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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고등학교 _해당되는 글 5건
2011.03.17   귀농편지, 깜짝 여행을 다녀왔습니다.1탄. 
2011.01.25   귀농편지, 가족과 함께 떠나는 역사여행 
2010.04.18   귀농풍경, 울진고등학교 기숙사의 휴가 
2010.04.02   귀농풍경--울진고등학교 기숙사(기숙형 고등학교) 
2009.06.09   귀농풍경--산골소년의 골든벨 예행연습 

 

귀농편지, 깜짝 여행을 다녀왔습니다.1탄.
+   [산골편지]   |  2011. 3. 17. 09:42  

2010년 5월 21일

 

살다보면 말이다 그 단어만 들어도 마음설레는 것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여행이 아닐는지.
최소한 나는 그렇다.

 

여행’이라는 그 말만 들어도 울렁울렁 가슴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귀에서는 알 수 없는 이명으로 생각을 바로 세울 수가 없이 만든다.
입에서는 앵무새처럼 같은 노래의 후렴을 반복하고 있고 말이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주위 환경은 달라진 것이 없는데 다만, 이 몸뚱아리 제일 꼭대기에 올려진 머리에서 그 단어만 떠올려도 완전자동으로 그런 반응이 이는 것은 무엇일까?

 

아들 선우랑 그의 표현력에 혀를 내둘렀던 알랭 드 보통은 ‘여행의 기술’에서 이렇게 말했다.

여행은 생각의 산파다.
움직이는 비행기나 배나 기차보다 내적인 대화를 쉽게 이끌어내는 장소는 찾기 힘들다.


우리 눈앞에 보이는 것과 우리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생각 사이에는 기묘하다고 말할 수 있는 상관관계가 있다.


때때로 큰 생각은 큰 광경을 요구하고, 새로운 생각은 새로운 장소를 요구한다.
다른 경우라면 멈칫거리기 일쑤인 내적인 사유도 흘러가는 풍경의 도움을 얻으면 술술 진행되어나간다.“

 

이 몇 문장에 여행을 해야 하는 이유 , 여행이 주는 그 사유의 폭과 깊이, 그리고 빛깔에 대한 것이 죄다 들어있다.

정말 그렇다.
눈앞에 보이는 것과 나의 머릿속 생각 사이에는 기가 막힌 관계가 있다.


새로운 장소에 나서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생각과 문제의 실마리가 스스로 풀려버리는 것을 자주 경험한다.

서론이 너무 길었다.


여행 싫어하는 사람 앞에서 침튀기는 것처럼 이렇게 침을 튀기고 있다니.....

딸아이 주현이가 고등학생이 되고 기숙형 울진고등학교에 들어가다 보니 2주일에 한번 집으로 온다.


산골로 오는 날은 빨리 산골로 가자고 운전도 재촉하고, 읍에서 장을 보거나 목욕을 하는 시간도 아까워 하는 아이다.

그러다 보니 아이가 기숙사에서 나오는 날이 가까워 오면 분주해진다.


아이 오는 날은 되도록 볼일을 안만들고, 되도록 가족끼리 시간을 보내려고 용을 쓴다.

이번 주는 더더욱 그랬다.


딸 주현낭자가 여행을 가자고 중간고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 석가탄신일인 연휴를 찍어 놓았었다.
오빠는 고3이라 어렵겠지만 아빠랑 모두 같이 가고 싶다는 마음을 밝히고는 울진고등학교 기숙사로 들어갔었다.


공부할 때는 열심히 공부하고 나머지는 여행으로, 그리고 책으로 정서를 다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여행이란 책 다음으로 스승이기 때문에 우리 부부는 기회만 있으면 귀농 전에도 여행을 다녔었다.
그런데 정작 귀농할 때 애들이랑 약속한대로 외국여행을 많이 다녔으니 국내여행에도 더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아이 입에서 스스로 여행이라는 단어를 발사했으니 다행이지 싶었다.

아이가 울진고등학교 기숙사에 들어가고 우리 부부는 농사를 재촉했다.


새점밭에 남은 농사를 끝내려고 삽질을 하고, 비닐을 덮고, 고추를 심는 등 강행군을 했다.
딸아이와 편안한 여행을 떠나기 위해...

 

입에서 헉헉 소리가 날 때마다 그 후렴으로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광고 카피를 이빨 사이로 흘려보내며 힘든 순간을 웃으며 보낼 수 있었다.


여행은 떠나면서 행복이 시작되는 것이 아니고 여행을 떠나기 전 그 날을 향해 나아가는 나날 조차도 행복으로 가득차게 만드니 대단한 위력이다.

 

 

 


(▲ "주현아, 구슬 아이스크림 먹다 살찐다..." 라고 하는 것같은 표정의 초보농사꾼. )

귀농하고 약속대로 해마다 외국여행을 갔었다.


온가족이 1년 동안 농사지은 것으로 떠나는 낯선 곳으로의 여행은 우리 가족에게 단물이었다.

그런데 아들 선우가 고1이 되면서 어쩔 수 없이 중단했다.


우리 생각 같아서는 고딩이고 뭐고 그런 여행도 공부 만큼 중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에 예전처럼 가려고 했는데 문제는 우리 아이로 인해 다른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피해가 간다면 그건 생각해 볼 문제였기 때문이다.

 

내 아이야 결석으로 인해 불이익을 감수하고도 뜰 마음이지만 다른 아이들에게 주는 영향을 생각하기로 했다.

결국은 고1이 되는 겨울방학 때 다녀온 이후 지금껏 가지 못했다.


그러다 이번에 주현낭자가 여행 운운을 해서 선우를 두고 셋만 가려니 발길이 무거웠지만 연휴기간에도 전교생이 학교를 가는 선우를 두고 갈 수 밖에 없었다.

