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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7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제 새끼잡아 먹는 에미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제 새끼잡아 먹는 에미
+   [산골편지]   |  2009. 11. 17. 02:42  

2009년 10월

여름내내 풍성한 잎파리 속에 실한 포도송이를 감추고 있던 모습은 어디로 가고 지금은 포도나무 줄기만 앙상하게 남아 있다.
지금은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와 앉아 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땅바닥을 서걱서걱거리며 마지막 남은 힘을 삭히는중인가 보다. 얼굴은 노래가지고...

한여름, 뙤약볕 아래 그를 보면 영원히 번창할 것같았지만 때가 되면 그 어떤 것도 당해낼 재간이 없는가 보다.
오늘은 유심히 더 노란 얼굴에 검버섯까지 펴 있고 구멍까지 난 모습으로 땅바닥을 기고 있다.

가을에는 더더욱 어느 것 하나 스승 아닌 것이 없다.

오늘은 그의 땅바닥을 기는 소리가  유심히 크게 들린다.
한 해의 끝이 보이고 있다는 징조다.

*********************************

서울 언니네 갔을 때, 돌확 속에서 노는 물고기가 하도 이뻐 한참을 들여다 보았다.
귀농한 동생을 늘 마음 아파하던 언니가 물고기를 담아 주었다.
패트병을 잘라서 그 안에...

그러면서 하는 말이 이름은 구피이고, 제 새끼 잡아먹는 놈들이니 단도리 잘 하라는 말도 물 속에 섞어 담아주었다.
난 후자의 부탁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다. 설마...

물고기는 산골로 이사와서 얼마 지나지 않아 새깨를 낳았다.
그러던 어느 날 언니의 부탁이 가시처럼 걸려 어른과 신생아를 칼같이 갈라 놓았다.
태어나자마자 어미를 떼어 놓는 것이 옳은 일일까 끙끙거리면서...

한참 지나 '그래도 그렇지 제 새끼 잡아 먹는 어미가 어딨냐"고 산골아이들이 하도 나를 공격하기에 얼떨결에 합쳐 주었다.

한동안 난 에서 돌아오면 숫자 세기에 바빴다.
새끼의 수를 칼같이 세고 또 셋다.
안그래도 숫자에 대해 야무지지 못한 나로서는 그 일도 큰 일이었다.

어제 요맘때의  숫자와 변동이 없다는 사실이 신통방통하여 먹이도 고봉으로 주었다.
후한 먹이 공세로 금방 물이 탁해졌다.
그물이 촘촘한 체로 어이, 새끼 할 것 없이 떠서 작은 그릇에 옮겨 주고 그들의 둥지를 깨끗이 청소를 하고 산골의 가재도 산다는 1급수 물을 담아다 놓았다.

그런데 그 옆의 화초를 간섭하느라 깜빡 잊고 작은 그릇에 있던 물고기들을 제 집에 넣어주지 못했다.
한참 지나서야 그 생각이 나서 부랴부랴 물고기를 원래의 집에 넣어 주려는데 새끼의 수가 형편 없이 모자란다.
아니, 새끼들이 아예 안보인다.

어디로 튀었나 하고 사방을 둘러보고 아무리 돋보기까지 동원해서 찾아도 새끼 8마리는 다 어디로 가고 달랑 새끼 한 마리에 어른 5마리만 남았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그제서야 제 새끼를 잡아먹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겨우 한 마리 남은 새끼를 다시 분리하고는 분을 삭이지 못해 어미 물고기 밥을 주지 않았다.

어둠이 깔리고 어린 물고기 혼자 제 집에 둥둥 떠있는 푸른 물배추 아래에 잠이 든 것을 들여다 보았다.
나의 까막정신이 어린 새끼들을 희생시켰구나...생각하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혼자 있는 것이 마음에 걸려 작고 검은 돌 하나 집에 넣어주었다. 친구하라고...

그러는 동안 씩씩거리던 기분은 사라지고 과연 내가 어미 물고기를 타박할 자격이 있을까???

자연에서 키운다며 산골로 데려 와서는 농사 일로 바쁘다고 내 새끼들에게 충분한 사랑을 주었는지, 어미로서의 역할을 칼같이 해냈는지 생각하니 누가 누구에게 지적질할 처지가 아님을 깨달았다.

어미 물고기에게 아까 주지 못한 먹이를 고봉으로 주면서
'너도 나도 어미 구실 잘 하자'고 중얼거렸다.

더 자세한 내용은 하늘마음농장--www.skyheart.co.kr 로!!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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