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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마음농장 _해당되는 글 415건
2008.10.14   귀농일기--제일 난코스 야콘캐기 1
2008.10.13   산골편지14 -- 범접할 수 없는 향기 
2008.10.13   귀농일기-- 산골소년이 존경하는 분 1
2008.10.11   책이야기-- '디케의 눈'을 읽고 
2008.10.11   산골에서 쓰는 편지지는요......... 
2008.10.10   산골편지13--철들자 노망이라고... 1
2008.09.19   산골편지12 -- 산골아빠의 비애 2
2008.09.09   산골편지11-- 어디에 눈이 가는가?? 1
2008.09.01   산골풍경 --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8.08.28   산골편지10 --뜨거운 거름 2

 

귀농일기--제일 난코스 야콘캐기
+   [귀농일기]   |  2008. 10. 14.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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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운재 야콘밭 모습)


2006년 11월 5일

어제부터 야콘줄기를 예초기로 자르는 작업을 시작했다.
왼손잡이가 예초기를 사용하는 것은 정말 고역이다.

등도 뜨겁고, 매연도 콧구멍을 향해 바로 돌진하고...
무엇이든 왼손잡이용 기계든, 뭐든 있어야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그런 면에서는 소홀한 것같다.

안그래도 예초기를 사용하는 일은 그 자체가 긴장투성인데 그 와중에 등도 뜨겁고, 콧구멍으로 매연도 들어오면 정말 제정신으로 작업한다는 것이 아주 어렵다.

어제 답운재밭의 줄기를 예초기로 날렸다.
그리고 오늘 일찍부터 달밭과 호수밭 작업을 하려고 했는데 어젯밤부터 비가 와서 아침일찍 작업은 못했다.
주일인데 성당에도 못갔다 .
날씨가 자꾸 추워진다고 뉴스며 어디며 자꾸 겁을 주니 우선 애쓴 것을 들여놓아야 하는 일에 더 마음이 쓰였다.

결국 어제 아내와 선우만 특전미사를 갔고, 주현이와 난 못갔다.
오전에 비가 오더니 서서히 개이자 바로 예초작업을 시작했다.
내일부터 품을 샀으니 그렇게 안할수가 없었다.

예초작업을 하면서 캐도 되지만 그렇게 되면 내가 다른 캐는 일 등에 신경을 못쓰다보니 더 피곤해서 아주 줄기를 다 잘라놓은 다음에 같이 야콘을 캐려고 한다.

저녁 늦도록 작업을 하는데 울진의 지역신문 사장님 부부가 온다는 연락이 왔다고 아내가 귀뜸해준다.
내일 해야 하나 어쩌나 고민을 하다가 더욱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부랴부랴 담배 한대 피는 시간도 아껴서 했는데 거의 끝나갈 무렵에 부부가 죽변에서 회를 사가지고 오셨다.
우리에게 폐끼치지 않으려고 회며 매운탕꺼리며 다 사오셨다.
그리고는 직접 매운탕을 끓이고...

부담없는 분들이다.
부담이 없다하는 것은  작은 일에도 서로가 마음을 배려해준다는 것이다.

그래도 몇 줄 안남았는데 끝마무리를 마저 하고 내려왔다.
그렇게 일을 끝내니 기분이 정말 개운했다.
기분이 이정도인데 술을 멋지게 마셔주지 않으면 酒神에 대한 모독이 아닌가.

또 코드가 맞는 분이 오셨으니 오랫만에 편하게 술을 많이 마셨다.
기분좋게 마셨으니 내일부터 빡시게 야콘을 캘수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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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정말 비가 안왔으면 좋겠다.
새벽에 일어나 분천역까지 아주머님들 모시러 가려면 일찍 자야한다.
제일 난코스인 야콘 수확 이제 시작이다.

초보농사꾼 박찬득(하늘마음농장--www.skyheart.co.kr)

(달밭에서의 야콘줄기 자르는 작업)
이 글은 2006년도 글입니다.


 
 
        

 

산골편지14 -- 범접할 수 없는 향기
+   [산골편지]   |  2008. 10. 13.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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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천연염색 강연장이다.
수강자가 있든 없든 제 몸을 하루가 다르게 염색해 보이며 가을을 강의학 있다.

형형색색으로 염색이 잘 되었다 하여 그것을 뽐내거나 거들먹거리지도 않고 그것에 연연하지도 않는다.
때가 되면 그 아름다운 옷도 다 벗어던지고 알몸으로 겨울을 난다.
인간사에서는 정신나간 행동임에 틀림없다.

인간이야 작은 거 하나라도 손에 들어오면 꼭 쥐고 놓을줄 모르지만 그들은 거침없이 놓는다.
놓아야 더 큰 것을 얻고 내면이 풍요로워짐을 안다.
세상의 모든 자연물이 다 아는 진리를 영악하다는 인간만 모른다.

오늘도 병풍처럼 둘러쳐진 통고산 자락을 보며 자연이 몸소 들여주는 말에 귀기울이고 있다.
언젠가는 콘크리트보다 더 강한 세상 것들로 들어 차 있는 귀가 뚫어지겠지...</font>

**********************************

하루를 들여다 보면 다른 이에게 하는 물음이나 말이 너무 많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 피해의 중심에 있는 사람은 아무래도 가족이지 싶다.

