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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일기 _해당되는 글 92건
2009.01.02   귀농일기-- 귀농 후배가 왔다. 
2008.12.25   귀농일기 -- 내 엄마의 숙제 
2008.12.22   귀농일기 -- 끝없는 도전 
2008.12.16   귀농일기 -- 이 결단을 내리기까지... 
2008.12.14   귀농일기-- 반장의 본분을 다하자. 
2008.12.12   귀농일기 -- 이 연봉을 어디에 쓰지??? 
2008.12.10   귀농일기 -- 대대적인 작업을 하기 전에........ 
2008.12.06   귀농일기 -- 한밤중 물통 속 부자 
2008.11.29   귀농일기 -- 야콘모종의 비밀 
2008.11.20   귀농일기 -- 야콘캐기 대장정 

 

귀농일기-- 귀농 후배가 왔다.
+   [귀농일기]   |  2009. 1. 2.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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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2월 29일

서울에 다녀오면 우선 정신이 먹먹하다.
그 이유중 하나는 교통이 복잡하여 일단 고속도로에 접어들면 신경이 바짝 쓰인다.
그러다 서울 인근부터는 더 복잡하여 산골 촌놈이 다된 나를 압박해온다.

처음 귀농하고는 서울가면 머리가 막 아파서 산골로 바로 돌아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것이 나아지려니 했었는데 계속 되는 것으로 보아 몸도, 마음까지도 이제는 산골버전으로 잘 길들여져 가고 있다고 보여진다.

서울에 연말 모임이 있어서 다녀왔다.
다음 날 영덕에 사는 손병희 후배에게서 전화가 왔다 산골에 오겠다고...
일전에 영덕에 갈 일이 있어 볼일보고 아내가 챙겨준 야콘즙, 야콘칩, 버섯,

그 후배는 학교 후배가 아니고 귀농 후배다.
영덕으로 귀농해서 참으로 성실 그 자체의 삶을 사는 사람이다.홈에서 만난 사람인데 나중에 보니 귀농을 실행에 옮겼다고 하였다.
아직 아이들도 초등학교 저학년이지만 집이며 땅이며 하나하나 장만하면서 성실하고 부지런하고, 자연을 느끼면서 잘 살고 있어 왠지 모를 친근감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자주 만나지는 못해도 천주교 안동교구의 귀농가족 모임에서도 보고 하여 그저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람처럼 편안한 마음을 갖게 하는 장점이 많은 사람이다.

드디어 산골에서 만나 저녁을 함께 먹고 늦도록 술잔을 기울였다.
귀농해서 힘든 일들, 사람때문에 마음이 아팠던 일들, 그리고 앞으로의 희망과 꿈 등...
스스럼없이 우리는 토해내기 시작했다.
귀농의 아픔은 귀농인이 안다고 우리 서로에게는 서로를 생각해 주는 마음이 기본으로 깔려 인연구실을 해주었다.

더러는 귀농인들끼리 경쟁심을 느껴 서로 박수쳐주는 것에 인색한 경우를 보는데 손병희씨는 산골에 도움이 될만한 일이라면 발벗고 나서고 전화를 해서라도 도움을 못주어 안달이 난 사람이다.

나 역시 도와주지는 못해도 늘 마음으로 잘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터였다.
늦도록 술을 마시며 서로 작물 이야기도 했다.

"형님, 율무 심어보셨어요?"

"아니. 못심어봤어. 손병희씨는 심어보았나봐..."
"그럼요. 한 해에 몇가지를 심는데요. 엄청나요."
"이거 그 점에서는 선배이니 저쪽으로 고개 숙이고 있어야겠네..."

그러면서 웃고 웃었다.
아내도 손병희씨 부인과 이야기를 나누느라 산골이 떠들썩했다.
아이들은 눈썰매를 타느라 떠들썩했던 하루였고 말이다.

아내는 아이들 눈썰매를 찾아준다고 나가서 안들어오고...

다음 날 아침 우리는 새해에도 힘찬 희망으로 출발하자는 다짐을 하고 헤어졌다.

손병희씨...
힘내요.
그런 아픔도 다 나중에는 행복의 씨앗이 되리라 봐요.
우리도 올해 배신감도 느끼고 돈도 손해보고 하느라 마음고생을 했지만 힘내보자구.
새해에도 건강하고 자연에서 행복하게 살아요.

초보농사꾼 박찬득(하늘마음농장-- www.skyhe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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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일기 -- 내 엄마의 숙제
+   [귀농일기]   |  2008. 12. 25.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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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지 일을 며칠하다보면 같은 근육을 계속 쓰다보니 힘도 들지만 사람도 더 지친다.
첫날은 잘 하다가도 다음날은 같은 노동의 양이 아니라 일을 덜해도 무지 힘이 든다.
요즘 내가 그렇다.

나무를 계속 하고 있다.
험한 산에서 삼판을 하고 남은 것을 높은 산 위 계곡처럼 된 곳에서부터 굴러 내려온다.
나무는 알다시피 굴러지는 물건이 아니다.
또 산에는 다른 잡목들이 있고, 썩은 나무들이 널브러져 있으니 조금 내려가다 막히곤 한다.

그러니까 굴린다고 하는 표현보다는 계속 쫓아다니며 나무를 던지고, 던지고 하여 산 아래까지 던진 다음 차를 싣는다.
또 좋은 것은 가져올 수 없으니 시원찮은 나무만 가져오다 보니 금방 양이 불지도 않는다.
그래서 이렇게나마 기름값 비싼 시기에 나무를 할수있다고 생각하니 그냥 즐겁기만 하다.

그런데 이 일이 며칠 계속되면 몸이 무리가 가고 일 자체도 변화가 없어 힘은 두배이상 든다.
오늘도 나무를 해왔다.

