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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일기 --아내의 말에 코끝이 찡하니..
+   [귀농일기]   |  2008. 8. 24.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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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8월 21일

돌배와 돌복숭아 일명 개복숭아를 따는 시절이 되었다.
올해는 돌복숭아가 많이 열리지 않았다. 그러니까 해걸이를 하는 거다.
아니면 꽃피는 시절에 비가 많이 와서일수도 있다.

돌배는 많이 열렸는데 개복숭아는 시원찮다.
그 와중에도 눈을 씻고 찾으러 다니다 보면 땀흘린 값을 할수 있다는 생각으로 산 속을 뒤지고 다닌다.
아내가 원고 일로 바쁘다 보니 이틀은 혼자 다녔다.

그 수확물을 씻어 효소를 담았다.
터진 자루로 삐져 나오는 산속의 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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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회룡에 사는 병도 형이 깊은 산중으로 가서 나무를 타는 일을 할 때는 꼭 아내와 다니라고 당부를 한다.
형 말을 들으니 정말 일리가 있다.

깊고 깊은 산중에서 나무를 타다가 혹여 다치면 움직이지도 못하고 사람이 찾지도 못하는데 같이 간 사람이라도 있으면 연락이라도 할수있다는 걱정 어린 마음이 깔려 있었다.

하지만 아내는 발송도 해야 하고 집에서도 눈코뜰 새가 없는데 또 산중으로 데리고 다닐 수가 없었다.
그래서 혼자 가려고 했는데 아내가 어떤 급한 일이 있어도 가야겠다고 기다리란다.
자기가 발송준비해놓고 급한 원고 보낼 곳에 우선 보내고 같이 가자고...

결국은 아내와 같이 깊고 깊은 산중으로 톱, 낫, 갑바,자루,주워 담을 다라 등을 세레스에 싣고 나섰다.
얼마나 깊고 험하고 산 꼭대기로 올라가는지...
아내는 피곤한지 그 터덜거리는 세레스에서 존다.
오지 말고 있으라고 해도...

나는 나무에 올라가서 작대기로 털고 아내는 밑에서 주워 담는 일을 했다.
워낙 경사가 심한 곳에 돌배 나무가 있어서 아내는 그곳을 오르락내리락 수십번 하면서 돌배를 주었다.
해가 지기 전에 빨리 서둘러 자루에 넣고 이 깊은 방향으로 온 김이 돌복숭아도 따야했다.
마침 돌복숭아 나무가 있어서 다시 갑바를 걷어 이동하여 돌복숭아를 땄다.

해가 지기 바로 직전...

나무 가까이로는 차도 안들어 간다.
먼 곳에 차를 두고 걸어서 그 자루들을 다 어깨에 둘러매고 날라야 한다.
아내는 잡동사니 준비물을 몇번에 걸쳐 나르고 갑바도 머리에 이고 따라온다.
오지말라니까....

모두 차에 실었다.
이제 둘이 차에 올라타고 그 험한 길을 다시 내려가는데 아내가 입을 연다.

"선우 아빠, 내가 왜 급한 일을 두고 따라나서는지 알아?"

"......................"

"두가지 이유가 있어.
물론 내가 손이 빠르기 때문에 그 잘잘한 돌배와 개복숭아를 주워 담는데 당신 혼자 하는 것보다 훨씬 일하기 수월해서야.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당신 혼자 그 깊고 깊은 산중에서 그 큰 나무에 오르락내리락하다가 지친 몸으로 쭈그리고 앉아 돌배랑 돌복숭아를 줍고 있는 생각을 하면 너무 마음이 안좋아.
쭈그리고 앉아 하는 일도 다리 아파 하는 사람인데 어둡기 전에 하나라도 더 주워 오려고 얼마나 힘들게 서둘까 생각하면 좀 그래.
엊그제 혼자 갔을 때 작업복에서 땀이 줄줄 흐를지경이더라구.
그때 다짐했지. 절대로 혼자 안보낸다고..."

"아이, 뭐, 저기, 밭에는 혼자 안가나. 혼자 가서도 이 생각, 저 생각하면서 잘 하는데 왜..."라고 얼버무렸다.

"밭하고 달라. 내 밭은 당연히 혼자 가서도 재미나게 하고 오지만 그 깊고 깊은 산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모르고, 벌에 쏘여도 모르고...
혼자...그래서 맘이 안좋아서 그래."

하늘을 보니 하늘이 참 파랬다.
아내의 말에 대답대신 난 하늘을 보았고 코끝이 찡하게 울려왔다.

귀농하자고 고집 피워 데리고 와서 잘 해주지도 못했는데 ...
표현 못하는 난 고맙다는 말도 질지하게 못했는데...

저녁에 아내와 저녁을 먹으며 오늘은 그랬다.

고맙다고, 귀농해서 잘 살아주어 정말 고맙다고....

초보농사꾼 박찬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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