어쨌든 우리는 계획 없이, 목적지 없이 떠나기로 했다.


처음에는 전라도로 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만 했는데 주현이가 강원
도 운운을 해서 출발 전날 강원도로 간다는 것을 결정했다.

그리고는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검색을 하라고 하고는 다음 날 우린 운전대를 잡았다.


원덕에서 아점을 두 박씨는 물회를 먹고, 난 회덮밥을 먹었다.

 

 

 


(▲ "아가야, 그 긴 옷은 어찌하여 앞으로 그렇게 입었느냐? " 한참 후에야 아참 옷을 제대로 입어야지 하는 주현 낭자)

운전을 하면서 서로 상의를 해가며 제일 먼저 간 곳이 대관령 양떼목장이었다.

 

주현이는 오랜만에 집으로 온 어제 늦도록 아빠와 차 마시며 이야기하느라 늦게 자서 차 안에서 잠을 잤다.
잠을 깨고 내리니 날씨가 엄청 더웠다.

 

주현이는 애들처럼 구슬 아이스크림에 눈길을 준다.
아이스크림이 녹을 정도로 찌릿한 눈길을 주기에 2천원주고 상표도 없고 그냥 이름이 구슬 아이스크림이라는 것을 사주었다.

 

저도 먹고 아빠 입에도 한 입 넣어드리고 ...
불량식품처럼 보인다며 사주기를 꺼리는 엄마에게도 한 입을 건네는 주현이...

 

양떼목장으로 모인 인파는 대단했다.


우선 줄을 한참을 서서 기다린 다음 드디어 입장.


입장료는 3천원 도합 9천원을 내고 입장했다.

그런데 어디를 둘러봐도 멀리서 보이는 약간의 양떼 말고는 눈에 들어오는 양떼가 없다.


그럴 리가...

내가 상상한 양떼농장은 이름만으로 떼거리로 몰려다니는 양들이 겁나게 많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멀리에 보이는 양떼말고 허름한 막사처럼 생긴 곳 안에 들어앉아서 입장객이 주는 건초만 죽으라 먹는 양들밖에는 다른 모습은 없다.

 

우선 반들반들 난 길을 따라 올라갔다, 돌았다, 다시 올라가도 처음엔 멀리서 보였던 일단의 양들이 다였다.
그 양들은 ‘너무 먼 당신‘


초보농사꾼과 난 놀랐다.
그리고 한참 멀리에 있는 양을 보러 온 인파가 그렇게나 많다는 것에 더 놀랐다.

 

 

 

 


(▲ 너무나 먼 그대들... 카메라의 렌즈를 당겨서 당겨서 이나마 볼 수 있는 그대들...)

개인이 운영하는 곳이라 입장료는 받지 못하고 건초 값으로 대신하는 3천원으로 모두들 양들에게 건초를 주러 갔다.

그러나 그 우리 안의 양들은 멀리 언덕에 있는 양들보다 몸들이 엄청 뚱뚱했다.


순간 우리 식구들만이라도 건초를 주지 말자고 했다.
거기에 갇혀 진종일 관람객의 건초를 받아 먹어야 하는 양들을 위해....

 

목장을 한 바퀴 돌고 나오며 우리가 섰던 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을 보고 생각해 보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보고 느낄 수 있는 곳이 드물다 보니 이런 곳으로도 사람이 몰린다고...

 

외국의 경우는  체험도 하고, 즐기고, 사색을 할 수 있는 곳들이 잘 발달되어 있는데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경치 좋은 곳에 모여서 고기를 구워먹는 곳으로의 발길이 더 빈번했기 때문은 아닌가 생각해 보았다.

 

 

 

 

허탈한 기분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곳 주차장가에서 파는 양고기꽂이구이에 눈을 두는 주현낭자를 위해 하나 사주었다.

이제 마음을 다시 가다듬고 길을 나섰다.


길에 나섰다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기분이 드는 것이 여행이 아닌지.
또 딸아이를 위해 어떤 의미를 부여하기 보다 우리 모두를 위한 ‘길 나섬’이니만큼 서로 마음을 구름처럼 가볍게 먹고 길을 달렸다.

다음은 주현이가 가보고 싶어했던 ‘허브나라 농원’으로 갔다.


봉평면에서도 한참을 좁은 길을 따라 가야 했기 때문에 오는 차, 가는 차들이 서로 정체를 보이다보니 시간이 오래 걸렸다.

 

 

 

주현이는 입장마감시간이 5시라며 초보해했다.


그래서 말해주었다.
5시를 넘겨 못들어 가면 내일 가면 될 일이니 여행에서 초조감은 금물이라고 했다.

 

거의 5시가 다 되어 입장을 했다.
입장료는 우리 모두 5천원씩이었다.

 

허브나라 농원은 대기업의 CEO를 지낸 이호순님과 그 부인이 1993년 흥정계곡으로 귀농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했다.
둘다 서울대 출신인 부부는 50이 되면 자연으로 돌아가 살자던 약속을 지켰다고 하니 그 대단해 보였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진 허브농원.


농원 곳곳에서 아주 섬세한 이의 손길이 느껴져 입장료 5천원이라는 것이 그 가치를 하고도 남음이 있다고 초보농사꾼과 입을 모았다.

허브 농원은 테마별로 허브꽃들이 잘 손질되어 있었기에 우선 그랬다.


입장료를 받는다는 것은 참으로 잘 생각할 일이다.
그 돈이 많던, 적던간에 말이다.

 

그러나 일일이 허브 꽃들을 가꾸고 배치하고 또 구경 온 이들 가슴에 어떤 추억을 남겨줄까를 고민한 흔적이 여실히 보였다.

