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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복숭아 _해당되는 글 3건
2009.12.26   귀농일기--나를 기죽이게 하는 사진 한 장 
2008.10.22   귀농일기 -- 긴장되는 순간이다 1
2008.08.24   귀농일기 --아내의 말에 코끝이 찡하니.. 4

 

귀농일기--나를 기죽이게 하는 사진 한 장
+   [귀농일기]   |  2009. 12. 26. 18:20  




아내가 가끔씩 보여주고 감추는 사진이 있다.
애들이 아주 어려서의 사진이다.


내가 그 사진을 보면 찢는다고 달라고 하면 아내는 잠깐 보여주고 감추느라 한바탕 실강이를 벌리며 웃는다.

사진 속의 모습은 볼수록 나를 돌아보게 하는 사진이다;


선우, 주현이가 한 다섯 살, 세 살 정도 되었을까.
내 앞에서 두 놈이 부동자세로 서있는데 복장이 자다나온 복장이다.
그리고 내 손 하나는 뒤로 하고 있는데 거기에는 검은 봉다리가 들려져 있는 사진이다.





그 봉다리에는 아이스크림이 늘 들려져 있었다고 아내는 기억하고 있다.
그 사진은 그냥 보면 별 특이사항이 없어보이지만 우리 부부에게는 옛이야기처럼 두고 두고 떠내는 사연이 숨겨져 있다.

직장에서 소장이라는 완장을 하나 채워주니 정말 정신없이 최선을 다했다.


그렇게 할수록 가정을 여유있게 보고 가족을 대할수 있는 시간은 반대로 줄어들었다.
저녁에는 잦은 회식으로 술을 했고, 늦은 귀가(아내 표현으로는 아주 이른 귀가란다. 새벽 2시)를 하면 애들 얼굴 볼 시간이 없었다. 자니깐.





다음 날 아침이 되면 술을 마셔서 차를 회사에 두고 왔으니 총알택시(지금처럼 대리운전이 없었다)를 타고 출근하느라 더 일찍 일어나 나갔다. 애들이 깨기 전에 달아났다.
그러니까 정말 애들 얼굴을 제대로 보는 때는 주말밖에 없었고, 그나마 이런 저런 결혼,회갑, 기타 행사 등에도 쫓아다녀야 했으니 뭐 별로 애들과 보낸 시간은 참으로 알량했다.


그게 아쉬운 생활이라는 것을 그 당시에도 느꼈지만 삶은 그것을 오래 고민하도록 한가하게 사람을 두지않았다.
나에게 욕심이 많아서 그럴 수도 있었다.
일단 조직에서 맡긴 일은 칼같이 해야 한다는 그것 말이다.


누구나 조직에 몸담은 사람은 최선을 다하고 일을 칼같이 한다.
그러나 정도차이는 많았던 것같다.

하여간 그렇게 늦은 귀가를 하면 애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자는 애들을 깨웠다.


애들은 아빠를 어려워 하던 시절이다 보니 그저 아빠가 깨우니까 일어났던 것 같았고 아내는 자는 애들 깨운다며 말을 했지만 그렇게라도 아빠 얼굴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지 한두번 잔다고 깨우지 말라고 하다가 이내 애들을 깨우곤 했다.


아내 말이 그렇게 깨우면 애들을 안아주고 자는데 깨워서 졸리지? 라던지 그런 애정어린 멘트를 해야 하는데 겨우 한다 소리가 “애로사항 없나?” 였다고...


정말 내가 그랬던 것같다. 애들을 어떻게 예뻐해야 하는지를 몰랐다.
그렇게 내가 애로사항 없냐고 하면 선우는 신병처럼 빳빳이 서서 “애로사항 없습니다“를 외쳤고, 주현이는 어려 그냥 오빠 행동만 따라했던 기억이 난다. 자다깨서.





아내가 지금도 놀린다.


아니 자는 놈들 깨워 애로사항 없냐고 물으면 다른 건 고사하고 바로 그 깨우는 게 바로 애로사항이지 뭐냐고... 하며 웃는다.
지금은 웃을 수 있는 추억이 되었지만 그때는 정말 속상했고 자는 애 깨우는 내가 야속했단다.
그랬을 것같다.


아내가 아이들과 나 사이를 좁혀주려고 무던히 애를 썼었던 것을 귀농하고 알았다.
그러니 뒤집어 말하면 귀농하지 않았다면 아내의 그 노고(?)를 전혀 모르고 빛나는(?) 완장을 차고 무엇이 삶을 빛나게 하는지도 모르고 아침, 저녁으로 총알택시랑 씨름하며 살았을 것이다.


요즘 애들과 내 모습은 이렇게 되었다.
서울에서 사진 속 어린시절의 모습대로 컸더라면 사춘기 때는 대화도 없이 각자의 방에서 생활하는 애들이 되었을 것이다. 도시의 대부분의 가정이 그런 것처럼 .


