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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_해당되는 글 1건
2008.12.06   귀농일기 -- 한밤중 물통 속 부자 

 

귀농일기 -- 한밤중 물통 속 부자
+   [귀농일기]   |  2008. 12. 6. 15:39  

2008년 11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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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에서 먹는 물은 저 위 호수밭에서 내려오는 물을 먹는다.
이전에 사시던 할아버지도 그렇게 하셨다.
호수밭 위로는 아니, 우리 집 위로는 집이 없다.
우리집이 독가촌이라서 그게 좋아 이 터전에 둥지를 틀게된 이유도 있다.

그러니 그곳에서 내려오는 물은 더없이 맑고 깨끗했다.
우리는 효소를 가공하기 때문에 가공업에 있어서 수질검사는 필수다.
수질검사 항목도 많아서 그 모든 항목이 적합판정을 받아야만 했다.

많은 돈을 들여 수질검사를 해보면 합격판정을 받곤했을 정도로 이 물은 좋았다.
물론 가재도 심심잖게 놀러오고...

문제는 이전 주인이신 할아버지, 할머니는 자식이 없으셔서 그 물로도 충분히 감당이 되었지만 우리가 귀농하고는 애들 둘에다 우리 부부 작업복에다 빨래만 해도 자주 세탁기를 돌려야 했기 때문에 물이 부족했다.

그래서 여러번에 걸쳐 포크레인을 부르는  대대적인 공사를 했지만 아주 만족스럽지는 못했고, 자주 모터에 물도 차고 모터가 얼고 하는 일도 심심찮게 일어났다.
또 수해가 일어나면 저 위에서 물을 끌어내리는 땅에 묻은 호스가 다 노출되곤 했다.
시행착오로 돈만 많이 버리고 그렇게 물공사는 내 머리 속에 숙제로 남아 있었다.

그러던중 오두막을 헐고 새집을 짓게 되면서 물공사를 먼저 해놓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김승하(달길)님이 자원봉사로 물공사를 완벽하게 해주셨다.
달길님 성격에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를 해가며 포크레인 공사를 하면서 물공사를 마쳤다.

그렇게 오랜 숙원사업이던 물공사는 좋은 분의 도움으로 내 머리를 한가하게 해주었다.
새 집을 짓고 입주를 했고, 물은 잘 나오고 물이 그렇게 나올 때마다 아내는 달길님 이름을 입에 달고 살았다.
주부들이야 물과 밀첩한 관계에 있지만 나도 머리에 늘 물공사가 숙제여서 여간 등이 시원하지 않았다.

그런데 몇 달 전부터 물이 나왔다 안나왔다를 반복했다.
멀쩡히 나오다가 끊어지고 그러다 효소실 옆 세척실의 수도를 틀고 올라오면 다시 나왔다.
물이 안나올 때마다 뛰어 내려가 그곳의 수도를 누군가 틀어주고 오곤 했다.
그래도 아내는 이정도 불편은 일도 아니라며 신경쓰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 그 빈도가 점점 높아지더니 이제는 조금만 써도 금방 안나오곤했다.
왤까...
달길님도 고민에 빠졌다.
둘이서 고민을 하고 또 고민을 해도 이유를 몰랐다.
혹시 모터의 용량이 작아서일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알아보니 그것도 아니란다.
그럼???
달길님이 고민을 하며 자주 전화를 하니 그것도 미안했다.

내 일처럼 쓰는 사람 불편함이 없도록 이중, 삼중으로 완벽하게 공사를 해준 사람으로서 고민이었을 것이다.
그러다 건축자재를 종합적으로 파는 곳에 가서 상의를 했다.
마침 그곳에 모터의 달인이라는 사람이 와 있었다.
나는 잘 몰랐는데...

그 사람 말로 세곳에 부속을 달아보라는 거였다.
몇만원드는 부속값을 들여 해보느냐, 아니면 그돈 버리느냐 하는 거였지만 일단은 해보기로 하고 부속을 사왔다.
그리고 세척실에 하나를 달았다.
그것을 달고 아내더러 물을 켜라, 꺼라, 다시 켜놓아라 진종일 오르락 내리락하며 해보았지만 결론은 꽝이었다.

돈만 버렸다는 생각에 기대했던 마음이 우르르 무너지고 상심이 컸다.
자, 나머지 부속을 다는 일에 기운이 빠져 그날은 그렇게 관뒀다.

그리고 가을걷이는 어느 정도 해 갈무렵 저녁에 두 부속을 마저 달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성격으로는 다음 날 바로 해보아야 직성이 풀리는 호기심맨이지만 오늘에서야 행동에 옮기기로 했다.

