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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감동 _해당되는 글 1건
2010.04.09   귀농감동 

 

귀농감동
+   [산골편지]   |  2010. 4. 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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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성당에서는 성탄전야 미사를 있다.
초보농사꾼이 아이들은 두고 가자고 한다.
오늘 바로 방학해서 이제 읍에서 집으로 들어왔는데 다시 읍으로 데리고 가는 것이 그러니 내일 성탄미사 때나 데리고 가자고 한다.

"가장의 말씀대로 하시옵소서.^^"

그렇게 가려고 마음을 먹었는데 주현이가 오늘 밤 미사 언제 가실거냐며 계속 묻는다.
난 지오빠랑 할 얘기가 있어서, 아니면 영화보려고 그러나보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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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농사꾼이 몸살이 났기 때문에 나 역시 둘이서 성당가기로 합의는 보았으나 지금 몸이 안좋아 늘어져 자는 사람을 깨우기가 쉽지 않았다.
불러봐서 대답을 못하면 약을 한번 더 먹이고 그냥 자도록 두고 내일 성탄 미사나 가야겠다고 맘먹었다.

그런데 주현이는 계속 언제가실 거냐며 묻고...

초보농사꾼을 불러보니 대답 대신
"아, 성당가야지."하며 일어선다.

몸이 안좋으니 그냥 그만두자고 했다.
그래도 가야 한단다.

불영계곡을 그 밤에 돌아돌아 가며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다.
귀농 10년차도 지나고 이제 한 매듭이 지나 11년차가 되는데 하면서 뒤도 돌아보고 새해 꿈도 이야기하고...
그런 시간을 참 귀히 여긴다.
이 보다 더 좋은 시간이 없다.

차도 없고 사람도 없는 이 오지 국가를 달리며 우리는 낯선 곳에 온 이후를 돌아 보았다.
참 의미있는 삶,
남들은 한번 택한 길을 가는데 우리는 뭐가 독특한지 두 가지 길을 가고 있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
그 이슬이 미처 털리지 않은 숲길을 걷고 있다.
그래서 맑고, 영롱하다. 지금의 이 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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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 전야 미사를 드리고 좋아하는 분들과 성당 마당에서 막거리에 과메기, 두부부침 등을 안주로 한 잔 하고 돌아올 때는 내가 운전을 했다.
이럴 때 운전배운 것이 참 좋다.

귀농 전에는 장농면허로 그냥 두었다.
안그러면 뻑하면 회식이 있는 남편이 차 가져오라고 전화할 것이고 어린 아이들 두고 달려가는 것이 싫은 이유 하나, 또 그렇게 모시러 가다보면 자주 술을 마실 것같다는 이유 하나에서 아예 나 죽었소 하고 운전대를 안잡았다.

귀농하고 운전연수를 초보농사꾼에게 배워(그때 구박 하나도 안받았다고 하면 아무도 안믿는다. 진짠데...) 운전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좋아하는 사람들과 술 마신 초보농사꾼을 태우고 산골로 돌아올 때가 참 좋다.

집에 돌아왔는데 애들 인기척이 없다.
'벌써 자나???...'

안그러면 튀어나와 인사하고 장난하고 할텐데 두 놈 다 동시에 자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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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그런가 보다 하고 현관문을 여는데 종이쪽지가 보인다.
이게 뭐지?
읽었을 때도 정확히 감이 안잡혔다.

일단 집 안으로 들어오면 트리로 눈이 가게 되어 있다.
그 위치이고, 이번에는 적당한 나무로 했더니 이쁘기 때문에 내가 자주 본다.
근데 그 아래 웬 박스가 있고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을 넣어준다는 빨간 양말에 내 이름이 쓰인 흰 봉투가 보인다.

외출했다 들어오면 초보농사꾼은 집 뒤로 먼저 가서 나무 보일러를 확인하고 식구들을 따듯하게 해주기 위해 죽으라 나무를 해온 것을 보일러 아가리에 듬뿍 집어넣는다.

난 선물을 보고 놀라 초보농사꾼을 불렀다.
그리고 정말 자는지 애들 방문을 열어보았더니 선우는 누워 자고 주현이는 방문을 잠그고 자는 것 같았다.

