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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_해당되는 글 6건
2010.01.01   귀농일기--올해 한가지 소망은 풀었다 
2009.06.21   귀농아낙의 산골편지--나를 가위 눌리게 하는 일 
2008.12.16   귀농일기 -- 이 결단을 내리기까지... 
2008.11.14   산골풍경 -- 풍경소리의 의미... 
2008.09.01   산골풍경 --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8.08.09   자발적 가난 

 

귀농일기--올해 한가지 소망은 풀었다
+   [귀농일기]   |  2010. 1. 1. 01:32  

 

 

2009년 12월

 

귀농하자고 했을 때 아내가 줄줄이 반대하는 이유를 말할 때 그때 그 항목에 들어갔던 거 중에 하나가 손재주 없다는 것이었다.

시골에 살려면 손재주가 기본이라나 뭐라나.

아파트는 뭐가 고장나면 관리실에서 다 해결해 주지만 시골은 혼자 다 해야 하는데 그게 안되면 말 그대로 개고생한단다.

   

맞는 말이지만 손재주 없는 놈도 다 시골에서 잘 먹고 잘 산다고 맞대응을 했었다.

사실 그래도 다 살수 있다며 살살 구슬러야 한다는데 난 성격상 그렇게 하는 성격이 못되었었다.

맞대응해봐야 내 손해고 점점 더 침을 튀기며 반대를 할거라는 것을 알았지만 그래도 성격상 살살거리지 못하니 그냥 목청을 되려 내가 높였었다.

 



 

하여간 딴 얘기지만 손재주랑 낚시랑 상관이 있는지 몰라도 하여간 난 낚시를 못한다.

남들이 자루로 잡는 곳에서도 우리 박씨들 셋은 단 한 마리도 못잡은 경험을 끝으로 난 단정짓게 되었다.

정말이지 낚시는 팔자에 없나보다 하고 말이다.

 



 

그런데 올 어느 여름날

논산의 이원무 신부님을 스승으로 모시고 불영계곡의 새점밭 옆으로 낚시를 나섰다.

주현이는 방학이라 서울에 가고 선우를 데리고 갔다.

선우를 데리고 간 것은 이 놈도 낚시하고는 거리가 멀다 보니 한번이라도 경험을 해주고 싶었다.

 

경험이라면 좋은 쪽으로 생각하면 한 마리 잡는 경험이 될수있지만 달리 생각하면 이번에도 안되는구나하고 아예 포기하는 경험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스승님의 자상한 지도로 팔자에 없는 낚시에 성공한 것이다.

내가 고기를 잡게 되었다는 말이다.

 

선우도 나와같은 감동을 느낄 수 있었고 말이다.

신기하기도 하고 짜릿하기도 하고 아주 묘한 경험이었다.

 



 

선우도 믿기지 않은 표정을 지으면서도 어금니 있는 데에 힘이 들어간 것으로 보아 용기를 얻은 모양이다.

 

즉석에서 잡아 왼손잡이가 즉석요리(?)를 하여 안주를 삼으니 그 맛이란...

거기에 누구나 한번 보면 뻑 가게 되어 있는 불영계곡의 자지러지는 풍경을 안고 먹는 그 맛은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를 정도였다.

 

한 해를 보내는 마당에 이 낚시경험도 하나의 큰 기쁨이고 수확이었다고 할 수 있다.

안된다고 포기했으면 아마도 이 경험을 느껴보지도 못했을 것이다.

 



 

선우도 몇 번이고 고기를 잡은 것이 신기하다고 한다.

주현이가 있었더라면 지난번의 그 한 마리도 못잡은 그 민망함을 복구했을터인데 서울에 가있느라고 경험을 하지 못했다.

 

“선우야, 우린 원풀었다.”

 

더 자세한 내용은 하늘마음농장 -- www.skyheart.co.kr 에서!!