서울에 계신 엄마가 매일 전화를하신다.
자다가도 너희들 나무없는데 폭설이 와서 고립되는 상상을 하신단다.
나무도 못때고 이쁜 손자새끼들이 춥고, 니들 고생한다 생각하면 가슴이 막막해지고 뜬 눈으로 새우신다고 매일 전화를 하셔서 나무했냐고 하신다.

솔직히 엄마에게 난 이럴 때 자식이 아니라 걱정덩어리인가 하는 생각을 한다.
귀농때부터 엄마는 그러셨다.
그 전에는 우리 아들이 어디 다닌다고 (그 세대분들은 쓸데없이 그러셨다) 그 힘에 사셨던 것 같다.

그러다 어느날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를 했으니...귀농한다고...
이게 무슨 소리냐고 울며 나를 설득도 하시고 화도 내시고... 그러시면서 어디에도 부모가 아들 이기는 법은 없다고 하시며 포기하셨었다. 그리고 난 귀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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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야콘즙이고 야콘칩 만드는 일이고 나무를 먼저 했다.
엄마를 안심시켜드리기 위해서라도....
이렇게 나무를 한 날은 저녁에 전화를 드린다.

“엄마, 나무 많이 해왔으니까 걱정마셔...잠도 잘 주무시고...”

아내는 전화를 바꿔 달라고 하여 나무가 얼마나 많은지를 자세히 설명해 드린다.
그러니 아무 걱정마시라고 안심을 시켜드리고 끊는다.

나무를 해오면 아주 큰 뭐를 장만한 것처럼 굉장히 든든하다.
그건 한 해 땔감을 마련해 본 사람만이 느끼는 뭐 그런 것이다.

내일도 나무를 해야 한다.
저녁에 나무를 하고 오면서 덕거리 유이장님댁에서 막걸리를 나누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 또한 기쁨이다.

유시정 이장님(전 이장님이라 그렇게 부른다) 아주머님도 정이 많으신 분이고 남의 말 하는 것을 안좋아하시는 분명한 분이시라 아내가 참 좋아한다.
우리라면 늘 두손들어 환영해주시고, 뭐라도 먹고 가라고 하고, 박반장 막걸리 안주가 없어 어쩌냐고 하시며 뭐라도 주섬 주섬 내놓으신다.
그래서 아내는 다른 그 댁만큼은 그나마 쫓아가는 편이다.

달길님이 나무를 쌓아놓으라고 작은 집을 하나 마련해 주었는데 거기에 맞게 톱으로 잘라야 한다.
하나하나 자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한다.
그게 아내가 말하는 묵상인가보다.

초보농사꾼 박찬득(하늘마음농장--www.skyheart.co.kr)


 
 
        

 

귀농일기 -- 끝없는 도전
+   [귀농일기]   |  2008. 12. 22. 02:11  

2008년 12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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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끝없는 도전>이라고 쓰면서 웃음이 나왔다.
아내가 이 제목을 보면 한마디할 것 같다.
"끝없는 도전은 무슨 도전, 끝없는 일저지레라고 해야지 ...


전국이 아니, 전세계가 불경기라고 난리다.
내가 산골에서 느끼는 온도만 하더라도 실감이 나고도 남는다.
그런 분위기에 전기 건조기를 들여놓기로 했고 드디어 오늘 그 기계가 들어왔다.


아내는 그냥 들여놓지 말자고 여러번 얘기를 했지만 암만 생각해도 들여놓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었다.
야콘농사를 귀농할 때부터 지었다.
그때는 야콘농사 짓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처음 이 마을에서 야콘농사를 지었을 때도 모두 한마디씩 했다.
남들이 야콘을 알지도 못하는데 왜 농사를 짓느냐, 선물만 하고 또 농사를 짓느냐고...
귀농 초 , 그러니까 몇년 전만 해도 그랬다.


그래도 우연히 먹어본 야콘의 약성에 매력을 느껴 어떤 어려운 일이 있어도 농사를 짓는다고
go, go를 외치며 야콘농사를 계속 지어왔다.

그러다 우리가 TV에 나올 때마다 야콘을 알렸고 지금은 야콘이 당뇨, 변비, 뿐만 아니라 동맥경화 등에 좋다는 것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국사람들은 누가 뭐 좀 해서 괜찮다더라 하면 너도나도 다 지어 결국 서로 망하는 꼴이 계속되는 것이 농촌 현실이다.
지금 야콘이 그렇다.


누가 어떤 작물을 하여 괜찮다고 하면 나도 다른 작물을 발굴하고 시도하고 노력하여 새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아니고 바로 옆에서 하는 것을 모두 대든다.

너도 죽고, 나도 죽고...

하여간 올해는 가물었기때문에 갈라진 것도 많고, 유기농을 오래 하다보니 굼벵이 먹은 것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유기농의 어려운 점을 아는 분은 일부러 전화해서 굼벵이 먹은 것도 좋으니 그대로 넣어달라는 분도 계시지만 왜 거죽이 그렇게 된 것을 보냈냐고 화내는 분들도 있다.

그러다 보니 상품이 못되고 남는 것들이 많다.
터지고, 굼벵이 먹고, 부러지고 한 것들 말이다.

결국 생각한 것이 야콘즙과 야콘슬라이스칩이다.
야콘즙은 올 2월에 기계를 들여와서 즙을 만들다가 야콘이 품절되다 보니 판매를 하기도 전에 상황이 끝이 났었다.
그리고 올해 즙은 연초의 연습을 한 결과가 지금 빛을 발하고 있어 어느 곳의 증탕집에서 짠 것보다 맛도, 영양도 좋다고 자부하고 있다.

문제는 칩이다.


야콘은 섬유질도 많고 수분이 많아 말리는 것이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다.