 

테마별로, 자생정원, 요리정원, 약용정원, 차정원, 향기정원, 나비정원, 미용정원, 벚나무 아래, 새초롱마을, 세익스피어정원, 모네정원, 성서정원, 온실, 팔레트정원 등이 환하고, 아름답고, 이쁘고, 아기자기한 모습의 소품과 함께 손님을 맞이했다.

 

 

 

 

이 외에도 어린이 정원과 놀이터, 허브공예관, 허브 전시관, 허브 상품점, 파머스마켓, 터키 갤러리, 우리만화갤러리 만화의 숲, 야외공연장 별빛 무대, 허브찻집과 레스토랑, 팬션, 기념품점 등의 부대시설이 튀지 않은 모습으로 꽃들과 잘 어우러져 있어 농원을 구상하고, 설계하고, 가꾼 분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주현이도, 초보농사꾼도 모두가 감탄을 연발했다.
주현이는 오빠와 함께 오지 못함을 못내 아쉬워 할 정도로 이곳의 모든 것들을 가슴에 담았다.


그리고 꼭 좋은 풍경을 보면 친구들이랑 오고 싶다는 말을 여러 번 하는 것으로 보아 기숙사의 골수 친구(그들 표현대로라면 절친들이 걸리는 모양이다.

 

이곳에는 내가 환장할 정도로 갖고 싶은 소품들이 너무 많아 사실은 가슴이 벌떡벌떡거려 애를 먹었다.
결국 그 가슴 벌떡임을 자제하지 못하고 손바닥만한 함석 물뿌리개를 하나 샀다.


내가 그것을 만지작 만지작거리자 초보농사꾼이 돈을 주었다.
쥐똥만한 물뿌리개가 만2천원이나 했으니 내 망설일수밖에...

 

농장의 이 많은 꽃들을 정리하고, 조경하고, 그리고 겨울을 나게 하기 위해서 손을 쓰고 할 것을 생각하면 우리나라에서 이런 볼거리를 만들어준 두 분의 대표에게 감사한 마음까지 들었다.

 

그 분들은 자연으로 돌아와 다른 사람들에게 많은 일을 하고 있는 셈이다.
같은 자연으로 돌아온 사람으로서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다.

 

 

 

 

작물을 가꾸고, 관리하고 겨울을 나고 하는 것을 해본 사람으로서 이 농원의 이 손질은 결코 입장료 5천원과 비교될 수 없는 값진 무엇이 있음을 느꼈기에 감사한 마음이었다.

 

허브나라 농원에서는 각종 허브도 화분으로 팔고 있어서 나도 화분 두 개를 사서 돌아왔다.
산골의 화분에 옮겨 심어 아이들이 주말에 올 때마다 눈으로 코로 허브를 느끼게 해주고 싶다.

 

간혹 그 잎을 따서 부침이도 부쳐주고, 샐러드에 넣어주기도 하면 더더구 자연의 생명에 감사해 하겠지.
주현이는 허브 농원을 다녀왔으니 더 애착을 갖겠지.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아이들에게 일일이 아름다운 농원을 설명해주는 모습에서 우리나라에도 이런 정성이 들어간 볼거리들이 많이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깊이, 깊이 해보았다.

 

우리 세 가족은 다음에 선우와 함께 한번 더 와서 보자고 하면서 봉평읍으로 달렸다.
우선 저녁을 먹고, 그곳 찜질방에서 잠을 자기로 했기 때문이다.


주현이를 목욕탕에 데리고 가야 하는데 산골에서의 시간을 더 갖고 싶어 하여 목욕탕을 못데리고 갔고, 나 또한 이래저래 바쁘고 온몸이 뻐근한 터라 불가마 찜질을 하고 싶었으니 일석이조가 아닌가.
그래서 모두 이구동성으로 찜질방을 외치며 찾아나섰다.

 

그런데 읍의 어디에도 찜질방은 없었다.


결국 돌아다니다 돌아다니다 일단 포기하고 주현이가 좋아하는 갈비로 저녁을 먹은 다음 다시 원주로 향했다.

길에서 무엇이 제대로 풀리지 않는다고 속상해할 이유는 없다.


봉평에서 잘 수 없게 되었을 때는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 될 일이고 그런 아쉬움이 더 좋은 일을 불러올 수도 있기 때문에 어떤 일이 뒤틀렸다고 하여 모든 일이 부정적으로 작용한다고 볼 일은 아니다.


특히 여행길 위에서는 더더욱...

 

 

 

 

차 안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어둠 속에서 원주로 향했다.


그런데 원주 번화가에도 찜질방은 없었고, 다시 물어물어 한참을 찾아간 곳에서 1박을 할 수 있었다.

이렇게 찜질방에서 3가족이 잠을 자기는 처음이다.


초보농사꾼 이제야 가족을 구경 잘 시키고, 배를 든든히 한 다음 이제 잘 자리까지 마련해서인지 피곤함이 몰려오는 모양이다.

그렇게 캔맥주와 음료수를 앞에 놓고 세 사람이 오늘의 여행을 이야기했다.


양떼 목장은 목장대로 교훈이 있었고, 허브나라 농원은 농원대로 만든이의 정성과 땀과 사랑에 존경과 찬사를 서로 아끼지 않았다.

어디를 가나 공중장소에서 경우없는 행동을 하는 사람은 꼭 있다.


눈살을 찌푸릴 정도로 언성을 높이며 옆사람 생각 안하고 대단하단 듯이 말하는 사람 꼭 있고, 어린 꼬마들도 수두룩한 곳에서 자기들만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남녀 꼭 있다.
나이를 먹었건 시퍼렇건 예외 없이 그런 사람 있다.