 

귀농 주동자 초보농사꾼 박찬득

 


 
 
        

 

귀농아낙의 산골편지--나를 가위 눌리게 하는 일
+   [산골편지]   |  2009. 6. 21. 00:57  

2007년 5월 27일

선우와 초보농사꾼이 한 조, 나와 주현이가 한 조로 목욕탕에 갔다.
정해진 시간에 접선해서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잔디꽃이 화려하다.
평소에는 풀인 것처럼 위장을 하고 있는 그다.
겨우 뽑혀져 나가지 않을 정도로 국으로 있다가 봄이 되면 냅다 핑크빛 꽃을 터뜨려 화려함을 과시하는 꽃이기도 하다.

차 안에 올망졸망 앉은 산골가족이 모두 조용하다.
모두가 나처럼 잔디꽃에 침흘리는 것 같지는 않은데...

산골에 도착하여 마루에 앉으니 아들 선우가 옆에 와 앉는다.

"엄마, 오늘 마음이 그랬어요."

얘기인즉, 목욕탕에서 아빠가 자기 등을 밀어주시는데 예전같지 안더란다.
예전에는 등껍질이 벗겨질 정도로 문질러서 기겁(선우는 이 표현을 잘 한다)을 했었단다.

눈물이 쏙 빠질 지경이라 원망스럽기도 했다고...
그런데 이번에 등을 밀어 주시는데 때를 밀어 주시는 건지 등을 긁어 주시는 건지 모를 지경이더란다.
그래서 마음이 아팠단다.

요즘 아빠가 '테니스 엘보'로 양쪽 팔이 많이 아프신 것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이제 아빠도 늙으시는구나'하는 생각에  등이 아프지 않은 것이 하나도 좋지 않더란다.

등껍질이 벗겨지게 밀어 주셨던 때가 차라리 그립다고...
그래서 아빠 등을 오래오래 문질러 드렸단다.

이제 다 컸다.

칠흑처럼 어둔 밤에 바깥 마루에 앉아 아까 선우가 했던 말이 귓구멍에 걸려 풍경소리보다 더 찐하게 가슴을 들깨운다.
어린 중3 아들 놈의 생각은 젓갈처럼 곰삭아서 내 영혼을 두드리는데 에미라는 자의 생각은 그 나이값을 하고 있는지...

아이들이 내 스승이다.
그들은 가끔 오늘처럼 나를 가위 눌리게 하고, 잠못들게 한다.

산골 오두막에서 배동분 소피아(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귀농일기 -- 이 결단을 내리기까지...
+   [귀농일기]   |  2008. 12. 16.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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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2월 1일

집 바로 위에 있는 달밭은 처음 귀농했을 때 엄청 땅이 좋았다.
흙도 검으티티하고 부슬 부슬 고물처럼 부드럽고 푹신하기까지 했다.
이전에 주인이셨던 할아버지 부부가 농사를 안지으신지 오래 되었으니 더더욱 좋은 상태로 남아있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유기농하기에는 너무나도 좋은 조건이라 이 터를 사는데 망설임이 없었다.
그런데 농사를 두어 해 지을수록 윗쪽 밭에서 물이 나와 일머리도 없는 사람이 포크레인을 불러 공사를 하기 시작했다.
휴무관을 묻고 어떻게 어떻게 해보라면 그렇게 하고, 누가 또 와서 이렇게 해보라고 하면 그런줄 알고 다시 공사를 하고, 다음 해에 물이 나서 다시 공사..

하여간 돈을 많이 쏟아부었다.
재작년에도 공사, 작년에도 공사...

작년에는 달길님께서도 큰 휴무관을 묻는 등의 공사를 애써서 해주셨다.
상태는 많이 좋아졌지만 작물은 잘 안되어 몇년동안 고생만 한 격이 되었다. 농사가...

그런 상태가 반복될 때 아내와 어머님이 나무를 심자고 권했지만 그럴수가 없었다.
농사를 지어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고, 둘째는 나무를 심어서 키워서 돈이 되려면 몇 년을 기다려야 하는데 그 몇년을 어떻게 수입없이 기다릴수 있는지 나로서는 판단을 쉽게 하지 못했다.