혼자 물통의 뚜껑을 열고 모터 위에 앉아 부속을 달려는 순간 부속하나가 그만 물 아래 바닥으로 떨어진 것이다.
작대기를 가져다 해도 깊이가 장난이 아니었다.
날이 어둡고 도저히 혼자는 할 수가 없어 아들 선우를 불렀다.

날이 추우니 잘 껴입고 손전등 들고 나오라고 주문을 했더니 이놈이 털모자에 지엄마 스웨터까지 입고 출전기념으로 사진을 박아야 한다며 포즈를 취한다.
산골아이들의 경우 아빠가 무엇을 도와달라고 하면 입이 나오질 않는다.
어떤 귀찮은 경우에도...

물론 내 카리스마가 만만치 않다고 선우가 장난삼아 말하지만 귀농하고 달라진 것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도시에 있었더라면 이렇게 즐거운 마음으로 나올까...이 추운 밤에...
그게 갑자기 고마워졌다.

뒤에서 장난을 치며 나를 따라오는 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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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보다 긴 작대기를 가지고 가서 선우를 이번에는 통에 넣어 물 아래를 보라고 하니 깊이가 장난이 아니라며 어림도 없단다.
그러면서 또 아빠는 어림도 그렇게 못잡냐고 또 나를 곯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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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작대기를 고르러 집으로 올라갔다.
더 긴 작대기로...
그러나 그것도 안되고 다시 긴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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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해보아도 물이 깊어 작대기가 물 밑바닥에 있는 부속에는 미치지못했다.
다시 올라가서 제일 긴 작대기에 못을 박아 왔다.
그 못에 부속을 걸던지 아니면 통 벽을 타고 끌어 올리던지 해보라고 선우에게 주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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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놈이 아주 진지하다.
해더보니 이제야 손전등 안에 부속이 보인단다.
밖은 밤 10시가 넘었으니 칠흑이고 검은 통 안은 더 어두웠다.
이제 보인다는 부속...

벽을 타고 선우가 부속을 끌어올린다.
“선우야, 심호흡도 하면 안돼.”

“아빠, 저를 뭘로 보시는 거예요. 하며 끌어올리던 일을 멈추고 장난을 한다.”

“너 이거 떨어뜨리면 너 밤새 혼자 꺼내. ㅎㅎ"

“그럼 아빠가 해보시던지, 저에게 하청을 주었으면 그냥 맡기셔야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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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놈이 이렇게 나오는데 잠자코 있었다.
결국 선우가 꺼냈다.
얼마만의 원점인지...

이제 다시 시작해야 한다.
부속을 달아보지도 못하고 빠뜨린 부속 꺼내는데 온 열과 성과 에너지를 다 소비했다.
이제 내가 통으로 들어가 부속작업을 해야 한다.
벌써 시작은 많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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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데 선우는 들어가지도 않고 옆에서 나를 웃긴다.
아내가 나와보고 둘이 웃고 떠들고 하기에 포기한줄 알았단다.

일단 부속을 다 달고 물통 문을 닫은 후 물에 팔을 넣어 팔이 다 젖은 선우와 손바닥을 서로 마주쳤다.
선우가 씩 웃는다.

그렇게 들어오니 긴장이 더 된다.
물에 빠진 부속 건질 때보다 더 긴장된다.
과연 물이 나올까.
이렇게 부자가 고생했는데 물이 또 안나오면 어쩌지...

아내더러 빨래도 돌리고 물을 끄지말고 계속 틀어두라고 했다.
밤12시가 지나고 새벽 1시가 지나도록 물은 끊어지지않았다.
얼마나 다행인지...
문제는 내일도 잘 나올까이다.

처음 한곳의 부속을 달고 불발이었을 때 무지 실망했다.
그런데 오늘밤 부속을 다 달고 나서는 혹여 물이 안나와도 그 돈이 아깝지 않다.
선우랑 둘이 그 야밤에 개울가에서 통속에 들어갔다 나올 때마다 서로 놀리며 웃고 떠든 것으로 치자면 부속값이 안아깝다.
그건 추억값이니까.

선우가 집에 와서 아내와 지동생 주현이에게 그동안의 일(주로 나를 곯리는 일)을 전부 쏟아내고 있고 아내와 딸은 웃겨 죽는다고 넘어간다.

“선우야, 수고했다”

초보농사꾼 박찬득(하늘마음농장 --www.skyhe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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