 

 

 

그런 것도 겪어 보아야 그런 행동이 얼마나 옆의 사람들을 불쾌하게 하는지 느낄 수 있으니 주현낭자에게 또한 교훈이었다.

우린 다음 날, 황금 휴일을 원주에서 잘 보내리라 믿으며 잠자리에 들었다.
((2부에 계속..ㅎㅎ)

 

더 자세한 내용은 하늘마음농장 -- www.skyheart.co.kr 에서 보세요.

 

산골 다락방에서 귀농아낙 배동분 소피아


 
 
        

 

귀농편지, 가족과 함께 떠나는 역사여행
+   [산골편지]   |  2011. 1. 25. 13:18  

 

2010년 12월

 

울진읍에 있는 울진고등학교기숙형 고등학교다.

울진고등학교에 다니는 딸 주현이가 기숙사에서 나오는 날이다.
2주에 한 번 나오는데다 이번에는 기말고사를 치르고 나오는 것이라 딸 아이도 지쳤을 것이라 미리부터 여행 운운한 사람은 나였다.

 

한 해가 가기 전에 조촐하게 네 식구 여행을 가리라.
그렇게 벼르던 날이 닥아왔다.


그러나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이런 저런 일로 내가 심신이 지쳐있었고, 몸살기까지 있어 오한이 들었다.


결국은 여행을 포기하려고 했는데 이거 아이들에게 한 약속이라 자꾸만 목구멍이 걸렸다.

 

 

 

늦은 저녁에 초보농사꾼과 상의를 했다.
초보농사꾼이 그러면 일단 내일 아침에 결정하고 나서보잔다.


내일 결정하자고 한 것은 초보농사꾼이 요즘 야콘즙 작업을 하는데 그 타임이 새벽에 확인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에 그 야콘즙에 따라 아침에 출발할지를 결정하자는 거였다.

 

 


(▲ 퇴계 이황의  생가터)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상태로 여행을 준비하는 것, 참 싫어한다.
여행이란 길을 나서는 것 이전부터가 여행이다.


여행 갈 생각을 하며 들떠하고, 행복해 하고, 칫솔, 수건, 치약 등을 챙기며 흐뭇한 웃음을 함께 가방에 담는 것부터가 여행이기 때문이다.

하여간 가장의 명령에 따라 일단 대기상태로 아침을 맞았다.


아침에 초보농사꾼은 일단 하던 일을 일찍 끝냈으니 떠나보잔다.
아이들이 신나서 어디로 갈 것인지를 검색하고 의견을 나눈다.

 

 

 

 


(▲ 주현이가 쓴 모자는 지아빠 모자다. 주현이는 머리가 작고 뒤가 짱구라 모자가 잘어울리는데 선우랑 나는 머리가 커서 모자가 전혀.ㅠㅠ)


 

그러나 오한이 드는 것은 여전한 나로서는 가방 하나에 수건, 치약, 칫솔, 양말 등을 챙겼다.
초보농사꾼이 혹시 자고 올 수도 있다는 말을 흘려서다.


자고 오게 되면 그래도 챙겨갈 것이 있어야 하므로 가장 기본이 되는 것만 챙겼다.
그 기본 중에 곰베개 인형과 무릎담요를 잽싸게 챙겼다.

 

그 두 가지는 내가 여행을 갔다 하면 차에 먼저 태우는 종목이다.
우선 여행지에서 딸 아이에게 이 베개를 베어주고 싶은 마음과 작은 담요는 가면서 귀농 주동자 초보농사꾼이 담배를 피워 문을 열면 추우니까의 이유도 있지만 그 담요를 워낙 좋아해서, 이런 저런 이유에  여행 때에는 먼저 챙긴다.

 

두 아이가 시간이 조급한지 의견일치를 금방 본다.
안동으로 가서 이육사 문학관과 도산서원을 먼저 둘러보고 그러면서 다음 여행지를 고민해 보잔다.

 

둘은 이제 역사적 장소나 미술관 등에 관심이 늘 있었다.
에 살지만 방학때마다 서울에 가서 스스로 미술관, 전시회 등을 찾아다니고 느끼고 배우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았는데 커가면서 더더욱 그것을 중요시 생각하는 것같아 기특하기 그지없다.

 

 

 

 


(▲ 이황 생가 터에 선 딸 주현이와 나)

 

일단 오랜만에 네 식구가 한 차를 타고 나서는 여행이라 그 자체만으로 가족들은 여행에서 얻는 기쁨을 반 이상 얻었다고 보면 된다.

그렇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도착한 곳이 퇴계 이황의 종택이다.


원래의 건물은 없어졌으나 1929년 옛 종택의 규모를 참작하여 지금의 터에 새로 지었다고 한다.

그 날은 가문의 행사가 있는지 관광객은 없고, 많은 분들이 장을 보아서 종택으로 분주히 들어가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먼저 그곳에 사는 분께 구경을 해도 되겠는지 어디까지만 구경하면 되는지에 대한 양해를 구했다.

 

아이들도 그분들게 폐가 되지 않도록 조심조심 종택을 둘러보았다.
규모로 보면 그다지 웅장하지 않고 아담하게 오밀조밀지어져 옛 선비의 체취가 더 느껴지는 느낌이 들었다.

 

날씨는 아주 추웠지만 하나라도 더 보고 느끼려는 선우와 주현이를 보며 으스스한 몸으로 뒤따라간 나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그 시절로 돌아가는 느낌으로 종택을 둘러보았다.

 

 

 

 

다음 행선지는 이육사 문학관이었다.
민족시인, 저항시인, 독립운동가 이육사.. 본명은 이원록.