그리고 그것도 모자라 영역을 더 확장하여 다른 사람에게까지 전염병처럼 옮겨간다.
죽어도 짹한다고 물론 사랑과 관심이 있어서라고 변명한다.
이것은 관심하고는 또 다른 거다.

사랑과 관심에서 그렇다고 이제껏 나도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것은 사랑과 관심이라는 탈을 쓴 간섭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정녕 사랑과 관심이 있다면 지켜 보야 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우리가, 특히 가족에게 뱉는 말 중에 안해도 되는 말이 얼마나 많은지...

특히 아이들에게 말로 가르치려 하지 않는가.
온갖 수식어를 써가며 목에 핏대를 세우고 주입시키려 든다.
그렇게 쏟아낸 말들을 죽 펼쳐 놓고 찬찬히 들여다 보라.

꼭 말로 해야만 했던 것들이었는지...
믿음으로, 침묵으로, 행동으로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었던 사항이 더 많을 것이다.

가을이다.
이제는 밖으로 내돌렸던 시선을 안을 향해보자.
자신에게 거듭거듭 물어보자.

나는 내 길 어디쯤에 와 있는지...
내 삶의 무게에 맞는 신을 신고 그 길을 잘 가고 있는지...
과거에 매이지 않고, 오지도 않은 미래를 앞질러 가지도 않고 지금, 현재에 살기 위해 주어진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하는지...
금쪽 같이 귀히 주어진 하루를 얼마나 긍정적으로 살고 있는지...

다른 이에게 카랑카랑하다 못해  째진 목소리로 들이댔던 대로 자신에게 물어보라.

안으로 살피고 살피는 사람에게선 자신감뿐만 아니라 범접할 수 없는 향기가 넘쳐 난다.
그것으로 자식을 키우고 사람을 대해야 하는데 입이 먼저 동작을 시작하니 사단이 나는 거다.

지금 내 얘기를 너무 다 드러내 놓고 하고 나니 기운이 쭈욱 빠진다.
가을은 지 얘기도 남 얘기같이 할 수 있는 용기있는 계절이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www.skyheart.co.kr)


 
 
        

 

귀농일기-- 산골소년이 존경하는 분
+   [귀농일기]   |  2008. 10. 13.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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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 1일

이번에 울진성당의 주임신부님으로 오신 분은 프랑스 외방전교회 소속이신 이영길 가롤로 신부님이시다.
프랑스에서 무지 오래 사목을 하시고 오신다고 처음 들었을 때는 오래 프랑스생활을 하셔서 조금 한국정서에는 낯설지 않으실까 하는 생각도 사실 잠깐 했었다.

그러나 신부님은 그런 나의 쓸데없는 걱정을 한방에 날려버리신분이고 이제는 다른 생각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뭐냐 하며는...
사람이 자기가 오래 살다온 아니, 생활하다온 곳의 이야기를 안할수가 없다.
왜냐하면 그때의 생각을 말할 때도 많고, 습관이나 특별했던 일들이 사람은 많이 겪기때문에 시키지않아도 지금의 이야기를 설명하기위해서라도 그전에 있었던 곳의 이야기를 해야  할 때가 많다.

나 역시 귀농 전의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처럼...
귀농전에 살았던 서울이 지금 울진에서 산 기간보다 월등히 길기때문이고 그곳에서 태어나 성장하고 학교를 나오고 직장을 다니고 결혼하였으니 말하지않을수는 없다.

그런데 신부님은 프랑스 얘기를 하시는 것을 전혀 못들었다.
재작년에 부임하신 것으로 아는데 지금껏 한번도 프랑스얘기를 하신 적이 없으시다.
그렇다고 보면 일부러 안하시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내가 생각하기로는 깊은 뜻이 있으신 것으로 알기에 그것 하나만으로 대단하시다는 생각을 한것이 사실이다.
그러고 검소하신 것은 말할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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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으로 지내는중에 산골소년이 지엄마에게 신부님은 꼭 자상하신 아버지같고 따뜻하고...한참 자랑을 늘어놓더니 거기에 나를 언급하더라는 거다.
내가 거기에 왜 등장했을까 잔뜩 기대에 찬 눈으로 아내의 말을 기다렸다.
아빠에게는 느낄 수 없는 자상함과 따뜻함이 묻어나온다나 뭐라나....

나도 자상하고 따뜻한데... ㅎㅎ
표현을 잘 못하는 거...그게 화근이다.
아내도 자주 그런 말을 하지만 남자가 일일이 말로 해야하는지...
그렇게만 생각했는데 아이들을 키우다보니 그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사실 자상하고 인자해 보이는 얼굴상은 아니다.
아들 놈 표현으로는 카리스마가 너무 강해서 더러는 범접하기 어렵다나 뭐라나...말은 잘한다.
귀농하고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가진 결과 상태(?)가 많이 좋아졌는데도 그러니 귀농 전에 어린 애들이 아빠를 얼마나 어려운 사람으로 알았을까...