기존에 산골에 건조기가 있지만 야콘을 말리는 것은 전용으로 하고 싶어 하나 장만한 것이다.
그것도 원적외선 전기건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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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걱정이 많다.
이 불경기에 또 돈을 들인다고...
야콘즙이나 하면 될 일을 ...

하지만 불경기라고, 산골이라고 , 농촌이라도 노력도 안하고, 무엇을 해보려고 시도도 안해보고 안팔린다고, 시골에 살기 힘들다고, 귀농이 힘들다고 무모한 짓이라고 한탄만 하는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무엇을 하던 끝없이 도전해 보고 실패도 해보고, 거기서 배우고 , 보람도 얻고 하면서  한치 키가 자라는 것 아닌가.
어떤 사람은 선우네는 서울에 남겨둔 재산이 있어서 그런다고도 한단다. 아내 말이...
그러나 분명하게 말하지만 귀농하면서 뭐 될만한 것은 죄다 팔고 내려왔다.

어디 등 비빌 곳이 있으면 산골의 새 생활에 최선을 다하지 않을수도 있다는 판단에서 둘이 그렇게 합의한 것이다.
무식한 것인지, 화끈한 것인지 몰라도 그렇게 정리해 온 돈이 바닥이 났을 때 조금씩 조금씩 새싹이 나왔었다.

새 기계를 수석실로 쓰던 곳을 치우고 실내에 들여 놓았다.
그래야 위생적으로 잘 관리할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수석실은 가공실이 되었다.


마침 바닥도 타일을 붙였기때문에 깨끗하게 사용할수가 있다.

기계를 설치하고 나니  열심히 노력할 일만 남았다.


맛과 영양을 그대로 보존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이다.
그러자니 저온에서 말리느라 전기요금이 많이 들고 수고가 많이 들고 하더라도 기존에 쌓아올린 믿음...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이제 겨울동안 열심히 일할 것이 있어서 좋다.

초보농사꾼 박찬득(하늘마음농장 -- www.skyheart.co.kr)


 
 
        

 

귀농일기 -- 이 결단을 내리기까지...
+   [귀농일기]   |  2008. 12. 16.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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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2월 1일

집 바로 위에 있는 달밭은 처음 귀농했을 때 엄청 땅이 좋았다.
흙도 검으티티하고 부슬 부슬 고물처럼 부드럽고 푹신하기까지 했다.
이전에 주인이셨던 할아버지 부부가 농사를 안지으신지 오래 되었으니 더더욱 좋은 상태로 남아있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유기농하기에는 너무나도 좋은 조건이라 이 터를 사는데 망설임이 없었다.
그런데 농사를 두어 해 지을수록 윗쪽 밭에서 물이 나와 일머리도 없는 사람이 포크레인을 불러 공사를 하기 시작했다.
휴무관을 묻고 어떻게 어떻게 해보라면 그렇게 하고, 누가 또 와서 이렇게 해보라고 하면 그런줄 알고 다시 공사를 하고, 다음 해에 물이 나서 다시 공사..

하여간 돈을 많이 쏟아부었다.
재작년에도 공사, 작년에도 공사...

작년에는 달길님께서도 큰 휴무관을 묻는 등의 공사를 애써서 해주셨다.
상태는 많이 좋아졌지만 작물은 잘 안되어 몇년동안 고생만 한 격이 되었다. 농사가...

그런 상태가 반복될 때 아내와 어머님이 나무를 심자고 권했지만 그럴수가 없었다.
농사를 지어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고, 둘째는 나무를 심어서 키워서 돈이 되려면 몇 년을 기다려야 하는데 그 몇년을 어떻게 수입없이 기다릴수 있는지 나로서는 판단을 쉽게 하지 못했다.

나를 따라 무작정 이 산중으로 내려온 가족들...
남들처럼 호강을 못키켜줘도 실망을 시키지말아야 했다.
한 가정의 가장이 되고 그래도 번득하게는 못해주었어도 가장으로서 실망시킨적이 없었기때문에 더 부담스러운 결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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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올해 다시 또 그곳의 농사를 망치고 나니 봄에 애들까지 골을 타고 비닐을 깔고 고생했던 결과가 그리 되었기때문에 이 밭만은 무슨 수를 써야했다.
하지만 오래 고민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까...

이 밭을 안한다고 해도 야콘과 고추 등을 농사지을 다른 땅이 많다.
그런데 이 밭은 집에서 가까워 농사짓기도 좋은데...
농사가 내 좋은 일거리기때문에 이 밭은 안해도 충분히 농사양은 된다.

이 밭만 있는 것이 아니니 나무를 심는다고 해도 그 나무는 될까, 된다면 몇년후에 그 값을 할까...
많은 고민 끝에 소나무를 심기로 했다.
그 고민을 끝내는데는 정말 오랜 생각을 하고 알아보고 눈동냥, 귀동냥을 하러 어디든 달려가보곤 했다.

소나무를 일찍부터 심으려고 했으나 올해는 야콘의 가을걷이도 늦게 끝났고, 여러 가지 일들이 겹쳐서 내 의지대로의 일정보다 늦어졌다.
하루가 바빴다.
나의 결정에 제일 좋아한 사람은 엄마와 아내였다.
자식이 덜 고생할 것같은 마음에서 무조건 나무심으라고 하시는 어머님... 해마다 작물이 안되어 고생하는 것을 본 아내...

아내는 하루가 급하다며 밭정리에 열심이었다.
비닐도 밤이 되도록 걷어놓고 비닐핀도 일일이 다 빼놓고 고추지줏대도 다 걷어 한쪽으로 치워놓고...
그래도 내 일손이 끝이 안나 나무를 옮겨심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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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사이 된서리가 몇번오고 날이 추워지자 두 후원자들이 더 안달이 났다.
한그루라도, 한그루라도..
나는 그보다 더 애가 타는 것을...가장으로서...