 

이육사가 수인 번호라는 것은 다 알려진 사실이지만 문학관에 도착하여 설명을 듣고 보니 부끄러움이 들었다.

나는 과연 민족을 위해, 나라를 위해 무엇을 했는지...


 

거창한 그 무엇을 따지기 앞서 나 개인이 향기를 나누어야 할 때 얼마나 잽싸게 굴었는지 등이 떠올라 내 나이가 무겁게 느껴졌다.

 

 

 


(▲ 육사의 감옥생활)

 

아이들과 귀농 주동자 초보농사꾼 역시 문학관 구석구석을 정신 없이 둘러보며 감탄을 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문학관이 너무 현대적 냄새가 강하다는 것이다.


향토적 색채를 감안하여 지었더라면 시인을 느끼는 마음도 더 푸근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그 점을 안내하는 분께 말했더니 더러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고, 자기들도 그렇게 생각한다며 아쉬워했다.

또 한 가지는 문학관으로 들어가는 진입로에 표지가 없다는 것이다.
다른 오만가지 표지 중간에 끼어있어 눈을 부릅뜨고 찾지 않으면 안된다.


과연 민족시인을 찾아가는 길 표지가 그렇게 사적인 표지와 끼어져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 아쉬움이 남았고 아이들도 맞다며 맞장구를 쳤다.

 

 

 

 

아들 선우는 이육사 문학관에 도착하기 전에 시인의 작품 “교목”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무지 좋아하는 시라고...시를 읊으며 행마다 가슴 절절함을 토로했다.

<<교목>>

 

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
세월에 불타고 우뚝 남아 서서
차라리 봄도 꽃피진 말아라.

낡은 거미집 휘두르고
끝없는 꿈길에 혼자 설레이는
마음은 아예 뉘우침이니리

검은 그림자 쓸쓸하면
마침내 호수 속 깊이 거꾸러져
차마 바람도 흔들진 못해라
.

 

 

 

 

 

오한이 들어 칭칭 감고 껴입은 옷에도 한기는 계속 나를 괴롭혔다. 그래도 아이들과 이런 감동적인 곳을 여행한다는 것이 더없이 좋았다.
(죽어도 살쪘다는 소리는 안한다. 난.)

 

간단히 이육사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이육사


조부에게서 한학을 배우고 보문의숙을 거쳐 도산 고립보통학교를 졸업했다.
1924년 일본으로 유학했다가 관동대지진을 겪은 후 귀국하여 대구에서 문화활동을 벌였다.
그후 중국 북경 등지에서 유월한국혁명동지회에 참가해 조직활동을 펼쳤다.


1927년 여름에 조재만과 동행해 귀국했으나 장진홍의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파사건에 연루되어 대구형무소에서 1년 7개월간 옥고를 치렀고 그때의 수인번호 이육사를 따서 호를 ‘육사’로 지었다.


중국으로 갔다가 귀국, 다시 체포되어 북경으로 압송, 이듬해 마흔의 나이에 북경주재 일본 영사관 감옥에서 순국했다. //

 

 

 

 


(▲ 육사의 모습)

 

맨 먼저 들어가면 육사의 가시밭길 같은 생애를 재구성한 영상자료를 상영해주는데 그것을 보는 아이들의 눈빛이 촉촉해졌다.

선우와 주현이는 ‘여기 오길 정말 잘 했다“는 말을 몇 번이나 되풀이했는지 모른다.


우리 부부는 아이들이 이런 배움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 대견하여 한참을 두 녀석 말에 귀기울였다.




(▲ 아들 선우와 딸 주현이는  여기 와 보길 정말 잘했다며 감격해 한다. )

 

그 문학관은 안내를 하시는 두 분의 애정이 절절하여 설명을 듣는 사람도 저절로 절절한 느낌이 드는 기분을 전염시켰다.
온 가족이 저와 같은 애정어린 마음으로 문학관을 찾는 사람들을 안내하는 문학관도 드물거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때 느낀 점은 아이들이 부모의 느낌을 닮아간다는 거다.
그러니까 더 정확히는 생각과 가치관, 보는 관점 등이 많은 부분 부모를 담아간다는 사실...


더더욱 조심하고, 노력하며 살 일이지 싶다.

 

 

 


(▲ 육사가 사용했던 안경과 친필)

 

문학관을 나오면 아이들에게 이육사의 시집 한 권과 그 분의 시 달력도 하나 사서 아이들에게 선물했다.

다음은 이황의 묘를 찾아가기로 했다.


그런데 표지판이 없다.
어디에도 안내하는 글 하나 없는 곳에 묘가 있었다.

아쉬움이 너무 컸다.

 


(▲ 이황의 묘소)

 

그 묘를 찾기 전에 조금 산으로 올라가니 하나의 커다란 묘가 있었는데 선우와 난 그 묘가 이황의 묘인줄 알고 그것에서 조금 있다가 내려오려고 했다.
그런데 아무래도 이상하여 저 아래 마을의 사람에게 소리소리 지르며 물으니 한참 더 올라가란다.

 

가파른 산길을 한참 올라가니 거기에 이황의 묘가 있었다.
선우는 감격스러운지 한참 무덤을 둘러보고, 무덤 앞에 앉아보고 , 석상들을 어루만져보고 감격해 했다.

 

 

 

다음은 서둘러 도산서원으로 향했다.


퇴계 이황이 서당을 짓고 유생들을 가르쳤던 곳이며, 사후에 이황의 위패를 모시고 그의 학덕을 추모하기 위해 그의 문인들과 유림이 세웠다는 곳이다.