아내는 아이들과 나랑의 관계가 참 부드러워지고 사춘기자식들과 대화가 술술 되는 것만으로도 귀농에 성공한 거라는 말을 자주 한다.
나보고 더 분발하라는 뜻으로 나는 안다.
하여간 아들 선우는 신부님을 정말 좋아하고 바라보면서 자신의 거울로 삼는 눈치다.
주현이가 워낙 말수가 적으니 알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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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중 아내가 그런 말을 한다.
우리 신부님이 공지영 작가가 쓴 <수도원기행>에 나오는 그 신부님이라는 것이다.
그래?
나도 그 책을 몇년전에 읽었는데 ...하고 책을 찾았다.
우리는 바로 확인작업에 들어가야지 궁금한 것은 못참는다.
좋게 말하면 호기심이고 나쁘게 말하면 성격이 디게 급한거란다. 아내가.

하여간 그 책을 책꽂이마다 찾아 다시 보니 정말 맞다.

작가가 <아르정탱(Argentan)가는 길>이라는 제목 바로 전에 쓴 글이 눈에 들어온다.

"" ...........이제 숙소에 도착하면 수첩을 열고 파리 외방전교회 소속이신 이영길 신부님께 전화를 드려야 했다.
이름도 처음 들었고 본 적도 없는, 하다못해 고향도 다르고 아마 만나보면 기차관도 다를 게 틀림없는-- 왜냐하면 그분의 목소리는 매우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으로 드렸기 때문이다. 첫 전화에서 내 소개를 하자 이 신부님은 물으셨던 것이다. 아이들 엄마가 그리 오래 집 비워도 돼요? 게다가 그분은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안동 출신이시기까지 하다--그런데 나를 아르정탱의 수도원으로 데려다 주시겠다는 이영길 샤를르 신부님...""
이렇게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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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책을 읽을 때는 프랑스의 어느 한국 신부님이 안내를 하셨구나 하고 말았다.
아내도, 이 책을 읽은 선우도 그랬다고 입을 모았다.
이렇게 다시 읽으니 감회가 새로웠는데 선우에게 아내가 그 얘기를 한 모양이다.
선우는 나보다 더 신기해하고, 특별한 일로 알고는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아주 흥분된 목소리로 우리 신부님이 바로 책 속의 그 신부님이라는 것이 놀랍다고 말한다.
아마도 자기가 존경하고 좋아하는 신부님 얘기를 책에서 보니 아주 새로웠고 감동이엇던 것 같았다.
선우는 그렇게 신부님을 보며 자신의 영적 성장을 잘 챙기로 있는지도 모르겠다.
존경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굉장히 큰 복이라는 생각을 하는 나로서는 신부님께 다시 한번 감사한다.

그리고 이 길다란 글을 쓰면서 내심 하고 싶은 말은 나도 카리스마를 다른 것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부드러움의 카리스마, 자상함의 카리스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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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그것은 처음 농사지으려고 막 산골로 내려왔을 때 보다도 힘든 일인 것 같아 가슴이 답답하다.

초보농사꾼 박찬득(하늘마음농장--www.skyheart.co.kr)
(위의 사진들은 지난 9월에 산골에 오셔서 송이를 처음으로 채취해 보신다는  신부님과 수녀님과 남 루시아 자매님과 찍은 것이다.)


 
 
        

 

책이야기-- '디케의 눈'을 읽고
+   [산골아낙의 책 이야기]   |  2008. 10. 11.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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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신문의 글을 보고 아이들이랑 같이 보려고 바로 주문한 책이다.
그러니까 광고가 아닌 화제의 책이었던 것으로 안다.
‘디케의 눈’이라는 제목 아래 ‘금태섭 변호사의 법으로 세상일기’라고 되어 있었기에 더더욱 어떻게 세상을 법으로 읽을 수 있을까 하는 아주 단순한 의문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주문하면서도 법을 다룬 책인데 과연 아이들과 내가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까 고민을 했다.
주문 전에 해야할 고민을 주문하고 나서 했다.

우선 저자 금태섭 변호사에 대한 설명을 먼저 해야 할 것같다.
책 날개에 기록된 내용을 옮기고자 한다.

// 1967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1992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1995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뒤 서울지검 동부지청, 통영, 울산, 인천에서 검사로 근무했고 대검찰청 검찰연구관을 지냈따.

장기 해외연수 기간 중 코넬 로스콜에서 석서학위를 받았고 미국 뉴욕 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다.
이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로 재직하면서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주최 배심재판에 검사로 참여하는 등 형사사법 개혁 작업에 관여했다.

2006년 한 일간지에 <현직 검사가 말하는 수사 제대로 받는 법>을 기고하였으나 법조계의 논란과 일반 국민들의 응원 속에서 결국 미완의 연재로 아쉽게 끝나고 말았다.

2007년 변호사로 변신한 뒤, EBS 시사 프로그램 <세상에 말걸다>에 진행자로 데뷔하여 또 한번 화제를 뿌렸다.
현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박사과정에서 형사법을 전공하고 있으며, CBS라디오 <뉴스레이다 스페셜-책과 문화>의 진행자로 활동하고 있다. //

작가를 소개한 것은 그의 대단한 배경을 알아야 하기 때문에 아니라 그가 법이라는 물의 어디에 서있는지 대강 감을 잡기 위해서다.