초보농사꾼이 들어왔기에 조용조용 보여주었더니 나보다 더 놀란다.
작은 소리로
"햐, 이게 뭘까? 이 놈들이 ..."

그때 애들이 와르르 방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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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 깜짝 놀랐지?"

애들이 빨리 선물을 뜯어 보란다.
초보농사꾼이 박스를 뜯어보니 헉, 그렇게 하나 사려고 했던 CD플레이어다.

겨우내 가공실에서 일을 하는 초보농사꾼은 오래된 카세트를 듣는다.
물론 작년에는 테이프 돌아가는 것도 고장이 나고, 올해는 죽으라 라디오만 듣는다.
뉴스를 외울 정도로 듣고 또 들으니 너무 지겹단다.

그러면서 이거 하나 사야지 한 것이 돈 생각해서 덥석 못산 모양이다.
일전에 주현이가 서울에 다녀와서 할머니랑 이모들에게 앵벌이(?) 해 온 용돈을 보더니 돈이 많다며 아빠 CD플레이어 하나 사달라고 농담삼아 말했었다.

그때 주현이가 딱 잘라 안된다고 하더니만 이 짓을 한 것이다.
그리고 산타 할아버지 양말에는 웬 구속영장과 상품권.

담당검사 : 박선우 검사란다.(선우의 꿈은 검사란다.)
문서번호라고 적은 것은 우리집 전화번호다. ㅎㅎ
어디서 본 건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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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권은 장난으로 만든 것이고 5만원을 주면서 상품권 대신 현금이니 꼭 엄마 옷을 사란다.

그러니까 주현이는 지아빠 선물을 한 것이고 , 선우는 내 선물을 준비한 것이다.

초보농사꾼도 놀라고 나도 놀랐다.

이제 애들이 이렇게 커서 이엄마 아빠 마음까지 생각하는구나 싶으니 눈물이 났다.

벌써 초보농사꾼은 CD를 찾아 들어본다며 난리다.
선물받은 놈을 뚤어져라 쳐다보고 뒤도 만져보고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다.
아빠가 너무 필요했던 거라며...

내가 생각해도 하나 사주어야겠다 생각만 하고 주문해 주지 못하고 있었는데 주현이가 가려운 곳을 긁어준 셈이다.
이제 아이들은 고3이 되고, 고1이 된다.

졸업선물이니 입학선물이니 말을 꺼낼 나이에 이런 생각을 하다니...

초보농사꾼이 충격과 감격이 뒤엉켜 감정조절이 안되는 모양이다.
두 놈을 끌어 안아주고 고맙다고 좋아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모두 성탄축하겸, 아이들 둘 다 기쁜 일이 있으니 그 겸사겸사 마주앙 한잔씩 하잔다.
모두 둘러앉아 마주앙을 마시며 오늘 선물의 뒷이야기를 들었다.

오빠랑 그렇게 상의를 하고 주현이가 미리 인터넷으로 CD플레이어를 사서 친구집으로 배달을 시켰단다.
안그러면 엄마가 받을 판이니까.
친구집에서 그 박스를 찾았는데 집으로 가져올 일이 난감하더란다.

엄마가 물을 텐데 뭐라고 대답할까부터 고민을 했단다.
안그래도 날이 추워 주현이 학교차가 오는 마을 입구로 데리러 가니 애가 무슨 박스 하나를 들고 탄다.
뭐냐고 했더니 이제 졸업이라 개인사물을 담아오는 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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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그런줄 알고 보니 박스로 덕지덕지 뭐가 붙어 있고 그럴듯해서 전혀 의심하지 못했다.
그렇게 보이려고 일부러 그런 것을 박스에 붙였단다.

어린 것이 얼마나 신경을 썼을까.

그 다음은 오늘 당일.
아빠가 몸살이 나셔서 아차하면 두 분이 성당을 못가시게 생겨 난감했단다.
일단 가셔야 그동안 그런 짓(?)을 해두고 하는데...

그래서 그렇게 성당 안가시냐고 물었던 거였었다.

