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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나무 _해당되는 글 2건
2017.06.05   귀농이야기-아낌없이 주는 대추나무/귀농 
2008.09.19   산골편지12 -- 산골아빠의 비애 2

 

귀농이야기-아낌없이 주는 대추나무/귀농
+   [산골편지]   |  2017. 6. 5. 10:09  


귀농이야기-오래된 대추나무, 아낌없이 주는구나./귀농


오래된 것은 오래 묵은 고가구처럼 편안함을 기본으로 갖추고 있씁니다.

이곳 울진으로 귀농하고 보니 이 터에 아주 아주 오래된 대추나무가 몇 그루 있었습니다.


오래된 대추나무는 귀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도 했지만 왠지 연고도 없는 이곳에 온 우리 가족에게는 할아버지, 할머니 같은 그런 느낌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저 좋기만 했습니다.

 

처음엔 조금의 대추를 열어 주었지만 날이 갈수록 구실을 못하고 몇 낱 열매를 달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좋았습니다.


얼마 안되는 대추를 달아도 고마웠고, 아무 구실을 못해도 좋았지요.

 


귀농이야기-오래된 대추나무, 아낌없이 주는구나./귀농


그러던 대추나무가 밭 중간에 버티고 있어서 불편해도 잘 지내더니 어느 날, 귀농 주동자인 초보농사꾼이 달밭 한 가운데에 있는 대추나무를 베어야겠다고 합니다.

여간해서는 굵은 나무를 베지 않는 사람이 대추나무 때문에 농사짓는데 아주 힘들고 위험하다면서...

 

우리집에 다녀가는 사람들 중 몇 명이 저 대추나무 때문에 농사 일하기 힘들텐데 뭐하러 모셔놓고 있냐는 말을 했던 터였습니다.

내가 보기엔 그들의 말에 팔랑귀인 초보농사꾼도 어느새 세뇌가 된듯합니다.


내가 봐도 농기계를 돌리고, 비닐을 깔 때에도 어사중간에 이 커다란 대추나무가 있으니 여간 힘들고 위험한 일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우리 산골 지킴이처럼 서있는 대추나무를 농사를 조금 덜지어도 베지 말라고 했지만 농기계를 쓰는 초보농사꾼으로서는 다른 농부의 말이 더 설득력이 있었겠지요.

그 후로 몇 번의 베라는 충고를 하는 농부들이 있었습니다.

참나....


 

어느 날, 초보농사꾼이 대추나무를 베어냅니다.

오래된 나무를 베는 일이 초보농사꾼도 마음에 걸렸는지 며칠 고민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때가 2004년 4월의 일입니다.


 

그렇게 나무가 베어지고 나무를 정리하여 차로 실어내오며 초보농사꾼이 말합니다.

“나도 나무를 베지 않으려고 몇 년 버티었는데 나무 때문에 경운기며, 트렉터며, 관리기 일을 하는데 대추나무를 피하느라 위험했었어. 꼭 저 땅에 농사를 지으려고 한 것은 아니야. ”라며 자신도 많이 아쉽다는 말을 덧붙입니다.

위험하다는데 하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귀농이야기-오래된 대추나무, 아낌없이 주는구나./귀농


그러나 자신도 베어내고 많이 마음이 쓰였는데 밭에 있는 또 하나의 대추나무를 베어내지 않고 오늘날까지 쨍쨍하게 버티고 서 있습니다.

조금씩 열매를 달았지요.


그런데 어느 날, 열매를 걷우기만 했지 거름을 주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밭 중간에 턱하고 버티고 서 있는 , 이 정도로 오래된 대추나무에 거름을 주는 사람이 없겠지만 한 해는 거름 한 포씩이나 퍼부어주었습니다.


그런데 다음 해에 많은 열매를 매달아주었습니다.

나 잘 살고 있다는 신호같았습니다.

나도 대추나무와 소통을 하며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찡했습니다.

 

올해 4월이 되었습니다.

초보농사꾼이 달밭에서 일을 합니다.

거름을 펴고, 땅을 트렉터로 콩고물처럼 갈아놓습니다.

워낙 썩은 중고 트렉터를 산 것이지만 느릿느릿 그래서 제 할 일을 합니다.

 

그렇게 콩고물처럼 땅을 만들었으니 오늘은 골을 타고 비닐을 펴는 일입니다.

그것은 이제 관리기라는 기계가 합니다.

 

밭 중간에 있는 대추나루를 피하기 위해 관리기질을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이 밭은 경사진 밭이라 평지밭보다 몇 배나 힘이 듭니다.


나도 조금이라도 일을 돕기 위해 참을 들고 밭으로 올라갔습니다.

 


땀흘려 일하다 쉴겸 참을 먹기 위해 대추나무 아래로 갑니다.

대추나무가 어여 와 쉬라며 손짓을 연신 해댑니다.

나무 아래 앉으니 자신의 몸으로 그늘을 만들어 줍니다.

딱 우리 부부의 덩치만큼 그늘을 만들어 줍니다.

괜시리 찡해집니다.

 



늙은 대추나무 그늘 아래서 참을 먹으며 한동안 쉽니다.

이 나이든 대추나무가 난 참으로 든든합니다.

이 나무를 보면 용맹정진하는 스님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 나무에 등을 기대고 쉬고 있으면 어디선가 목탁소리가 들리는듯합니다.

 


하늘의 구름이 어찌나 푸른 바탕에 뭉글뭉글 이쁜지 가을인 듯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늘 아래 스카이 쇼도 보면서 쉬는 시간이란...