그래서 이 책은 주문하고 고민하고 받자마자 구미가 당긴 책이라 할 수 있다.

금 변호사는 내가 주문하고 고민했던 부분을 지적하고 있다.

“우리 주변의 법은 비현실적이고 무미건조하다. 희망에 부풀어 민법총칙 교과서를 펼쳤다가 처음 들어보는 행위능력이니 벌률행위니 하는 단어게 좌절하는 법과대학 1학년생에게나, 공판중심주의와 배심재판 등 언론에 등장하는 법률 용어에 궁금증이 생겨서 인터넷을 뒤지는 직장인에게나 법은 도무지 생동감이 느껴지지 않고 어렵기만 한 것이다.”( 본문 8쪽) 라고 했다.

정말 그렇다.
법하면 우선 말이 어렵다.
무슨 말인지 ...
법에 까막눈인 나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한둘이 아니다.

저자는 그 이유를 법률 분야에서 쓰이는 말이 어려운 데에 그 원인이 있다고 했다.
실생활에 쓰이지 않는 단어들을 사용할뿐더러 법적인 원리 자체를 잘 알지 않으면 이해하기 힘든 설명을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면서 책을 쓴 동기를 법률가로 일하면서 하루도 빠짐없이 느꼈던 흥미와 항상 새롭게 다가왔던 법의 다채로운 모습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적고 있다.

박경철님의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책이 처음 나왔을 때 의사가 쓴 책이라는 것이 신선했다.
그래서 사서 보았고 그 충격과 감동은 참으로 오래 갔다.

병원을 묘사하는 소설은 많아도 현직 의사가 생생한 병원, 환자, 그리고 주변이야기를 감동적이고 쉽게 풀어준 책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많았다.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이 의사가 우리의 삶을 이야기했다면, ‘디케의 눈’은 변호사가 삶 속에서 법으로의 접근을 새롭게 했으며, 알고 있으면 유익하고 좋을 이야기를 진솔하게 엮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하고 싶다.

평가를 떠나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내가 읽고 선우와 주현이에게 그 감동을 이야기했더니 바로 두 녀석이 읽었고 고1인 선우는 자신의 삶 속에서 하나의 계기가 되는 감동을 얻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렇게 셋이 읽고 나서 초보농사꾼에게 셋이 읽은 감동을 이야기했더니 초보농사꾼도 읽어 산골 가족 모두가 읽은 책 중 하나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함께 이 책에 대해 대화하며 자신을 견해를 이야기하고 여간 좋은 경험을 한 것이 아니다.

좀더 자세히 들어가 보자.
처음에 내가 느낀 것처럼 법하면 모두가 나와 동떨어진 일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법만큼 우리가 가까이 있는 것도 드물다.
다만 내가 법을 어길 일이 없다는 생각으로 살기 때문에 못느끼는 것이다.

맞는 이야기다.
그러나 나만 법을 지킨다고 하여 소송이 걸리고 고소, 고발이 없을까...
전혀 아니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사람으로 인해 고소도 당하고, 고발도 당하고 산다.
그러니 누구도 밥이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거다.

그럼 , 그렇다고 법을 알아야 할까.
그런 것은 아니다.
그러나 법이 그렇게 딱딱한 존재로 두껍고 낡은 법전속에만 있는 그런 것은 아니라는 거다.
또 이 책을 읽는다고 하여 법을 다 아느냐???
전혀 아니다.

다만 법도 접근하기에 따라 이런 흥미로운 점이 있고, 글로 읽으며 이런 저런 간접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법세계가 전혀 우리와 동떨어진 세계가 아니라는 것 등을 체득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는 책이기에 이 책은 올해 내가 읽은 아주 유익한 책 중 하나를 차지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책이다.

이 책은
제 1장 디케의 눈
제 2장 正義의 定義
제 3장 리걸 마인드-법으로 세상읽기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의 특징 중 하나는 새로운 제목이 등장하면 제일 위에 어느 책의 일부분을 발췌해 놓았다.
쓰고자 하는 내용을 비춰 보일 수 있는 책 내용이 먼저 등장한다는 점에서도 신선했다.
이 부분을 보고 선우와 주현이에게 어느 분야에서든 최선을 다하고, 성공한 사람치고 책을 멀리한 사람은 드물다는 이야기를 해주었고 애들도 그 부분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는 눈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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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는 그렇게 소개된 책 중에 선우, 주현이가 벌써 읽은 책도 있어 기분이 좋았고, 맘에 드는 책은 주문을 해두었다. 두 놈들에게 마저 읽히려고...

여기에 우리가 아주 잘 아는 내용이 하나있다.
우리가 영화나 그라마, 소설에서 자주 보던 내용인데 미란다 경고가 그것이다.
미란다 경고하면 알만한 사람이 흔치는 않을 것이다.
나 역시 이 책을 읽고 그것이 미란다 경고라는 것을 알았다.

“피의자에게는 묵비권이 있습니다.
단신이 말한 것은 법정에서 불리한 증거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변호인을 선임할 권리가 있고 조사받는 동안 변호인을 참여시킬 수도 있습니다. 만일 변호인을 선임할 능력이 없다면 국가가 변호인을 제공할 것입니다“라는 내용 말이다.