 

한참을 걸어서 가는 흙길이 참 고왔다.
길 한 쪽으로 유유히 휘감아 흐르는 강은 살얼음 그림자 등으로 그 아름다움이 절정에 이러 선우, 주현이의 환호를 불러내기에 충분했다.

 

 

 


(▲ 딸 주현이와 나)

 

서원 한 쪽에는 이황이 직접 지었다는 도산서당이 있었다.
아주 아담하게 지은 작은 공간이었고, 문화적 가치가 뛰어나 눈으로만 보기에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과 나는 조심조심 혹여 닳을세라 눈으로만 보았다.
또 그 앞에 들어가지 말아달라는 당부의 팻말도 있었다.

 

그렇게 구경을 하고 위쪽으로 발길을 돌리는 찰나, 아이들이 뛰어다니며 안으로 들어가고 술래잡기를 하는지 난리가 났다.
이럴 때 못참는 성격.

 

거기에 들어가면 안된다고 멀리서 소리를 질렀더니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말
“야, 들어가지 말란다.”하는 아이들 엄마의 소리.


그럼 바로 옆에 부모가 있었다는 말인가.

 

 

 

 

그런데도 아이들을 그렇게 두었다는 말인지.
그러니까 내가 그곳의 관리인인줄 안 것이다.
선우, 주현이도 몇 번이나 혀를 찬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부모라고 말을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구석구석 구경을 하는데 우리는 광명실이라고 쓰인 곳에 머물렀다.
양쪽으로 똑같이 건축물이 있는데 그것은 책을 보관하는 곳이란다.

 

 

 

 

 

동, 서 두 곳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습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누각식으로 아주 높게 지었다.
광명이란 “많은 책이 서광을 비추어준다”는 뜻이라는 뜻이라며 아이들이 한참을 둘러본다.


책 욕심이 많은 우리 아이들로서는 책을 소중히 여기는 선비의 마음씀이 참 따뜻했던 모양이다.

도산서원을 나온 시간이 네 시.


아점을 먹고 나선 가족들이라 속이 허전했다.
그러나 서둘러 볼 곳이 있다며 간 곳이 경북 산림과학박물관이다.

 

주현이는 예전에 왔었던 곳이라며 다시 가보고 싶다고 좋아한다.
초보농사꾼이야 산에 사는 사람이니 당연히 구미가 당겼을 것이다.


선우야 무조건 보고 배우는 것을 좋아하니 코드가 맞았을 것이고...

 

 

 


(▲ 도산서원, 책을 보관하는 서고)

 

다만 산골아낙 나만 오한이 심하고 편두통이 심해 차에 남아있기로 했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박씨 일가들이 안나온다.


푹 빠진 모양이다.

또 호기심 많은 초보농사꾼이 갔으니 얼마나 꼼꼼히 보고 느낄 것인가.
이제 해가 지고 있고 차 안은 추위에 물들었다.


안그래도 오한에 추위에...

기동을 걸려고 보니 키가 안꽂혀 있다.
초보농사꾼이 습관적으로 빼 간 거다. 아이고...


(▲ 선우가 부러운듯 오래 쳐다본다. 이황이 책의 습해를 방지하기 위해 높게 지었다는 서고)

발도 시려오고 머리는 더 아파오고...

 


세 박씨들이 감탄사를 연발하며 차에 올라도 난 아, 소리도 못하고 있었다.

그제서야 키를 빼 간 것을 안 초보농사꾼.
서둘러 밥먹으러 가잔다.


그러면서 일단 밥먹고 집으로 가기로 했다.

오늘 많이 보았고, 날씨가 점점 추워져 산골생각들이 간절한 모양인지 다른 두 어린 박씨도 집에 가자고 한다.

 

오면서 숯불에 독특하게 굽기로 유명한 집이라는, 그런 집에 꼭 붙어있는 또 하나의 문구 어디 어디 방송에 나왔다고...그 집에 들어가 저녁을 먹었더니 그제서야 얼었던 발이 녹는다.

 

그렇게 다시 산골로 돌아돌아 오는 길.
아이들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너무 소중하고, 느낌이 강하고, 유익한 여행이었다며 기회되면 또 나서잔다.


(▲ 이런 여행을 좋아하는 아들 선우와 주현이가 참 기특하다.)

 

교육이라는 것,


꼭 학교에서 언어영역, 수리영역, 외국어 영역, 사탐영역이라는 글자에 열을 올려야 함은 결코 아니라고 느꼈다.

 

아이들의 각각의 연세에 맞게 보여주고, 느끼게 해주고, 감탄하게 해주어야 하는 그런 교육이야말로 살아있는 교육이 아닐까.

 

이육사라면 다 민족시인, 청포도 어쩌구 저쩌구 외워서 다 아는 분이지만 직접 그 분의 생가를 보며, 그 분의 일대기를 설명들으며, 그 분이 쓰던 안경, 친필 원고 등을 보며 느끼는 감정은 교과서에 들어있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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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


 
 
        

 

귀농풍경, 울진고등학교 기숙사의 휴가
+   [산골풍경]   |  2010. 4. 18. 00:10  


오늘은 주현낭자가 울진고등학교 기숙사에서 휴가를 나오는 날^^이다.
2주에 한번 기숙사에서 나오면 잽싸게 목욕탕을 가서 한바탕 몸무게를 줄인다(?)


주현이는 그 시간도 아깝다며 빨리 산골로 가자고 하지만 일단 땀내고 때빼고 광을 내야 신체 건강상에도 좋다며 그의 말에 쐐기를 박는다.

그리고 달리고 달린다.


주현이가 하도 빨리 산골로 가고 싶다고 하니 고무탄내 나도록 달릴 수밖에...