선우는 엄마, 아빠가 귀농하고는 되도록이면 중고를 사고 하는 것이 맘에 걸렸었다고...
큰이모가 예전에  산골에 오셔서
"니 엄마는 예전에는 백화점 옷 아니면 안사입고 그렇게 그랬는데 ... 시골오고는..."그러면서 이모가 우셨단다.
그 말을 하는 선우의 눈가에서 눈물이 또르르 구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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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모르는 일인데 아마 큰언니가 내가 시골로 온 것이 맘이 아파 선우 붙들고 그랬던 모양이다.

그런 엄마가 알뜰히 살려고 그러셨다는 것을 안다며 자기가 드린 돈으로는 엄마 옷을 사입으란다.
선우는 옷값이 얼마인지 잘 모른다.
자기 옷도 사주면 입고 안사주면 있는 거 입고 그러는 아이기 때문에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른다.

그래서 구속 영장이 등장한 모양이다.
피고는 배동분이고 죄명은
"피고는 그 간 정당한 구매욕구를 억누르고 중고, 특히 경매물품만으로 대리만족해온 혐의가 드러남"이라 한 모양이다.

구형이 재밌다.

"5만원 한도 내에서 자신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구입할 것.
위의 권고를 어길시에는 빵과 커피 반영구 지급 중지에 처함."

아이고, 빵과 커피는 엄마 아킬레스건인줄 이 눔들이 훤히 아는구나....

우린 구속영장을 읽고 또 읽으며 웃고 또 웃었다.
CD플레이어를 틀어놓고 박씨 일가가 춤을 추고 따라 부르고 난리다.
물론 거기서 흘러나오는 노래는 '7080노래'다.

애들도 많은 부분 그 노래들을 안다.
아빠가 좋아하는 조용필 노래도 많이 따라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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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새벽이다.
모두 마주앙 한 잔씩 하고 오늘 선물에 대한 놀라움과 고마움을 전했다.
아이들이 더 좋아한다.
엄마 , 아빠가 생각보다 기쁨을 넘어 감격스러워 하고 좋아한다며 지들이 좋은 선물 받은 것보다 더 좋단다.

다 컸다.
이렇게 엄마, 아빠 마음을 헤아려주는 아이로 큰 것이 어디 부모 덕이겠는가.

하늘마음농장 하늘에 떠있는 별과 달들이,
집 옆에 졸졸 흐르는 개울이,
드넓은 대지가,
집 주위를 병풍처럼 둘러쳐진 늘 푸른 소나무들이,
봄이면 흐르러지게 피는 진달래, 개나리가,
여름이면 빨간 고추잠자리가,
가을이면 오색 단풍이,
겨울이면 모두가 하얘지라는 뜻으로 하늘이 내려주는 흰눈이....

그런 자연이 키운 것이다.

그리고 책이 또한 한몫했다.
늘 책을 소중히 여기며 읽고 감동받는 아이들에게는 책 또한 큰 스승이었다.

우리의 귀농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성공했다고 난 말한다.
남들은 성공했다면 아직도 연간 매출이 얼마냐고 묻는다.

그럼 위에 열거한 저런 자연의 혜택을 연간 매출로 매길 수 있을까....
금액으로 매길 수 없을 정도이니 그게 대성공이지 않은지....

내 아들 선우도 자고, 내 딸 주현이도 잔다.
엄마가 해준 것도 없는데 잘 자라주었다.

오늘은 내 대신 아이들의 정서를 위해 , 그리고 아이들의 꿈을 위해 도움을 준 별, 달, 개울물, 등 자연에게, 그리고 책에게 큰 절 하고 자야겠다.

"선우야, 주현아, 오늘 참 많이 놀랐다.
기쁨보다는 충격 쪽이 더 나은 표현인 것같아.
이렇게 컸구나 감동이었고,
컸어도 속이 제대로 영글어가고 있구나 싶어 눈물이 나더구나.
그저 건강하게 그리고 은갈치처럼 반짝이는 꿈과 희망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길 바란다."

더 자세한 내용은 하늘마음농장 www.skyheart.co.kr 에서 보세요.!!

산골 다락방에서 귀농 아낙 배동분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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