그러다 어제부터 소나무를 옮겨심었다.
어제도 저녁이 다되어서야 시간이 나서 일을 시작하다보니 별과 달을 앞세우고 밭에서 내려왔다.
어둠 속에서...

그리고 오늘도 낮에는 다른 일들을 하느라 못하다가 오후 시간부터 다시 소나무를 옮겨심기 시작했다.
안해본 일을 여기저기서 뛰어다니며 배우고 익힌 것으로 해보는 거다.
삽이 부러지고 추운 날 땀이 흐르고 ..
그땀은 더워서 나는 땀에다,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뭐랄까 조금의 걱정도 끼어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아내와 어제 심던 밭으로 올라가 거리를 두고 구덩이를 파서 소나무를 놓고 흙을 삽으로 덮어주면 아내가 호미로 쭈그리고 앉아서 이불을 더 덮어줘야 한다며 흙을 덮고, 덮어주었다.
그리고 표시를 했다.

나무를 캘 때 흙이 다 떨어져 뿌리만 남은 나무와 흙덩이까지 같이 떠온 나무가 자랄때 어떤 영향이 있는지를 보기 위해 아내가 표시로 리본을 묶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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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어두워지고 달이 뜨고 별이 떴다.
어두워지니 세레스의 라이트를 켜고 식별하기 시작했다.
일단 캐놓은 것은 오늘 심어야했다.
물론 흙덩이가 있어서 얼 염려는 없지만 뿌리가 뽑혀서 있는 나무가 안스럽고 그래서 되도록이면 당일에 다 심으려고 했지만 오늘은 도저히 다 심을 수가 없어 잘 덮어 두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더 밟아주기 시작했다.
바람도 세기때문에 뿌리가 흔들리면 안되고 혹여 겨울로 가는 계절이라 걱정되 되어서 말이다.
나무를 두손으로 붙잡고 흙을 밟아주며 잘 살으라고 겨울을 잘 나자고 약속을 했다.

아내가 소리를 지은다.
"선우아빠, 저기 봐, 달 옆에 별이 딱 둘만 나와 있어"하며 아름답다고 보란다.
정말 멋있는 풍경이다.

다른 별들은 없고 아주 밝기가 밝은 별 둘이 나와 있다.
우린 그렇게 어둠을 별과 달이 밝혀주는 언덕을 내려왔다.
잘 살겠지...
내가 새해의 꿈을 꾸듯 나무도 꿈을 꾸기를 바라면서 내려왔다.

초보농사꾼 박찬득(하늘마음농장 -- www.skyheart.co.kr)


 
 
        

 

귀농일기-- 반장의 본분을 다하자.
+   [귀농일기]   |  2008. 12. 14.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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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30일


오늘은 주일이지만 미사가 없다.
성당에서 성지순례를 가기 때문에 어제 밤에 읍까지 가서 특전미사를 보아야 하지만 가지못했다.
성당에 안갔지만 늦잠을 잘수는 없었다.


오늘 우리 반으로 퇴비와 땔감이 나왔기 때문이다.

반장 연봉이 5만원이나(?) 되니 정말 본분을 다해야 한다고 하면 아내가 막 웃는다.

귀농하고 처음엔 연봉이라는 말에 잠시 생각을 하더니만 지금은 연봉 5만원얘기를 하며 자기가 더 웃는다.


땔감은 독거노인들에게 군에서 주는 나무인데 우리 새밭은 2차라고 했다.

새밭에서 연탄을 때는 집을 빼고 다섯집이 나누어야 한다.


내가 반장이니 이건 반장이 칼같이 공평하게 나누어서 실어다 드려야 한다.
일단 나무와 퇴비를 쌓아 놓았다는 새밭 공터로 가보니 나무가 4뭉치다.
4뭉치를 다섯집으로 나누는 일은 눈저울이 기지를 발휘해야 공평해지고 잡음이 없다.

그래도 우리 반 어르신들은 경우가 바르고 말수가 적으신 분들이지만 어쨌거나 신경은 무지 쓰인다.
공평하게 실어다 드리려고 무진 애를 썼다.

새밭은 한 장소에 몇집씩 무리지어 있는 반이 아니고 한골에 한 집씩 떨어져있는 독가촌이 거의 전부다.
산골의 형태는 모두 그럴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기면 거의 하루는 걸린다.
꾀골재 할머님댁에 실어다 드리려고 하니 그댁 아드님이 잠깐 내려와 있다며 와서 할머니 댁으로 갈 나무를 같이 실었다.
그리고 퇴비도 꾀골재 할머니꺼였기 때문에 다음에는 퇴비를 실어다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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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생나무라 보기보다 무겁다.
또 성격상 똑같이 공평하게 나누어야 한다는 것이 신경이 많이 쓰였다.


이렇게 신경쓴다는 것을 우리반 어르신들도 아시는지 별 말씀이 없으셨다.
나중에 다른 반의 얘기를 들어보니 누구네는 많이 주고 누구네는 적게 주었다고 하고 난리가 났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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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일이 이것으로 끝이 아니고 중대한 일을 시작하는 날이라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달밭에 올라 오늘부터 심기로 한 소나무 자리를 한참 둘러보았다.

오늘 마을 어르신들의 나무를 실어다 드려서 그런지 내 잠자리가 다 따뜻하다.
“할매, 할배!! 올해 농사지으시느라 고생하셨으니 겨울 따뜻하게 나시고  건강한 모습으로  봄 맞이하세이~~~~~~”


초보농사꾼 박찬득(하늘마음농장 -- www.skyheart.co.kr)


 
 
        

 

귀농일기 -- 이 연봉을 어디에 쓰지???
+   [귀농일기]   |  2008. 12. 12.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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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쓰고 보니 벌써 새벽 1시가 넘었네요.
연봉받은 날이 오늘이 아니라 어제였네요.

