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TV프로그램 ‘서프라이즈’를 본 적이 있다.
그 프로그램의 이야기 중 나의 호감을 자극한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 이야기가 바로 귄터 그라스가 쓴 ‘게걸음으로 가다’의 내용이었다. 그리고 바로 엄마를 졸라서 이 책을 샀다.
난 지금까지 침몰한 배중에 최대의 참사가 타이타닉인 줄 알았는데, 여기서 나온 빌헬름 구스틀로프 호의 사상자는 무려 8000여명이었다. 이 숫자는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던 타이타닉의 사상자보다 무려 5배나 많은 숫자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귄터 그라스가 책으로 쓰기 전까지는 독일인들 사이에서 금기시 하던 이야기였다. 독일인 스스로 이 참사를 부끄러워하고 잊으려 하던 것이었는데 귄터 그라스는 그런 사람을 꾸짖기라도 하듯 이런 책을 낸 것이다.
1945년 1월 당시 빌헬름 구스틀로프는 (한 때 이 배는 초호화 여객선, 세계대전이 일어난 뒤로는 부상병을 수송하는 배였다.) 2차 세계대전 중 소련을 피해 독일 본토라 달아나던 중이었다. 그 때 빌헬름 구스틀로프 호를 포함해서 모든 배란 배는 독일인들을 본토로 옮기는 데에 다 이용됐는데, 당시 빌헬름 호에 타고 있던 사람은 약 9000여 명, 그 중 여자와 아이들이 반을 넘게 차지했다.
가던 중, 4명의 선장들의 러시아 잠수함과 배에게 들키지 않게 가기 위한 토론이 시작됐다. 페테르젠과 그의 수석 사관은 항해 속도로 배를 생각해서 12해리만을 허용했고, 릭스회프트 해역에서 기뢰가 매설되긴 했지만, 수심이 얕아 잠수함 공격으로부터 안전한 연안 항로로 가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찬은 적들에게서 빨리 멀어지고 싶은 마음에 속도를 시속 15노트로 높이려고 했고, 결국 수석사관과 찬의 의견대로 기뢰가 제거된 수심이 깊은 항로로 결정되었다.
그러나 결과는 좋지 않았다. 곧 소련 잠수함 s13호에게 발각되었기 때문이다. 수심이 깊은 곳으로 가다보니 앞이 잘 안보여서 등불을 밝혔고, 속도도 빨리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빌헬름 구스틀로프 호는 어뢰 3발을 맞고 서서히 가라 앉았다.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당시 상황을 귄터 그라스가 표현한 것을 쓰자면,
‘기적적으로 전기 윈치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갑판으로부터 그 보트가 밧줄에 매달려 내려오는 동안 산책 갑판 안에 갗혀 있는 여자들과 아이들은 방탄유리벽을 통해 반만 태운 보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소형보트에 탄 사람들도 수많은 사람들이 방탄유리 뒤에 빽빽하게 갇혀 있는 것을 잠시 동안 보았다. 손을 흔들었을 수도 있을것이다. 배 안에서 이후 일어났던 일에 대해서는 목격자도 없고 기록된 바도 없다.’
뭐라고 할 말이 없는 것 같다. 누구를 탓할 것도 아니라서....
무엇보다 독일인들이 스스로 이 큰 사건을 말하지 않고 금기시 했던 것에 대해서는 더욱 더 할말이 없다.
이 국가적 금기를 깨버린 귄터 그라스에게 그저 박수를 보낼 뿐이다.
산골 소녀 박주현(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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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지음 | 출판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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