그런데 귀농하고는 그렇지 않다.
선우가 고등학생이라 얼굴에 여드름이 많이 난다.
지엄마가 점된다고 짜라고 하면 아프다고 실강이를 벌이기에 이번에는 주현이랑 내가 합세를 했다.




아들 여드름을 짜주는데 선우가 아빠는 엄마처럼 요령있게 짜지 않고 힘으로 짓누른다며 악을 쓴다.


“야 임마, 그러니까 니 엄마가 짜준다고 할 때 잘 짜. 안그러면 계속 아빠가 짜준다.”

“동네 사람들, 아빠가 아들 잡아요~~~~ 아, 아, 알았어요. 엄마랑 짤께요.”

한바탕 온가족이 여드름을 짜며 놀았다.(?)

정말 내가 눌러 짜긴 짰는가 보다. 선우 얼굴에 벌건 꽃이 뒤덮었다.
녀석.



10시가 넘었지만 밖에 나가 돌복숭아 나뭇가지를 끊어왔다.


돌복숭아 나무와 잎을 끓여 그 물로 피부를 씻어내면 이런저런 피부질환에 좋다.
아토피에도 그렇게 하면 좋다.

돌복숭아 나무를 끊어다가 전지가위로 잘게 썰어 물에 끓여 구멍난 채반에 건더기는 걸려내고 그 물을 수건으로 적신 다음 아들 얼굴에 덮어주었다.


귀농하고 이제는 아들 얼굴의 점까지 들여다 보게 되었으니 서울생활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을 한 셈이다.

아들 얼굴 공사(?)를 위해 온 신경을 동원했더니 아까 먹은 쏘주가 확 깬다.

(이 글은 지난 10월에 써둔 글이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하늘마음농장--www.skyheart.co.kr 에서 보세요.


귀농 주동자 초보농사꾼 박찬득


 
 
        

 

귀농일기 -- 긴장되는 순간이다
+   [귀농일기]   |  2008. 10. 22. 20:33  

2008년 10월 7일

해마다 돌배와 돌복숭아를 따러 다닌다.
차도 안들어 가는 곳, 차가 들어가도 얼마나 골이 깊고 높고, 험한지 세레스가 아니면 엄두도 없는 곳으로 가서 따온다.
수없이 벌에도 물리고, 뱀에도 물릴 뻔해가면서 따는 것도 그렇지만 이제는 점점 따가는 사람이 늘어나니 아무리 깊은 점점 더 깊은 산중으로 들어간다.

올해도 아는 형이 알려준 곳, 내가 아는 곳 등을 아내와 따러 다녔다.
돌배와 돌복숭아는 약성이 예부터 워낙 좋기 때문에 포기할 수가 없다.
올해도 제일 큰 과제중에 하나를 그놈들을 따오는 것으로 삼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런데 돌복숭아는 아무 곳에서도 잘 난다. 특히 물이 많은 곳에 주로 나는 경우가 많다.
또 그 나무에서 떨어진 씨가 그곳에서 싹을 내서 자란 것들도 많다.
어떻게 하면 돌복숭아를 많이 딸수있을까를 고민 고민 했다.
그런 끝에 얻은 결과중 하나는 주위에서도 따고 우리 산 옆 개울가에 심어 놓으면 자연적으로 자라고 얻을수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아무 약도 안주고 제 스스로 크는 것이다.
주위 어르신들게 상의를 했더니 그렇게들 하신다고 했다.
그래서 씨를 많이 모았다.
산중의 씨를 골고루 모아 보관하고 있다가 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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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어디에 싹을 얻을까 고민하다가 거북 바위 그 위에 작은 하우스가 있는데 그것을 철저하고 심으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하우스를 철저했다.
그 일을 혼자 농사지어가며 하려니 진도가 성에 안찬다.
맘은 급하고 일은 진도가 안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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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하우스를 철저하고 나서 경운기로 터를 갈았다.
경운기를 옆으로 치우고 이번에는 갈고리로 돌도 골라내고 평평하게 흙을 골랐다.

그런데 그것도 일이라고 얼마 전에 보일러실위에서 떨어진 옆구리가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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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골을 탔다.
다른 농사를 지을 때와는 또 다른 긴장감이 들었다. 솔직히...
그 두꺼운 껍질을 잘 터져 나와서 싹이 잘 나올까...

옮겨 심어서 잘 자랄까...
많이 조언을 얻고 많이 산중의 돌복숭아나무를 보면서 터득도 했지만 긴장이 되었다.
골을 타서 이제는 일렬로 놓았다.
그리고 흙을 덮어주었다.

겨우내 그놈들이 얼었다가 녹으면서 터지면 그곳에서 싹이 나온다.
그렇게 싹이 나온 것을 아내가 올 봄에 옮겨 심은 것도 있는데 아주 작다.
하여간 그렇게 흙을 잘 덮어주었다.
이제는 옆에서 지켜볼 일만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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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되면 제일 먼저 아니다, 봄이 되기 전에도 자주 올라가 그 놈들을 살필 생각을 하여 가까운 곳에 심었는데 그때를 상상하며 기다릴 것이다.