무슨 연봉이냐고요?
1년에 한번씩 이맘 때 쯤이면 꼬박꼬박 나오는 반장 연봉입니다.
1년 연봉이 5만원이니 월급으로 따지면 4천원이 조금 넘는 금액이지만 통장을 볼 때마다
의미가 새롭습니다.

새밭 반장 맡은지도 어언 10년이 다가옵니다.
우리가 이사 오기 전에 사셨던 할아버님이 반장을 보셨다는 이유로 반장이 그날로 되고는 이렇게 장기집권중입니다.

 한번도 오르지도 않는 연봉이지만 과연 이 거금(?)의 연봉을 받을 만큼의 반장역할을 제대로 했는지 되짚어 봅니다.ㅎㅎ

요즘 야콘즙과 야콘칩을 계속 만드느라 야간 작업을 합니다.
조금 전에 올라왔으니까요. 아내랑...

낮에는 발송도 있고, 나무도 해오고, 패고, 다른 일을 겸해서 하느라 저녁이 되면
제 때를 만난 물고기처럼 생기가 나서 합니다.
근데 점점 기운이 딸려가는 나이다보니 예전보다 일찍(? 새벽) 잠자리에 듭니다.

"이 돈을 어디에 쓰지?"하고 무턱대고 어제 말했더니
아내가
"무슨 돈??"

"나 연봉 나왔잖아"했더니 순간 어?하는 눈치입니다.
그러더니 바로 거금 5만원 나왔구나..합니다.
그리고는 그럼 한번 쏘라고 하네요.
뭘로 쏠까요.
액수가 커서 잘 생각이 안나네요.

그래서 한번 웃었습니다.

초보농사꾼 박찬득(하늘마음농장-- www.skyheart.co.kr)


 
 
        

 

귀농일기 -- 대대적인 작업을 하기 전에........
+   [귀농일기]   |  2008. 12. 10.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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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29일

눈이 오는 날에는 들어앉아 있는 것이 좋은지 아내가 묻는다.
들어앉아 있는 것이든 나가 있는 것이든 마음에만 눈이 오는 것을 마음이 기쁘게 받아들이면 된다고 평소에도 표현 못하던 말을 얼떨결에 던지고 포크레인에 올랐다.

지난번에 거북바위 주위를 파본다고 손을 대고는 다시 일하느라 그대로 둔 것이 눈에 자꾸 들어오니 오늘은 조금이라도 흙정리를 하려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사실 포크레인이 너무 오래되어 내 맘대로 가주질 않는다.
뭐 오래되어 그런 것도 있겠지만 우선 내 재주가 없는 것은 기본이고...
이제 귀농햇수가 많아질수록 사실을 사실대로 인정하기도 잘하게 되었다.ㅎㅎㅎ

사실 오늘은 수석실이라 이름붙였던 효소실 옆칸의 공간을 가공실로 전환하는 날이다.
작년 말 경에 반은 전환되었다.
야콘즙기계들을 들여 놓았으니까...

이번에는 야콘칩을 좀 만들어볼 생각에 새기계를 들여놓기로 했다.
그러니 나머지 수석을 다른 장소로 옮겨야 한다.

그런일을 해야 하는데 포크레인으로 흙을 정리하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다.
일할 때 제일 많은 생각을 한다.
귀농하고는...

거기에 눈까지 와주니 감각없다고 아내에게 맨날 말듣는 나도 더 깊은 생각에 잠긴다.
눈과 생각과 포크레인...
잘 안어울리겠지만 그렇게 조화를 이루어본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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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그렇게 일하다 수석실 정리에 돌입했다.
날이 어두워져도 우린 올빼미처럼 한밤중까지 수석실 아니, 가공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수석을 말이 옮기는 것이지 세레스로 옮겼다.
아내가 머리를 써서 하여간 그나마 고생을 덜했지만 엄청 힘든 일이다.
수석을 다룬다는 것은.
엄마가 평생을 모은 것이라 더욱 마음도 쓰이고 옮기는데 좌대가 부러질까봐 걱정이고 ...

한밤중까지 수석옮기고 바닥 물청소하고 나머지 물품들 정리하고 나니 시간이 많이 늦었다.
일을 많이 한 날은 기분도 배로 좋다.


귀농 초보농사꾼 박찬득(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귀농일기 -- 한밤중 물통 속 부자
+   [귀농일기]   |  2008. 12. 6. 15:39  

2008년 11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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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에서 먹는 물은 저 위 호수밭에서 내려오는 물을 먹는다.
이전에 사시던 할아버지도 그렇게 하셨다.
호수밭 위로는 아니, 우리 집 위로는 집이 없다.
우리집이 독가촌이라서 그게 좋아 이 터전에 둥지를 틀게된 이유도 있다.

그러니 그곳에서 내려오는 물은 더없이 맑고 깨끗했다.
우리는 효소를 가공하기 때문에 가공업에 있어서 수질검사는 필수다.
수질검사 항목도 많아서 그 모든 항목이 적합판정을 받아야만 했다.

많은 돈을 들여 수질검사를 해보면 합격판정을 받곤했을 정도로 이 물은 좋았다.
물론 가재도 심심잖게 놀러오고...

문제는 이전 주인이신 할아버지, 할머니는 자식이 없으셔서 그 물로도 충분히 감당이 되었지만 우리가 귀농하고는 애들 둘에다 우리 부부 작업복에다 빨래만 해도 자주 세탁기를 돌려야 했기 때문에 물이 부족했다.

