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보면 서울놈이 시골와서 출세한 편이다.
왜냐하면 재작년 여름에 이사 오자마자 이 마을의 4반 반장이 되었으니까..
서울에서야 반장 아니 통장얼굴도 모르고 지내지만 이곳은 사정이 다르다.
각종 현황파악,동네 경조사,각종 농자재 신청 등이 이장이나 반장을 통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매년 연말이면 반원들이 반장에게 수고를 준다.
그 수고비를 모곡이라고 하는데 예전에는 쌀로 주었단다.
그런데 요즘은 시대가 시대니만큼그냥 현찰로 준다.
아뭏든 그 이전에 반장을 하시던 분(내가 살고 있는 집의 전주인이시다)이 병으로 입원을 하시자 하는 수없이 내가 인계를 받았다.
단 한 가지 가장 젊다는 이유이다.
하기야 반원들 9가구 중 나만 빼놓고 모두 환갑 내지는 칠순이 넘으신 노인이시고 그 와중에 혼자 사시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세 가구이니 오죽하겠냐만..
동네에는 각 자연부락 단위별로 아니면 각 가구별로 사당(성황당)이 있는데 우리 반에는 딱 한 군데가 있다.
동네 어른들의 말을 빌리자면 새마을 운동 때 모두 철거시키고 거의 사라졌단다.
그런데 그곳에서는 우리 반원들의 일년 농사과 자식들의 강복을 비는 제사가 일 년에 한 번씩 정월 대보름을 전후하여 지낸다.
작년에 처음으로 지낼 때는에는 보름 전날에 지냈었는데 올해는 보름 새벽에 한단다.
왜 그러냐고 여쭸더니 날과 시를 잡아서 하는 거지 아무 때나 하는 게 아니란다.
작년에는 제사지낼 때 참여만 시켰었다.
그런데 올해는 아예 제소(제사상 차리는 일)와 제관을 겸해라는 동네 어른의 통보(?)가 있었다.
사전 상의 없이 D-3일전에 무슨 종이 쪽지에 콩나물500원, 사과 1500원 등등을 써서 주시면서 그냥 쉬우니까 너무 신경쓰지 말고 준비하라신다
난감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어쩌랴.
하는 수 없이 주일에 성당끝나자 마자 가운데 한 글자 더 들어간 성(황)당 제사음식준비하러 시장에 갔다.
마을 어르신이 적어준대로 산 재료를 오늘 새벽 3시에 일어나 아내가 준비를 하고 5시쯤 되어 성황당에 가서 제사를 지냈다.
대충 보니까 일반 제사와 비슷했다.
다른 점은 강복의 주체가 조상이 아닌 귀신이라는 것 뿐이다.
오늘은 꽤나 바쁠 것 같다.
조금 후 오전 9시쯤 되면 동네분들 우리집에 제사지낸 음식 음복하러 오실 것이고 음복이 끝나면 마을회관에서 윷놀이가 있다니 그것에 참석해야 하고...
박 반장 파이팅!!!
초보농사꾼겸 새밭 반장 박찬득(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