주현이가 오기 전에 주현이의 곰돌이 인형을 일광욕시켰는데 그것을 알았는지 오자마자 그것을 끌어안고 햇빛 냄새를 맡는다.



 

 집에 오면 진종일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딸아이
내가 본 것만 해도 5번.
아직은 기숙사가 남의 집 같을 거다.


손님으로 가 있는 기분이 들다보니 시원히 숙변을 못보았겠지.

집에만 오면 ‘마음을 비우고 간다’며 웃는다.


서둘러 저녁을 준비하지만 이미 시간은 오래 되었고 모두 배고파 한다.
생선요리를 하고 있는데 초보농사꾼이 주현이에게 바람을 넣는다.


 



너 오면 먹으려고 2주일이나 개봉을 안하고 모셔 두었다며 아이스 와인을 꺼낸다.


일전에 홈에 오시는 진달래님이 주현이를 기숙사에 보내고 짠해 있는 내게 마음을 달래보라며 와인 잔과 아이스 와인 그리고 책 등을 꼼꼼히 포장하여 보내주셨다.

드디어 오늘 와인 맛을 보는 날이다.


난 술을 못먹기 때문에 달달한 아이스와인이 기대되었다.

잠시 나머지 반찬을 만드는데 빨랑 오라고 난리다.


벌써 딸에게 와인 한 잔을 따라주는 초보농사꾼.
엄마에게 어떤 와인인지 사연을 들은 주현이도 아주 좋아한다.




딸에게 그저 건강히 재미나게 그리고 꿈을 갖고 기숙사 생활하라며 와인을 콸콸 따라준다.
나에게도 한 잔을 부어주며 셋이서 건배를 하잔다.


선우는 사정이 있어 참석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이 선물이 어떻게 해서 엄마 손에 오게 되었는지를 주현이에게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인연’이 얼마나 소중한지에 대해서도 토를 달아주었다.

딸 아이는 이렇게 해서 세상을 살아가는데 ‘마음의 표현’이 얼마나 소중한지, ‘인연’이 얼마나 보석처럼 빛나는지를 알게 될 것이다.




선우에게도 일전에 말해주었다.


'인연'에 대해서...
그리고 '사랑의 표현'에 대해서도...

아이들은 그렇게 배워가는 것이다.


아이들 뿐인가.


고기도 못어본 사람이나 먹는다고 '인연'에 대해 많은 감동을 받아본 사람이 타인에게도 그런 '인연'이 되고, '감동'이 된다고 믿는다.

그리고 선우에게도 아이스와인의 맛을 보여주며 ‘인연’에 대해 가슴 깊이 스미게 해주어야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선우 몫으로 와인을 조금 남겨두었다.

와인맛처럼 그렇게 산골의 귀농가족의 밤은 달콤하게 깊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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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풍경--울진고등학교 기숙사(기숙형 고등학교)
+   [귀농일기]   |  2010. 4. 2. 09:35  


내가 지금 소개하고자 하는 울진고등학교는 경북 울진군에 있는 고등학교로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고등학교다.

서울에서 귀농하면서 자연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자연 옆의 작은 학교에서 교육을 시키리라는 희망을 안고 왔다.

그 희망은 나를 배신하지 않았고 배신은커녕 자연 속에서의 아이들 성장은 내게 행운이고 아이들에게도 축복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초등학교를 시골학교에서 졸업하고 중학교, 고등학교는 읍에 있기 때문에 읍이 있는 학교를 다녔다.

두 아이다 울진중학교를 나왔다.


울진 지역은 대도시와 달리 비평준화지역이다.
비평준화 지역이다 보니 부모들이 아이들 고등학교 진학에 온통 신경계를 다 동원한다.

대도시 아이들이 특목고에 열올릴 때, 여기는 울진고등학교를 보내려고 열을 올린다고 들었다.


나야 열을 올려봤댔자 스스로 공부하게 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으로 아이들을 키웠다.

요즘 엄마들이 나를 평가할 때 말하는 진부한 생각을 하고 있다.

지나고 보니 나의 방식이 결코 진부한 방식만은 아니라고 확신하고 계속 그 길을 가려고 한다.


아이들이 중고등학생쯤 되면 앞에서 소를 잡아끄는 것이 아니고, 뒤에서 다른 길로 빠지지 않도록 지켜보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어쨌거나 아이들에게 자신의 길을 잘 가는지 뒤에서 지켜보는 일에 소홀함은 없었지만 남들처럼 앞에서 잡아 끌 동안 아이들과 책을 이야기하고, 작가를 이야기하고 그리고 가을 구름을 이야기했다.


그렇게 자란 아이들이 울진중학교를 졸업하고 울진고등학교에 다닌다.

둘째인 산골 소녀 주현 낭자가 이번에 울진고등학교 기숙사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에 앞서 지난 2월 4일에 기숙사(연호학사) 개관식이 있어서 참석을 했었다.
자식이 가서 3년 동안 살아야 할 곳인데 어떤 모습으로 어떤 환경을 고려하여 지었나 궁금했다.

또 아이들의 개인생활 보호를 위해 어느 정도 감안을 했고, 아이들의 정서를 어느 정도 고려했느냐가 내 관심분야였다.


다른 엄마들은 열람실, 컴퓨터실 등 공부환경에 많은 관심을 보였으나 난 그렇지 않았다.

아이들이든 어른이든 제일 중요한 것은 마음과 가슴이 얼마만큼 따뜻하고 꿈을 갖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것이 단단하면 막말로 길바닥에서 공부를 해도 충분히 아이들이 스폰지처럼 흡수한다고 믿는다.






또 울진고등학교에는 마음이 따뜻하고 아이들을 정말 따사로운 애정을 갖고 보살펴 주시는 선생님들이 많으시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말이 여기 울진고등학교에도 적용된다고 나는 믿는다.