그래서 여러번에 걸쳐 포크레인을 부르는  대대적인 공사를 했지만 아주 만족스럽지는 못했고, 자주 모터에 물도 차고 모터가 얼고 하는 일도 심심찮게 일어났다.
또 수해가 일어나면 저 위에서 물을 끌어내리는 땅에 묻은 호스가 다 노출되곤 했다.
시행착오로 돈만 많이 버리고 그렇게 물공사는 내 머리 속에 숙제로 남아 있었다.

그러던중 오두막을 헐고 새집을 짓게 되면서 물공사를 먼저 해놓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김승하(달길)님이 자원봉사로 물공사를 완벽하게 해주셨다.
달길님 성격에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를 해가며 포크레인 공사를 하면서 물공사를 마쳤다.

그렇게 오랜 숙원사업이던 물공사는 좋은 분의 도움으로 내 머리를 한가하게 해주었다.
새 집을 짓고 입주를 했고, 물은 잘 나오고 물이 그렇게 나올 때마다 아내는 달길님 이름을 입에 달고 살았다.
주부들이야 물과 밀첩한 관계에 있지만 나도 머리에 늘 물공사가 숙제여서 여간 등이 시원하지 않았다.

그런데 몇 달 전부터 물이 나왔다 안나왔다를 반복했다.
멀쩡히 나오다가 끊어지고 그러다 효소실 옆 세척실의 수도를 틀고 올라오면 다시 나왔다.
물이 안나올 때마다 뛰어 내려가 그곳의 수도를 누군가 틀어주고 오곤 했다.
그래도 아내는 이정도 불편은 일도 아니라며 신경쓰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 그 빈도가 점점 높아지더니 이제는 조금만 써도 금방 안나오곤했다.
왤까...
달길님도 고민에 빠졌다.
둘이서 고민을 하고 또 고민을 해도 이유를 몰랐다.
혹시 모터의 용량이 작아서일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알아보니 그것도 아니란다.
그럼???
달길님이 고민을 하며 자주 전화를 하니 그것도 미안했다.

내 일처럼 쓰는 사람 불편함이 없도록 이중, 삼중으로 완벽하게 공사를 해준 사람으로서 고민이었을 것이다.
그러다 건축자재를 종합적으로 파는 곳에 가서 상의를 했다.
마침 그곳에 모터의 달인이라는 사람이 와 있었다.
나는 잘 몰랐는데...

그 사람 말로 세곳에 부속을 달아보라는 거였다.
몇만원드는 부속값을 들여 해보느냐, 아니면 그돈 버리느냐 하는 거였지만 일단은 해보기로 하고 부속을 사왔다.
그리고 세척실에 하나를 달았다.
그것을 달고 아내더러 물을 켜라, 꺼라, 다시 켜놓아라 진종일 오르락 내리락하며 해보았지만 결론은 꽝이었다.

돈만 버렸다는 생각에 기대했던 마음이 우르르 무너지고 상심이 컸다.
자, 나머지 부속을 다는 일에 기운이 빠져 그날은 그렇게 관뒀다.

그리고 가을걷이는 어느 정도 해 갈무렵 저녁에 두 부속을 마저 달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성격으로는 다음 날 바로 해보아야 직성이 풀리는 호기심맨이지만 오늘에서야 행동에 옮기기로 했다.

혼자 물통의 뚜껑을 열고 모터 위에 앉아 부속을 달려는 순간 부속하나가 그만 물 아래 바닥으로 떨어진 것이다.
작대기를 가져다 해도 깊이가 장난이 아니었다.
날이 어둡고 도저히 혼자는 할 수가 없어 아들 선우를 불렀다.

날이 추우니 잘 껴입고 손전등 들고 나오라고 주문을 했더니 이놈이 털모자에 지엄마 스웨터까지 입고 출전기념으로 사진을 박아야 한다며 포즈를 취한다.
산골아이들의 경우 아빠가 무엇을 도와달라고 하면 입이 나오질 않는다.
어떤 귀찮은 경우에도...

물론 내 카리스마가 만만치 않다고 선우가 장난삼아 말하지만 귀농하고 달라진 것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도시에 있었더라면 이렇게 즐거운 마음으로 나올까...이 추운 밤에...
그게 갑자기 고마워졌다.

뒤에서 장난을 치며 나를 따라오는 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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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보다 긴 작대기를 가지고 가서 선우를 이번에는 통에 넣어 물 아래를 보라고 하니 깊이가 장난이 아니라며 어림도 없단다.
그러면서 또 아빠는 어림도 그렇게 못잡냐고 또 나를 곯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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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작대기를 고르러 집으로 올라갔다.
더 긴 작대기로...
그러나 그것도 안되고 다시 긴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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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해보아도 물이 깊어 작대기가 물 밑바닥에 있는 부속에는 미치지못했다.
다시 올라가서 제일 긴 작대기에 못을 박아 왔다.
그 못에 부속을 걸던지 아니면 통 벽을 타고 끌어 올리던지 해보라고 선우에게 주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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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놈이 아주 진지하다.
해더보니 이제야 손전등 안에 부속이 보인단다.
밖은 밤 10시가 넘었으니 칠흑이고 검은 통 안은 더 어두웠다.
이제 보인다는 부속...

벽을 타고 선우가 부속을 끌어올린다.
“선우야, 심호흡도 하면 안돼.”

“아빠, 저를 뭘로 보시는 거예요. 하며 끌어올리던 일을 멈추고 장난을 한다.”

“너 이거 떨어뜨리면 너 밤새 혼자 꺼내. ㅎㅎ"

“그럼 아빠가 해보시던지, 저에게 하청을 주었으면 그냥 맡기셔야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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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놈이 이렇게 나오는데 잠자코 있었다.
결국 선우가 꺼냈다.
얼마만의 원점인지...

