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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능률이 오르지 않는다
+   [카테고리 없음]   |  2008. 8. 5.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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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2
2008년 7월 17일

지금 며칠째 풀뽑기를 하는지 모르겠다.
울진이 전국에서 제일 더운 날 불영계곡을 가로 질러 가야 하는 새점밭의 풀뽑기을 시작으로 하여 집 뒤의 달밭, 그리고 그 꼭대기인 호수밭을 끝내고 다시 답운재밭으로 풀뽑기 순회를 하고 있다.

야콘 모종 바로 옆에 난 풀을 뽑아주는 것인데 어제까지 하면 다할줄 알았는데 점점 힘이 들다보니 하루의 진도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
안그래도 쭈그리고 앉아서 하는 일을 정말 못하는데 지금 상황은 못하고 잘하고를 따질 때가 아니다.
풀도 많이 났거니와 아내는 찍 소리 안하고 하는데 귀농하자고 꼬신 내가 김매기 전공, 비전공을 따질 때가 아니었다.

결국 오늘 입술 끝이 부르트고 옆 골이 아프기 시작했다.
오늘만 하면 다 할 것같은데 아니, 오늘은 무조건 끝내야 하는 양만 남겨두었으니 무슨 일이 있어도 오늘은 일이 끝나도록 되어 있다.
많이 남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런데도 진도가 영 안나갈 뿐더러 힘은 더 든다.

힘든 김에 준비해온 라면을 점심으로 끓여 먹기로했다.
이렇게 더운 날 라면을 끓여 먹나 하고 속으로는 투덜거렸는데 김치를 넣고 아내가 끓인 라면맛은 정말 일품이었다.
그 시간에 점심을 먹는데 일품이 아니겠는지...

라면을 먹고 몸이 퍼지기 전에 잽싸게 일어나 예초작업을 했다.
오늘은 조금이니 무조건 끝내야 하는데 쉬기 시작하면 정말이지 일어나 일하기 쉽지않다.
요즘처럼 아주 뜨거운 날에는 더욱 그렇다.

두어 골 하고 나니 힘이 빠지고 더워서 도저희 오늘을 제대로 살지 모르겠다며 그늘로 들어왔다.
아주 조금 그늘이 들었는데 거기에 온몸을 의지 앉았더니 조금 시원하다.

시원하고 심심한  김에 애들에게 문자를 보내려니 영 조합이 되질 않는다.
난 문자를 못한다. 그래서 애들에게 문자가 오면 바로 전화를 걸어 용건을 말한다.
우리 집이 핸드폰이 안터지고 그러다보니 자주 핸드폰도 잃어버리고 새로 살 때마다 문자 방식도 바뀌니 조금 손에 익을만 하고 핸드폰 잃어 버리다 보니 아예 문자를 못한다.

문자만 못하는 것이 아니고 다른 기본적인 기능도 하나도 못한다.
전화번호 입력이니 모닝콜이니 뭐니...
알려고도 안해서 그럴 것이다.



그런데 장난삼아 영어로 문자를 치니 아주 쉽다.
아니 한글보다 쉽다는 말이다.
그냥 죽 치면 되니까.. 조합이 아니고...

마침 읍에 나간 주현이에게 영어로 문자를 보냈더니 누구나며 영어로 보내왔다.
두어 번 문자를 보내주고 하늘을 보니 정말 파랗다.



한참을 하늘 구경도 하며 쉬었다.
아내는 내가 아무 생각없이 사는줄 알지만 나도 파란 하늘보면 가슴이 움직이고 그런다.

도저히 더워 못견딜 지경이라 수건 하나 들고 야콘밭 끝 바로 옆으로 들어가는 우리들만의 '비밀의 계곡'으로 갔다.



올라가는 길도 인적이 거의 없는 길이라 예쁘고 깨끗하다.
물은 얼마나 맑은지 모른다.



그런데 그곳은 밀림 속에 위치해 있어서 그런지 무척 시원하다.
거기에는 조금만 있어도 추워 햇살을 쬐고 다시 들어오곤 했었다.



올라가자마자 윗옷을 벗으니 벌써 시원하다 못해 서늘해서 예전처럼 홀딱 벗고 목욕하는 일은 못했다.
원래 큰 웅덩이가 있어서 어른키 만한 깊이의 물이 있었는데 작년 여름 홍수때 흙이 밀려 내려왔는지 많이 메워졌다.



그래도 '비밀의 계곡'은 나만의 장소다.이곳에 조금 있다보면 춥다.
오늘은 아내도 더운지 따라와서는 시원하다는 소리를 연발한다.

비밀의 계곡에서 나오니 바로 찜질방이다.
다시 두 무릎으로 기면서 답운재밭의 풀, 헛골에 난 풀 말고 무종 옆에 난 풀을 다 뽑았다.
얼마 남지 않은 양이었는데 늦은 시간까지 빠듯하게 했다.

같은 동작을 여러 날 하면 이렇게 진도가 점점 떨어진다.

오늘로 모종 옆의 풀을 뽑았다고 일이 끝난 것이 아니다.
많은 비 오기전에 고추줄도 매어 주어야 하고, 고추 모종 옆에 풀도 다시 다 뽑아주어야 한다.

드디어 일단 야콘밭은 끝냈으니 한숨 돌리고 뭐고 달밭 예초작없을 해야 한다.

초보농사꾼 박찬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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