그 어떤 직업을 가진 사람의 휴식시간이 이처럼 풍요로울까요.


몸은 땀으로 젖었지만 봄꽃까지 피곤을 풀어줍니다.

주위가 핑크빛으로 눈부십니다.

이런 풍경 앞에서 난 꼬꾸라질 것 같습니다.


초보농사꾼이 대추나무 아래 몸을 쉬고 있습니다.

아직 이파리는 달지 못한 시기이기에 자신의 몸으로 그늘을 만들어주는 대추나무입니다. 


자연이 귀농 부부에게 베푸는 것이 이토록 많습니다.

이 보다 좋을 순 없습니다.

 


대추나무 그늘 아래 쉬웠으니 이제 또 일을 합니다.

그러다 또 덥고 힘이 들면 귀농 부부는 다시 대추나무 품으로 찾아듭니다.

그는 그늘을 만들어 주고, 바람을 불러줍니다.


갑자기 쉘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생각났습니다.

귀농 초에 베어버린 대추나무도 떠올라 애잔해져 옵니다.


 

순간순간이 감동인 삶입니다.

귀농하기를 잘 했다고 또 옹알이 하는 날입니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


귀농이야기-오래된 대추나무, 아낌없이 주는구나./귀농


 
 
        

 

산골편지12 -- 산골아빠의 비애
+   [산골편지]   |  2008. 9. 19. 23:51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낮에 보았던 달맞이 꽃이 자꾸만 눈에 어른거린다.
달빛을 많이 받아서 인지 얼굴도 노래가지고 하루가 다르게 키가 훌쩍 커져 있는 달맞이꽃.

하필이면 허구많은 공간중에 두릅밭에 피어 마음쓰이게 하는지 모르겠다.
그러다보니 먼 발치에서나 바라다볼 뿐 달리 손 한 번 잡아주지 못했다.
무엇에 대해 바라는바가 크고 진실하면 어찌되는지 달맞이꽃을 보면 알 수 있다.

달을 향해, 달을 향해 손과 발, 온몸을 다 동원하는.........................
비바람이 치는 날에는 걱정이 되어 뒷문을 수시로 열어본다.
혹여 바람때문에 억센 두릅나무가시가 달맞이꽃의 여린 얼굴을 할퀴지나 않나하고............

************************************

휴가철이 되자 산골에도 많은 이들이 찾아들었다.
그 중 두 언니네 가족이 휴가를 보내고 갔다.

아이들은 형과 오빠가 온다며 며칠을 기다린 끝이라 만남 자체가 기쁨이었다.
손님을 인근 유명한 계곡으로 안내한다는 핑계로 우리 가족도 그 김에 휴가를 보냈다.

그러나 휴가는 곧 끝이 나고 언니네 가족들이 모두 떠난 후에는 네 식구 모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말이 없다.
일도 손에 안잡히고 밭에 올라가기도 싫었다.

일은 커녕 울적한 마음 가라앉히기에도 하루 해가 짧았다.
여운을 오래 끌고 사는 아내의 슬픈 속내를 읽었는지 그이는 내게 한숨자란다.
자꾸 목이 메어와 자리펴고 누웠다.

왜 작은 자극에도 내 호수의 파장은 그리 큰 걸까?

여러 번 몸을 굴리며 애써 소용돌이를 잡으려 애쓰는데 옆방에서는 나를 제외한 산골식구들의 ‘레슬링’이 시작되었다.

어른만큼이나 서운해 하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그이는 편을 갈라놓고 열심히 경기에 임했다. 일단 패가 갈리면 애비도 아이들도 인정사정이 없다.
서울에서도 자주 보던 일이었다.

한참을 그리 산골이 떠나가라 함성을 지르더니 가장 큰 선수 하나가 기권을 하고 마루에 나동그라졌다.
하도 선우에게 얻어맞은 옆구리가 아프다며 꾀병을 부리기에 못들은 척하고 있었다.

며칠이 지나자 그이는 도저히 아파 못견디겠다며 병원을 가잔다.
하루 일을 포기하고 병원에가 X-ray를 찍어보니 10번 갈비뼈에 금이 간 것.
5주 진단이 나왔다.

무거운 것 들지 말고 힘든 일 하지 말고 푹 쉬란다.
언니들의 빈 자리를 씻기도 전에 산골 일을 도맡아 하게 되었으니 팔자도 참.
남편은 심지어 멜라뮤트 밥주러 가는 일도 힘들어 했다.

형들과 재미있게 놀다 남아있는 아이들 생각하니 마음이 쓰이더란다.
그래 한 게임하며 아이들 기분전환시켜 주려던 것이 그만 그리되었단다.
2주가 지났는데도 차도가 없다.

산골아이들은 지레 겁을 먹고 지애비 심부름을 쏜살같이 한다.
돌아눕기도 힘들어 하고 기침할 때는 옆구리를 움켜쥐고 뒹군다.
병원약 먹고, 홍화씨달여 먹으며 원상회복을 위해 총매진중이다.

***************************

가슴이 하도 설겅거리기에 밤바람 맞으러 툇마루에 앉았더니 달님도 설겅거린다.
모든 것이 마음따라 가는가보다.

내 마음이 을씨년스러우면 나의 주위 친구들도 그리 보이는 걸 보니 말이다.
한참을 앉아있자니 가슴이 시려온다.

바로 앞 대추나무에게 가까이와 앉자고 하니 위로한답시고 자식을 주렁 주렁 달고 냉큼와 앉는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이렇게 고마울 수가

2001년 8월 20일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부는 산골에서 배동분 소피아 (하늘마음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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