이제 교육도 작은 규모로 애정을 갖고 이루어지는 곳에 관심과 애정이 집중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아이들과 선생님과의 관계, 믿음, 사랑이 아닐까.


너무나 성적으로 몰려가는 현상에 그나마 복이 있다면 울진고등학교에는 좋은 선생님들이 많이 계시다는 거다.

그러니 산골아이들에게도 복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울진고등학교에 대한 소개를 다음에도 많이 하겠지만 오늘은 기숙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기숙형 고등학교 울진고등학교


울진고등학교에는 기존에 기숙사가 있다.
그런데 교육과학기술부 선정 기숙형 고등학교로 선정되면서 대대적으로 기숙사를 새로 짓게 된 것이다.


신 기숙사인 '연호학사'의 생활실수는 50, 수용학생수는 200명, 실당 학생수는 4명, 사감실3 등 모두 3층 건물이 새로 들어섰다.

그러니까 구관과 신관 모두 사용하기로 했고, 주현 낭자는 자신이 원하는 새 건물로 입주(?) 하게 되었다.




걱정은 새집증후군이다.
이렇게 산골에서 살다 보니 그런 것에 코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후속으로 머리가 아프고 속도 매스껍고 그렇다.

그러다 보니 자식의 건강을 생각지 않을 수 없었다.


과연 학교측에서는 '새집증후군'에 대한 인식이나 하고 있는지, 그 개선방안으로 어떤 안을 갖고 있는지 무지 궁금하다.
공부도 중요하지만 우선 쾌적하고 건강한 환경이 우선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어쨌거나 이런 행사에는 꼭 나오는 누구 누구의 인삿말, 격려사, 감사패 전달....등이 길게 이루어졌다.
물론 이런 것을 죄다 생략할 수는 없지만 너무 많은 격려사가 이어지면 사실 본래 취지는 희석되기 마련이다.





(▲ 개인 열람실)

모든 것이 새 것이라 좋긴 하지만 본드냄새, 새 가구에서 나는 각종 화학물질이 뿜는 냄새가 코를 찌른다.

하나 하나 둘러보았다.
샤워실도 둘러보고..
아직은 모든 것이 정리가 안되어 보이지만 형태는 갖추었으니 주현이가 사용할 공간을 찬찬히 눈에 넣었다.






세면실도 나란히 나란히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침실은 한 방에 4개씩 들어 앉아 있고 들어가는 입구 오른쪽으로는 북박이 수납장이 짜여져 있었다.
개인 사물이나 준비물 등을 넣어두는 곳





다음은 여자 화장실...
다행인지 몰라도 주현이의 방 바로 앞이 화장실이다.
잠결에 화장실 가기에 좋은 위치긴 한데 학생들이 몰려다니는 곳이라는 점도 있다.
어찌 모든 것이 다 좋겠는지...

그저 주현이가 밤에 배가 아프거나 화장실을 가고 싶을 때, 편리하면 되었지 싶다.




워낙 구경온 엄마들이 많아서 밀려다니며 보았다.
그래서 사진도 제대로 못찍었다.


주현이가 이렇게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저 기숙사가 공부하기 위해 머무는 곳이라는 개념보다는 정말 3년 후에 홀로서기하는 전 단계로서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해 주길...
그리고 그곳에 정을 붙여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단체 생활에 잘 적응하기를...





가끔씩 밖으로 나와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휴식공간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도 잊지 않기를...

그곳에서 좋은 선생님들과 많은 꿈을 꾸고 그 희망으로 하루하루가 구름처럼, 파란 하늘처럼 맑고 푸르길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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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풍경--산골소년의 골든벨 예행연습
+   [산골풍경]   |  2009. 6. 9. 23:26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9년 4월 11일


'골든벨'이 울진고등학교를 찾아온다고 한다.
그 촬영이 13일 월요일에 있단다.
이번에 산골소년 선우가 나가게 되었다.

선우가 문제를 많이 맞추고 못맞추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좋은 경험을 한다는 점에 점수를 줄 뿐이다.
그렇게 엄마, 아빠의 마음을 충분히 전했는데도 선우는 부담이 되는 모양이다.

주현이에게 예상문제를 물어달라고 하고 자기가 맞추는 식으로 앉아 시작했다.
주현이는 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고 '골든벨' 여자 아나운서의 톤을 따라 또박또박 문제를 내서 우리 가족 모두 배꼽을 쥐고 웃었다.

주현이가 문제를 내고 선우가 맞추면 선우는 TV에서처럼 하얀 미니 칠판 대신 쿠션을 들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우린 그렇게 놀았다.

그렇게 재밌는 시간을 보내는데 생각해 보니 예전에 교복 셔츠에 달고 남은 이름표가 생각이 나서 TV에서처럼 모자 끝에 끼워주었더니 제법 코디가 되었다.

12일 일요일에 리허설이 있고 13일 아침부터 촬영이 있단다.
초보농사꾼이 선우에게 분명히 말했다.
아빠나 엄마는 니가 몇 문제를 맞추느냐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고 그렇게 나가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무게를 둘 뿐이라고 했다.

그랬더니 선우가 하는 말,
그동안은 엄마, 아빠에 때문에 TV에 여러 번 나왔지만 이번에 나오는 것은 순전히 자신의 힘으로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의미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부담이 된단다.

그래서 말해주었다.
"선우야, 몇 문제 맞추고 안맞추고는 중요하지 않아. 다만 주어진 기회를 멋지게 즐기길 바래. 그 뿐이다."

우린 저런 모습으로 한동안 지켜 보며 주어진 기회를 멋지게 즐겼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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