나를 따라 무작정 이 산중으로 내려온 가족들...
남들처럼 호강을 못키켜줘도 실망을 시키지말아야 했다.
한 가정의 가장이 되고 그래도 번득하게는 못해주었어도 가장으로서 실망시킨적이 없었기때문에 더 부담스러운 결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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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올해 다시 또 그곳의 농사를 망치고 나니 봄에 애들까지 골을 타고 비닐을 깔고 고생했던 결과가 그리 되었기때문에 이 밭만은 무슨 수를 써야했다.
하지만 오래 고민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까...

이 밭을 안한다고 해도 야콘과 고추 등을 농사지을 다른 땅이 많다.
그런데 이 밭은 집에서 가까워 농사짓기도 좋은데...
농사가 내 좋은 일거리기때문에 이 밭은 안해도 충분히 농사양은 된다.

이 밭만 있는 것이 아니니 나무를 심는다고 해도 그 나무는 될까, 된다면 몇년후에 그 값을 할까...
많은 고민 끝에 소나무를 심기로 했다.
그 고민을 끝내는데는 정말 오랜 생각을 하고 알아보고 눈동냥, 귀동냥을 하러 어디든 달려가보곤 했다.

소나무를 일찍부터 심으려고 했으나 올해는 야콘의 가을걷이도 늦게 끝났고, 여러 가지 일들이 겹쳐서 내 의지대로의 일정보다 늦어졌다.
하루가 바빴다.
나의 결정에 제일 좋아한 사람은 엄마와 아내였다.
자식이 덜 고생할 것같은 마음에서 무조건 나무심으라고 하시는 어머님... 해마다 작물이 안되어 고생하는 것을 본 아내...

아내는 하루가 급하다며 밭정리에 열심이었다.
비닐도 밤이 되도록 걷어놓고 비닐핀도 일일이 다 빼놓고 고추지줏대도 다 걷어 한쪽으로 치워놓고...
그래도 내 일손이 끝이 안나 나무를 옮겨심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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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사이 된서리가 몇번오고 날이 추워지자 두 후원자들이 더 안달이 났다.
한그루라도, 한그루라도..
나는 그보다 더 애가 타는 것을...가장으로서...

그러다 어제부터 소나무를 옮겨심었다.
어제도 저녁이 다되어서야 시간이 나서 일을 시작하다보니 별과 달을 앞세우고 밭에서 내려왔다.
어둠 속에서...

그리고 오늘도 낮에는 다른 일들을 하느라 못하다가 오후 시간부터 다시 소나무를 옮겨심기 시작했다.
안해본 일을 여기저기서 뛰어다니며 배우고 익힌 것으로 해보는 거다.
삽이 부러지고 추운 날 땀이 흐르고 ..
그땀은 더워서 나는 땀에다,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뭐랄까 조금의 걱정도 끼어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아내와 어제 심던 밭으로 올라가 거리를 두고 구덩이를 파서 소나무를 놓고 흙을 삽으로 덮어주면 아내가 호미로 쭈그리고 앉아서 이불을 더 덮어줘야 한다며 흙을 덮고, 덮어주었다.
그리고 표시를 했다.

나무를 캘 때 흙이 다 떨어져 뿌리만 남은 나무와 흙덩이까지 같이 떠온 나무가 자랄때 어떤 영향이 있는지를 보기 위해 아내가 표시로 리본을 묶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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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어두워지고 달이 뜨고 별이 떴다.
어두워지니 세레스의 라이트를 켜고 식별하기 시작했다.
일단 캐놓은 것은 오늘 심어야했다.
물론 흙덩이가 있어서 얼 염려는 없지만 뿌리가 뽑혀서 있는 나무가 안스럽고 그래서 되도록이면 당일에 다 심으려고 했지만 오늘은 도저히 다 심을 수가 없어 잘 덮어 두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더 밟아주기 시작했다.
바람도 세기때문에 뿌리가 흔들리면 안되고 혹여 겨울로 가는 계절이라 걱정되 되어서 말이다.
나무를 두손으로 붙잡고 흙을 밟아주며 잘 살으라고 겨울을 잘 나자고 약속을 했다.

