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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 _해당되는 글 1건
2008.11.04   산골풍경 -- 딸아이의 이쁜 마음 1

 

산골풍경 -- 딸아이의 이쁜 마음
+   [산골풍경]   |  2008. 11. 4. 05:02  

주현이가 새벽부터 서둘러 집을 나선다.
부지런한 농부같다.(우리집 농부랑은 다른...)

어느날,
아침을 친구네서 먹는단다.
그러니까 마을입구에 친구가 한 명있다.
할머니와 둘이서 아침을 먹는...

게다가 친구가 아침을 안먹고 학교에 가기때문에 같이 먹고 가려고 한단다.
그러면 할머니가 너무 귀찮으니 그러지 말라고 말렸다.

딸 말이 할머니가 자기를 좋아해서 괜찮다고 하실 거란다.(그거야 니 말이고...)

딸의 말이 너무 진지하고 마음이 이뻐서 일단 알았다고 했는데 할머니께 죄송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그럼 없는 찬이지만 니가 반찬을 싸가지고 가면 밥만 축내면 될 일이기에 그렇게 하고 있다.

나중에 할머니를 만나 귀찮게 해드려 죄송하다고 하니 주현이가 와서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고 하신다.
우리야 쌀농사를 지으니 괜찮지만 주현이 엄마가 반찬해 보내기 어려워 그게 미안하다며 가지런한 틀니를 내보이시며 환하게 웃으신다.

없는 찬인데 그렇게 말씀하시니 고마울뿐이다.

그런데 어떤 날은 엄마가 너무 농사 일로 힘들게 잠드셔서 그랬다며 안깨우고 그냥 터덜터덜 가는 거다.
그러지 말고 엄마 꼭 깨우라고 해도 쉽지 않은가 보다.

요즘 야콘을 캐고 있다.
어제도 힘들게 자고 있는 엄마를 못깨우고 주현이는 또 그냥 갔다.
그때의 기분이란..........

자식이 학교가는 것도 못보고, 찬도 못보내고..
할머니는 일찍 일가시고 저랑 친구랑 잘 먹었다고 하지만 에미 맘이 어디 그런지...
어제도 야콘을 캤으니 당연히 못일어나지만 자면서도 주현이가 걸렸다.

이제 막 없는 찬이지만 도시락 가방에 넣어서 현관문 밖 데크에 내다 놓았다.
거실에 두면 반찬도 상할지 모르고 혹여 이 놈이 바빠 그냥 튈지도 모르기 때문에 밖에 내다 놓는다 날이 아주 춥다.
이런 날에도 주현이는 학교 차를 타기 위해 덕거리까지 약 20분의 거리를 걸어서 간다.

도시락 가방이 둘이다.


간혹 친구집에 잘 두고 오기때문이다.
그렇게 반찬을 먹으면 할머니가 씻어서 도시락 가방에 넣어 주시면 주현이는 학교에서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친구집에 들려서 가방을 가져와야 하는데 자주 잊어버리고 그냥 온다.

그래서 가방이 둘이다.

오늘도 야콘을 캐야 한다.
다시 한숨이라도 자야하는데 빨래 돌리고 일어난김에 보일러에 나무 집어넣고, 주현이 가방 밖에 두고 그러느라 잠이 다 달아나 잠이 오려는지....

주현아,,,,

엄마가 잘 챙겨주지 못해 여러 모로 미안하구나.
그러나 말이야.
우리 주현이가 말수가 적지만 간혹 던지는 한 마디가 얼마나 어른스러운지...
그리고 어제 어깨 주물러주어 고마웠어.

오늘 하루도 행복하고 즐겁게 보내기 바란다.

산골 다락방에서 엄마가(하늘마음농장 --www.skyhe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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