이제 다시 시작해야 한다.
부속을 달아보지도 못하고 빠뜨린 부속 꺼내는데 온 열과 성과 에너지를 다 소비했다.
이제 내가 통으로 들어가 부속작업을 해야 한다.
벌써 시작은 많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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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데 선우는 들어가지도 않고 옆에서 나를 웃긴다.
아내가 나와보고 둘이 웃고 떠들고 하기에 포기한줄 알았단다.

일단 부속을 다 달고 물통 문을 닫은 후 물에 팔을 넣어 팔이 다 젖은 선우와 손바닥을 서로 마주쳤다.
선우가 씩 웃는다.

그렇게 들어오니 긴장이 더 된다.
물에 빠진 부속 건질 때보다 더 긴장된다.
과연 물이 나올까.
이렇게 부자가 고생했는데 물이 또 안나오면 어쩌지...

아내더러 빨래도 돌리고 물을 끄지말고 계속 틀어두라고 했다.
밤12시가 지나고 새벽 1시가 지나도록 물은 끊어지지않았다.
얼마나 다행인지...
문제는 내일도 잘 나올까이다.

처음 한곳의 부속을 달고 불발이었을 때 무지 실망했다.
그런데 오늘밤 부속을 다 달고 나서는 혹여 물이 안나와도 그 돈이 아깝지 않다.
선우랑 둘이 그 야밤에 개울가에서 통속에 들어갔다 나올 때마다 서로 놀리며 웃고 떠든 것으로 치자면 부속값이 안아깝다.
그건 추억값이니까.

선우가 집에 와서 아내와 지동생 주현이에게 그동안의 일(주로 나를 곯리는 일)을 전부 쏟아내고 있고 아내와 딸은 웃겨 죽는다고 넘어간다.

“선우야, 수고했다”

초보농사꾼 박찬득(하늘마음농장 --www.skyhe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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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일기 -- 야콘모종의 비밀
+   [귀농일기]   |  2008. 11. 29.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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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10일

오늘은 반원들에게 나누어줄 것이 있어서 한바퀴했다.
사실 내가 반장으로 있는 새밭은 한집 한집 뛰엄뛰엄 있어서 반원들에게 한바퀴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게다가 반장왔다고 술을 내놓고 차라도 한잔을 권하다보면 더 늦어진다.

깊은 골짜기에 한집씩 숨어 있는 새밭 어르신들에게 한바퀴하고 오면 그냥 기분이 좋다.

야콘이 이제 각 밭마다 조금씩 남아 있다.
이렇게 설사하듯 남아 있다보니 더 빨리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나를 급하게 만든다.
하지만 차근차건해야 한다고 마음을 누르다보면 그렇게 또 된다.

야콘에 대해 궁금해 하는 점이 대부분있다.
어느 먹거리든 제일 궁금한 것은 약성이 어떻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홈 등에 약성, 약효에 대해 올리지못하게 법으로 금지하고 있어서 많이들 궁금해 한다.

그 다음으로는 모종이 어떤 모습이냐, 아니면 어떻게 모종을 만드느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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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콘은 감자처럼 감자에 있는 눈을 따서 싹을 틔우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까 야콘을 사서 그것을 오려 심었다고 하여 거기서 싹이 나오는 것이 전혀 아니다.

위의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야콘관아라고 하는 눈이 있다.
꼭 멍개처럼 생기기도 하고 빨갛다.
야콘이 달려할 곳에 미쳐 자라지 못하고 빨갛게 관아로 남는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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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가을걷이 때 낫으로 잘라두었다가 얼지않다록 겨우내 관리를 잘해두어야 한다.
그것을 눈이 녹는 봄이 되면 땅에 심는다.
그러면 아래의 그림처럼 야콘에서 싹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면 싹이 나오면 그것이 모종이 되는 것이 아니고 두,세번 옮겨심어야 모종이 튼튼해진다.

야콘관아도 더 낫으로 베어다 놓아야 하고, 열심히 하나하나 마무리를 지어야겠다.

초보농사꾼 박찬득(하늘마음농장 -- www.skyheart.co.kr)


 
 
        

 

귀농일기 -- 야콘캐기 대장정
+   [귀농일기]   |  2008. 11. 20.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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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1일

오늘부터 야콘캐기 시작이다.
그전까지 야콘밭마다 예초기로 야콘줄기를 잘라주었기 때문에 지금부터는 비닐을 걷으면서 한편에서는 야콘을 캐면 된다.

사실 농사라는 것은 심을 때와 수확할 때 제일 긴장하고 걱정이 된다.
심을 때는 늦게 심으면 수확량과 관련이 있다보니 서둘게 되고 마음이 급하다.
가을걷이는 서리와  추위가 오기 전에 서둘러야 하는 급함이 있다.
어느 것이 더 중하고 덜 중요하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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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보니 일년 농사중에 제일 바쁘고 신경이 쓰이는 철이다.
그런데 자주 손님들이 오시기 때문에 발을 구를 때도 많다.
게다가 내 농사는 야콘농사가 많다 보니 더 야콘에는 신경이 많이 쓰인다.
그런중에 오늘은 성당에서 열두 분이 도와주러 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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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아내 역시 밭에 전념할수 있어 다행이다.
품을 샀을 때는 아내가 일이 있어 굳이 밭에 못와도 크게 신경쓰이지 않는데 성당분들의 경우는 아내가 있으면 훨씬 밭이 활기차기 때문이다.

활기찬거야 그렇지만 저녁식사준비 등을 하려면 아내는 꼼짝 없이 집에 있어야 하지만 오늘은 밭에서 함께 일할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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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님 두분이 시장부터 다 봐서 아침 일찍 산골에 도착하여 저녁 준비를 완벽하게 해놓았기 때문이다.
아내는 남의 집 일간 사람처럼 일끝내고 들어가 저녁을 얻어 먹었으니까.