이것을 미란다 경고라고 하는데 그렇게 이름이 붙여지게 된 사연도 소개되다 보니 흥미롭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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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용 중
“14명 대 9명, 18,960건 대 88건
숫자로 본 우리 대법원과 미국 연방대법원의 비교다. 우리나라 대법원에는 대법원장을 포함해서 14명의 대법관이 있다. 미국은 9명이다.

우리나라 대법원이 2001년도에 처리한 사건은 18,960건이다. 미국은 88건이다.
우리 대법관 숫자가 5명 더 많기는 하지만, 처리하는 사건 수는 자그마치 2백배가 넘는다. 우리나라 대법관들이 미국 대법관보다 200배나 능력이 뛰어날까?...."라는 내용에서는 오래 생각하게 되었다.

법은 한 사람의 일생을 아니, 온가족, 그 자식 세대에까지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것도 나쁜 쪽으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위의 숫자가 그냥 읽고 넘어갈 수 있는 숫자인지에 대해서는 기가 죽는다.
그저 그 판결이 대를 이은 불행을 초래하고 억울함으로 안타까운 생명이 왔다갔다 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여러 감동이 있었지만 현직 검사가 솔직담백하게 법이라는 환경의 물에 대해 언급했다는 점이다.
그건 어려운 일이다.

말이 길었지만 이 책은 중고등학생을 둔 가정이라면 온 가족이 읽기에 참으로 좋은 책임을 다시 한번 언급하고 싶다.

금태섭 변호사가 번역한 ‘세상을 바꾼 법정’을 주문해 놓았다.
책값이 2만5천원이나 하지만 충분히 나와 아이들 그리고 초보농사꾼을 감동시키리라 믿는다.

그 책을 읽고 나면 그 감동도 두서없지만 올릴 예정이다.
이 글을 쓰면서도 가슴 속 메아리가 하도 커서 얼굴이 달아오른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www.skyheart.co.kr)


 
 
        

 

산골에서 쓰는 편지지는요.........
+   [산골풍경]   |  2008. 10. 1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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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엔 그리운 이들에게 편지를 씁니다.
평소와는 달리 파란 하늘에 대고 글을 박습니다.

할 얘기가 남았는데 구름은 짓궂게도 왔다갔다 하더니만 다 지워 놓습니다.
같이 놀자는 거지요.
그를 끼워주기로 했습니다.

이번에는 파란 편지지에 구름을 붙입니다.
소더비 경매장의 어느 명화보다 더 멋진 그림이 됩니다.

그리운 이들이 그 편지를 펼치면
파아란 글자들이 읽는 이의 가슴으로 후두둑 떨어져 들어가겠지요.
보나마나 그의 가슴에도 잉크빛 물이 들 것입니다.

이제 편지쓰는 일이 끝나면  벌판을 쓸고 다닐 참입니다.
가을걷이하러...

꽃지게 아래 초보농사꾼이 벗어 놓은 작업화에서도 가을물이 떨어질 것같습니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 www.skyheart.co.kr)

 
 
        

 

산골편지13--철들자 노망이라고...
+   [산골편지]   |  2008. 10. 10.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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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상하지도 못한 그가 요즘 들어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합니다.
청소며, 다 본 신문지 제자리에 갖다 놓고, 자기가 화장실 앞에 벗어 던진 꽈배기 모양의 양말과 옷가지를 빨래통에 갖다 놓기, 나 없는 동안 먹은 것 설거지하기 등....

어찌 보면 책제목처럼 유치원에서 배워야 할 것들을 이 연세가 되어서야  하는 것이지만 그에게는 여간 대단한 일이 아닙니다.

이 대목에서 내가 좋아하는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이 말을 인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인생의 절정기는 중년의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이 시기에 사람들은 보다 완벽해지고 영혼은 성숙기를 맞이한다.

사고는 더욱 넒어지고 능력은 최대한 발휘되며 행동은 이성에 순응한다.
모든 것이 무르익고 성숙하다.
그대는 이 시기부터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 한다.

그러나 절정기가 되어도 어떤 사람은 전혀 삶을 시작하지 않는다.
또한 어떤 사람은 날마다 새롭게 태어나는 기분으로 삶을 시작한다.
인생의 황금기를 보내는 방식에 따라 위대한 삶이 결정된다.

유년시절처럼 무지하지도 않고 청년시절처럼 광적이지도 않으며
노년처럼 둔하고 지쳐 있지도 않다.
정오에 태양은 가장 빛난다.

자연은 인생의 계절에 따라 다른 색깔의 옷을 입힌다.
유년에는 장미색의 옷을 입히고
청년시절에는 파란색의 옷을 입힌다.
마침내 인생이 목적지에 도착하면 노년의 복장은 솔직해야 하므로 자연은 하얀색으로 끝맺는다."


그렇다면 초보농사꾼이 그럼 위의 글대로 영혼이 성숙기를 맞이한 것일까....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것이 기쁘지만은 않습니다.
철들자 노망이라고 왠지 그가 늙어간다는 생각에서 인 것같습니다.
그냥 신문지 봤으면 화장실에서 꺼내 놓아라, 거실 청소 좀 해달라, 양말 똘똘 말아서 화장실 앞에 팽개치지 말라,,,, 그렇게 잔소리 하는 것이 차라리 나은 것같습니다.