아내가 소리를 지은다.
"선우아빠, 저기 봐, 달 옆에 별이 딱 둘만 나와 있어"하며 아름답다고 보란다.
정말 멋있는 풍경이다.

다른 별들은 없고 아주 밝기가 밝은 별 둘이 나와 있다.
우린 그렇게 어둠을 별과 달이 밝혀주는 언덕을 내려왔다.
잘 살겠지...
내가 새해의 꿈을 꾸듯 나무도 꿈을 꾸기를 바라면서 내려왔다.

초보농사꾼 박찬득(하늘마음농장 -- www.skyheart.co.kr)


 
 
        

 

산골풍경 -- 풍경소리의 의미...
+   [산골풍경]   |  2008. 11. 14.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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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며칠 풍경소리가 요란합니다.
밭으로 출근하는 내 발목을 붙잡기도 하고,
은행잎을 주우러 가는 팔을 붙잡기도 합니다.

그 요란한 소리가 의미하는 바는 두 가지가 아닐런지요.

하나는 숲과 자연이 가을옷을 화려하게 걸치니 저도 흥에 겨워 화답을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가을의 절정에서 한 해가 가기 전에 인간들의 몸에 난 부스럼과 상처를 빨리 치유하라는 경고를 하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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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지붕 아래 자리잡은 풍경 덕에 요즘 마음 설거지를 잘 하고 있습니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 -- www.skyheart.co.kr)

 
 
        

 

산골풍경 -- 그럼에도 불구하고....
+   [산골풍경]   |  2008. 9. 1.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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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트 M. 키스(1949~  )

사람들은 때로 변덕스럽고
비논리적이고 자기 중심적이다.
그래도 그들을 용서하라.

네가 친절을 베풀면
이기적이고 숨은 의도가 있다고
비난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친절을 베풀라.

네가 정직하고 솔직하면
사람들은 너를 속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정직하고 솔직하라.

네가 오랫 동안 이룩한 것을 누군가 하룻 밤새 무너뜨릴지도 모른다.
그래도 무언가 이룩하라.

네가 평화와 행복을 누리면
그들은 질투할지 모른다.
그래도 행복하라.

네가 오늘 행한 선을 사람들은 내일 잊어버릴 것이다.
그래도 선을 행하라.

네가 갖고 있는 최상의 것을 세상에 내줘도
부족하다할지 모른다.
그래도 네가 갖고 있는 최상의 것을 세상에 주어라.


*****************************

한 주를 시작하는 날
한 달을 시작하는 날
비가 옵니다.

그것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흥분과 격분과 미움과 화를 잠재우라며 모범을 보이듯 자작자작 비가 옵니다.
그 비를 보며 이 시를 읽었습니다.

그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야 한다.

그래야 한다고 주문을 자꾸 외우면 그렇게 된다고 믿습니다.
왜냐 하면
사람은 마음먹는대로 되는데 그 마음 먹기가 어렵기 때문에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 시를 읽으며
한 번 두 번 실천하다보면
언젠가는 원숭이처럼 흉내라도 내는 인간이 되겠지요.

한 주를 시작하자면
조금은 피곤하고 주말이 멀었다 싶어 몸이 쳐지기도 할 것입니다.

이 시를 읽으시며
한 주를 힘차게 여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마음은 위의 사진처럼 평안한 마음을 가지시면 좋을 것같아 찻잔을 넣어두는 단스 위의 풍경을 찍었습니다.
이처럼 마음이 평화로우시길 빕니다.

(이 글은 인도 캘커타의 어린이집에 새겨진 말로 마더 데레사의 시로 알려졌지만 위의 켄트 M. 키스가 쓴 시라고 합니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

 
 
        

 

자발적 가난
+   [산골아낙의 책 이야기]   |  2008. 8. 9.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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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답 에세이’라는 말로도 대충 어떤 풍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최인호 작가는 나보다 아들 선우가 좋아하는 작가다.
좋아하는 이유가 나랑 다르다.

