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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07   귀농일기--벌이라면 벌벌 떨린다. 

 

귀농일기--벌이라면 벌벌 떨린다.
+   [귀농일기]   |  2009. 7. 7. 18:49  

산골이라 워낙 벌이 흔한 곳이지만 작년 여름 언제부턴가 꽤 큰 벌이 자주 눈에 띄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저녁에 마루에 등을 켜면 열 댓 마리의 벌들이 마루와 방에 까지 내 집드나들듯 하는거였다.
벌이든, 동물이든, 사람이든 먼저 건들지만 않으면 반격은 없다는 개똥철학을 갖고 있던터라 그렇게 여름을 나고 가을을 나고 있었다.

그런데 오두막에 놀러온 이웃분이 이거 말벌인데 얼마나 위함한지 아느냐, 한방이면 죽는건 문제도 아니라며 말벌에 벌써 쏘인 사람처럼 이 방, 저 방 벌을 기르고 있는(?) 우릴 야단치시는 거였다.

그때부터 겁이나서 산골아이들 교육에 나섰다.
첫째, 절대 벌 건드리지 말 것. 성질이 더럽다고 함.
둘째, 혹여 책으로나 옷으로 건드리게 되면 재빨리 몸을 피할 것
등등을 귀에 딱지 않도록 얘기했지만 하루 하루 벌기르는 일이 진땀을 빼게 했다. 아내는 벌로이로제에 걸려 밤만 되면 집 안의 불을 끄러다니기 바빴다.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왜 유독 올 해 그런 벌이 극성인지....

가을이 지나가고 있을 무렵 보일러실에 가다 그 위에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났다.
보니, 삼각 지붕 그 밑에 큰 벌집이 아예 진을 치고 있는게 아닌가.
아이들 데리고 나와 눈으로 경계를 시키고 겨울이 빨리오게 해달라고 빌었다.

그리고 겨울이 왔다.
겨울에는 빈 집이니 그 때 제거하라는 이웃분의 조언에 따라 이때껏 기다린거였다.
이제는 안심이고 제거만 하면 된다는 생각에 그만 잊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아내가
"선우 아빠, 봄인가봐요. 나 오늘 벌 봤어요."
아차!!!!
아내는 벌써 벌집을 제거한줄 알고 있으니 난 대충 대답하고는 밖으로 서둘러 나왔다.

사다리를 놓고 지붕 위를 올라가는데 이 오두막 지붕이 오래되어 내려 앉을것만 같아 다리가 후들거렸다.
어쩌면 귀농하고 벌의 공격을 몇 차례받아 얼굴이 조푹에게 두들겨 맞은 사람처럼 되었던 기억이 나 '떨고 있는지'도 몰랐다.
겨우 벌집을 떼내어 마당에 내동댕이쳤다.

학교다녀온 아이들이
"아빠, 벌집봐요. 벌집이 여기 있어요"
신기해 죽겠다는 표정이다.
지에미에게까지 소식을 전하려고 부르기에
"엄마는 벌집만 봐도 무서워하시니 제발 용감한 너희들만 봐라."
하며 뜯어말렸다.

올해는 녀석들이 제발 이 오두막에는 집을 짓지 말았으면............

초보농사꾼 박찬득(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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