왠지 늙어간다는 생각이 들어 가을날씨만큼이나 을씨년스럽습니다.

날이 따갑습니다.
그는 오늘 무슨 일로 나를 놀래킬까요.
안놀래켰으면 좋겠습니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 www.skyheart.co.kr)


 
 
        

 

산골편지12 -- 산골아빠의 비애
+   [산골편지]   |  2008. 9. 19.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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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보았던 달맞이 꽃이 자꾸만 눈에 어른거린다.
달빛을 많이 받아서 인지 얼굴도 노래가지고 하루가 다르게 키가 훌쩍 커져 있는 달맞이꽃.

하필이면 허구많은 공간중에 두릅밭에 피어 마음쓰이게 하는지 모르겠다.
그러다보니 먼 발치에서나 바라다볼 뿐 달리 손 한 번 잡아주지 못했다.
무엇에 대해 바라는바가 크고 진실하면 어찌되는지 달맞이꽃을 보면 알 수 있다.

달을 향해, 달을 향해 손과 발, 온몸을 다 동원하는.........................
비바람이 치는 날에는 걱정이 되어 뒷문을 수시로 열어본다.
혹여 바람때문에 억센 두릅나무가시가 달맞이꽃의 여린 얼굴을 할퀴지나 않나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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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이 되자 산골에도 많은 이들이 찾아들었다.
그 중 두 언니네 가족이 휴가를 보내고 갔다.

아이들은 형과 오빠가 온다며 며칠을 기다린 끝이라 만남 자체가 기쁨이었다.
손님을 인근 유명한 계곡으로 안내한다는 핑계로 우리 가족도 그 김에 휴가를 보냈다.

그러나 휴가는 곧 끝이 나고 언니네 가족들이 모두 떠난 후에는 네 식구 모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말이 없다.
일도 손에 안잡히고 밭에 올라가기도 싫었다.

일은 커녕 울적한 마음 가라앉히기에도 하루 해가 짧았다.
여운을 오래 끌고 사는 아내의 슬픈 속내를 읽었는지 그이는 내게 한숨자란다.
자꾸 목이 메어와 자리펴고 누웠다.

왜 작은 자극에도 내 호수의 파장은 그리 큰 걸까?

여러 번 몸을 굴리며 애써 소용돌이를 잡으려 애쓰는데 옆방에서는 나를 제외한 산골식구들의 ‘레슬링’이 시작되었다.

어른만큼이나 서운해 하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그이는 편을 갈라놓고 열심히 경기에 임했다. 일단 패가 갈리면 애비도 아이들도 인정사정이 없다.
서울에서도 자주 보던 일이었다.

한참을 그리 산골이 떠나가라 함성을 지르더니 가장 큰 선수 하나가 기권을 하고 마루에 나동그라졌다.
하도 선우에게 얻어맞은 옆구리가 아프다며 꾀병을 부리기에 못들은 척하고 있었다.

며칠이 지나자 그이는 도저히 아파 못견디겠다며 병원을 가잔다.
하루 일을 포기하고 병원에가 X-ray를 찍어보니 10번 갈비뼈에 금이 간 것.
5주 진단이 나왔다.

무거운 것 들지 말고 힘든 일 하지 말고 푹 쉬란다.
언니들의 빈 자리를 씻기도 전에 산골 일을 도맡아 하게 되었으니 팔자도 참.
남편은 심지어 멜라뮤트 밥주러 가는 일도 힘들어 했다.

형들과 재미있게 놀다 남아있는 아이들 생각하니 마음이 쓰이더란다.
그래 한 게임하며 아이들 기분전환시켜 주려던 것이 그만 그리되었단다.
2주가 지났는데도 차도가 없다.

산골아이들은 지레 겁을 먹고 지애비 심부름을 쏜살같이 한다.
돌아눕기도 힘들어 하고 기침할 때는 옆구리를 움켜쥐고 뒹군다.
병원약 먹고, 홍화씨달여 먹으며 원상회복을 위해 총매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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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하도 설겅거리기에 밤바람 맞으러 툇마루에 앉았더니 달님도 설겅거린다.
모든 것이 마음따라 가는가보다.

내 마음이 을씨년스러우면 나의 주위 친구들도 그리 보이는 걸 보니 말이다.
한참을 앉아있자니 가슴이 시려온다.

바로 앞 대추나무에게 가까이와 앉자고 하니 위로한답시고 자식을 주렁 주렁 달고 냉큼와 앉는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이렇게 고마울 수가

2001년 8월 20일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부는 산골에서 배동분 소피아 (하늘마음농장)


 
 
        

 

산골편지11-- 어디에 눈이 가는가??
+   [산골편지]   |  2008. 9. 9. 00:43  

2008년 9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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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성수기를 맞았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코스모스, 해바라기가 피고 지고를 반복하고 있다.
벌개미취 역시 한 쪽에서는 작은 몽우리를 터뜨리고 한 쪽에서는 검으죽죽하게 졌다.
거기다가 마타리까지 한 쪽에서 지고 있다.

