2009. 4. 11. 00:46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9년 3월 29일

요즘 눈비가 계속 내리고 있다.
휘몰아치는 눈을 보다보니 지금이 겨울로 접어든 것은 아닌가 하는 착각이 다 들정도이다.
엊그제 호수밭에 퇴비를 실어다 군데 군데 놓았는데 완전히 봄속으로 들어선 느낌이었는데 그런 느낌도 잠깐, 바로 눈비가 오기 시작하더니 이렇게 계속 되고 있다.

안그래도 산골의 겨울은 참으로 길다.
아무리 낮시간에 완연한 봄날씨가 하더라도 해가 지기 시작하면 을씨년스러워지기 때문에 장작을 지펴야 한다.
그러니까 6월에도 밤에는 불을 땔때가 많으니까 한 해의 반이 아궁잉게는 겨울이라고 보면 맞는다.

그러다 보니 나무가 많이 든다.
아내는 나무해오는 것이 힘들다며 자꾸 아궁이 공기구멍을 막고 나는 열고 그런다.
보일러 물의 온도가 떨어져 다시 올리려고 하면 그 나무가 더 들어간다고 설명을 해도 나무 해오는 모습을 본 아내로서는 영 공기구멍을 열어 놓지 못하는지 내 말을 도통 안듣는다.
나름대로 이번 겨울에 쓸 나무를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얼마 남지 않았다.
야콘즙을 만들면서도 시간을 내서 나무 해와야지...하는 생각이 머리를 가득 채웠었다.

그러다 오늘 눈비가 오는데에도 나무를 하러 갔다.
집에서 멀리까지 가는 데다가 일단 나무를 하기 시작했으면 넉넉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작동하여 두차를 실어왔다.
생나무에다 참나무다 보니 무겁기는 왜그렇게 무거운지 모른다.

한 차를 먼저 실어다 놓고 다시 한차를 해오다가 방앗간에 들려 막걸리를 마시고 왔다.
막걸리는 마시고 나면 든든하다.

마저 나무를 내려놓고 보니 흐뭇하다.
부자된 기분이다.
시간을 내서 두 차 정도든 해놓으면 올 겨울 시작까지는 땔수있을 것 같다.

오늘은 참나무를 아궁이에 잔뜩 넣고 자면 아침까지 나무를 리필하지 않아도 된다.

참나무를 아궁이 가득 넣고 들어오는데 등이 벌써 따습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
라고 하는 아내, 그럼 난 멋진 뭐 없나 ..

[음~ 새벽 늦도록 야콘즙 가공실을 대청소했다. 물로 바닥 청소에서 모든 기계까지 다 했으니 이제 슬라이스 기계만 하면 된다.그 전에 방앗간에서 마신 막걸리 탓에 고민하다 잔 모양이다. 주현이 학교에 가는 소리에 깨서 오줌 누웠으니 다시 자려고 한다.  아내가 늘 꼬리표를 붙여주는 귀농 주동자 하면 딱 걸맞는 말이다. 그럼 이번부터..]
마지막 설명글은 새벽에 첨가한 글인데 어제 삐리리한 ㅅㅇ태로 쓴 글보니 두서없고 참 그렇다.

귀농주동자, 초보농사꾼 박찬득(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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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일기 -- 내 엄마의 숙제
+   [귀농일기]   |  2008. 12. 25.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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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지 일을 며칠하다보면 같은 근육을 계속 쓰다보니 힘도 들지만 사람도 더 지친다.
첫날은 잘 하다가도 다음날은 같은 노동의 양이 아니라 일을 덜해도 무지 힘이 든다.
요즘 내가 그렇다.

나무를 계속 하고 있다.
험한 산에서 삼판을 하고 남은 것을 높은 산 위 계곡처럼 된 곳에서부터 굴러 내려온다.
나무는 알다시피 굴러지는 물건이 아니다.
또 산에는 다른 잡목들이 있고, 썩은 나무들이 널브러져 있으니 조금 내려가다 막히곤 한다.

그러니까 굴린다고 하는 표현보다는 계속 쫓아다니며 나무를 던지고, 던지고 하여 산 아래까지 던진 다음 차를 싣는다.
또 좋은 것은 가져올 수 없으니 시원찮은 나무만 가져오다 보니 금방 양이 불지도 않는다.
그래서 이렇게나마 기름값 비싼 시기에 나무를 할수있다고 생각하니 그냥 즐겁기만 하다.

그런데 이 일이 며칠 계속되면 몸이 무리가 가고 일 자체도 변화가 없어 힘은 두배이상 든다.
오늘도 나무를 해왔다.

서울에 계신 엄마가 매일 전화를하신다.
자다가도 너희들 나무없는데 폭설이 와서 고립되는 상상을 하신단다.
나무도 못때고 이쁜 손자새끼들이 춥고, 니들 고생한다 생각하면 가슴이 막막해지고 뜬 눈으로 새우신다고 매일 전화를 하셔서 나무했냐고 하신다.

솔직히 엄마에게 난 이럴 때 자식이 아니라 걱정덩어리인가 하는 생각을 한다.
귀농때부터 엄마는 그러셨다.
그 전에는 우리 아들이 어디 다닌다고 (그 세대분들은 쓸데없이 그러셨다) 그 힘에 사셨던 것 같다.

그러다 어느날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를 했으니...귀농한다고...
이게 무슨 소리냐고 울며 나를 설득도 하시고 화도 내시고... 그러시면서 어디에도 부모가 아들 이기는 법은 없다고 하시며 포기하셨었다. 그리고 난 귀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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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야콘즙이고 야콘칩 만드는 일이고 나무를 먼저 했다.
엄마를 안심시켜드리기 위해서라도....
이렇게 나무를 한 날은 저녁에 전화를 드린다.

“엄마, 나무 많이 해왔으니까 걱정마셔...잠도 잘 주무시고...”

아내는 전화를 바꿔 달라고 하여 나무가 얼마나 많은지를 자세히 설명해 드린다.
그러니 아무 걱정마시라고 안심을 시켜드리고 끊는다.

나무를 해오면 아주 큰 뭐를 장만한 것처럼 굉장히 든든하다.
그건 한 해 땔감을 마련해 본 사람만이 느끼는 뭐 그런 것이다.

내일도 나무를 해야 한다.
저녁에 나무를 하고 오면서 덕거리 유이장님댁에서 막걸리를 나누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 또한 기쁨이다.

유시정 이장님(전 이장님이라 그렇게 부른다) 아주머님도 정이 많으신 분이고 남의 말 하는 것을 안좋아하시는 분명한 분이시라 아내가 참 좋아한다.
우리라면 늘 두손들어 환영해주시고, 뭐라도 먹고 가라고 하고, 박반장 막걸리 안주가 없어 어쩌냐고 하시며 뭐라도 주섬 주섬 내놓으신다.
그래서 아내는 다른 그 댁만큼은 그나마 쫓아가는 편이다.

달길님이 나무를 쌓아놓으라고 작은 집을 하나 마련해 주었는데 거기에 맞게 톱으로 잘라야 한다.
하나하나 자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한다.
그게 아내가 말하는 묵상인가보다.

초보농사꾼 박찬득(하늘마음농장--www.skyhe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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