고1인 선우는 최인호 작가의 역사 지식 그리고 그런 지식을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쏟아내는 부분이 무지 부럽고 존경스럽단다.

그러나 나는 역사 등에는 젬뱅이라 그런지 최인호 작가의 그런 책은 아직 안읽었다.
선우랑 대화가 되려면 ‘유림’ 정도는 읽어야지 하고 있지만 아직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선우는 ‘유림’을 읽고 공자와 노자의 차이점, 그리고 제자들의 모습과 스승을 대하는 점에 대해 느낌이 깊었다고 한다.

그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려면 에미가 ‘유림’을 읽어야 하는데 ....

사실 이 책은 제목만으로도 내 자극샘을 건드리기에 충분했다.
‘산중일기’라고 되어 있듯이 일상을 얘기하지만 그 일상이 집이든 어디이든 마음이 가 있는 곳이 그곳이라는 점에서 이야기는 출발을 한다.

읽는 내내 놀라운 것은 천주교신자이면서 불교를 가까이 하고 그 좋은 면을 보려고 하는 모습이 참 좋았다.
좋은 면이라기 보다 종교의 벽이 애초부터 없음에서 출발했다고 보는 것이 더 맞는 표현같다.

책 본문 중에 이 대목이 이 책을 쓰게 한 힘이 아닐까.
그 마음이 참 맑아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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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불교 신도도 아니고 새삼스레 초파일을 맞아 무어 소원을 빌 것도 없었지만, 여행 중에 만나는 절에 들어서는 꼭 내 식대로 향 피우고 절 세 번 하는 법도를 잊지 않았다.
그게 무슨 즐거운 일인 양 꾸벅꾸벅 고개를 조아려 세 번씩 절을 했다.
나는 그리스도료 신자이지만 그것이 죄라고 생각지 않는다.
불교도 좋은 종교이며 그리스도교도 좋은 종교이므로 나는 종교 앞에서는 그저 두렵고 그리고 죄송스럽다. 두렵고 죄송스러우면 그 순간만이라도 겸손해야 할 것이 아니겠는가.
내가 무엇이 담력이 크다고 우리를 대신해서 죽은 예수님과, 내가 무에 대단한 데가 있다고 천 년도 넘게 세세연년 내려오는 저 자비로운 불상의 미소 앞에서 무릎을 세울 수 있겠는가................."

나 역시 천주교 신자이지만 절에 가면 한없이 인자해 보이는 부처님 앞에 절을 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그러나 난 불교 신자들이 하는 절 방법을 몰라 서서 한참 부처님만 바라보다 돌아오곤 하였다.

초보농사꾼 역시 산에 갔다가 절이 있으면 꼭 들린다.
초보농사꾼도 나와 같은 생각이지 싶다.

천주교 신자라고 절을 멀리하고 할 일도 아니고, 절을 하면 안될 이유도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는 코드가 맞다.

이 책에는 사진이 많이 나오는데 모두가 절 풍경이다.
처마 끝에 매달린 풍경의 모습도 나오고, 스님의 고무신, 노스님의 뒷모습, 절 뒤켠, 스님의 차 마시는 모습, 절 문의 그림자 등등 모두가 절 풍경이다.

그냥 사진만으로도 묵상이 절로 되고, 일상의 뒤돌아 봄이 절로 될 것만 같다.
작가가 어떤 특별한 메시지를 주는 것은 아니다.
정말 일상의 일들을 다른 장르로 표현했을 뿐이지만 독자의 마음은 어느 산속 깊은 암자에 가있는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선우가 시험 공부하는 중간중간 잠시 읽더니 이내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다.

이 책은 사서 조금씩 조금씩 아껴 읽었다.
그리고 밭에서도 한 꼭지씩 읽으면 답운재밭, 새점밭, 호수밭, 달밭이 절이 된다.
그 옆의 조팝나무꽃은 절 처마끝의 풍경이 되고 말이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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