이쯤 되면 마음 단속을 잘 해 두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넋놓고 있다간 '내 마음 나도 몰라'다.

가을엔 이래저래 단속할 것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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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집으로 올라오는 미니 언덕에 꽃을 심었다.
예전같았으면 거기까지가 관심의 종착지였다.
밭이 오라고 시도 때도 없이 불러재끼니 별 수 없이 갈 수 밖에...

그렇게 ‘밭의 종‘처럼 불려 다니다 어느 날 보면 꽃모종이 풀에 녹아 흔적도 없이 눈에서 사라지곤 했다.
꽃이 밥먹여 주는 것도 아니다 보니 밭에 아부하며 귀농생활이 익어갔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산중생활도 익숙해지고, 낯선 곳에서 부초처럼 떠다니던 마음도 잔뿌리를 내리게 되자 올해는 관심을 좀 나누어 보자고 이른 봄부터 다짐했었다.

집으로 올라오는 작은 비탈길 왼쪽에는 코스모스를 얻어다 심었다.
오른쪽에는 봉선화와 벌개미취를 심었다.
어린 싹이 나오면 내 작은 눈을 뒤집어 까고 풀을 뽑아주어 꽃모종이 그들에게 놀이갯감이 디지 않도록 했다.

음식물 쓰레기를 나무 밑에 묻으러 다녀오다가도 째진 눈으로 감시를 게을리 하지 않았고, 효소실에 들락거릴 때마다 주저 앉아 맨 손으로 풀을 뽑아 주었다.

그랬더니 어느 새 튼튼하고 의젓하고 멋진 꽃을 피웠다.
길 양쪽에 꽃이 피니 그 느낌이 아주 새롭고 흥분되기까지 했다.
뭐랄까...
의장대를 사열하는 것처럼 괜시리 가슴이 일렁거리곤 했다.

꽃들의 그 순수한 모습을 볼 때면 사악하고 인정머리 없는  인간을 위해 도열해 있는 꽃들에게 미안스러운 마음도 없지 않았지만 마냥 좋고 푸근하고 기분이 째졌다.

얼마 전에 비가 내렸다.
나의 헌신에 힘입어 화사하게 피었던 봉선화 꽃잎이 발 아래 내려와 앉아 있다.
그런데 도열해 있는 싱싱한 꽃에 눈이 가기보다 제 발 아래 꽃잎을 수북이 떨군 꽃에 눈이 자주 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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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아예 꽃나무 아래만 본다.
그리 눈영접을 하고 나면 생각이 많아진다.

‘그대도 한 때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젊음과 화려함을 지녔으니...’
예전에는 화려하게 피어 있는 꽃에만 눈이 갔지 그 발 아래는 관심도 없었다.

그렇게 쌓인 꽃잎 위로 다시 비가 내렸다.
굵은 비는 이미 사기를 잃은 자 위를 확인사살하듯 집중적으로 공격을 퍼붓는다.

자연의 변화를 가만 들여다 보면 그 안에 우리네 삶의 모습과 견주어 보며 교훈으로 삼을 것이 쌔고 쌨다.

작년까지만 해도 화려하게 피는 꽃에만 온 신경을 꽂았었다.
그러나 세월밥을 먹을수록 떨어진 꽃에 눈이 더 가고 생각도 그 꽃 위에 함께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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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해가 날 것이다.
그러면  제 몸을 말렸다, 이슬에 적셨다 몇 번 하고 나면 흔적도 없이 내 눈에서 떨어진 꽃들도 사라질 것이다.

사람의 한 생애도 이에 견줄 수 있겠다 생각하니 그 앞에 쭈그리고 있는 내 마음 또한 하염없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


 
 
        

 

산골풍경 -- 그럼에도 불구하고....
+   [산골풍경]   |  2008. 9. 1.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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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트 M. 키스(1949~  )

사람들은 때로 변덕스럽고
비논리적이고 자기 중심적이다.
그래도 그들을 용서하라.

네가 친절을 베풀면
이기적이고 숨은 의도가 있다고
비난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친절을 베풀라.

네가 정직하고 솔직하면
사람들은 너를 속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정직하고 솔직하라.

네가 오랫 동안 이룩한 것을 누군가 하룻 밤새 무너뜨릴지도 모른다.
그래도 무언가 이룩하라.

네가 평화와 행복을 누리면
그들은 질투할지 모른다.
그래도 행복하라.

네가 오늘 행한 선을 사람들은 내일 잊어버릴 것이다.
그래도 선을 행하라.

네가 갖고 있는 최상의 것을 세상에 내줘도
부족하다할지 모른다.
그래도 네가 갖고 있는 최상의 것을 세상에 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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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를 시작하는 날
한 달을 시작하는 날
비가 옵니다.

그것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흥분과 격분과 미움과 화를 잠재우라며 모범을 보이듯 자작자작 비가 옵니다.
그 비를 보며 이 시를 읽었습니다.

그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야 한다.

그래야 한다고 주문을 자꾸 외우면 그렇게 된다고 믿습니다.
왜냐 하면
사람은 마음먹는대로 되는데 그 마음 먹기가 어렵기 때문에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 시를 읽으며
한 번 두 번 실천하다보면
언젠가는 원숭이처럼 흉내라도 내는 인간이 되겠지요.

