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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쥐 _해당되는 글 2건
2010.04.28   귀농편지, 달밤의 체조 
2008.11.23   산골편지 -- 이젠 손대지 않으마... 

 

귀농편지, 달밤의 체조
+   [산골편지]   |  2010. 4. 28. 19:25  

 


2010년 1월


겨울과 다른 계절을 구별하는 방법 중 하나가 '바람'이다.
다른 계절엔 뜨뜻미지근하게 주구장창 바람이 분다면 겨울의 그것은 한몫에 온다는 거다.


이것 역시 귀농 10년차에 깨달은 것이다.


깨달았다고까지 하면 좀 뻐근하고 알아차렸다고 할 수 있다.

겨울에도 산골에서 밤에 할 수 있는 스포츠(?)가 있는데 그건 배드민턴이다.
산골의 한밤중에, 외등 아래서...


그런데 날은 하늘의 별들도 추워 나와 있지 않을 정도로 쌀쌀 맞지만 바람 한 점이 없다.
실바람도 없다.


그러다 어느 날은 뭔 심사가 뒤틀리는지 불어재끼려 들면 금방이라도 차가 코 앞에서 멈출 것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숲이 찻소리를 낸다.
그런 날은 자주 통창으로 밖을 내다 보게 된다.
누가 왔나 해서...


오늘도 바람의 심사가 안녕하신지 재미지게 산골소녀와 배드민턴을 쳤다.

안그래도 새 학기부터 고등학생이 되는 주현낭자.


이곳에서 원하는 울진고등학교에 가느라 나름대로 애를 썼던 주현이가 날아오를듯 배드민턴을 친다.

한밤중에 신났다고 딸이랑 악을 써도 누가 뭐랄 사람 없으니 좋다.


룰을 어겼다며 서로 목에 핏대를 올리고 시비를 가려도 누가 뭐랄 사람 없으니 좋다.

이 깊은 산골에 달밤의 체조로는 배드민턴 이상 없다.


그런데 누가 뭐랄 사람은 없지만 가을에는 나보다 더 부지런한 다람쥐, 가끔씩 토하는듯한 소리를 내며 짝을 찾는 노루, 개사료에 늘 눈독을 들이는 까마귀, 꿩, 아침이면 모닝콜을 해주는 새들에게는 공해가 될 수 있을테니 좀 자중하며 달밤의 체조를 즐겨야겠다.


더 자세한 내용은 하늘마음농장(www.skyheart.co.kr) 에서 보세요.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


 


 
 
        

 

산골편지 -- 이젠 손대지 않으마...
+   [산골편지]   |  2008. 11. 23. 22:12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8년 11월 11일


이것은 두어 달 전에 써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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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이 ‘기도는 하루를 여는 아침의 열쇠이고, 하루를 마감하는 저녁의 빗장’이라고 했듯이 아침에 눈을 뜨면 성호 먼저 긋습니다.
절로 절로 그리됩니다.

이런 아름다운 아침을 그것도 사지 멀쩡하게 맞이 할 수 있게 해 주신 신께 감사기도가 절로 납니다.
그리고 검정 고무신을 꾀차고 들로 나섰습니다.
야콘을 심은 호수밭으로 오르는 길은 가파르기 때문에 단숨에는 힘듭니다.

마음이 거북할 때처럼 숨도 가쁩니다.
그런데 길바닥에 금방 나무에서 떨어진듯 윤이 반지르르 흐르는 알밤이 하나 떨어져 있습니다.

‘어?? 가차운 곳엔 밤나무도 없는데...’

그것을 주워 낼름 한 입 깨물었더니 우윳빛 속살이 어찌나 미어터지게 들어 있던지요.
오물오물 넘기며 생각해 보니 다람쥐가 가을걷이 해가다 히에 부쳐 떨어뜨린 것은 아닌가 싶었습니다.

생각이 그에 미치자 아무 생각없이 홀랑 먹어치운 것이 미안스러워졌습니다.
분명 그에게도 식솔이 있을텐데...
겨우내 그 식솔들 목에 거미줄치게 하지 않으려고 그리 바삐 가을걷이하려던 것을...

자기 자식들에게 주려고 가장 좋은 것을 구하느라 발품도 많이 팔았을텐데...
이것을 다시 찾으러 올지도 모를 일인데...

야콘밭으로 올라가던 걸음을 돌려 두릅산 아래 밤나무로 갔습니다.
그 나무 아래를 아무리 눈씻고 봐도 아까처럼 반지르하고 튼실한 놈은 없습니다.
가시를 찔려가며 뒤집어 봐도...

겨우 하나 찾아냈지만 아깟 것 어림반푼어치도 없습니다.
그래도 그것을 주워다 아까 남의 것을 훔쳐(?) 먹은 자리에 갖다 놓았습니다.
한참만에 야콘밭에서 내려오며 그 자리를 살폈습니다.
그 자리에 그대로 있습니다.
'다음부터는 손대지 않으마' 다짐다짐합니다.

가장으로서 제일 좋은 것을 주려는 마음이 인간보다 깊은데 이 부실한 것을 가져갈 리가 없겠지요.
밤 한 톨이 마음 무겁게 하는 날입니다.
---------------------------

그리고 한동안 날짜가 흐르고 산골의 늙은 대추나무 아래서 대추를 주웠습니다.
그리고 태양 아래 얼굴이 쪼글거릴 때까지 말렸습니다.
나 역시 겨우내 식솔들에게 줄 겨울 양식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보니 누군가 먹다 두고 간 것도 있고 흐트러지기도 한 것입니다.
누굴까...
서씨인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통창으로 보니 다람쥐가 내 양식에 손을 대는 것이었습니다.
완전자동으로 나가려던 작동을 멈추었습니다.
나도 네 양식을 덥석해놓고 내 것은 이렇게 앙칼지게 지키려는 내 모습이 우스웠습니다.

따지고 보면 자연에서 났으니 너나 나나 서로 나누어 먹고 겨울을 잘 나면 될 일입니다.
내 것, 니 것이 없다는 거지요.
너도 먹고, 나도 먹고...
서로서로 나누어 먹으면 될 일이지요.

요즘 다람쥐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얼마 전에 된서리 오고는 집 안에서 겨울을 날 모양입니다.
이제 흉내내어 열심히 가을걷이할 도반도 안보이니 그를 생각하며 열심히 가을걷이를 끝내야겠습니다.

이제 가을이 집니다.
마지막 은행잎 떨어지는 소리가 쿵하고 가슴을 칩니다.
이제 한 해를 마감해야 하는 시기라는 경고음같습니다.

아직도 그 울림이 남아 가슴에 잔물결을 일으킵니다.

올해는 한 해를 마감하기 전에 한 해 동안 수고한 나에게 편지를 쓰려고 합니다.
나를 격려하고, 위로하고, 용기를 주고 싶습니다.
이 때만큼은 ...

평소에는 닦달하고, 지청구를 하고, 바보라고 손가락질했던 나에게 이때만큼은 따사로운 말 한 마디를 해주고 싶습니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www.skyhe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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