그렇게 그날은 호수밭에 있는 야콘을  캐다 어두워서야 집으로들 내려왔다.
다음 날에도 주일 미사가 끝나고 성당분들이 도와주러 오셨다.
열심히 비닐을 걷고 여자분들은 야콘을 떼고 선별하여 박스에 담고 하는 일들을 해주었다.
형제님들이 많이 오셔서 야콘이 가득 들어 있는 야콘박스를 세레스에 죄다 싣는 일, 그것을 창고에 다시 쌓는 일을 거의 혼자하던 나로서는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니었다.
모두들 내 일처럼 알뜰히 야콘을 캐주었고 함께 박스를 나르고 야콘창고에 차곡차곡 쌓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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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응원온 분들까지 합하니 그 날은 열일곱 분정도 되지싶었다.
빙 둘러 앉아 저녁을 먹는 시간....
일을 도와주러 오신 것이 제일 반갑고 중요하지만 사실 좋은 사람들과 술을 나누고 음식을 나누어 먹고 대화를 나누어 가슴에 담고 하는 일 또한 굉장히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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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늦도록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모두들 돌아갔다.
해보지 않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 다음 날 출근길에 발이 무거웠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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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그러니까 11월 3일과 4일은 이곳에 와서 친형처럼 알고 지내는 분에게 SOS를 쳤다.
울진자활후견기관의 황천호 관장님과 황윤길 실장님께...
그렇게 해서 11명의 지원단이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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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성당분들과 캐다 남은 호수밭은 다음에 우리 부부가 마저 캐기로 하고 이번에는 답운재에 있는 야콘을 캐기로 했다.
남자분들도 세분이나 오셨기 때문에 한결 내 아픈 무릎이 고생을 덜수 있었다.
봄에도 울진자활후견기관 팀이 야콘을 심어주었는데 가을걷이도 해주고 있는거다.
고마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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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이틀을 캐주고 다시 11월 7일까지 총 3일을  와서 야콘을 캐주었다.

날이 어두워 모두들 돌아가고 마지막 한차 분량의 야콘이 밭에 남았다.
이것은 혼자 싣고 창고에 내리고를 해야 한다.
그러기 전에 막걸리를 마셨다.
점점 비어가는 밭을 바라보며 마시는 술맛은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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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모종을 하려고 어두운데 야콘눈(관아라고 한다)을 낫으로 베어내고 있다.
모든 것을 내가  고생하여 농사지은 거라며 안스러워 하기 때문에  어두워진 밤에 낫으로 관아를 떼다가 야콘 하나라도 주우려고 돌아다니다를 반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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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가의 갈대가 어둔 밤이니 어서 집으로 돌아가라며 팔을 흔든다.
갈대도 이때의 초보농사꾼의 마음을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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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자활후견기관의 지원팀이 3일 동안 캐주었는데도 답운재밭의 야콘을 다 못캐고 몇골이 남았다.
3일동안 애쓰신 분들에게 그리고  황천호 형과 황윤길 실장님께도 고마운 마음이다.

그리고 11월 8일

오늘도 성당분들이 도와주러 온다고 했는데 그만 아침까지 비가 왔다.
한참을 오다가 잠깐 그쳤다를 반복했다.
나 또한 마당을 나갔다가 들어왔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차라리 좍좍 쏟아지면 포기라도 하겠는데 이건 보슬보슬 내리니 아내랑 비를 맞고라도 둘이 캘까를 가름하게 된다.
마음이 초조했다.
이렇게 가을비가 온다는 것은 날씨가 추워진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마당을 여러번 왔다갔다 하는데 전화가 왔다.
요안나 자매님이다.
이분은 도의원인 찬걸이 형의 부인인데 읍에는 비가 좀 그쳤는데 산골은 어떤지... 오늘 비오고 나면 추워져서 야콘이 얼텐데 비가 와도 캐자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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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우리 야콘 얼까봐 걱정을 하는지,,, 결국 비가 와서 차가 밭에 올라갈수 있는지 , 밭상황이 일할수 있을 정도인지 올라가보고 와서 연락을 주기로 했다.

산골의 야콘얼까봐 걱정이 대단하다.
결국 성당분들이 추위에 대비하여 옷을 단단히 입고 도착했다.
우린 먼저 올라가 야콘을 캐고 있었다.
비가 와서 땅은 조금 젖었지만 땅속까지 젖어 일하기에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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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개이지 않았고 추웠다.
그렇게 추운 날 고생한 덕에 달밭의 야콘은  다 캤다.
거의 다 캐갈즈음 기다렸다는듯이 비가 다시 오기 시작했다.

사목회장님 부부까지 오셔서 내 일처럼 이 추운 날 땅에 엎드려 야콘을 캐주었으니...
3일 내내 빠지지 않고 오신 베로 형제님,
내가 무릎이 아프다고 야콘박스를 다 싣고, 창고에 쌓을테니 걱정말라며 앞서 일을 하던 영철이 아버지...
그 분은 귀농 초에 우리 부부가 인쟁기로 씨름을 하며 어렵게 농사지을 때도 와서 쟁기를 끌고 하신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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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을걷이는 성당분이 많이 오셔서 도와주었고, 울진자활후견기관의 분들도 많이 도와주셨다.

이제 남은 곳은 달밭의 야콘과 답운재에 조금 남은 야콘, 그리고 새점밭의 조금의 야콘이 남아 있다.
그것들이야 아내와 매일 해나가면 된다고 본다.
더 이상의 도움은 미안해서 안된다.

성당분들이 모두 돌아간 시간이다.
아내와 한참동안 마당을 서성이다 돌아왔다.
아직도 도와주신 분들의 온기가 산골에 남아있는듯 훈훈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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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농사꾼 박찬득(하늘마음농장 -- www.skyhe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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