한 주를 시작하자면
조금은 피곤하고 주말이 멀었다 싶어 몸이 쳐지기도 할 것입니다.

이 시를 읽으시며
한 주를 힘차게 여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마음은 위의 사진처럼 평안한 마음을 가지시면 좋을 것같아 찻잔을 넣어두는 단스 위의 풍경을 찍었습니다.
이처럼 마음이 평화로우시길 빕니다.

(이 글은 인도 캘커타의 어린이집에 새겨진 말로 마더 데레사의 시로 알려졌지만 위의 켄트 M. 키스가 쓴 시라고 합니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

 
 
        

 

산골편지10 --뜨거운 거름
+   [산골편지]   |  2008. 8. 28.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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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시골길 곳곳이 다 콘크리트 포장길이다.
그래서인지 소달구지 덜컹대는 시골길이라는 표현이나 모습은 옛날 사진에서나 봄직하다.

다행히 우리 오두막으로 올라오는 길은 100미터 정도가 비포장 도로이다.
한쪽 산을 깎아 만든 길인데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툇마루에서 그 길로 걸어 들어오는 하교길 아이들의 모습은 눈을 하늘에 행구고
다시 볼 정도이다.

그이와 약속했다.
저 길은 끝까지 비포장길로 놓아 두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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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방학 때 시골 할머니 댁에 가면 앞마당에 여러 가지 꽃들이 제일 먼저 와서 안기곤 했다.
우리 부모님이 아이들만큼은  서울에서 공부시킨다며 서울로 다 데리고 가면서도 늙으신 부모님이 걱정되어 둘째언니를 부러 두고 왔었단다.

그래서 둘째 언니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할머니를 서울로 모실 때까지 시골에서 학교를 다녔다.
그 생각을 하면 둘째 언니에게 미안타.

그 언니가 동생들 온다고 할머니와 꽃밭을 매년 그렇게 아름답게 꾸며준 탓에 그나마 내가 조금 서정적이지 않았나 싶다.

그런 생각에서 우리 산골 아이들에게도 동요 가사처럼 꽃밭가득 예쁘게 과꽃을 보여주려고 앞마당에 큰 꽃밭을 만들었다.

작년에 받아둔 씨앗이 별반 없는 탓에 과꽃, 봉선화, 나리꽃, 채송화, 홍화 등을 고루 뿌렸다.
요즘 한창 한두 송이씩 시샘하는 듯 타는 가슴을 터뜨리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꽃밭 전면에는 머리내미는 것이 없었다.

'이상하다. 앞면에 더 예쁜 꽃을 고루 뿌린듯 한데...'
그 이유를 오늘 발견했다.

주범은 박씨 일가!
애비나 아이들이나 기회만 있으면 꽃밭에 대고 노상방뇨를 하는 바람에 그만 씨가
뜨거워 죽은  것이었다.

그곳에 꽃씨가 들어 앉았으니 고맙게 거름은 안줘도 된다는 경고를 여러 차례 했었다.
도시 같았으면 노상방뇨는 5만원 벌금은 족히 내야 했을 터이지만 난 산골아줌마로 마음이 넉넉하니 경고로 끝냈다.

그러나 버릇은 못고친다.
결국 꽃밭이 뒤에만 예쁘게 꽃이 피고 앞면엔 기계충 앓은 듯 하다.
그 상황을 직접 확인하였으면서도 요즘에도 착실하게 뜨거운 거름을 주고들 있다.

그렇게 된 데에는 내 탓도 있다.
귀농하고 한동안을 박씨 일가는 그냥 마당이나 길에다 대고 볼 일을 보는 거였다.

"당신 농부 맞아? 그 아까운 거름을 길바닥에 쏟아 버리다니...."
그 날 이후 꽃밭에 거름을 주려고 그리 했다니 나 또한 별반 할말을 잃을 수 밖에.

꽃밭을 볼 때마다 아쉬워 오늘은 대머리에 머리카락 이식하듯 꽃 이식을 했다.
앞에만 호미로 골을 파고 아이들 줄세우듯 홍화와 봉선화를 옮겨 심었다.

꽃도 자리텃을 하는지 며칠 몸살을 앓더니 그만 황달이 들었다.
한 밭 가득 이식하려던 욕심을 버리고 그대로 두었다.
식구들 눈요기 하자고 녀석들 자리텃하는 걸 볼 수 없어서....

***********************************************

비가 온다고 하더니 별들이 슬리퍼신고 마실나온 걸로 보아 비오는 것도 글렀지싶다.
초보농사꾼이 내일은 야콘밭에 풀 뽑자고 한다.

오늘까지 고추밭 풀 뽑았는데 종목을 좀 달라하지 며칠을 한 종목만 하니 싫증이 난다.

그래도 너무 진지하고 열심인 초보농사꾼을 봐서라도 나의 주특기인 김매는 일을 충실히
해야겠다..

2001. 7. 12

넓은 잎을 벌리고 나를 반길 야콘들을 생각하며 산골에서
배동분 소피아 (하늘마음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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