초보농사꾼 박찬득(하늘마음농장-www.skyheart.co.kr)




 
 
        

 

귀농일기 --아내의 말에 코끝이 찡하니..
+   [귀농일기]   |  2008. 8. 24.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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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8월 21일

돌배와 돌복숭아 일명 개복숭아를 따는 시절이 되었다.
올해는 돌복숭아가 많이 열리지 않았다. 그러니까 해걸이를 하는 거다.
아니면 꽃피는 시절에 비가 많이 와서일수도 있다.

돌배는 많이 열렸는데 개복숭아는 시원찮다.
그 와중에도 눈을 씻고 찾으러 다니다 보면 땀흘린 값을 할수 있다는 생각으로 산 속을 뒤지고 다닌다.
아내가 원고 일로 바쁘다 보니 이틀은 혼자 다녔다.

그 수확물을 씻어 효소를 담았다.
터진 자루로 삐져 나오는 산속의 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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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회룡에 사는 병도 형이 깊은 산중으로 가서 나무를 타는 일을 할 때는 꼭 아내와 다니라고 당부를 한다.
형 말을 들으니 정말 일리가 있다.

깊고 깊은 산중에서 나무를 타다가 혹여 다치면 움직이지도 못하고 사람이 찾지도 못하는데 같이 간 사람이라도 있으면 연락이라도 할수있다는 걱정 어린 마음이 깔려 있었다.

하지만 아내는 발송도 해야 하고 집에서도 눈코뜰 새가 없는데 또 산중으로 데리고 다닐 수가 없었다.
그래서 혼자 가려고 했는데 아내가 어떤 급한 일이 있어도 가야겠다고 기다리란다.
자기가 발송준비해놓고 급한 원고 보낼 곳에 우선 보내고 같이 가자고...

결국은 아내와 같이 깊고 깊은 산중으로 톱, 낫, 갑바,자루,주워 담을 다라 등을 세레스에 싣고 나섰다.
얼마나 깊고 험하고 산 꼭대기로 올라가는지...
아내는 피곤한지 그 터덜거리는 세레스에서 존다.
오지 말고 있으라고 해도...

나는 나무에 올라가서 작대기로 털고 아내는 밑에서 주워 담는 일을 했다.
워낙 경사가 심한 곳에 돌배 나무가 있어서 아내는 그곳을 오르락내리락 수십번 하면서 돌배를 주었다.
해가 지기 전에 빨리 서둘러 자루에 넣고 이 깊은 방향으로 온 김이 돌복숭아도 따야했다.
마침 돌복숭아 나무가 있어서 다시 갑바를 걷어 이동하여 돌복숭아를 땄다.

해가 지기 바로 직전...

나무 가까이로는 차도 안들어 간다.
먼 곳에 차를 두고 걸어서 그 자루들을 다 어깨에 둘러매고 날라야 한다.
아내는 잡동사니 준비물을 몇번에 걸쳐 나르고 갑바도 머리에 이고 따라온다.
오지말라니까....

모두 차에 실었다.
이제 둘이 차에 올라타고 그 험한 길을 다시 내려가는데 아내가 입을 연다.

"선우 아빠, 내가 왜 급한 일을 두고 따라나서는지 알아?"

"......................"

"두가지 이유가 있어.
물론 내가 손이 빠르기 때문에 그 잘잘한 돌배와 개복숭아를 주워 담는데 당신 혼자 하는 것보다 훨씬 일하기 수월해서야.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당신 혼자 그 깊고 깊은 산중에서 그 큰 나무에 오르락내리락하다가 지친 몸으로 쭈그리고 앉아 돌배랑 돌복숭아를 줍고 있는 생각을 하면 너무 마음이 안좋아.
쭈그리고 앉아 하는 일도 다리 아파 하는 사람인데 어둡기 전에 하나라도 더 주워 오려고 얼마나 힘들게 서둘까 생각하면 좀 그래.
엊그제 혼자 갔을 때 작업복에서 땀이 줄줄 흐를지경이더라구.
그때 다짐했지. 절대로 혼자 안보낸다고..."

"아이, 뭐, 저기, 밭에는 혼자 안가나. 혼자 가서도 이 생각, 저 생각하면서 잘 하는데 왜..."라고 얼버무렸다.

"밭하고 달라. 내 밭은 당연히 혼자 가서도 재미나게 하고 오지만 그 깊고 깊은 산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모르고, 벌에 쏘여도 모르고...
혼자...그래서 맘이 안좋아서 그래."

하늘을 보니 하늘이 참 파랬다.
아내의 말에 대답대신 난 하늘을 보았고 코끝이 찡하게 울려왔다.

귀농하자고 고집 피워 데리고 와서 잘 해주지도 못했는데 ...
표현 못하는 난 고맙다는 말도 질지하게 못했는데...

저녁에 아내와 저녁을 먹으며 오늘은 그랬다.

고맙다고, 귀농해서 잘 살아주어 정말 고맙다고....

초보농사꾼 박찬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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